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불황은 선박운용사 재도약의 기회”

▲ 박동호 세계로선박금융 사장
지난 2003년 도입돼 벌써 8년째를 맞고 있는 한국 선박펀드는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해운불황으로 지난해 한국 선박펀드는 겨우 2개의 상품을 내놓는데 그쳤다. KOMARF가 지난해 7월 출시한 거북선 5~6호 선박투자회사와 세계로선박금융㈜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바다로 13호 선박투자회사가 바로 그것. 물론 정부의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한 캠코 선박펀드가 18개나 출시됐지만 순수하게 민간에서 출시된 선박펀드는 이 두개가 고작이다. 더구나 거북선 5~6호는 해경함정 건조를 위한 펀드이므로 민간에서 순수하게 상업적으로 내놓은 선박펀드는 바다로 13호가 유일하다.

올해 역시 유일하게 출시된 민간 선박펀드 역시 세계로선박금융이 내놓은 바다로 14호다. 세계로선박금융은 바다로 14호 외에도 상반기내로 바다로 15호와 16호를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어서 해운불황이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박운용회사로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세계로선박금융의 영업비결은 무엇일까? 지난달 17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한 박동호 사장은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답을 내놨다. 박동호 사장은 “해운불황으로 선박금융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보면 선박운용사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다. 이 위기를 잘만 활용하여 대응하면 선박운용사들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해나가면 선박운용사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선박투자운용회사협의회 회장을 맡게 된 박동호 사장으로 부터 한국 선박펀드의 과제와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전문>

-이번에 선박투자운용회사협의회장에 취임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어려운 시점에 협의회장직을 맡아 잘 할 수 있을지 부담스럽고 걱정이 앞섭니다. 회원사들의 지혜를 모으고 협조를 받아 선박투자회사 제도의 발전과 선박운용업계의 사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선박운용회사협의회장님으로서 올해 선박운용회사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올해 우리 선박운용회사들은 우선 신규 펀드를 출시해 실적을 개선시켜야하고 세계금융위기 이후 바뀐 어려운 선박금융 시장 환경하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중장기 경쟁력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사가 입장에 따라 노력하겠지만 선박운용업계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선박투자법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협의회 차원에서 정부에 건의해 나가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우선 올해 말로 일몰되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저율과세(5%)가 연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선박펀드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과 선박펀드를 활용하는 국적선사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선박운용회사들의 실적이 거의 전무했는데 올해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세계금융 위기로 해운시장이 동반 폭락하면서 지난해는 해운과 조선, 선박금융업계 모두가 고전했습니다. 우리 선박운용회사들도 신규 펀드를 출시하기보다는 호황기 거래됐던 기존 펀드에서 발생된 문제 해결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선박금융환경이나 해운환경 역시 어렵겠지만 지난해 보다는 환경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선박운용회사들의 활동 및 영업 실적도 상당 폭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지난해 11월 바다로 13호 펀드(디케이에스앤드의 6700dwt급 벌크선 1척)를 출시 한데 이어 3월초에 바다로 14호 펀드(현대상선의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신조선 1척)을 출시했고 상반기중으로 바다로 15~16호 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다로 15호 펀드는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척 신조, 16호 펀드는 이보다 작은 핸디사이즈 벌크선 2척을 신조하려고 준비중에 있습니다.

타 운용사들도 신규선박 출시를 위해 열심히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올해 여러 건의 선박펀드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타 운용사보다 앞서 펀드를 출시하고 계신 비결이 무엇입니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준비한 것이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세계금융위기로 촉발된 선박금융 시장경색과 해운시황 침체는 기존 해운•조선 시장과 선박금융 시장 환경을 크게 바꿔 났으며 시장의 수요와 고객의 니즈(needs)도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해운•조선 호황기가 마감되고 해운, 조선 불황의 침체기가 오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시장의 변화로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9년 초부터 새로운 시장환경에 대비해 변화하고 있는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고 2009년 말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펀드 출시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모태펀드 출시를 추진하셨었는데…
=지난해 저희는 해운불황으로 선가가 폭락하면서 저선가 merit를 살린 실적형 펀드 출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미래에셋과 공동으로 모태펀드를 기획했습니다. private equity로 2000억원, 선순위 대출로 2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의 모태펀드를 만들어 선박투자를 해보자는 아이디어였는데 투자자 모집단계에서 세계 유수의 선사들이 자금위기가 심각해지는 등 상황이 악화돼 핵심투자자들이 투자결정을 보류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돼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형 모태펀드 설립을 추진했던 덕에 기존 채권형 선박펀드와 실적형 펀드의 중간단계인 바다로 14호를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로 14호는 기존 선박펀드와는 달리 BBCHP+Profit sharing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우량 선사들의 BBCHP로 원금을 보장해놓고 만기시 선가 상승 프리미엄도 투자자들이 일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본 펀드 모집의 공동 기획/파트너사인 미래에셋과 협의 하여 하반기부터는 최초 투자안과 비슷한 규모의 모태펀드 설립을 다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최근 선박금융 상황은 어떠하고 앞으로 선박금융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십니까?
=일부 해외 선박금융전문은행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신규 선박 금융을 재개하였으나 몇몇 국내 우량대형선사에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은행들도 제한적, 선별적으로 신규 선박 금융을 재개하고 있으나 금리면에서 외국은행과 비교하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선박펀드 후순위 투자자들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혼합형 펀드가 상반기동안에는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들어서면 해운․조선 시황의 개선 양상, 해운 업체들의 영업실적 및 Credit Risk의 변화추이, 투자자들의 니즈 변화에 따라 금융 환경의 개선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실적형 기반의 펀드 상품의 수요가 증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호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선박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선박투자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단, 선박투자에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위험에 대해서는 좀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워, 추진함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KOMARF가 전문 선박금융기관으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박운용회사의 또 다른 변신에 대한 의견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시장 경색으로 위기적 상황에 빠진 선박운용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서 KOMARF가 선박전문금융기관(은행)으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은 과감하고 스케일 큰 변신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성사시키기까지 풀어야 할 여러 가지 과제와 절차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선박운용업계의 선도업체로서 잘 풀어나가 성사시키시길 바라며 선박투자운용회사협의회 차원에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 협조할 생각입니다.

한편, 선박운용사들이 업종자체를 바꾸는 것은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박운용사로서의 특성을 살려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선박전문운용사로서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선박과 유사한 해양설비 즉, 드릴쉽이나 FPSO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고 실적형 펀드, 모태펀드 통한 선박 투자 사업 등, 기능고도화와 함께 프린서플 인베스트먼트(PI) 기능 확대로 선박직접투자에 참여하는 방식 등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30여년간 선박투자와 관련된 일을 하셨는데 앞으로 목표나 포부가 있다면?
= 삼성물산 선박부서에 입사한 이후 신조선 수출, 해체선수출, 선박금융 사업 등 선박관련 일을 30여년간 해오다가 2005년에 세계로선박금융에 합류했습니다. 앞으로 꿈, 포부가 있다면 ‘세계로선박금융’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일류 선박, 해양 전문 금융회사’로 성장,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지금의 업계 상황이 어렵고 당사의 경쟁력도 취약하여 다소 거리가 먼 목표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룰 수 있는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은 위기라고는 하지만 저는 선박운용사들이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회를 선점해 중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세계로선박금융의 올해 목표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동안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베풀어 주신 주주사들의 지속적인 협조와 지원을 받아 회사 목표 달성을 위하여 전 임직원과 함께 노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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