▲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마) 선택적 방법이 가능한 경우

계약의 이행방법이 선택적 방법에 따라 결정되어 있는 경우에 하나의 이행방법이 불가능한 경우는 다른 방법에 따라
이행하여야 한다.1)

St Cuthbert호 사건에서2) 선박소유자 Ocean Trawlers사와 용선자 Maritime National Fish사는 1928년 10월 25일에 12개월 동안 트롤선 St. Cuthbert호에 대한 용선계약을 체결한 후, 계속 1년씩 자동 연장하여 사용하였다. 트롤선은 ⌜other trawl⌟이란 어구를 사용하여 어획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 어구의 사용에는 캐나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했다. 1983년 3월 11일에 용선자는 사용중인 4척의 트롤선과 St. Cuthbert호에 대하여 캐나다 정부에 운항허가를 신청하였으나, 캐나다 정부는 3척만 허가해 주겠다고 하였다. 용선자는 사용 중인 3척에 대한 허가를 받았고, 척수의 제한 때문에 St. Cuthbert호는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용선자는 “St. Cuthbert호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으므로 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1933년 6월 19일에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 Supreme Court판사는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항소법원 Privy Council판사는 “용선자의 선택에 의하여 캐나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St. Cuthbert호의 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지 않았다.”라고 판시하면서 1심 법원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

5) 계약당사자의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

당사자의 부주의한 행위로 인하여 계약이행이 불가능하여진 경우에 프러스트레이션이 성립하지 않는다.

(3) 효과

1) 서언

용선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이 되면 양당사자는 더 이상의 계약이행을 하지 않아도 되나, 프러스트레이션이 발생한 시점까지 용선계약은 유효하다. 따라서 프러스트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용선계약상 발생한 채무나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은 프러스트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지급하여야 하나, 프러스트레이션 이후에 발생한 채무나 손해배상금에 대하여는 지급의무가 없다. 또한 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이 되면 계약의 종료와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3) 이 같은 원칙에는 몇 가지 예외가 있다. 첫째, 프러스트레이션으로 인하여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이미 지급한 금액의 대가성(consideration)이 완전히 없어진 경우에 당사자는 그 금액을 반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면 지급할 의무를 면한다(용선료는 제외함). 둘째, 기존에 발생한 계약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유효하지만, 계약위반 이후에 프러스트레이션이 발생함으로써 손해배상금액에 영항을 주고 명목적인 손해배상액만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체선료와 같이 손해배상액을 일정하게 예정한 경우는 프러스트레이션에 영향받지 아니한다. 셋째, 용선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된 후 선박소유자는 묵시적 계약이나 준계약논리에 근거하여 자신이 제공한 용선업무에 대하여 합리적인 보상을 용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4)

프러스트레이션의 효과에 대하여 Singaporean호 사건에서5) 선박소유자 Cheong Yue사와 정기용선자는 1916년 11월 17일에 1917년 3월 인도예정으로 10개월 동안 Singaporean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은 인도 전 정부에 의하여 징발되었다. 수개월 내에 징발된 선박이 해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선박소유자는 1917년 4월 5일에 정기용선자에게 선박이 징발로부터 해방 후 사용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1917년 가을까지 선박이 해방되지 않자 정기용선자는 언제 선박이 해방될 것인가를 통보해 달라고 선박소유자에게 요구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상황이 불확실하였으므로 통지해 줄 수가 없었다. 선박은 1919년 2월 말에 해방되었는데 정기용선자가 인도를 거부하였다. 1심 법원 Privy Council판사는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이 징발됨으로써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 당사자의 추가협의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법의작용(operation of law)에6) 의하여 계약은 소멸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계약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라고 판시하였다.

항해용선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에 의하여 소멸되어도 선급운임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 용선자는 선급운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고, 또 용선자가 이미 선급하였을 경우에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비율운임에 대하여서 선박소유자가 프러스트레이션에 의해 그 항해를 성취할 수 없게 된 경우에 그것이 면책으로 되어 있는 원리에 의해 불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선박소유자는 운임의 전액은 물론, 운송의 비율에 따른 비율운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7) 그런데 정기용선계약에 관해서는 이와 같은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8)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의 경우에 영국 1943년에 제정된 프러스트레이션 법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프러스트레이션의 원인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계약이 당사자의 일방 또는 상대방의 계약소멸을 주장하는 의사표시가 없어도 장래에 있어 자동적으로 소멸한다. 따라서 계약당사자는 장래에 있어서 계약내용에 따른 이행의무에서 벗어난다. 프러스트레이션의 효과는 계약자체를 파괴하여 무효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당사자의 장래이행의 채무를 면제하는 것이므로 약인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아니한다. 만약 용선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이 되면 용선계약서 조항의 효력이 소멸되므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선급된 용선료는 반환받을 수 없다.9) 그러나 1942년 영국판례는10) 약인이 부인되면 정기용선계약에서 선급된 용선료를 반환받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프러스트레이션의 시점 이전에 이미 이행된 계약이 있을 경우,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하여 영국은 1943년에 프러스트레이션 법을 제정하였다. 동법은 프러스트레이션의 해당여부를 판단하는 법이 아니라, 프러스트레이션이 된 사건에서 당사자의 지위에 대하여 다루는 법이다.11) 동법은 용선계약 가운데 정기용선계약과 선체용선계약에만 적용되고 기타 용선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해상물품운송계약에 대하여서도 그 적용이 배제된다.12) 따라서 용선계약과 해상물품운송계약의 경우는 보통법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여야 한다.13)

2) 영국 1943년 프러스트레이션법상의 효과

가. 입법 목적

이 법은 계약에 대한 약인의 전면적 불이행과 관련하여 보통법상 프러스트레이션 법리(doctrine of frustration)의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제정한 법으로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율하는 법이다. 이 법의 기본적인 특징은 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으로 말미암아 해소될 때에 수반하는 위험을 법원 또는 중재원의 재량으로써 계약당사자에게 합리적으로 분담시키는 것이다.

나. 법원의 재량 범위

(가) 선급하였거나 지급할 금전

계약이 해소되기 전에 계약이행상 일방당사자가 선급하였던 금전은 반환받아야 하고, 또 지급할 금전의 경우에 그 지급의무가 소멸한다. 다만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또는 계약을 위하여 금전을 지급받았거나 혹은 지급받아야 할 상대방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하였을 경우에 법원은 그 상대방당사자에게 사정을 고려하여서 그 비용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지급받았거나 지급할 금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유보하거나 혹은 회수할 수 있게  허용할 수 있다.

(나) 가치 있는 이익의 향유

일방당사자가 그 계약에 프러스트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상대방당사자가 실시한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또는 그 계약을 위하여 이행한 일에 의하여 금전 이외의 가치 있는 이익을 받았을 경우에 그 법원은 그 일방당사자가 향유하는 가치 있는 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때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당하다고 생각한 바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재량권을 행사하여 결정할 수 있다. 일방당사자가, 상대방당사자가 지출한 계약이행의 비용으로 말미암아 일정한 이익을 향유하면서도, 프러스트레이션을 이유로 그 상대방당사자에게 반대급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벗어나는 행위이다. 이 규정은 이 부당이득을 방지하는데 입법취지가 있다.

(다) 분리 가능한 계약

법원은 계약의 일부가 프러스트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완성되었고, 또 그 부분이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한 부분과 분리가 가능하고, 또 완성된 부분을 마치 별개의 독립된 계약으로 분리할 것을 결정한 경우에는 분리된 부분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발생하지 아니한 계약으로 취급하여야 한다. 이 규정은 계약내용의 일부가 완성되었고 그 완성부분이 전체 계약 내용에서 분리된 계약으로 법원이 판단한 경우에 적용한다. 이 규정은 법원의 조정적 재량권으로써 거래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여 상거래에서 형평의 원칙을 실행시키는데 입법취지를 두고 있다.14)

3) 입증책임

프러스트레이션의 입증책임은 계약법상의 일반적인 입증책임과 같이 프러스트레이션의 이익을 주장하는 쪽에서 부담한다.

Kingswood호 사건에서15) 원고 선박소유자 Joseph Constantine사와 피고 Imperial Smelting사는 1936년 8월 5일에 남호주 Pirie항에서 철광석을 선적하여 유럽까지 운송하는 Kingswood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 선박소유자는 “보일러에 발생한 폭발이 선박소유자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피고에게 있다. 그러나 피고는 선박소유자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였으므로, 항해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선박소유자는 선박을 선적항에 선적하기 위해 접안시킬 의무가 있으므로 보일러 폭발 사건에 과실이 없다는 입증책임은 선박소유자에게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과실의 입증책임은 프러스트레이션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라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1심 법원 Atkinson판사는 “과실의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피고에게 있다.”라고 판시하였고, 다시 항소법원( Scott판사, Rolld판사와 Goddard 판사)은 다시 중재인의 판정을 지지하였다. 최종적으로 귀족원(Simon경, Maugham경, Russel of Killowen경, Wright경과 Porter경)은 “항해용선자가 그 폭발이 선박소유자의 과실에 기인한 것임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는 선박소유자의 주장은 인정된다.”라고 판시하면서 다시 1심 법원 Atkinson판사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 계약의 이행불능이 상대방당사자의 과실 때문에 발생하였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그 과실을 주장한 쪽에서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에 있어서 만일 상대방당사자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프러스트레이션 법리(doctrine of frustration)를 적용함은 물론이다.

III. 유류가격의 급등에 관한 프러스트레이션의 적용

1. 서언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 및 연료비, 항비, 하역인부비용, 던니지비용, 도선사, 예선비용 등의 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운항비를 부담하면서 운송물을 운송하여 운임수익을 얻는다. 선박소유자가 연속항해용선계약이나 장기항해용선계약에서 운임이 결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근과 같이 유류가격이 급등한다면 운항비용이 증가하여 많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선박소유자는 운항원가 중 중요한 유류가격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하여 유류가격변동의 일정부분을 용선자에게 부담시키고자 용선계약을 체결할 때 용선계약서에 유류조정약관(bunker escalation/de-escalation clause)을16) 규정한다. 유류조정약관은 기준유류가격을 정해놓고 유류가격이 미화 1불 변동하는 데 따라서 운임이 유류할증료(bunker adjustment factor)에17) 의하여 상승 또는 하락하도록 규정되어 있다.18) 그러나 유류할증료가 적어서 유류가격의 변동폭을 운임에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거나, 유가변동의 위험을 감수하고 유류조정약관이 없이 연속항해용선계약이나 장기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가 문제가 된다.

최근에 선박소유자는 예견하지 못했던 국제유류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선박은 주로 MFO와 MDO를 연료로 하여 운항되는데 MFO와 MDO의 국제유류가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2007년 1월 5일에 MFO는 미화 278불/톤, MDO는 미화 501불/톤이었으나 2008년 7월 4일에는 MFO는 미화 732.50불/톤, MDO는 미화 1,363불/톤까지 2배 이상 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향후, 유류가격이 다시 하락할 것인지, 보다 상승할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만약, 선박소유자가 유류가격이 상승하기 이전인 2007년도 1사분기 이전에 1년 이상의 장기항해용선계약이나 연속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급등한 유류가격으로 인하여 운항상 많은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박소유자는 장기항해용선계약이나 연속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한 시점에서 유류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할 것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약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계속 계약이행을 하여야 하는지의 여부가 문제이다. 앞서 검토한 영미법에서의 프러스트레이션의 법리를 참조하여 유류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용선계약 하에서의 프러스트레이션에 관하여 검토한다.

주---
1) 김진권, 앞의 논문, 238면.
2) Maritime National Fish, Limited v. Ocean Trawlers, Limited - The St. Cuthbert [1935] A.C. 524.
3) Baughen Simon, op. cit., p.272.
4) 송상현․김현, 앞의 책, 467쪽.
5) Hirji Mulji and Others v. Cheong Yue S.S. Co. [1926] A.C. 497.
6) 이 말은 어떤 권리 또는 의무가 사람의 법률행위 또는 협력행위가 없어도 관계법률을 적용한 결과, 그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이전되는 경우, 그 이전방법을 나타내는데 쓰이는 것. 鴻常夫 편수, 앞의 책, 516쪽.
7) 우리나라 상법 제810조 2항은 선박이 침몰 또는 멸실되거나 수선할 수 없게 된 때 또는 선박이 포획된 때에는 현존하는 운송물의 가액의 한도에서 운송의 비율에 따라 운임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운임지급의무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항해용선자는 이에 행하여진 운송에 대한 운임을 지급하여야 한다. 반면에, 운임이 선급된 경우에는 선박소유자는 이미 행하여진 운송에 대한 운임을 공제한 금액을 용선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이다.
8) 박용섭, 앞의 책, 159쪽.
9) Lloyd Royal v. Stathatos [1917] 34 T.L.R. 70.
10) Fibrosa v. Fairbairn [1943] A.C. 32 (H.L.).
11) Coghlin Terence, W.Baker Andrew, Kenny Julian, Kimball John D., Time Charters, 6th ed.,(London : Informa, 2008), p.490.
12) Law Reform (Frustrated Contracts) Act, 1943 제2조 제5항 (a)호.
13) Wilson John F., op. cit., p.44.
14) 김진권, 앞의 논문, 248-251쪽.
15) Joseph Constantine SS Line v. Imperial Smelting Corp., Ltd. [1942] A.C. 154.
16) 항해용선계약에서 계약기간 동안 유가의 인상으로 선박소유자가 계약서에 기재된 유가보다 많이 또는 적게 지급했을 경우, 추후에 용선자로부터 추가유류대금의 환불 또는 부담을 허용하는 약관을 말한다.
17) 해상화물운임 할증의 하나로서 bunker surcharge라고도 한다.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무기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산업이 바로 외항해운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즉 유가상승은 선박의 운항비에 직접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기선사들이 운임을 산정할 시에는 예상치 않았던 유가가 갑작스레 인상되는 경우, 상승하는 운항원가를 보전하기 위해 적하이해관계인에게 부과하는 추가할증료이다.
18) 참고로 실무상 사용되고 있는 문구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If Platts oilgram bunkerwire mean price of IFO 180 CST at Singapore, effective on the date of 20 days prior to the Bill of Lading date, is above USD 160.00 or below USD 120.00 per metric ton, the freight rate shall be increased or respectively decreased by USD 0.015 per metric ton in proportion to the change of the price. If no Platts oilgram bunkerwire is published on the date of 20 days prior to the B/L date, then the next published Platts oilgram bunkerwire shall be ap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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