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도해운 염정호 사장
이번 호부터 게재되는 '염정호 칼럼'은 '용선계약의 해제약관'으로 일도해운 대표이사이자 법학박사인 염정호 박사가 지난 2010년 4월에 한국해법학회지 제32권 제1호에 게재했던 논문을 바탕으로 한국해운신문 독자분들을 위해 새롭게 고쳐 쓴 것입니다.<편집자주>

최근 용선시황의 급등락으로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 용선자는 용선료나 운임이 하락하였기 때문에 선박의 인도 또는 선적을 거부하고 용선계약을 해제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에 용선자가 해제약관에 의하여 부여된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용선계약서의 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사용하였는가의 여부가 문제가 된다. 한편 선박의 인도가 지연될 것이라는 선박소유자의 통지에도 불구하고 용선자는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될 때까지 선택권을 행사할 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할 의무가 없다. 왜냐하면 용선자는 해제일까지 기다려서 용선시황을 확인한 이후에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행사할 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 체결 시 도착예정시간을 정확하게 통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을 처음에는 넓게 정하였다가 기일이 가까워지면 일정 시기에 좁게 정하는 약관이 용선계약서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의 규정에 따라 통보해야 하는 날짜에 정확하게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시간과 관련되는 약관은 경우에 따라서 담보 또는 조건의 성질을 가지므로, 선박소유자가 이와 관련하여 용선계약을 위반하였다면 용선자는 용선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해운업계 종사자들이 미리 발생가능한 분쟁을 방지하고,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관련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였다는 데 중요한 의의를 둔다.

I. 서언

본 논문은 정기용선계약과 항해용선계약 하에서의 해제약관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정기용선계약 하에서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에 명시된 대로의 선박이 합의된 인도장소에 해제일까지 도착하여 정기용선자가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정기용선자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만약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되지 않았을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용선시황이 상승하였다면 용선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계속 사용할 것이지만, 용선시황이 하락하였다면 선박소유자와 용선료를 재협상하거나 용선계약을 해제하고 보다 저렴한 용선료를 지급하고 다른 선박을 용선할 것이다. 항해용선계약 하에서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에 명시된 대로의 선박이 선적항에 해제일까지 도착하여 선적준비를 완료하도록 하여야 한다.1)

만약 선박이 해제일까지 선적항에 도착하지 않았거나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에 항해용선자는 운임이 상승하였다면 용선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선적을 지연시키거나 다른 화물을 수배하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운임이 하락하였다면 선박소유자와 운임을 재협상하거나 용선계약을 해제하고 저렴한 운임을 지급하고 다른 선박을 용선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유하고 있는 선복량을 기준으로 볼 때 세계에서 5위의 해운국가이나 용선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세계에서 중국, 홍콩에 이어 3위로 용선영업이 활발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가 당사자로 체결되는 용선계약 건수는 매우 많기 때문에 최근 해운용선시황의 급등락으로 인하여 양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상반되어 용선계약에 관련된 많은 법적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용선계약에서 해운실무상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 가운데 하나가 해제약관에 관한 분쟁이다. 현재 용선시장에서 체결되고 있는 용선계약의 운임 또는 용선료는 매우 높은 수준이므로 시황의 등락에 따라 상반되는 이해관계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금액은 매우 크다.

해제약관에 대하여 영미법은 오래 전부터 판례를 통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독자적으로 일괄적인 이론 정립은 별도로 하고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회사가 일방당사자로 되어 있는 용선계약서 대부분의 경우에 재판관할은 영국이나 미국이며, 준거법은 영국법이나 미국법으로 합의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영국법이 준거법으로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본 논문은 영국법상 용선계약의 해제약관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본 연구는 용선계약의 해제약관과 도착예정시간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고 인도 또는 선적준비 지연의 효과에 관하여 검토한다.

II. 용선계약의 해제약관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의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없는 경우에 해제약관이 적용되므로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고 용선계약의 해제약관에 관하여 검토한다.

1.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

(1) 의의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은 “laycan”으로 표현되는데, 항해용선계약(때로는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의 인도일에 관하여)에 규정되어 있는 정박기간의 개시일과 해제일을 말한다. 영어의 “laycan”이란 “laydays와2) cancelling date”의 약어로써 단순히 해제일만이 아니라 정박개시일이라는 뜻까지 포함하고 있는 말이다. 예컨대 항해용선계약 하에서 “laycan 25 March/ 2 April”라고 표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서 3월 25일이란 비록 선박의 하역준비완료통지가 그 날 이전에 이루어졌을지라도 그 날 이전에는 정박기간의 계산이 개시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바로 정박기간의 개시일에 해당하는 것이고, 4월 2일은 선박의 도착이 지연되거나,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선적작업의 준비가 지연되는 경우에 용선자가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날을 의미한다.3)

따라서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은 정기용선의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선박을 정기용선자에게 인도하기 위하여 약속한 합의된 기간을 의미하며 항해용선의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화물을 선적하고자 준비하기 위하여 선박을 선적항에 입항시켜야 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은 보통 1주일, 10일 또는 15일 정도 간격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선박소유자는 해제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가능한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을 장기로 요구하고, 용선자는 선적항에서 화물보관비용 등을 감안하여 단기로 주장한다.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의 간격은 용선계약의 체결 시와 선박의 도착예정시간 사이의 기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까지 여유가 있을 때는 간격을 넓게 정하였다가 기일이 가까워지면 일정시점에 좁게 정하는 소위, “spread/narrow 기법”을 용선계약서에 삽입한다.4)

(2) 판례 검토

영국법상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을 연구하기 위하여 판결문이나 관련 참고서에 언급되는 대표적인 영국판례를 시대적 순서에 입각하여 검토한다.

(가) Mavro Vetranic호 사건5)

매도인 Cargill사와 매수인 이라크 정부는 150,000(10% 신축허용부)톤의 곡물 매매계약을 1973년 7월 18일에 체결하였다. 곡물은 약35,000/40,000톤씩 1973년 11월-12월, 1974년 2월, 3월 그리고 4월에 선적예정이었다. 매도인에게 선박을 제공하기 위하여 매수인 계열회사인 항해용선자 Greenwich사는 선박소유자 FCNC사와 항해용선계약을 1973년 8월 3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 제29조에 의하면 선박소유자는 선적항 도착 20일 전에 선박을 지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선박소유자는 1974년 2월 28일에 선적항 도착예정 시간이 3월 21일인 Koustantia호를 지명하여 21,700톤의 곡물을 선적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잔여 곡물을 선적하고자 4번 선박을 지명하였으나 선박지명약관인6) 용선계약서 제29조에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용선자는 선박의 지명을 모두 거절하였다. 항해용선자는 매도인과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1974년 3월 5일에 스스로 용선시장에서 대체선 Mavro Vetranic호를 톤당 60불의 운임으로 항해용선하였다. 선박은 13,650톤의 곡물을 선적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상 잔여량인 9,800톤에 대하여 Mavro Vetranic호의 운임을 기준으로 항해용선자에게 미화 286,650불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Staughton판사는 “시간에 관련되는 약관은 정확히 준수되어 져야 하므로 용선계약서 제29조는 조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별도로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 제29조를 위반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항해용선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중재인의 판정을 확인·지지하였다.

 (나) Niizuru호 사건7)

선박소유자 Karander Maritime사와 정기용선자 현대상선(주)는 40일 가감 정기용선자 신축허용부 조건으로 18개월 동안 Niizuru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91년 11월 16일에 체결하였다. 뉴욕프로듀스서식으로 체결된 정기용선계약의 인도기일은 1992년 2월 20일-4월 28일이었고, 용선계약서 제14조에 의하면 선박소유자는 인도기일을 15일 간격으로 줄여 인도기일의 개시일을 기준으로 25일 전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제29조에 의하면 선박소유자는 30/20/15/10일 전에 예정된 선박의 도착예정시간과 인도항구를 통지하고 5일 전에는 도착예정시간과 확정된 인도항구를 통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정기용선계약과는 일치되지 않게 1992년 1월 20일에 도착예정시간을 3월 25일-30일로, 2월 7일에 4월 15일로, 2월 12일에 4월 14일로, 3월 4일에 4월 17일로 그리고 3월 12일에 4월 18일로 통지하였다.

1992년 3월 16일에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선박이 Mizushima항에서 작업이 지연되어 도착예정시간이 4월 23일이므로 인도기일을 4월 22일-5월 6일로 하던가, 인도기일을 3월 26일-4월 9일로 하여 Mizushima항에서 작업 완료 후 바로 선박을 인도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10일 전 인도통지를 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로부터 용선계약서에 따른 인도통지를 받지 못하였다.”라고 주장하면서 선박소유자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을 3월 26일에 인도하였고 정기용선자는 인도를 거부하다가 4월 17일에 선박을 인도받았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는 3월 26일 선박의 인도 시부터 용선료를 지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 제14조에 의하여 인도기일의 개시일을 기준으로 25일 전에 인도기일을 15일 간격으로 줄여 통지하지 않았고, 용선계약서 제29조에 의하여 인도통지를 적법하게 하지 못했다. 또한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를 위반하여 3월 26일에 선박을 인도하였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30일 전에 인도통지의 의무가 있으므로 정기용선자는 도착예정시간을 통지받은 3월 16일로부터 30일이 경과된 4월 17일 이후부터 용선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인도기일약관은 조건이 아니라 중간조건에 해당하므로, 용선료는 3월 26일 인도시점부터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1992년 3월 16일자의 선박소유자 통지는 25일 전 통지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로부터 3월 26일에서 4월 11일까지의 용선료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을 구상받을 수 있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Mance판사는 “인도기일약관은 선박이 인도되기 위한 조건에 해당한다. 또한 1992년 3월 16일자의 선박소유자 통지는 25일 전 통지로 간주될 수 없다. 따라서 선박소유자가 조건을 위반하였으므로, 30일 전 인도통지에 관한 선박소유자의 의무를 고려할 때 3월 16일로부터 30일 이후인 4월 17일까지 정기용선자는 용선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Universal Bulk Carriers v. Andre et Cie 사건8)

선박소유자 Universal Bulk Carriers사와 항해용선자 Andre et Cie사는 U.S.Gulf에서 곡물을 선적하여 Malaysia에서 양하하는 항해용선계약을 1996년 10월 3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에 의하면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에게 선박을 선적항 도착 13일 전까지 지명하고, 10일 전에 도착예정시간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선적준비기일은 12월 1일-15일이었고, 용선계약서 제42조에 의하면 항해용선자는 선적준비기일의 개시일을 기준으로 32일 전까지 선적준비기일을 10일 간격으로 줄여 선박소유자에게 통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항해용선자는 이 조항을 위반하여 의무의 마지막 날인 11월 4일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는 선적준비기일을 10일 간격으로 줄여 선적준비기일의 개시일을 기준으로 32일 전까지 통지하지 않았다. 이는 항해용선계약의 조건을 위반한 것에 해당하므로 선박소유자는 더 이상 선박을 지명할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항해용선자는 “선적준비기일을 줄이는 약관은 조건이 아니고 항해용선자의 선택사항이다. 항해용선자가 선택기일까지 선적준비기일을 10일 간격으로 줄이지 않았다면 선박소유자가 선박을 지명할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단지 선적준비기일이 10일 간격으로 줄여지지 않고 12월 1일-15일이 된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부당하게 일방적으로 항해용선계약을 종료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적준비기일을 줄이는 약관은 항해용선자의 선택사항이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에게 시황이 상승하여 발생한 손실 미화 304,425불을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Lougmore판사는 “선적준비기일을 줄이는 약관은 조건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항소법원(Potter판사, Clarke판사와 Bennett판사)은 “항해용선자가 용선계약서 제42조에 의하여 선적준비기일을 10일 간격으로 줄일 의무를 위반하였더라도 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지명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 만약 항해용선자가 선적준비기일의 간격을 줄이지 않았다면, 선적준비기일의 간격을 줄이는 약관은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단지 선적준비기일이 12월 1일-15일로 결정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주---
1) 항해용선에서 선박이 선적항에서 전 항차의 양하작업을 마치고 바로 선적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마지막 양하항에서 공선으로 예비항해를 하여 선적항에서 선적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Laydays란 화물의 선적 및 양륙을 위하여 허용된 일수를 말하는 정박기간(laytime)의 의미와 본선이 선적준비를 해야 될 기간의 의미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후자를 말한다. 이광희․이원정, ⌜용선계약실무⌟, (서울 : 박영사, 2009), 76쪽.
3) 한국해사문제연구소, 해운․물류 큰사전 편찬위원회, ⌜해운․물류 큰사전⌟, (서울 : 한국해사문제연구소, 2002), 1012쪽.
4) 이광희․이원정, 앞의 책, 76쪽.
5) Greenwich Marine Inc. v. Federal Commerce & Navigation Co Ltd. - The Mavro Vetranic [1985] 1 Lloyd's Rep. 580 (Q.B.).
6) 특정항해를 이행할 선박을 지정하는 데에 관한 약관을 말한다.
7) Hyundai Merchant Marine Co. Ltd. v. Karander Maritime Inc. - The Niizuru [1996] 2 Lloyd's Rep. 66; [1996] C.L.C. 749 (Q.B.).  Hyundai Merchant Marine Co. Ltd. v. Karander Maritime Inc. - The Niizuru [1996] 2 Lloyd's Rep. 66; [1996] C.L.C. 749 (Q.B.).
8) Universal Bulk Carriers v. Andre et Cie S.A. [2001] EWCA Civ.588; [2001] 2 Lloyd's Rep. 65; [2001] 2 All E.R. (Comm.) 510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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