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IV. 인도 또는 선적준비 지연의 효과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에 용선자는 단지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인지, 또한 선박의 지연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한다.

1. 해제권
용선계약 하에서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의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용선자는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고, 해제권을 포기하고 선박을 사용할 수도 있다.

(1) 의의
해제권이란 선박이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해제일보다 늦게 도착하였을 경우에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용선자에게 부여된 권리를 의미한다. 해제권은 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용선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선언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므로 형성권이다. 해제약관에 의한 해제권은 선박소유자가 과실 또는 용선계약을 위반하여서 선박을 지연시켰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발생한다.1) 바꾸어 말하면 선박소유자의 과실에 관계없이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해제권이 발생하므로 용선자에게 부여된 해제권은 절대적인 권리이다.

연속항해용선계약의 경우에 해제약관에 의하여 항해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하였다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전체 항차에 대하여 해제하는 것인지 혹은 관련된 당해 항차만에 대하여 해제하는 것인지의 문제는 연속항해용선계약의 해석상 문제이다.2) 영국판례는, 별도의 명시적 규정이 없다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전체 항차에 대하여 해제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Efstathios호 사건에서3) 선박소유자 Ambatielos사와 항해용선자 Grace Bros사는 Efstathios호에 대한 4항차 연속항해용선계약을 1921년 10월 9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에 의하면 선적준비기일은 1919년 12월 1일 오전 9시-1920년 1월 15일 오전 9시이었고, 선박이 해제일보다 늦게 도착하면, 용선자는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접수 시 연속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선박이 5시간 늦은 1920년 1월 15일 오후 2시에 선적항 Baltimore에 도착하였으므로, 항해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항해용선자가 연속항해용선계약의 4항차 모두를 해제하자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는 연속항해용선계약의 1번째 항차만을 해제할 수 있고, 나머지 3항차는 이행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Bailhache판사는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항소법원(Bankes판사, Atkin판사와 Younger판사)과 귀족원(Finlay경, Dunedin경, Atkinson경, Sumner경과 Chancellor경)은 “항해용선자는 연속항해용선계약의 4항차 모두에 대하여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2) 해제권의 발생요건

용선자는 해제권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면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용선계약서상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여야 해제권의 효력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용선자가 인도항 또는 선적항을 적기에 지명하지 않아서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도착하지 못한 경우에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Shipping Corporation of India v. Naviera Letasa S.A. 사건에서4) 선박소유자 SCI사와 정기용선자 Naviera Letasa사는 신조 선박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74년 4월 11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은 페르시아 만의 1항구에서 인도예정이나 정기용선자는 선택적으로 U.S.N.H./ St.Laorence/ Brazil/West Africa/US Gulf 지역의 1항구를 인도장소로 지명할 수 있었으며, 인도기일은 1974년 5월 1일-6월 30일이었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US Gulf로 항해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마음이 바뀌어 이로지점을 경과하였으나 다시 브라질의 Rio de Janeiro로 항해할 것을 지시하였다. 선박이 해제일을 경과하여 인도항에 도착하자,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가 이로지점을 경과하였으나 인도장소를 변경하였다. 이러한 정기용선자 자신의 과실에 의하여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항에 도착하지 못하였으므로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정기용선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해제일에 인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1심 법원 Kerr판사는 “선박이 해제일을 지나 늦게 인도항에 도착하였더라도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선박의 지연은 정기용선자가 정기용선계약을 위반하여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용선자의 의무이행과 상관없이 선박이 해제일에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선자가 인도항 또는 선적항을 적기에 지명하지 않은 경우에 만약 적기에 지명하였더라도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도착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할 경우에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Ailsa Craig호 사건에서5) 선박소유자 Troon Storage사와 정기용선자 Mansel Oil사는 30일 가감 정기용선자 신축허용부 조건으로 24개월 동안 Ailsa Craig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2007년 5월 31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은 서아프리카 가나/나이지리아 지역 가운데 정기용선자가 선택한 장소에서 인도하도록 되어 있었다. 인도기일은 2007년 9월 25일-10월 31일이었고, 양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해제일이 2007년 11월 15일까지 연장되었다. 인도/반선 통지는 선박의 인도 또는 반선 약 30일/25일/15일 전에 그리고 확실하게 10일/7일/5일/3일/2일/1일 전에 하도록 되어 있었다. 해제일인 11월 15일까지 선박은 인도되지 않고 Piraeus의 드라이도크에 있었으므로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약 30일 전 인도통지를 하기 전에 인도항을 지명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인도항을 지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하고 선박의 인도를 거부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인도기일의 해제일까지 인도될 수 없었으므로 인도항의 지명은 무의미하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Christopher Clarke판사는 “용선계약서에 정기용선자가 인도항을 지명해야 하는 기한에 대한 명시가 없다면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인도기일에 이로없이 도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인도항을 지명해야 한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선박은 인도기일의 해제일에 Piraeus의 드라이도크에 있었으므로 정기용선자의 인도항 지명에 상관없이 인도기일의 해제일을 지킬 수 없었다. 따라서 정기용선자의 인도항 지명이 없었더라도 선박소유자는 선박을 인도기일의 해제일까지 인도시키는데 어떠한 장애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하고 선박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North Sea 사건에서 Hobhouse판사는 용선자의 의무이행과 관련하여 “용선자는 인도장소를 지명하기로 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인도장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상 인도항구 내의 임의의 장소에서 선박을 인도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6)

 (가) 선박이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해제일까지 도착하지 않아야 한다.

1) 의의

용선계약서에 해제일을 미리 확정적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그 해제일이 도래하여야만 인도 또는 선적준비의 지연이 발생한다. 따라서 해제일을 확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합리적으로 빨리 인도 또는 선적준비를 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한다.

선박이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도착하면 선박소유자는 일반적으로 정기용선 하에서는 용선준비완료 통지를, 항해용선 하에서는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서면으로 통지하여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었음을 용선자에게 통지한다.

 2) 도착선

선박이 해제일 전에 도착선으로 인정되지 않아야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박기간이 개시되기 위해서는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합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선박이 용선계약서상 지정된 목적지에 도착하여 도착선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둘째, 선박이 하역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역준비가 완료되었음을 항해용선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7) 이러한 정박기간의 개시요건은 선박이 도착선이 되기 위한 요건과 일치한다.

도착선은 용선계약서의 약정내용에 따라 도착선의 개념이 달라진다. 첫째, 선박이 어느 일정한 항구로 항해하기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port charter)에는, 본선이 하역을 위한 안벽에 도착해 있든 아니든 그 항구에 도착하여 정박하는 것만으로 도착선이 된다. 둘째, 용선자가 지시하는 항구의 어느 일정한 선거(dock)나 안벽(berth), 또는 장소(place)로 항행하기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본선이 지정된 선거나 안벽에 도착되어야 비로소 도착선이 된다. 이러한 경우(berth charter)에 항해용선자는 항구의 관습에 따라서 선박이 도착선이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속도로 행동하여야 한다. 즉 항해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선석에 정박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운송물을 제공하여야 한다. 만일 항해용선자가 용선선박을 선석에서 대기하게 함으로 발생하는 지연으로 인한 손해의 위험, 즉 체선료나 체박손해금(damages for detention)은8) 항해용선자가 부담한다.9) 

(나) 인도 또는 선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1) 의의

인도 또는 선적할 준비완료란 용선선박이 용선서비스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하게 갖춘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해석론상 이 능력은 감항능력을 갖춘 상태를 묵시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다.10) 선박소유자가 용선계약에서 합의한 내용과 다르게 운송물을 운송하기에 부적합한 상태로 선박을 인도 또는 선적준비 하는 경우,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11) 영국법원은 해제일까지 선박이 검역소독증명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선박은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용선자는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12)

시기적으로는 인도 또는 하역준비완료 통지 시에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어야 하며, 선장은 용선자가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인도 또는 선적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준비사항 때문에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지연되지 않을 것을 보증하여야 한다.13) 그러나 인도 또는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낼 때에 선박이 반드시 이와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용선자나 하주가 분담하여야 하는 작업을 개시할 때에 완료상태를 구비함과 동시에, 통지 시에도 선박소유자가 분담하여야 할 의무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장해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면 완료상태에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14)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일부 추가적인 준비가 남아 있고, 일상적인 업무가 이행되어야 하며, 법률적인 절차가 남은 상태에서도 그러한 이유로 선적절차가 지연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는 때에 선박은 하역준비가 완료되고 하역준비완료 통지가 유효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사무적이고 상업적인 관점에서 선박이 하역준비가 되어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선박이 보일러에 사용할 물을 공급하여야 하는 경우처럼 하역작업을 중단시키는 경우에는 하역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선박의 결함상태가 심각하다면 인도 또는 선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선박의 결함이 인도 또는 선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면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용선자는 선박의 하역준비를 위한 추가적인 요건을 규정할 수 있다.15)

일반적으로 항해용선계약 하에서 정박기간의 개시요건이 성립되지 않아야 해제권의 발생요건이 성립된다. 그러나 하역준비완료 통지의 경우에는 차이점이 있다. 하역준비완료 통지가 없다면 정박기간은 개시되지 않으나, 하역준비완료 통지가 없더라도 실제로 선박이 선적준비가 되었다면 항해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16) 그러나 만약 용선계약서에 “해제일까지 하역준비완료 통지가 없다면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실제로 선박이 선적준비가 되었더라도 하역준비완료 통지가 없다면 항해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박기간의 개시요건과 관련한 입증책임은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나 해제권의 발생요건과 관련한 입증책임은 항해용선자가 부담한다. 그리고 용선계약서에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정박시간의 개시요건인 하역준비완료 통지는 근무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하는 반면에 해제권은 해제일의 자정에 효력이 발생한다.17)

 주---
1) Hill Christopher., Maritime Law, 6th ed.,(London : Informa, 2003), p.215.
2) Cooke Julian, Kimball John D., Young Timothy, Martowski David, Taylor Andrew & Lambert LeRoy, op. cit., p.537.
3) Ambatielos v. Grace Bros. - The Efstathios [1922] 13 Ll.L.Rep. 227 (H.L.).
4) Shipping Corporation of India v. Naviera Letasa S.A. [1976] 1 Lloyd's Rep. 132.
5) Mansel Oil Ltd. v. Troon Storage Tankers S.A. - The Ailsa Craig [2008] 1 Lloyd's Rep. Plus 58.
6) Georgian Maritime Corporation v. Sealand Industries (Bermuda) Ltd. - The North Sea [1999] 1 Lloyd's Rep. 21 (C.A.); aff'g [1997] 2 Lloyd's Rep. 324 (Q.B.).
7) 박길상․양정호, “항해용선계약에서 정박기간의 개시요건”, ⌜한국해법학회지⌟, 제28권 제1호, 한국해법학회(2006. 4.), 280쪽.
8) 용선계약서에 의해 약정된 정박기간이 만료되고, 다시 체선일(days on demurrage)이 인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또는 협정된 체선일수를 경과한 경우에 체박으로 인한 손해액을 보상하는 금액이 체박손해금이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해운․물류 큰사전 편찬위원회, 앞의 책, 1116쪽.
9) 김종석, “항해용선계약상의 계약당사자의 의무에 관한 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9, 136쪽.
10) 운송물을 운송하기에 적합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기 위해서 선박은 선창을 비우고 화물의 선적을 위해 용선자에게 할당된 선박의 모든 부분이 선적에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 필요한 서류(선박국적증서, 국적만재흘수선증서, 안전무선전신증서, 공용항해일지, 법정비품목록, 해원고용계약서, 용선계약서, 선하증권, 적하목록 등)를 비치하고 있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선박이 선적을 행할 수 있는 장소에 정박하고, 선박과 육상의 연락이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선적준비완료를 위하여 이러한 물리적인 면 이외에도 법률적인 면에서도 모든 준비가 되었어야 한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편, 배병태감수, ⌜용선계약과 해상물건운송계약⌟, (서울 : 한국해사문제연구소, 1993), 88쪽.
11) 박용섭, 앞의 책, 360쪽.
12) The Austin Friars (1894) 71 L.T. 27.
13) 박길상․양정호, 앞의 논문, 283-284쪽.
14) 한국해사문제연구소편, 배병태감수, 앞의 책, 88쪽.
15) 박길상․양정호, 앞의 논문, 284쪽.
16) Aktiebolaget Nordiska Lloyd v. J. Brownlie & Co. - The Gevalia [1925] 30 Comm. Cas. 307.
17) Cooke Julian, Kimball John D., Young Timothy, Martowski David, Taylor Andrew & Lambert LeRoy, op. cit, p.54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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