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신문 선정 2010 올해의 인물 외항선사 부문 / 고려해운 박정석 사장

"아시아 최고 선사가 되겠습니다"

▲ 박정석 고려해운 사장
최근 경상이익 매년 2~3배씩 증가
보수적 경영으로 위기 돌파해 나가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하는 연말 큰 행사, 한국해운신문 선정 ‘2010 올해의 인물’ 외항선사 부문에 고려해운 박정석 사장이 선정됐다. 외항선사, 항만산업, 복합운송, IT산업, 조선산업, 여객선, 해운중개 등으로 세분화하여 올해에 가장 뚜렷한 경영실적을 올리고 눈에 띄는 활동을 한 CEO에게 주는 상이 바로 ‘올해의 인물’상이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외항선사 부문은 올해의 인물상 부문 가운데서도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문의 상은 지금까지는 대부분 원양선사들이 차지해 왔는데, 이번에는 근해 및 아시아역내항로 서비스를 하는 고려해운의 CEO가 수상하게 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도 근해항로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영실적은 좋은 편이었고 특히 최근 컨테이너선 시황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근해항로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고려해운이 수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전문>

고려해운의 최근 경영실적은 국적선사들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근해항로 컨테이너 선사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고려해운은 최근 몇 년동안 경상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선사로 조사되었다. 이 회사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박정석 사장이 취임한 해인 2007년에 매출 4518억원에 경상이익 24억 5000만원을 기록했으며, 다음 해인 2008년에는 매출 6860억원에 경상이익 52억원을 기록하여 경상이익이 갑절로 뛰었다. 이어서 2009년에는 매출 6490억원에 경상이익 143억원을 기록하여 이익이 다시 3배 가깝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추세가 2010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려해운의 총 매출액은 올해 8000억원 정도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반기에만도 이미 경상이익 130억원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흑자를 기록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고려해운은 1986년부터 25년동안 연속 흑자 행진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고려해운이 최근 좋은 경영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그 중심에는 박정석 사장이 있다. 그의 신중한 경영 판단과 임직원들의 성실한 노력이 어우러져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박정석 사장은 그러나 “내가 뭘 잘 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고려해운의 전통과 능력있는 인재 집단인 직원들의 힘에 의한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지금은 고려해운이 이렇게 마음 놓고 경영성과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지만 2008년 상반기에는 엄청난 위기를 맞이한 적도 있다. 2007년 5월부터 시동을 걸어서 그해 가을 무렵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섰던 인도항로와 중동항로 서비스가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 상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매월 계속 적자를 내고 말았다. 2008년 하반기에 이 두 항로의 물동량이 어느 정도 늘어나서 상반기 적자를 메꾸어 나갔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려해운이 최근 3~4년간 계속적으로 경상이익이 크게 늘어나는데 있어 수송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니다. 2009년의 경우 컨테이너 수송량은 소폭 증가에 그치고 매출액도 줄었지만 오히려 경상이익은 늘어났다. 경상이익이 늘어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연료유가가 떨어진데다가 용선료도 대폭 인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해운 박정석 사장을 비롯한 경영자들의 경영판단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근해항로 컨테이너선 운임은 2007년도에 상당히 올랐고 덩달아 중고선가나 용선료도 급등했다. 이 때 많은 선사들은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높은 가격일지라도 구매를 하거나 용선을 하기 시작했지만, 고려해운만은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필요선복이 있으면 장기가 아닌 단기 용선으로 대처했다. 시장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위기 이후 용선료는 1/4, 1/5까지 뚝 떨어졌기 때문에 장기용선을 하지 않은 고려해운은 싼 용선료 덕을 톡톡히 보기에 이르렀다.

고려해운의 보수적인 경영은 선대 운영에서 잘 나타난다. 고려해운의 총선대는 현재 38척이다. 이중에 사선이 19척, 용선도 19척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전후로 신조 발주나 중고선 도입이 없었으며, 중고선 도입도 최근인 2009년 11월에 1800teu급 1척, 2010년 4월에 2800teu급 1척을 도입한 것이 전부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고려해운은 지난 10월 이사회에서 벌크선 자회사로 케엠티씨벌크(주)를 설립하기로 의결했지만 아직까지도 벌크선을 자사선으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원가가 가장 싼 선박을 가장 좋은 시기에 구매하기 위해 여러가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다.

박정석 사장에게 CEO로서 ‘경영 방침’을 묻자 1)원가 경쟁력 있는 선대 구성 2) 수준 높은 인재의 양성 3) IT 및 체계화를 통한 업무의 효율화 및 고객 만족 4)경쟁력 있는 기업 문화의 창조 등 4가지를 들었다. 또한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는 안철수연구소의 격언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즐겁게 일해야 하고 CEO는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여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석 사장은 경영 방침의 네 번째인 ‘기업 문화 창조’와 관련하여 가장 닮고 싶은 회사가 어디냐고 질문하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이라고 대답했다. 조그만 지방항공사에서 시작하여 튼튼한 재무구조와 최고의 정시서비스, 그리고 서비스 만족도 1위에, 무사고 항공사로서 20-30년간 계속 흑자를 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망해 버린 미국의 국제항공사들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얘기다. 고려해운은 이 회사로부터 지속 성장 노하우를 배워 나가야 한다고 박사장은 강조했다.

박정석 사장은 내년 이후의 해운시황에 대해 밝게 보고 있지 않았다. 내년에는 안정되었던 유가가 상당폭 올라갈 것이고 달러화의 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신조 컨테이너 선박들이 많이 나왔지만 슬로우스티밍에 의해 흡수가 되었는데, 내년부터는 신조되어 나오는 컨테이너선박들을 흡수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걱정이라고 했다. 박사장은 내년이 올해 보다 어려울 것이 예상된다며 그에 대한 대비도 잘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에 대해서 묻자 박정석 사장은 서슴없이 “아시아 최고의 선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같은 거대한 목표가 언제쯤이나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냐고 묻자 박사장은 “기간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서 “기본을 중시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거대한 꿈을 완성하기 위해 요즈음 고려해운은 여러 가지 신규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벌크선사 케이엠티씨벌크(주)를 설립한 것 외에도 중량물운송사업에 공동 투자를 하고 있고 부산신항 등 컨테이너 터미널에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는 고려해운이 그만큼 투자 여력이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고려해운은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워낙 보수적이면서 차근 차근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박정석 사장은 “지금은 신규항로 개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여기 저기를 검토하고 있고 검토 범주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항로도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근 차근 기회를 보다가 꼭 필요한 때라고 하면 과감한 투자를 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해 새로운 신규사업에 대해 여운을 남겼다.

< 박정석 사장 약력>
△1973년 2월 서울고 졸업 △1977년 2월 서울대 공대 졸업 △1981년 7월 서울대 경영대 졸업 △1983년 5월 미국 미시건대학교 MBA △1992년 KCTC 입사 △2005년 KCTC 부사장 △2007년 6월 고려해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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