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2) 판례 검토
영국법상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할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를 연구하기 위하여 판결문이나 관련 참고서에 언급되는 대표적인 영국판례를 시대적 순서에 입각하여 검토한다.

가) San George호 사건1)
선박소유자 Noemijulia사와 항해용선자 Minister of Food는 아르헨티나에서 곡물을 선적하는 San George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1948년 10월 15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 제12조 해제약관에 의하면 선박이 1948년 12월 27일 오후 6시까지 선적준비가 되지 않으면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선박은 1948년 12월 27일 오전 2시 30분에 첫번째 선적항인 San Lorenzo항에 도착하여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하였다.

항해용선자는 선박의 기어가 화물을 선적하기에 결함이 있는 등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에 큰 돛대(mainmast)가 없고 하단 선창에 석탄이 남아있는 등 선박이 선적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아닌 것을 이유로 항해용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1심 법원 Devlin판사와 항소법원(Tucker판사, Cohen판사와 Asquith판사)은 “본 사건에서 선박에 기어가 없더라도 선적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선적하는 방법은 항해용선자가 아니라 선박소유자의 선택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선박이 선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증책임은 항해용선자에게 있다. 그러나 항해용선자는 선박이 결함 때문에 해제일에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따라서 항해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나) Delian Spirit호 사건2)
선박소유자 SDC사와 항해용선자 Sojuzneft-export사는 소련 흑해에서 유류화물을 선적하는 Delian Spirit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1963년 12월 20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은 1964년 2월 19일 01시에 Tuapse항 입구에 도착하였으나 체선 때문에 부두로부터 가장 가까운 1.25마일 떨어진 묘박지에 정박하였다. 선장은 2월 19일 오전 8시에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하였고 항해용선자의 대리점이 수락하였다. 그러나 선박은 2월 24일 13시 20분에 접안하여 16시에 검역소독을 마치고 21시 50분에 선적을 개시하여 2월 25일 19시 10분에 완료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선적항 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항해용선자는 용선계약서 제6조에 의하여 부두를 지정하여 선박이 정박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하였으므로 선박이 묘박지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간을 정박기간으로 인정하여 체선료를 계산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항해용선자는 “선박이 선적부두로부터 가까운 묘박지에 있었으나 검역소독증명서가 없었으므로 선박은 선적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었다. 따라서 선박이 묘박지에 대기하고 있던 기간은 체선료의 계산 시 정박기간에서 제외되어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1심 법원 Donaldson판사는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면 검역소독증명서를 받는데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선박이 항구에 도착 시 검역소독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선박의 선적준비가 되지 않아서 정박기간이 개시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항해용선자가 용선계약서 제6조를 위반하여 선박을 항구도착 즉시 부두에 접안시키지 못했으므로 항해용선자는 선박이 묘박지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Denning판사, Fenton Atkinson판사와 Gordon Willmer판사)은 “선박은 검역소독증명서가 제시될 때까지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선박이 1964년 2월 24일 정박할 때까지 검역소독증명서가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2월 19일에 선박소유자가 통지한 하역준비완료 통지는 효력이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Arianna호 사건3)
선박소유자 Pyrena사와 정기용선자 Athenian Tankers사는 2개월 가감 정기용선자 신축허용부 조건으로 10년 동안 Arianna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80년 10월 3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소유자는 1982년 6월에 선박을 인도하려 하였으나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탱크 청소설비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여 선박의 인도를 거부하였다. 중재인은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인도를 거부할 수 없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Webster판사는 “선박의 결함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정기용선자는 이런 결함을 주장하여 선박의 인도를 거부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라) North Sea호 사건4)
선박소유자 Georgian Maritime사와 정기용선자 Sealand사는 15-25일 동안 1항차를 사용하는 North Sea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95년 8월 2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은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홍콩항의 정기용선자 부두나 도선지점에서 인도하도록 되어 있었다. 인도기일은 8월 5일 00:01시-8월 10일 12:00시이었고, 선박이 인도기일의 해제일 8월 10일 12:00시까지 인도되지 않으면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용선계약서상 인도시 연료량은 MFO 700톤과 MDO 111톤이었고, 반선시 연료량은 인도시와 동일량이었다. 선장은 1995년 8월 9일에 도착예정시간은 8월 10일 10:00시라고 24시간 전 인도통지를 하였다. 그러나 선박소유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인도될 장소를 지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은 8월 10일 12:00에 외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8월 10일 12:00시에 선박은 용선계약서상의 인도장소에 없었고, 인도시 선박은 용선계약서상의 연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이 인도될 장소를 지시하지 않아서 선박을 인도장소에서 인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연료약관은 해제약관과 관련이 없다. 따라서 정기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한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정기용선자의 지시가 없어서 선박이 인도장소에서 인도되지 않았다면 선박소유자의 주장에는 동의하나, 인도시 연료량이 용선계약서상과 달라서 인도될 상태가 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Mance판사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이 인도될 장소를 지시하지 않아서 선박을 인도장소에서 인도할 수 없었다는 중재인의 판정에 동의한다. 그러나 연료량이 계약상 수치와 다르다고 하여 정기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기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연료량의 차이로 영업상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기용선자는 영업상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입증없이 단지 계약상 수치와 다르다는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따라서 정기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한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Hobhouse판사, Waller판사와 Robert Walker판사)은 “연료약관을 위반하였다고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마) 검토
선박의 결함상태의 심각성 여부에 따라서 선박은 인도 또는 선적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영국법원의 태도는 정당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 해제권의 행사는 해제일 후에 합리적인 시간 내에 통지로서 행사하여야 한다.
1) 해제일 후에

해제권은 해제일 전에는 발생하지 않고 해제일 후에 발생한다. 만약 용선자가 해제일 전에 해제권을 행사하였다면 용선계약을 위반한 것이다.5) 그러나 용선계약이 이행불능이 되거나 또는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으로 예견되는 기한 전 위반(anticipatory breach)이 있다면, 해제일 전이라도 용선계약은 종료될 수 있다. 또한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여 해제일 전에 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용선자의 해제통지를 이의없이 수락하였다면, 양당사자의 새로운 합의에 대하여 용선계약은 해제된다.

해제일 전에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게 예견되거나 해제일 후에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 해제여부의 통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에게 용선계약을 유지할 것인지 또는 해제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통지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없다. 만약 선박소유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용선자는 회신할 의무가 없다.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어야 될 시간이 해제일에 정하여져 있다면 해제일의 약정된 시간이 지나야만 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해제일의 약정된 시간이 정하여져 있지 않다면 해제일의 24:00시 이후에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효한 통지에 관한 영국판례인 Afovos호 사건에서6) 선박소유자 Afovos Shipping Co. S.A.사와 정기용선자 Romano Pagnan and Pietro Pagnan사는 3개월 가감 정기용선자 신축허용부 조건으로 2년 동안 Afovos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78년 2월 8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은 1978년 2월 14일에 인도되었다. 반 개월 선급으로 되어 있는 용선료는 1979년 6월 14일이 지급기일이었고, 정기용선자는 6월 11일에 정기용선자의 은행에 미화 53,308불의 송금을 의뢰하였다. 정기용선자의 은행은 6월 13일에 선박소유자의 은행에 전문으로 송금을 이체하였으나 전문을 잘못 보내서 6월 14일까지 선박소유자의 은행에 정기용선자가 송금을 의뢰한 용선료가 도착하지 않았다. 6월 14일 16시 40분에 선박소유자는 선박회수의 통지를 하고, 6월 18일에 선박을 회수하였다. 송금의 이체는 6월 19일에 올바르게 이루어 졌다.

1심 법원에서 “지급기일에도 선박회수통지를 할 수 있으므로 지급기일인 6월 14일 16시 40분에 주어진 선박소유자의 선박회수통지는 유효하다.”라고 판결한 반면, 항소법원에서는 “선박소유자의 선박회수통지는 지급기일인 6월 14일 24:00시까지는 선박회수통지를 할 수 없는데 6월 14일 16시40분에 주어졌으므로 적법하지 못하다.”라고 판시하였다.

2) 합리적인 시간 내에
해제권 행사의 통지는 항해용선계약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해제일(또는 해제일의 특정된 시간)로부터 선박이 도착하여 계약에 따라서 선적의무가 발생할 때까지의 시간 내에 할 수 있다. 이것은 실제상 입항시부터 용선계약서상 항해용선자에게 선적을 위하여 준비하는데 허용된 유예기간(turn time)의 종료시까지의 시간인 경우가 많다.7) Langdale호 사건에서 1심 법원 Bray판사와 항소법원(Cozens-Hardy판사, Farwell판사와 Kennedy판사)은 “용선자는 정박기간이 개시되기 전까지 해제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8) 일반적으로 해제권 행사의 시기에 관하여 용선계약서에 미리 규정되어 있다. 용선자가 해제일 후에 24시간9) 또는 48시간10) 내에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행사하도록 규정된 용선계약서도 있다. 정기용선계약 하에서 Gencon서식(1976) 제10조에 의하면 선박소유자의 요청이 있으면 용선자는 선박이 인도항에 도착하기 전 48시간 내에 해제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선자가 해제권을 늦게 행사하였으나 선박소유자가 그 해제권을 수락한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해제지연과 관련한 권리를 포기한 것이 된다. 이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선박소유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하였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3) 통지
해제권 행사의 통지는 문서 또는 구두로 가능하다.11) 그러나 확실한 통지를 위하여서는 문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2)

주---
1) Noemijulia SS. Co. v. Minister of Food - San George [1951] 1 K.B. 223 (C.A.); (1950) 83 Ll.L.Rep. 500.
2) Shipping Developments Corp. v. V/O Sojuzneftexport - The Delin Spirit [1972] 1 Q.B. 103.
3) Athenian Tankers Management S.A. v. Pyrena Shipping Inc. - The Arianna [1987] 2 Lloyd's Rep. 376.
4) Georgian Maritime Corporation v. Sealand Industries (Bermuda) Ltd. - The North Sea [1999] 1 Lloyd's Rep. 21 (C.A.); aff'g [1997] 2 Lloyd's Rep. 324 (Q.B.).
5) Hill Christopher., op. cit, p.215.
6) Afovos Shipping Co. S.A. v. R. Pagnan & F. Lli - The Afovos [1982] 1 Lloyd's Rep. 562.
7) 한국해사문제연구소편, 배병태감수, 앞의 책, 86-87쪽.
8) Moel Tryvan Ship Co. Ltd. v. Andrew Weir & Co. - The Langdale [1910] 2 K.B. 844 (C.A.).
9) ASBA(1977) 서식 제2부 제5조
10) EXXONMOBIL VOY(2000) 서식 제2부 제12조
11) Coghlin Terence, W.Baker Andrew, Kenny Julian, Kimball John D., Time Charters, 6th ed.,(London : Informa, 2008), p.435.
12) Cooke Julian, Kimball John D., Young Timothy, Martowski David, Taylor Andrew & Lambert LeRoy, op. cit.,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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