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라) 검토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에 관한 영국판례를 검토한 결과,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약관과 선박지명약관은 조건에 해당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또한 선적준비기일을 줄이는 약관은 조건이 아니므로 항해용선자가 선택기일까지 간격을 줄이지 않았더라도, 선박소유자는 원래 선적준비기간에 선박이 선적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가 되도록 선박을 지명할 의무를 진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상관례상 선적준비기일의 간격을 줄이는 선택권은 항해용선자가 아니라 선박소유자가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용선계약의 해제약관
선박이 용선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늦은 경우에는 용선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인도 또는 선적을 거부할 수 있다. 용선계약의 해제를 위해서는 용선자는 선박이 늦게 도착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만약 용선계약서에 해제약관이 있다면 용선자는 선박의 지연으로 인하여 용선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입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영국법상 용선계약의 해제약관을 검토하기 위하여 그 의의와 성질을 살펴보고 용선계약서상 내용을 검토한다.

(1) 의의

대부분의 용선계약은 특정한 인도 또는 선적준비일 보다는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선박소유자가 선박을 인도 또는 선적준비를 하도록 약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선박의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없으면 용선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해제일을 명시하여, 통상 해제일까지 선박의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없으면 용선자는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해제약관을 약정하고 있다.1)

해제약관의 취지는 용선계약상 법적근거를 마련하여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선박이 인도항 또는 선적항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항해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데 있다. 또한 선박소유자의 과실 없이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에 용선자가 선의의 선박소유자에게 손해배상청구의 소송을 하지 못하게 하여 해상 거래의 신속과 안정성을 추구하는데 있다.2)

해제약관은 프러스트레이션(frustration)과3) 관련하여 용선계약이 종료되는 것과는 별개의 권리이므로, 해제약관과는 상관없이 프러스트레이션의 사유가 발생하면 용선계약이 종료된다. Quito호 사건에서4) 선박소유자 Bank Line사와 정기용선자 Arthar Capel사는 12개월 동안 Quito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15년 2월 16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은 1915년 4월 30일과 5월 11일 사이에 인도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정부의 징발로 9월에 인도되었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인도기일을 위반하면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으나,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고 선박을 인도받았다. 정기용선자는 인도의 지연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선박소유자는 정부의 징발로 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Rowlatt 판사는 “정부의 징발로 정기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에서 다수의 판사(Pickford판사와 Warrington판사는 찬성, Scrutton판사는 반대)는 원고 정기용선자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귀족원(Finlay경, Haldame경, Shaw경, Summer경과 Wrenbury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계약조건에 의해 배제되지 않았다. 실제로 계약내용은 1915년 4월에서 1916년 4월까지의 정기용선이었는데 정부가 선박을 징발하여 억류하였기 때문에 당사자를 1915년 9월에서 1916년 9월까지 구속하는 것은 약속한 의무와는 상당히 다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라고 1심 법원 Rowlatt판사의 판결을 지지․확인하였다. 본 사건에서 정기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나 프러스트레이션의 사유가 발생하면 용선계약의 효력이 상실된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또한 용선계약서상 면책약관과 해제약관도 별개의 개념으로, 선박소유자가 면책약관에 의하여 선박이 지연된데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더라도 용선자는 해제약관에 의하여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으면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5)

Smith v. Dart & Son 사건에서6) 선박소유자와 항해용선자는 Castellon과 Malaga지역의 3개 항구에서 오렌지 7000상자를 선적하여 런던항에서 양하하는 항해용선계약을 1881년 11월 14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에 의하면 선적준비기일은 12월 7일-15일이었고, 해제일까지 선박이 선적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가 되지 않으면 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또한 선박이 도착선으로 인정되려면 검역소독을 마쳐야 한다. 선박은 검역소독을 마치지 않은 상태로 선적항에 도착하였고, 해제일 12월 15일에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항해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선박소유자는 “해제일에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선박이 악천후 때문에 첫 번째 선적항 Burriana항에 입항하지 못하고 외항에 정박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박이 해제일에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선적항이 안전항이7) 아니었기 때문이므로 선박소유자는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항해용선자가 화물을 선적하지 않은데 대하여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Coleridge판사, Mathew판사와 Smith판사)은 “선박이 도착했을 때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선적이 가능했기 때문에 Burriana항은 안전항이었다. 설사 선박소유자가 면책약관에 의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라도, 항해용선자는 면책약관에 상관없이 해제약관에 의하여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선박이 해제일까지 검역소독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항해용선자가 해제약관에 의하여 해제권을 행사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2) 성질

해제약관은 실효약관(forfeiture clause)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가볍게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해제약관은 선박소유자가 과실에 관계없이 선박을 해제일까지 제공하지 아니하면, 그 사실만으로 해제요건은 성립한다. 해제약관에 별도의 특약 문언이 없는 한, 해제의 요건이 성립함과 동시에 용선자는 자동적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Smith v. Dart & Son 사건에서 영국법원은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도착하도록 계약한 것이 아니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도착하지 못하면 용선자는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약속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8)

또한 Democritos호 사건에서9) 항소법원(Denning판사, Lawton판사와 Bridge판사)은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인도기일에 인도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주의의무를 다하면 되는 것이지, 선박이 인도기일에 인도되도록 해야 하는 절대적인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만일에 용선계약서에 해제약관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용선자는 운송서비스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해제약관이 용선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면, 용선자는 용선계약서에 따라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므로 해제약관은 특별약관의 성질을 가진 약관이다.10)

(3) 용선계약서상 내용

용선계약서상 해제약관을 정기용선계약서와 항해용선계약서로 나누어서 살펴본다.

(가) 정기용선계약서

뉴욕프로듀스서식(1946) 제14조는 “만일 정기용선자가 요구한다면 용선개시시간은 (○○년 ○○월 ○○일) 이전에는 개시하지 아니한다. 만일 선박이 (○○년 ○○월 ○○일)의 오후 4시까지 용선개시의 준비완료가 서면으로 통지되지 아니하면, 정기용선자 또는 그 대리인은 선박의 준비가 완성되는 날 이전에 언제라도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16조는 “정기용선자의 요구가 있으면 용선기간은 ○○ 보다 전에는 개시하지 아니 한다. 선박이 ○○년 ○○월 ○○일 ○○시 전에 제공준비가 안된 경우, 정기용선자는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해제의 연기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상당한 주의를 다 하였으나 해제일까지 선박의 인도준비가 되지 아니할 것으로 판단하고 선박의 새로운 준비예정일을 합리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경우, 선박소유자는 빨리 선박의 인도항 또는 인도지로 향하여 발항 예정일 7일 전에 정기용선자에게 이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것인가의 여부의 선언을 요구할 수 있다.

정기용선자가 해제하지 않거나 또는 2일 이내 또는 해제일 가운데 빠른 시기에 회답이 없는 경우, 선박소유자가 통지한 새로운 인도준비 예정일의 7일 후가 최초의 해제일을 대신한다. 선박이 다시 연기되었을 때에는 선박소유자는 이 조항에 따라서 정기용선자의 해제권행사의 선언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볼타임서식(2001) 제1조는 “선박소유자가 선박을 인도하여 정기용선자가 용선하는 기간은 용선을 시작한 때로부터 14번 난에 기재된 달력의 기간으로 한다. 용선시작은 (정기용선자가 인수하지 않는 한 일요일과 법정휴일은 제외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만일 토요일인 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15번 난에 기재된 항만에서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서 선박이 항상 안전하게 떠서 정박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선석에서 통상적인 화물운송을 위하여 모든 점에서 적합한 선박이 인도되어 정기용선자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정박시킨 때 부터이다. 선박은 16번 난에 기재된 시간에 인도되어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볼타임서식(2001) 제21조는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22번 난에 명기된 날짜까지 인도받지 못하면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만일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정기용선자는 그 통지를 받은 후 선박소유자의 요구가 있으면, 48시간 내에 해제할 것인가 또는 인도받을 것인가의 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항해용선계약서

GENCON(1994) 제9조는 “(a)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거나 접안하지 않거나를 불문하고) 21번 난에 기재된 해제일까지 선적준비가 되지 아니한 경우에 항해용선자는 이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b) 상당한 주의를 다함에도 불구하고 해제일까지 선박의 선적준비가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선박소유자는 선적준비완료 예정일을 항해용선자에게 지체없이 통지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선적준비완료 가능일자를 명시하고, 항해용선자가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행사할 것인지, 또는 새로운 해제일을 합의할 것인지의 여부를 문의하여야 한다. 선박소유자의 통지수령 후 연속 48시간 내에 항해용선자는 이러한 선택권에 관하여 통보하여야 한다.

항해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 이 항해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가 항해용선자에게 통지한 새로운 선적준비 완료일자로부터 7일째를 새 해제일로 변경된 것으로 본다. 이 조항 (b)항의 규정은 1회에 한하여 적용되며, 선박이 더 이상 지체되는 경우, 항해용선자는 이 조항 (a)항의 규정에 따라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GENCON(1994) 제9조는 용선계약에서 해제일을 정하고 있고 그때까지 본선이 선적준비를 완료할 수 없는 경우, 본선이 용선자의 해제여부도 모르면서 선적항을 향해 장시간에 걸친 공선항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질의규정을 두고 있다.11)

즉 항해용선계약 하에서 해상거래의 법적 안정성을 도모한 규정이다. 또한 이 조항 (b)항에서 새로운 선적준비완료일자로부터 7일째를 새 해제일로 하여 기간을 단축한 것은 항해용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AMWELSH(1993) 제5조는 “선적을 위한 정박기간은 ○○월 ○○일 08:00시 이전에는 개시되지 않는다. 선박의 준비완료 통지가 ○○월 ○○일 17:00시 이전에 제6조에 따라서 행하여 지지 않았다면, 항해용선자는 상기 통지가 있은 후 1시간 내에 이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는다. 그 해제일은 항해용선자가 제3조에 규정된 선적항의 지정 통지를 하지 못한 때에는 그 날만큼 연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선박소유자의 지연손해에 따른 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선박소유자가 그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나 선박이 해제일까지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에 그리고 선박소유자가 합리적이며 확실하게 선박의 선적준비일을 지정할 수 있는 경우,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선적항 또는 선적지를 향하여 출항하기로 예정된 날의 가장 가까운 7일 내에 항해용선자에게 이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것인지 여부를 통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항해용선자가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하지 않기로 선택하거나 또는 7일 내에 또는 해제일까지 어느 쪽이 먼저 발생하든지 간에 항해용선계약의 해제여부를 회신하지 못한 경우에는 선박소유자가 통지하였던 선적준비완료예정일 7일 후의 날이 새로운 해제일이 된다. 선박이 다시 지체된 경우에는 선박소유자는 이 조항에 따라서 항해용선자의 추가적인 회답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
1) 이창희, “정기용선계약법의 개정방안에 관한 연구”, 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3. 38쪽.
2) 박용섭, '정기용선 계약법', (부산 : 효성출판사, 1999), 358쪽.
3) 프러스트레이션이란 계약체결 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사정을 양당사자가 모두 인지하고 있었으나, 양당사자의 귀책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사정이 변경되어 계약 내용에 따른 이행은 가능하나 그에 따른 급부를 이행하더라도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채무의 이행을 면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최현숙, “사정변경의 원칙에 관한 연구”, 부경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6, 47-48쪽.
4) Bank Line Ltd. v Capel(A) & Co. (1919) A.C. 435.
5) Cooke Julian, Kimball John D., Young Timothy, Martowski David, Taylor Andrew & Lambert LeRoy, Voyage Charters, 3rd ed.,(London : Informa, 2007), p.536.
6) Smith v. Dart & Son [1984] 14 Q.B.D. 105; 1 T.L.R. 99; 5 Asp. M.L.C. 360; 52 L.T. 218; 54 L.J.Q.B. 121 (C.A.).
7) 항이 안전하다는 것은 항이 기상적, 물리적 및 정치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시적 위험이 항을 비안전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입항에서부터 출항까지의 사이에 그 항이 비안전항으로 인정되는 상태로 되었을 때는, 설사 그 항을 지정할 때에 그 위험발생을 예측할 수 없었다 하더라고, 용선자는 그러한 비안전항을 지정했던 책임을 진다. 그러나 항해용선계약의 경우는 지정 시에 그 항이 안전하였다면, 그 후에 발생한 위험에 의해 항이 비안전으로 된다 하더라도, 용선자는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는 해석하지 않는다. 오세영․유시융, “용선계약의 안전항 담보조건”'한국해법학회지', 제19권 제1호, 한국해법학회(1997. 4.).
8) Smith v. Dart & Son [1984] 14 Q.B.D. 105; 1 T.L.R. 99; 5 Asp. M.L.C. 360; 52 L.T. 218; 54 L.J.Q.B. 121 (C.A.).
9) Marbienes Cia. Nav. v. Ferrostaal A.G. - The Democritos [1976] 2 Lloyd's Rep. 149 (C.A.); aff'g [1975] 1 Lloyd's Rep. 386 (Q.B.).
10) 박용섭, 앞의 책, 359쪽.
11) 김정회, “1994년 Gencon 항해용선계약서에 관한 고찰”, ⌜한국해운학회지⌟, 제29호, 한국해운학회(1999. 12.),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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