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Houda호 사건1)
선박소유자 I & D사와 정기용선자 Kuwait Petroleum사는 1990년 8월 2일에 Houda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당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였기 때문에 정기용선자는 사무실을 런던으로 이전하였다. 선박은 Mina Al Ahmadi항에서 원유를 선적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와 선장에게 8월 8일에 양하항 Ain Sukhna항으로 항해할 것과 8월 13일에 본선에 선적된 화물을 검사하기 위하여 검사인(surveyor)의 탑승을 허락할 것을 각기 요청하였다. 또한 선하증권이 전쟁 중에 소실되었으므로, 정기용선자는 선하증권없이 화물을 양하할 것을 선장에게 지시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자의 합법적인 지시를 위반했기 때문에 지체된 36일 동안은 지급정지이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계약의 위반으로 정기용선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지체된 기간은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자의 지시가 합법적인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소요되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지체된 기간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Phillips판사는 “선박소유자/선장이 정기용선자의 지시를 거부하여 지체된 36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지체된 36일은 정기용선계약서상의 지급정지에 해당하므로 정기용선자는 용선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판시하면서 정기용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그러나 항소법원(Neill판사, Leggatt판사와 Millett판사)은 “일반적인 경우에 선장은 정기용선자의 지시를 즉시 따라야 하지만, 정기용선자의 지시가 보통 분별력이 있는 선장의 견지에서 판단할 때 명확하지 않고 모호할 경우에는 그 지시가 법률적으로 합법적인가를 검토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항소를 인정하였다.

(4) Hill Harmony호 사건2)
선박소유자 Whistler사와 정기용선자 Kawasaki사는 최소 7개월/최대 9개월 동안 Hill Harmony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정기용선자 Kawasaki사는 약 30/35일 동안 Tokai사에게 1994년 3월 10일에 재정기용선하여 주었다. 선박은 1994년 3월 17일에 Vancouver항에서 인도되었고 1994년 5월 16일에 Shiogana항에서 양하완료 후 반선되었다. 재정기용선된 기간 중에 Kawasaki사와 Tokai사는 선장이 기상정보전문기관인 오션루트(Ocean route)의 권고에 따라 선박을 대권항로(Great Circle Route)에 따라 항해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선장은 럼브라인(rhumb line)에 따라 항해하였다. 결과적으로 Kawasaki사와 Tokai사는 지체된 기간에 해당하는 용선료를 공제하고 추가 사용된 유류대금(미화 89,000.-불)에 대하여 Whistler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장이 선박의 사용에 있어서 항로선정에 대한 정기용선자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항로선정은 정기용선자가 선장에 지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선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사항이다. 또한 정기용선계약서에서 준용하기로 되어 있는 헤이그-비스비규칙 제4조 제2항(a)호에 의하여 선박소유자는 항해과실에 대하여 면책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항해를 완성하여야 하고 선박의 취항에 관하여 정기용선자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선박소유자는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정기용선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1심 법원 Clarke판사는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또한 항소법원(Nourse판사, Thorpe판사와 Potter판사)은 “선장이 신의에 의하여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항로를 선정하였으므로 선박소유자는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정기용선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귀족원(Bingham of Cornhill경, Nicholls of Birkenhead경, Hoffmann경, Hope of Craighead경과 Hobhouse of Woodborough경)은 “항로의 결정은 상사사항에 해당되므로 선장은 항로를 결정하는데 정기용선자의 명령과 지시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선장이 항로선정에 관한 정기용선자의 명령과 지시를 위반하였으므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정기용선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중재인의 판정을 확인․지지하였다.

(5) 검토
Anastassia호 사건에서 추가로 화물을 선적하기 위하여 선적항으로 되돌아오라는 정기용선자의 지시는 상사사항에 속하므로 선장은 그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선장은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르기 전에 그 지시가 합리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선장이 정기용선자의 지시가 합리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검토하는데 소요된 기간에 대하여 선박소유자는 책임이 없다”라는 1심 법원의 판결과 필자는 의견을 달리 한다.

Aquacharm호 사건에서 “선장이 정기용선자의 상사적 지시를 위반하여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흘수를 초과하여 선적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환적비용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진다”라는 1심 법원과 항소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Houda호 사건에서 선장은 정기용선자의 지시가 합법적인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용선자의 지시가 모호할 경우에 선장은 그 지시가 법률적으로 합법적인가를 검토할 수 있다”라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필자는 동의한다. 그리고 Hill Harmony호 사건에서 상사사항에 해당하는 항로의 결정에 대하여 선장은 정기용선자의 지시를 위반하였으므로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귀족원의 판시는 타당하다고 본다.

정기용선자의 선장지휘권에 관한 영국판례를 검토하면서 Anastassia호 사건과 Houda호 사건에서 정기용선자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경우에 선장이 그 지시가 합법적인가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Aquacharm호 사건에서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소유자의 고용인의 과실로 정기용선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Hill Harmony호 사건에서 항로의 결정은 상사사항에 속하므로 선장은 정기용선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주---
1) Kuwait Petroleum Corporation v. I & D Oil Carriers Ltd. - The Houda [1994] 2 Lloyd's Rep. 541 (C.A.); rev'g [1993] 1 Lloyd's Rep. 333 (Q.B.).
Whistler International v. Kawasaki Kisen Kaisha - The Hill Harmony [2001] 1 Lloyd's Rep.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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