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선하증권 자체에는 준거법에 관한 조항이 없고, 용선계약서가 선하증권에 편입되어 있으며, 용선계약서에 준거법에 관한 조항이 있는 경우, 그 준거법이 선하증권의 준거법이 되는 것인가를 이번에 검토하여 보자.

이에 관한 전형적인 예로서 아래와 같은 경우를 들을 수 있다. B/L은 “Congenbill”(1994년 edition)로서, B/L 이면약관 (1)항은 “All terms and conditions liberties and exceptions of the Charter Party dated as overleaf, including the Law and Arbitration Clause, are herewith incorporated”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B/L 표면에 “Charter Party”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언제 체결된 Charter Party인지에 대한 기재, 즉 일자의 기재가 있는 경우를 대상으로 검토하여 보자. 참고로 이에 대하여 직접 언급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여기에서 국제사법에 관하여 잠시 언급한다면,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준거법 조항(governing law clause)은 바로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말하는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문제의 준거법 조항이 선하증권 자체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용선계약서에 규정되어 있으며, 선하증권에는 용선계약의 내용은 선하증권에 편입된다는 규정이 있을 경우, 이것이 바로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말하는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해당되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당사자의 준거법 합의는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서로 합의하기만 하면 그 유효성은 인정되고,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을 감안하여 판단하는 것이며, 그에 대하여 특별한 제약이 있거나, 특별한 규칙이 적용될 것은 아니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위와 같이 편입문구에 의하여 선하증권의 내용으로 편입된 용선계약서에 존재하는 준거법 조항이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는 해상물건운송계약의 양 당사자 사이의 준거법에 관한 합의로 인정되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은 “모든 요소가 오로지 한 국가와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그 외의 다른 국가의 법을 선택한 경우 관련된 국가의 강행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라는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본 결론적인 판단은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의한 제한 범위 내에서 유효한 것이다.

준거법에 관한 문제는 아니지만, 대법원은 중재조항과 관련하여 어떤 경우에 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이 편입문구에 의하여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는 해상물건운송계약의 양 당사자 사이를 구속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즉, 대법원은 선하증권의 표면의 '선하증권(Bill Of Lading)'이라는 표제 밑에 "용선계약과 함께 사용됨(To be used with Charter-Parties)"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이면약관 제1조 전단은 "용선계약의 모든 조건과 내용, 권리와 예외는 이 선하증권의 내용으로 편입된다(All terms and conditions, liberties and exceptions of the Charter Party, dated as overleaf, are herewith incorporated)."고 규정하고 있는 사안에서 “일반적으로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되기 위하여는 우선,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된다는 규정이 선하증권상에 기재되어 있어야 하고, 그 기재상에서 용선계약의 일자와 당사자 등으로 해당 용선계약이 특정되어야 하며(다만,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용선계약이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해당 용선계약의 존재와 중재조항의 내용을 알았던 경우는 별론으로 한다.), 만약 그 편입 문구의 기재가 중재조항을 특정하지 아니하고 용선계약상의 일반 조항 모두를 편입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어 그 기재만으로는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편입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는 선하증권의 양수인(소지인)이 그와 같이 편입의 대상이 되는 중재조항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고,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됨으로 인하여 해당 조항이 선하증권의 다른 규정과 모순이 되지 않아야 하며,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은 그 중재약정에 구속되는 당사자의 범위가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의 분쟁 뿐 아니라 제3자 즉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도 적용됨을 전제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이 판결은 중재조항의 편입에 관한 것이지만, 준거법 조항이 편입에 관하여도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중재조항은 소위 “소권의 배제”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취급되고 있으며, 당사자 사이에 중재합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소권의 배제”를 인정하고, 중재합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주는 것에 비하여, 준거법 조항은 용선계약서의 다른 조항과 특별히 달리 취급되어야 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중재조항처럼 엄격하게 처리되지 않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대법원의 위 기준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앞서 본 사안에서 용선계약서의 일자가 특정됨으로써 용선계약이 특정되었으므로, 그 용선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 준거법 조항은 편입문구에 의하여 유효하게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는 해상물건운송계약의 준거법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선하증권에는 지상약관, 즉 Clause Paramount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필자가 오래 전에 설명 드린 적이 있기는 하나(졸저, 사례로 본 실무 해상법 해상보험법, 법문사, 2007, 49면 내지 52면1) ), 다음 회에 다시 한번 이 조항에 관하여 보기로 하자.

주---

1) 위 저서 50면 아래에서 7번째 줄에 있는“의문이 있다”라는 부분은 “의문이 없다”의 오타임을 알려 드립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