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준영 장수에스엔피 사장

"금융권 직접투자 한국해운의 기회"

케이프 3~5년후에나 상승할 것
불황대비 ‘위기관리펀드’ 만들자

얼마 전 솔로몬저축은행이 블루마린펀드를 만들어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비롯해 무려 12척의 벌크선을 신조 발주하며 국내외를 해운금융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하는데 결정적인 조언과 중개 역할을 한 곳이 벌커 차터링 및 S&P 브로커로 유명한 장수에스엔피㈜의 오준영 사장이다.

오준영 사장은 솔로몬저축은행의 블루마린펀드가 오랫동안 리스크를 분석하고 수익모델을 연구해 나온 대단히 안정적인 구조의 상품으로 금융권이 해운(선박)에 직접 투자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의 해운 직접 투자에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오 사장은 오히려 금융권의 해운직접투자가 한국해운을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 사장은 한국해운이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해운업계가 참여하는 ‘위기관리펀드’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호황기에 돈을 모았다가 불황기에 여신제공, 선박지분투자 등을 통해 해운업계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이후 호황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한국해운의 뿌리를 튼튼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오 사장은 지적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참여한 블루마린펀드가 출시되기까지 장수에스엔피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블루마린펀드는 그동안 여신으로만 선박투자에 참여했던 금융권이 국내 최초로 직접 선박에 투자하고 소유하는 펀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블루마린펀드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기간 전문지식과 경험들이 총 동원돼 선박투자의 당위성과 수익성, 비즈니스 리스크, 운항·관리 리스크 등에 대해 검토됐습니다.

장수에스앤피는 ‘블루마린펀드가 어떤 선박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자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 낼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했습니다. 저희는 벌크선 매매와 용선(특히 장기 용선)에 강점을 갖고 있어 블루마린펀드가 원하는 선박의 유형과 선령, 각 선박별 대선 기간, 용선주 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습니다.

투자결정 당시 용선시장이 전환해 탄력을 받고 있었으나 신조선가는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었고 대형 선주들의 발주 움직임이 활발치 않아 인도시기도 빨라 중고선 대신 신조를 권했습니다. 이에 따라 블루마린펀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한조선 등에 케이프사이즈 6척, 캄사라막스 4척, 수프라막스 2척 등 총 12척을 신조 발주하게 됐습니다.

-금융권의 해운(선박) 직접 투자가 옳다고 보나?
=블루마린펀드는 선가의 전액을 현금투자하거나 30% 이상의 여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좋고 잉여 수익을 비축해 해운불황에 대비하는 장치를 마련했으며 선가 상승시 선박을 매각해 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안전한 투자를 했습니다. 또 부동산과 같은 성격을 가지면서도 용선료라는 형태로 투자수익을 곧바로 회수하기 시작한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국내 금융권들이 몰라서 못한 것은 아니고 다만 랜더로서의 입장을 고수하거나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조선강국이고 세계적인 지명도와 신용도를 자랑하는 벌크하주와 선사가 다수 있어 금융권이 해운에 진입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 투기자본들이 FFA나 선박매매시장에 진입하면서 용선료와 선가의 큰 폭으로 상승한 것에 대해서도 거품이라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거품이 기존 선사들에게 고가에 선박을 매각할 기회를 주었고 현재 시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수요로 선가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해운 직접투자는 한국 해운이 확장되고 고급 정보가 집중되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융권의 유능한 인재들이 유입돼 해운 커뮤니티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한국해운의 안정화와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기존 선사들에게도 활발한 거래와 신규 수요의 유입으로 선박의 가치가 상승과 경쟁력있는 고품질 선박을 국내에서 용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등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주잔량이 높은데 대량의 신조 발주는 위험하지 않은가?
=선복의 과잉 공급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피할 수 없는 장벽이며 과잉공급이 언제까지 지속되다가 회복이 될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현재 해운시장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해당선사의 실정을 고려해 다시 불황이 시작되더라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보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공급량을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수요가 얼마나 증가할 것이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2009년과 올해 상반기를 보면 선박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시장이 곧 하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있었지만 실제로 시장은 급락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균형을 이루며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는 오히려 호황에 근접했습니다. 지금도 시장은 꾸준히 균형을 이루면서 4분기 시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선물 거래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블루마린펀드 외에 금융권의 추가 선박투자 움직임은 없나?
=많은 금융사들이 해운과 선박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펀드나 해운과 금융의 연합한 공동투자들이 많이 나타날 것입니다. 금융권 투자부서들은 다양한 산업에 수십년간 투자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해운에 대한 이해도도 대단히 빠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선박펀드의 구조나 형태도 매우 다양하게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지금 당장 중고선의 현금 흐름이 좋아 선호하고 있지만 신조선가가 중고선가에 비해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최근 신조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신조선과 중고선의 적절한 결합 형태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 중장기 벌크시황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향후 6개월간 벌크시황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케이프보다 파나막스, 수프라막스의 수익성이 더 좋은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운중개인이기 때문에 장기 해운시황을 전망하기보다는 메이저 선사들이 어떻게 시황을 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하는 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메이저 선사들은 해운전망에 의존해 경영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히려 케이프 선사들의 경우 장기화물운송의 실수요에 따른 선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와 연계된 리스크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프의 과잉 공급만을 가지고 벌크시황을 전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케이프 시장은 3~5년후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케이프에 대한 자산 투자는 이미 조금씩 삼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항만의 확장 및 물류의 개선, 노후선의 퇴장이 맞물리는 3~5년 후부터는 케이프 시장의 수급 균형이 안정화될 전망입니다.

-해운업계와 해운당국의 해운위기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보완할 것이 있다면?
=해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선도적인 정책지원을 해줬고 금융권도 여러 대책들을 마련해 해운업계가 회복할 수 있는 큰 힘이 됐습니다. 해운인의 한사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주 잘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아직 여러 선사들이 회복 중에 있기에 계속돼야하고 앞으로 다시 올 수 있는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여력을 더 키워 주는 정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사들 스스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저는 불황을 대비해 정부와 해운업계가 ‘위기관리펀드’를 만들어 호황일 때 일정한 자금을 비축해뒀다가 불황기에 사용하는 방법을 검토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관리펀드는 단순히 여신 보다는 선박에 지분투자하는 적극적인 방식을 채택해 불황이 지나가고 호황이 도래할 때 수익을 올리면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면 아직 뿌리가 허약한 한국 해운을 튼튼하게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해운중개업체 난립으로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발전방안이 없겠는가?
=해운중개업은 특성상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고 유지하는 일도 욕심을 내지 않으면 어렵지 않고 해운분야가 벌커, 탱커, 잡화선 등 분야가 매우 다양하므로 업체수가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업체들중 스스로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을 갖고 5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느냐 입니다.

장수에스앤피는 이제 20년을 넘기고 있지만 앞으로 30년을 더 생존하려면 정보의 집중 및  세계화를 향한 진화를 지속하고 고객들이 이익을 내고 만족할 수 있는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입니다.

10여년전 6~7개 해운중개회사가 통합을 시도하다 중단한 적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세계화를 위해서는 선도회사들간 협업이나 풀제와 같은 공동 운영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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