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창사 20주년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또다시 새 사업에 도전하는 물류그룹 회장님

▲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부산-오사카 카페리항로를 개설하여 큰 성공을 거둔 팬스타그룹이 오는 7월 12일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팬스타그룹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7월 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7월 12일에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각각 창사 20주년 기념 리셉션을 갖게 된다. 한국해운신문은 이에 앞서 팬스타그룹의 김현겸(金泫謙)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조그만 포워딩업체 영업사원에서 출발하여 복합운송주선업체, 카페리선사 등을 포함한 국제물류회사 그룹을 직접 이끄는 회장이 되기까지 김현겸회장은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새로운 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그는 1962년 1월 출생하여 그의 나이는 이제 겨우 49세. 하지만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 나감으로써 ‘해운비즈니스’에 관한한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노하우와 경력을 쌓아왔다.

“제가 S해상이라는 포워딩업체를 그만두는 시점에서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그 회사를 빠져나와 결국 5명이 ‘한 1년간만 우리 맘대로 포워딩업체를 경영해 보자’고 다짐하고 의기투합하여 회사를 세웠던 것이 팬스타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게 된 배경입니다.”

젊은 청년 김현겸이 형님의 소개로 들어간 S해상에 사표를 던진 것은 20년전인 지난 1990년 1월의 일이었다. S해상의 경영자가 포워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영업부 김현겸 대리 동료들이 회사를 뛰쳐나왔고 종당에는 자신의 상사까지도 S해상을 나오자 이들이 함께 모여 앞날을 걱정하다가 직접 포워딩업체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자본금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김현겸 대리뿐이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5000만원을 투자했다. 생각지도 않게 젊은 나이에 새로운 포워딩회사의 숨은 경영자가 된 것이다.

“제가 생각해도 영업에는 특별한 소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를 그해 7월에 설립하여 1년안에 월간 취급물량 100teu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불과 5개월만인 연말에 월간 300teu를 처리하게 된 것입니다. 하주들을 찾아가서 집 앞에서 밤을 세우는 등 정말 열심히 했고 또한 운도 따라줘서 초기부터 사업은 번창해 나갔습니다.”

김현겸 회장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정식으로 해상운송주선업체 면허를 받아 자체 B/L을 발급하게 되었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고 했다.

팬스타그룹의 사업 초기에 팬스타의 발전에 반석을 마련해준 것이 롯데월드 건설에 쓰는 놀이기구 수송건 이었다. 대학원 과정을 함께 공부한 동료의 도움으로 이 사업을 따낸 팬스타는 그야말로 엄청난 돈을 벌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트럭운송 사업 등 시설장비 사업에도 진출하여 연전연승 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 1993년 거래업체를 믿고 수입대금을 융통해 주었다가 사기를 당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지만, 한일항로에서 FCL 컨테이너화물과 벌크화물을 동시에 잘 운송하는 복합운송업체로 이미지를 굳혀갔다.

팬스타그룹이 제2의 도약기를 맞은 것은 잘 알려진 것처럼 2002년 4월 팬스타라인닷컴이라는 계열사를 통해 부산-오사카 카페리항로를 개설한 이후이다. 포워딩업체를 경영하여 자금력을 확보한 팬스타가 드디어 숙원사업이었던 ‘자기 배’를 확보하여 직접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로 나서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자라면서 배를 타는 것이 하나의 꿈이었습니다. 포워딩회사에 들어간 것도 그 회사가 배를 여러 척 소유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포워딩회사를 직접 경영하면서도 언제나 ‘내 배로 내가 직접 서비스해 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때 한일항로 선사에 대한 인수교섭도 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일항로 컨테이너선사들은 배타적이어서 포워딩업체가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따라서 남들이 하지 않는 카페리사업으로 한일항로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김현겸 당시 사장이 카페리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우자 주변에서는 모두들 만류했다. 심지어 일본의 파트너들도 ‘성공한 예가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영업면에서 만큼은 자신을 갖고 있던 김현겸 사장은 모든 어려움을 물리치고 과감하게 한국적 카페리선박을 부산-오사카항로에 투입하게 된다. 그리고 1년 6개월만에 이 서비스는 흑자로 전환되어 남들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다.

이후로도 김현겸 회장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포워딩업체의 성공, 고급 트럭에 의한 내륙운송의 성공, 카페리 항로 개설 서비스의 성공 등등으로 고무된 김현겸 회장과 팬스타그룹은 아예 카페리를 크루즈로 격상시키는 ‘페리크루’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새로운 선상여행 문화의 창조’에 까지도 도전하게 된 것이다. 2004년 12월 연안크루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도 이 때문이며 가나자와-부산-하카타, 나가사키 등을 잇는 크루즈 팬둘럼 서비스도 이때 탄생되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카페리선사이지만 우리나라 크루즈산업 발전에 큰 이정표를 만들만한 도전을 한 것이고, 이것이 지금도 하나의 노하우와 자산으로 팬스타에 남아 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러한 신선한 도전은 엄청난 댓가를 치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는 것이 김현겸 회장의 말이다. 2008년 이후 몇 번이고 ‘팬스타 위기설’이 나왔던 것도 이런데 기인한 측면이 있다.

▲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이하는 팬스타는 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창사 20주년 기념 행사를 가졌다.

‘페리크루’라는 특이한 형태의 크루즈서비스를 했던 당시 서비스에 투입된 카페리선은 모두 3척이었다. 그러나 과다한 투입이라고 판단한 팬스타는 이들을 다시 정리하여 기존에 운항하던 ‘팬스타 드림’호 1척으로 단순화 함으로써 수익성 향상을 꾀했다. 그 결과 현재도 화물이 넘쳐나는 부산-오사카항로는 다시 흑자항로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 특히 수송일수가 짧은(한국에서 일본 내륙지까지 3일만에 통관 배송 완성) 카페리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화물이 넘쳐나게 되고 배편이 사실상 부족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따라 팬스타는 7월 중으로 로로선을 투입하여 일본서해안의 쓰루가항과 동해안의 오사카항을 커버하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다.

“제 성격의 단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 무모하게 도전을 하는 스타일이지요. 하지만 저는 사업을 해보겠다고 하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통한 성취감이라고 할까요. 목표를 세우고 하나 하나 이뤄나가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팬스타 20주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역사이지만 그 속에 우리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도전해 나갔던 도전정신이 조금이라도 평가를 받는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부산-쓰루가간 새로운 로로선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인터뷰 말미에 다시 첨가한 김현겸 회장의 눈에서는 아직도 꺼지지 않는 젊은이의 열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 두둑한 배짱과 끈질긴 도전으로 포워딩 영업사원에서 물류그룹 회장 자리에까지 단숨에 뛰어오른 그는 분명 영업사원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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