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우리 상법상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 자로 명시적으로 열거된 자는 선박소유자(제769조), 용선자, 선박관리인 및 선박운항자(각 제774조 제1항 제1호), 선장, 해원, 도선사, 그 밖의 선박소유자 등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각 제774조 제1항 제3호) 및 구조자이다. 이에 비하여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은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 자로 owner, charterer, manager, operator, salvor 그리고 insurer of liability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법에 책임보험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과 같이 우리나라 상법의 해석으로 책임보험자도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 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데에 별 다른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상법 제774조 제1항 1호에 선박관리인 및 선박운항자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데 선박관리인 및 선박운항자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문제된다.

실무에서 ship manger 또는 ship-management company의 개념은 상당히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실선주가 선박을 편의치적 시켜 놓은 상태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경우, 많은 경우 실선주는 스스로 ship manger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에서의 ship manger는 선박을 운항하는 회사라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또한 선박관리계약이란 용어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 말 자체로 선박의 관리에 관한 사항에 국한되는 계약인 것인지, 아니면 선박운항 등 모든 것을 위탁하는 계약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필자는 이 두 개념을 해석함에 있어서 우리 상법이 1976년 선주책임제한 조약의 내용을 거의 대부분 반영하고자 하였던 입법배경을 고려할 때, 최대한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의 입장과 부합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비록 우리나라가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에 가입하지 않아서 국제사회에서 해상법 후진국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의 해당 단어와 동일 또는 유사한 개념을 동일한 의미로 해석함으로써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을 가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법이 제각각 다름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모순이나 불합리성을 극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상법의 위 선박관리인은 ship-management company를 의미하는데, 선주를 위하여 선원이 배승업무(manning), 선용품이나 연료유 공급업무(supply) 및 선박관리(maintenance) 등을 하여 주는 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나 법인으로 정의되는 것이 타당하다.1)

다음으로는 선박운항자의 개념을 보자. 선박운항자의 개념은 상법의 해상편이 1991년 12월 31일 대대적으로 개정되기 이전까지 없었던 개념으로서 동 상법 개정으로 비로소 우리 상법에 나타난 법 개념이다.2) 필자는 여기에서도 선박운항자의 개념은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상의 operator의 개념과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이균성 교수는 선박운항자에 관한 개념을 '사법상의 권리의무의 주체인 상인으로서, 자기의 명의로 선박을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항해에 사용하는 자'라고 하는 바,3) 상법 제774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선박운항자도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본다.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경우가 운항위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거래과정에서 파탄지경에 빠진 채무자 소유의 선박을 대거 취득한 뒤, 직접 운항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인적•물적 조직이 없기 때문에 선박 운항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에 위탁운항시키는 경우, 운항위탁을 받은 그 회사가 전형적인 선박운항자에 해당될 것이다.4) 필자의 이러한 해석은 영국의 유력한 해석과 차이가 있음에 유념하기 바란다.5)

주---
1) 이균성, 「신해상법대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0), 194면 내지 196면에서 이균성 교수는 “선박관리업자”와 동일시하고 있는데, 필자도 이균성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 최종현, 「해상법상론」, (박영사, 2009), 133면 내지 134면은 현행법상의 “선박관리인”은 선박공유자에 의하여 선임된 선박관리인으로 국한하여 해석되어야 하며, 그 선박관리인과 달리 일반적인 “ship-management company”는 이에 해당된다고 해석될 수 없다는 취지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최종현 변호사의 견해와 달리 현행법 아래에서도 “선박관리인”은 “ship-management company”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 이러한 점에서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상법제769조)의 개념이 도입된 배경이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3) 이균성, 「신해상법대계」, 187면
4) 선박투자회사법 제2조 제4호 소정의 “선박운항회사”가 이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5) Patrick Griggs, Richard Williams & Jeremy Farr, 「Limitation of Liability for Maritime Claims」, (LLP 2005), pp 8-9는 “manger”는 반드시 선박을 실제적으로 운항하는 회사로 국한시켜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며, crewing agent는 이러한 “manger”이 개념에 포함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 귀책사유에 의하여 손해를 야기한 경우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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