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도해운 염정호 사장
(3) 소결

문제의 제기에서 언급된 유류가격의 급등으로 이미 연속항해용선계약이나 장기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한 선박소유자는 화물의 운송비용이 증가되어 많은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에 유류가격의 급등은 용선계약의 체결 시 당사자가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어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검토한다.

“유류가격의 급등은 프러스트레이션을 성립한다.”는 견해에 의하면, “유류의 급등은 첫째, 계약체결 시 당사자가 유류가격의 급등을 예측할 수 없었고 둘째, 2배의 유류가격의 급등은 그 정도가 매우 과다하거나 비합리적이여서 상업상 실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유류가격의 급등으로 추가적인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하게 되어 많은 손실을 보게 되므로, 프러스트레이션이 성립되어 계약은 종료되고 프러스트레이션 이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이기도 한 “유류가격의 급등은 프러스트레이션을 성립시키지 않는다.”라는 견해에 대하여 설명한다. 영미판례를 분석하여 Cameron-Hawn v. Albany사건에서는 계약은 그 이행이 어렵거나 가능성이 없더라도 계약의 내용대로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David v. Fareham사건에서는 프러스트레이션이 적용되기 위하여 예측하지 않았던 사정이 발생하여 계약이행이 지체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사정이 채무의 본질을 변질시킴으로써 원래의 계약을 이행케 하는 것이 계약체결 시 생각하였던 계약의 이행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해운시황의 급등락과 관련된 Siboen호/Sibotre호 사건에서 정기용선자는 시황이 폭락하여 입은 수익손실에 대하여, 반대의 경우에 시황이 폭등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프러스트레이션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수에즈운하가 폐쇄된 경우에 대하여 법원은 Eugenia호 사건에서는 “선박이 수에즈운하 대신에 희망봉을 경유하여 항해를 이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더 들고 항해기간이 연장된다는 이유로 선박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여 운항하도록 지시한 것은 프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그리고 Christos호 사건에서는 “프러스트레이션이 성립되려면 첫째 계약체결 시 예측할 수 없고, 둘째 계약서에 언급되지 않고, 셋째 상업상 실행불능에 해당하여야 한다. 본 사건은 상업상 실행불능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프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Washington Trader호 사건에서는 “항해용선계약서에 특정 항로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수에즈운하를 통하여 운항하는 것이 조건을 형성하지 않으므로 수에즈운하의 폐쇄로 발생한 추가비용이 매우 과다하고 비합리적이지 않아서 구상 받을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수에즈운하의 폐쇄로 인하여 발생한 추가비용은 단지 이행이 불가능하지 않고, 선박소유자의 비용부담만 증가시킬 뿐이므로 프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 해운업계는 2003년 3/4분기부터 시황이 급등하여 호황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2008년 5월 20일을 정점으로 급락하여 현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시황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BDI는 2008년 5월 20일 11793을 기록한 후 수직 하락하여 2008년 10월 27일에는 1102을 기록하였다. 시황이 폭등한 때에는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선박소유자는 많은 이윤을 확보하지만 폭락한 경우에는 파산하는 회사도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시황의 변동 폭이 10배나 되어도 시황의 변동에 따른 손익의 변화는 계약당사자의 영업상의 위험에 해당할 뿐이지 프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하는 원인이 되지 않는다. 유류가격은 1년여 만에 2배가 급등하였다. 유류가격은 선박소유자가 선박을 운항함에 있어 중요한 운항비용을 형성하고 있다.

운임은 운항비용의 증감에 따라 변동한다. 유류가격의 급락은 해운시황에서 운임의 급등락과 연계가 되어 있다. 현재 해운실무상 10배의 시황등락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그 영업위험을 감당하지 못하여 파산하는 경우는 있으나, 프러스트레이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영미법에서 비용증가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프러스트레이션을 형성하지 않는다.

선박소유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류가격이 급등하면 선박의 운항비용이 증가하여 추가비용을 부담하게 됨으로 손익구조가 나빠지나, 반대의 경우에 유류가격이 급락하면 선박의 운항비용이 감소하여 손익구조가 좋아지게 된다. 유류가격이 1년여 만에 1/2가격으로 급락하였다면 선박소유자는 유류가격이 절약된 만큼 이득을 보게되므로, 반대로 2배 가격으로 상승하였다고 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한다면 합리적이지 않다. 또한 2배의 급등락은 10배의 시황변동폭을 감안할 때 Washington Trader호 사건에서 검토하였듯이 프러스트레이션을 형성하리만큼 그 비용이 매우 과다하거나 비합리적이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해운시장에서 유류가격의 급등락은 계약당사자가 영업을 하는데 항상 고려하여야 하고, 이전에 이미 발생된 적이 있기 때문에 계약체결 시 당사자가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유류가격의 급등은 채무의 본질을 변질시켜 계약체결 시 생각하였던 계약의 이행과 근본적으로 다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박소유자가 추가로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이 매우 과다하거나 비합리적이지 않으며, 상업상 비용부담의 위험을 인수하였으므로 프러스트레이션을 형성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영국판례에서 검토한 것과 같이 유류가격의 급등은 용선계약 하에서의 프러스트레이션을 성립시키지 않는다고 하겠다.

IV. 결어

영국에서는 불가항력에 의한 계약상 채무면책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서 프러스트레이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와 유사한 제도로서 미국에서는 후발적 이행불능과 실행불능으로 구분되는 이행불능과 계약의 이행은 가능하지만 어떠한 사유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이 전혀 가치가 없거나 거의 가치가 없게 된 경우에 적용되는 프러스트레이션이 있다. 영미법상의 이행불능은 계약이 법의 작용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종료되는 것이다. 영미법의 경우에 당사자의 과실여부는 이행불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용선계약 하에서의 프러스트레이션이란 용선선박의 멸실․행방불명 등 예측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여 용선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용선계약은 소멸되며, 계약당사자는 계약이행의 채무를 면하는 것을 의미한다. 용선계약 하에서의 프러스트레이션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위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용선계약이 체결된 후, 다음의 성립요건을 갖추면 성립한다. 첫째, 계약당사자가 계약체결 시 프러스트레이션 사유의 발생을 예측할 수 없어야 한다. 둘째, 프러스트레이션이 후발적으로 발생하여야 한다. 셋째, 용선계약에 프러스트레이션에 관한 규정이 없어야 한다. 넷째, 용선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상업적으로 실행불가능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계약당사자의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

용선계약이 프러스트레이션이 되면 용선계약은 법의 작용에 의하여 소멸되므로 양당사자는 더 이상의 계약이행을 하지 않아도 되나, 이행불능이 발생한 시점까지 용선계약은 유효하다.

최근에 과거 수년간 호황을 누리던 해운경기는 급속도록 악화된 세계경제의 영향으로 폭락하여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 약50-70여척의 벌크선대를 운항하던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본사를 두고 있는 ICI(Industrial Carriers Inc.)는 최근 해운시황의 폭락으로 그리스 피레우스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브라질의 철광석 공급자 (CVRD)와 중국 수입자 사이의 가격협상 결렬로 인하여 2008년 4사분기에 철광석 해상물량이 급격히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므로, 중국제철소는 장기항해용선계약 하에서 이행하여야 하는 운송화물의 제공을 미루고 있다. 시황의 급등락은 Siben호/Sibotre호 사건에서 검토하였듯이 프러스트레이션을 형성하지 않고, 화물제공의 소실 및 지연은 Faro호 사건에서 검토하였듯이 프러스트레이션을 형성하지 않는다. 또한 유류가격의 급등은 계약체결이 당사자가 예측할 수 있고, 채무의 본질을 변질시켜 계약체결 시 생각하였던 계약의 이행과 근본적으로 다른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선박소유자가 추가로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이 매우 과다하거나 비합리적이지 않으므로 프러스트레이션을 형성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유류가격의 급등으로 추가된 비용 때문에 선박소유자가 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고, 당사자는 해운시황의 급등락을 원인으로 용선계약을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이와 같이 유류가격의 급등 또는 해운시황의 급등락 등과 같이 용선계약의 체결 시보다 급격히 변화된 상황에서 상대방이 프러스트레이션을 주장하여 책임을 면하고자 할 경우에 프러스트레이션의 성립여부를 판단하여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용선계약 하에서의 프러스트레이션을 검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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