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인이 화물을 양하항까지 운송하고 양하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하인이 그 화물을 인도하여 가지 않을 경우 운송인이 수하인에 대하여 화물수령의무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실무상 여러 가지 상황 아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한 예를 들면 수하인으로 기재된 회사가 국내의 수입자를 위하여 수입대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수입자가 화물의 국내가격이 하락하자 화물을 인수하려 하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수하인 역시도 화물수령을 하여 가지 않는 경우이다.1)

예를 또 하나 든다면 국내의 포워더가 외국의 수출자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그 외국 회사가 수출하는 화물의 국내에서의 수령 및 수입자에 대한 인도 업무를 하여 오다가 일정한 사정이 발생하여 국내의 포워더가 그 계약을 해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수출회사가 운송인에게 운송의뢰할 때 그 포워더를 수하인으로 그대로 지정 하였으나 그 포워더가 양하항에 양하된 화물을 인도를 받아 가지 않는 경우이다.

여기에서 만일 수하인에게 ‘화물수령의무’가 있다면 수하인의 수령거절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수하인에 대하여 미지급운임이나 체화료(즉 detention charge)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러한 ‘화물수령의무’가 수하인에게 인정될 수 없다면, 원칙적으로 수하인은 미지급운임이나 체화료를 운송인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2)

수하인의 화물수령의무와 관련하여 상법 제802조는 "운송물의 도착통지를 받은 수하인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한 때와 곳에서 지체 없이 운송물을 수령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으나 실무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일단 이 조항에 의하여 수하인에게 '화물수령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고3)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4)

참고로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하여 해사법률(3) '수하인이 화물을 인도하여 가지 않는 경우 선사는 미수 운임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나?'에서 주4)와 같은 견해를 밝힌 바 있다(이에 대하여는 졸저 사례별로 본 실무 해상법 해상보험법, 7내지 10면, 법문사, 2007 참고).

이 문제에 관하여 최종현 변호사 역시도 2008. 11. 21. 발표한 글5)에서 "운송물의 인도청구를 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이러한 수령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제정 해상법[1991년에 개정되기 이전의 해상법]은 개품운송계약의 수하인에게 운송물 양륙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었으나 개품운송계약의 경우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륙하는 것이 해운 실무이었으므로 1991년 개정 해상법은 수하인에게 양륙의무 대신에 수령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개정하였다. 그러나 운송물의 인도청구를 하지 않은 수하인(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수령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외국의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입법이다"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UNCITRAL 물품운송법 (United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Carriage of Goods Wholly or Partially by Sea, ‘Rotterdam Rules) 제43조도 “When the goods have arrived at their destination, the consignee that demands delivery of the goods under the contract of carriage shall accept delivery of the goods at the time or within the time period and at the location agreed in the contract of carriage(번역: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때, 운송계약에 의거하여 화물의 인도를 요청한 수하인은 그 운송계약에서 합의된 시간 또는 합의된 기간 내에 그리고 합의된 지점에서 화물을 인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결국 수하인에게 ‘화물수령의무’는 없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요켠대 현행법상 제 80조 아래에서는 수하인에게 ‘화물수령의무’가 본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 규정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주---
1) 대법원 1996. 2. 9. 선고 94다27144 판결의 사안이다.
2) 물론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수하인인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수하인이 ‘화물수령’을 거절하면, 그 것은 그 운송계약을 위반하는 것이 될 것이고, 운송인은 운송계약에 따라 수하인에 대하여 운임이나 ‘화물수령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발생된 제반비용을 지급할 지급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본문은 이와 같은 경우를 배제한다.
3) 게다가 정병석 변호사(수출입매매계약과 운송계약의 당사자,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 10집, 335면 및 341면)와 최종현 변호사(해상법상론, 박영사, 345면, 2009. 8.)도 그러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4) 그러나 필자는 수하인에게 화물수령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상법 제802조는 잘못된 입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 조항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현행법을 해석할 때에도 제802조는 탄력성 있게 해석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수하인은,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화물의 운송을 의뢰할 때, ‘이 회사 앞으로 운송하여 주기 바랍니다’ 라고 할 때 그 회사를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수하인’의 지정은 송하인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므로, 선하증권에 ‘자신’이 ‘수하인’ 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 하나로, 양하지에 양하된 화물을 수령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상법 제802조는 위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5) 최종현변호사는 2008. 11. 21. 열린 한국해법학회 창립30주년 기념 ‘21세기 한·중·일 해상법의 발전방향’이라는 제목의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해상법의 발전방향’에 관한 글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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