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임제한주체의 선주책임제한권의 상실 사유가 다른 책임제한주체의 선주책임제한권에 영향을 주는지

▲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 자는 선박소유자(선주) 뿐만 아니라 용선자, 선박관리자 및 선박운항자 등이 있음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여기에 더 하여 선장, 도선사 등의 사용인, 그 밖의 사용인이나 대리인도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다1). 이와 같이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 자는 선주뿐만 아니라 여러 주체가 있다. 그런데 어느 책임제한주체의 선주책임제한권의 상실 사유가 다른 책임제한주체의 선주책임제한권에 영향을 주는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박 U가 항구 P에 입항하여야 할 상황인데, 항구 P로 가는 항로의 폭이 좁고 주변의 수심이 낮아서 그 항구는 입항 선박의 전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가정을 하자. 그런데 이 선박은 당시 선주 O로부터 용선자 C에게 용선되어 있었고, 용선자가 해당 항구의 선박대리점 A를 지정한 상황이었다.

선박 U는 항구 P가 설정한 입항선박의 전장 최대치를 초과하는 선박이어서 원래대로 라면 입항이 불가능하였는데, 선박대리점 A가 그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항만당국에 제공하고 선박 U가 입항하게 되었다. 그런데 선박 U가 입항하는 과정에서 당시 입항로 주변에서 준설작업을 하기 위하여 준비 중이던 선박 K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하필이면 선박 K의 선주가 항만당국이었는데, 선박 K의 선주가 입었다고 주장하는 손해는 선박 U의 책임제한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었으므로, 선박 U의 선주 O는 선주책임이 제한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선박 K의 선주는, 선박대리점 A가 앞서 각서를 제공하고 입항하다가 사고를 야기한 것으로서, 이것은 선주책임제한권의 배제사유에 해당되므로, 선주 O 역시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관계는 선박대리점 A가 위 각서를 항만당국에 제공한 것에 대하여 선주 O는 아는 바 전혀 없고, 심지어는 용선자 C도 아는 것이 없다고 가정하자. 선박 K의 선주의 주장이 타당한 것일까? 이 사안에서 물론 사실관계에 관한 몇 가지 문제가 발생될 수 있을 것이나, 여기에서는 "어느 책임제한주체의 선주책임제한권의 상실 사유가 다른 책임제한주체의 선주책임제한권에 영향을 주는지"의 측면에서만 보려 한다.

일단 적용될 법은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우리나라 해상법이 사실상 수용한 국제조약)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선주책임제한배제기준에 관한 규정은 "그 채권이 선박소유자 자신의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관한 것인 때”인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선박소유자 자신의"라는 부분이다. 1976년 조약에서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확대하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하여 "어느 책임제한주체의 무모한 과실" 즉, "어느 책임제한주체 자신의 무모한 과실"로 인하여 다른 책임제한주체의 선주책임제한권도 같이 배제가 되게 하려는 것이 그 입법 취지는 아니었다고 본다. 달리 말하면 선주책임제한권에 관하여 각 책임제한주체는 서로 개별적이고 독립적이라는 것이다.2)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각서가 선박대리점 A에 의하여 제공되었다 하더라도, 선주 O는 여전히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선주 O의 주장은 타당하다.

주---
1) 상법 제774조 제1항 제3호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선박소유자 또는 제1호에 규정된 자에 대하여 제769조 각 호에 따른 채권이 성립하게 한 선장• 해원•도선사, 그 밖의 선박소유자 또는 제1호에 규정된 자(용선자, 선박관리인 및 선박운항자를 말함)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을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자로 열거하고 있다. 참고로 책임제한조약은 이에 대하여 "If any claims set out in Article 2 are made against any person for whose act, neglect or default the shipowner or salvor is responsible, such person shall be entitled to avail himself of the limitation of liability provided for in this Convention"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최종현, 「해상법상론」, (박영사, 2009. 8), 162-163면, Patrick Griggs외 2인 공저, Limitation of Liability for Maritime Claims, 4th edition, (LLP, 2005), pp. 34-35도 같은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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