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사장 ‘의사결정 구조’ 연구로 박사 학위

▲ 배동진 (주)흥해 사장
왜 한국선사들은 순환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해운시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정적일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는 것일까?

한국선사들만이 두드러지게 선박 매입을 추진한 상황에서 불황이 찾아들면서 한국해운이 ‘해운산업 통폐합’이라는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지난 1980년대 초반, 그리고 예상을 하지 못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2008년 9월 이후의 전세계의 경제 위기 상황.  이 두 번의 큰 해운시황 폭락 시기에 한국선사들은 너무나 큰 실패를 맛보았다. 한국선사들이 결정적일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결국은 경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 결정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에 포커스를 맞추어, 과거에 국적선사를 경영했던 경험이 있는 배동진 (주)흥해 사장의 연구는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국적선사 경영자들의 의사결정 방법에 대한 연구는 10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한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하에서 한국해운산업 의사결정 구조 연구- 선박투자를 중심으로’ 라는 제목의 이 박사학위 논문은 서강대학교 무역학과 전준수 교수는 물론 양창호 교수 등 심사 교수들의 극찬을 받으면서 인준이 되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을 설문조사 방법 등을 통해 명확한 결론으로 유추해 내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웠다. 배동진 사장은 내로라는 전문가들도 손을 들고만 ‘한국 국적선사 경영자들의 선박투자시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무려 80여개사의 150여명의 CEO내지는 선박투자 의사 결정 관여자들을 직접 인터뷰 하거나 설문조사를 하였다.

경영자의 투자 의사 결정에는 두가지의 대표적인 방법이 있다. 하나는 여러 가지의 자료를 근거로 수학적, 확률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분석적인 의사 결정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감이나 경험 또는 大勢등을 참고하여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휴리스틱(heuristic)한 의사 결정방법이다. 그리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외생 변수로는 ‘시장의 정서’라는 것이 있고, 그밖에 정부의 규제나 일반적인 시장에서의 제한 등등이 있을 수 있다.

배동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국적선사 경영자들은 지나치게 휴리스틱한 의사 결정 방법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또한 ‘시장의 정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시장의 정서’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휴리스틱한 의사 결정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휴리스틱한 의사 결정을 하고 난 후에 그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나라 해운 경영자들은 가능한한 ‘시장의 정서’에 초연하면서 보다 분석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해야 하고, 해운 정책 당국자들도 이러한 분석적인 의사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배동진 박사의 결론이다. 또한 해운 경영자들이 분석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 사내 전문가 양성, 의사 결정 자체의 매뉴얼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의사결정 도구의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휴리스틱한 의사결정이 오류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를 회피해야만 하는데, 이는 매우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치유 방법도 심리학적이고 철학적일 수밖에는 없다. 배동진 사장은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개개인이 공자의 不惑, 맹자의 不動心, 노자의 無爲自然, 불교의 平常心과 같은 높은 경지의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국적선사 경영자들의 투자 결정 패턴을 분석하여 심증으로만 있던 것들을 명확하게 잡아내어 투자 결정의 오류를 짚어냄으로써 배동진 사장의 연구는 한국해운에 큰 보탬이 되는 금자탑을 쌓은 셈이다. 배동진 박사가 이 연구 논문의 결론에서 밝힌 대로 이러한 연구를 불황기와 호황기를 나누어 사례를 수집하고 모델 케이스들의 구체적인 연구 결과도 함께 수록하여 더 보강된 연구 논문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비단 해운언론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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