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현 박사
지난 2월 21일 런던 Canary Wharf, East Wintergarden에서 개최된 머스크와 대우해양조선간의 서명식은 아주 예외적이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신조선계약에 즈음해 발주선사와 조선소가 함께 홍보용으로 사진이나 찍으려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주최측이 대외 홍보 이상의 목적을 갖고 사전에 준비하였음을 알수 있는 행사로 행사장에는 조선과 해운관련 기자들 뿐 아니라 TV, 라디오 방송국은 물론 해운업계 고위 인사들까지 대거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때마침 컨테이너 시장에서 운임하락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호황기에 발주하였던 대형선들로 인한 공급과잉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하에서 현재 취항하고 있는 최대형 보다 용량이 2500teu나 더 큰 초대형선단(10척, 옵션 20척)이 연내에 발주돼 2013년부터 아시아-유럽 간선항로에 취항할 예정이라고 하니 해당항로 선사뿐 아니라 전세계 정기선 운영사들이 그 파장에 대해 민감해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발표이후 두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외관상 민감한 반응을 표하는 선사는 없는 것 같지만 적어도 상위 10대 주력 선사들은 과연 어디까지 대형화가 진전될 것이며 시장의 경쟁구도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 것인가 등에 관해 나름대로 심층분석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1. Container 선의 대형화
1953년 Alaska Steamship이 컨테이너선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일반잡화선을 이용한 서비스였다. 그후 컨테이너화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Malcom P. Mclean의 McLean Industries사(후일 Sea-Land)가 T2-tanker를 개조한 ‘Ideal X'호를 투입해 1956년 4월 26일 컨테이너 58개를 싣고 휴스톤-뉴저지간 연안항해를 개시했다. 1957년에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 'Gateway City'호가 건조돼 1958년 Matson Navigation사가 하와이까지 컨테이너 서비스를 개시한데 이어, 1966년에는 Sea-Land사가 'Fairland'호를 투입, 최초로 유럽을 취항하는 원양서비스를 개시했다.

1966년 5월 3일 로테르담에 기항한 Fairland호와 그 갑판에 장착된 갠트리 크레인은 재래선밖에 모르고 있던 유럽 해운업계를 놀라게 했고 마침내 1968년에 Hapag Lloyd's사가 유럽에서 설계, 건조된 최초의 제 1세대선 'Alster Express(736teu)'호를 취항시켰다. 이어 Overseas Containers Ltd가 제 2세대선 ‘Encounter Bay'(1530teu)호를, 1973년에는 제 3세대선 'Nedlloyd Dejima'(3430teu)호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정기선 분야에서 컨테이너화가 본격화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 였지만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추진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5년 APL이 4500teu급 최초의 Post-panamax선 C-10을 취항시켰고, 1996년 6000teu급 Regina Maersk호에 이어 제 7세대선 또는 ULCs로 칭하는 1만 5500teu의 Emma Maersk(이하 ‘EM')호가 2006년에 출현함에 따라 55년 사이에 컨테이너 적재능력은 58개에서 1만 5500개로 무려 260여 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런과정에서 2003~2008년에 걸친 기록적인 해운호황은 주력선사들로 하여금 앞 다투어 초대형선의 건조에 나서게 하였고 2015년 완공 예정인 Panama운하의 확장공사 또한 대형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 당시 최대 크기가 6000teu급 이었을 때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한계에 대한 검토를 시행한 결과 협수로, 운하 등 수심이나 폭(幅)과 같은 지리적 한계가 문제일 뿐 조선기술적 측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고 이어 조선업계에서는 1999년에 수심 21m의 말라카해협에 초점을 맞춘 24만톤(T-E급은 16만 5000톤임), 1만 8000teu급의 설계를 완성하였으며 당시에는 이 선박이 2010년경 아시아-유럽항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었다.

2. Triple-E의 출현

(1) 발주과정

2004년부터 시작된 조선산업의 황금기 동안 조선업계는 그동안 폭주하는 발주덕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조건을 적용하면서 선주들을 골라가며 호황을 만끽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년 이상 발주가 거의 ‘0’상태에 머물자 엄청난 조선설비과잉으로 인해 조선업계는 일거에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2009년의 혼란기를 거쳐 해운시황이 반등 조짐을 보이자 그 동안 발주를 망설여 왔던 주력선사들은 양 위주로 발주했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선박을 요구하며 발주에 앞서 선질 개선과 가격의 합리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과거 선질 개선은 고사하고 크기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배를 대량 생산하는데만 급급했던 조선업계는 선가 인하와 설계 개선 등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2010년 하반기부터 EMC 등 주력선사들 일부가 조심스럽게 간선항로에 투입할 ULCs의 발주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편 2006~2008년 사이에 Emma Maersk호 등 1만 5500teu급 ULCs 8척이 투입하며 아시아-유럽 간선항로의 1차 대형화를 마친 머스크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초부터 'Pain now!, Gain later!'를 내세우며 선대확충보다는 적자항로 축소, 선박해체(선복의 3%), 계선(4%), 용선선박 조기반선, 터미널확대, 육원감축 등 내실에 주력해 왔다.

또 호황기에도 경쟁선사들과 달리 4500teu급 이하의 중형선을 대량 발주하며 1만 5500teu급을 주축으로 한 간선항로의 1차 대형화에 이어 4500teu급 이하를 중심으로 한 남북항로 선대보강을 추진하는 등 향후 도래할 경쟁에 대비한 간선과 지선의 전열 정비 작업을 마쳤다.

이어 금융위기로 사실상 동결된 선박금융시장에도 불구하고 주식매각 및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2010년도의 호황을 거쳐 충분한 유동성($50억 상당)을 확보한 후 시장의 공급과잉, 불안한 시황, 유가동향, 환경규제 움직임 등의 변수로 인해 시기를 조율하며 그동안 미루어 왔던 T-E 급 ULCs를 대량 발주하며 제 2단계 대형화 실행에 나선 것이다.

처음부터 협상대상은 한국 조선업계였고 중국은 배제되었었다. 발주 계획이 확정된 후 한국 5대 조선소들은 선거를 비워놓고 수주 경쟁에 나섰으나 2010년 11월 하순, 대우조선해양 대표단이 코펜하겐을 방문해 최종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발표 당일 대우해양조선의 주가가 6% 급등하는 등 국내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2) 기본 사양(표-1 참조)

<표1>머스크의 선대 대형화

구 분 R.Maersk E.Maersk Triple-E
연 도 1996 2005 2013
적 재 6000teu 15,550teu 18,000teu
길 이 318m 396m 400m
43m 56m 59m
※ Source: AP Moller-Maersk

⒜ Capacity : Emma Maersk급(V-shape)과 달리 선체를 ‘U-shape'로 설계해 적재 공간을  늘렸으며 Hold 11단- 20열, Deck 8단-23열로 선적능력을 1만 8000teu로 확대했다.

⒝ 기관 : Twin engine, twin-skeg로 설계됐으나 기종 등 구체적 사양은 계약 후 확정될 예정이다. 운항속도는 19knots로 최대 23knots(EM은 23/25knots)까지 가능하며 기관규모는 EM(8만 80kw)보다 약간 소형이 될 예정이다.

⒞ 가격 : 조선 호황시와 현재의 ULCs의 건조가격은 대략 1만~1만 2000달러/teu 수준으로 1만 3000~1만 4000teu급이 1억 70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 선가 하락 등을 감안해 1만 8000teu급의 신조 선가를 1억 6000만 달러 정도로 보면 기존선박의 설비에 친환경, 연료 절감등 선박의 엎그레이드를 위해 3000만 달러상당을 추가로 투자한 샘이다. 선가지급은 조선산업의 호황기와 달리 계약, Steel cutting, Keel laying, 진수시 각 10% 씩, 잔액은 인수시 지급하는 방식이다.

⒟ 기타 : 덴마크 국적에 ABS에 입급할 예정이다. 에너지 절감의 신개념인 폐열 회수장치(waste heat recovery)를 장착해 주기관의 출력을 10% 정도 절약하였으며 1만 3000teu 대비 CO2 배출량은 50%, 연료 소모량은 35% 절감되며 모든 선박에 평형수 처리장치를 설치한다.

⒠ 기항지 예상 :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수심과 갠트리 크레인의 능력등을 기준으로 볼때 기항 예정지는 중국-홍콩(혹은 난샤)-말레이시아-Portsaid-Algeciras-서부유럽이 될 전망이다. 서부유럽에서는 로테르담, 앤트워프, 브레멘, 팰릭스토우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중국의 기항지 위치에 따라 변수는 있겠지만 일본과 한국은 직기항보다는 지선서비스로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

3. T-E의 의의

머스크라인은 이제까지 자사의 정책이나 실적을 발표할 때 비교적 조용하면서도 실용적이었다. 2008년 EC에 의해 해운동맹이 폐지될 즈음, 대표선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동맹존치론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머스크는 동맹의 폐지가 오히려 시대적 흐름이라는 입장이었고, 최근의 해운 불황시에 Hapag Lloyd's, CMA CGM 등이 정책지원을 요청하였을 때에도 도태되야할 기업을 무리하게 정부가 살리려 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리에 정책지원을 반대했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미국의 해운에 대한 독금법 적용유예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역시 타 선주들과 달리 해운에 대한 예외(적용유예)를 폐기하고 그 대신 운임신고 등 해운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도 폐지돼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전체적으로 정부의 개입이나 보호정책에 대해 반대하며 철저한 시장경제원리를 주창하며 경쟁선사들과 차별화된 시각을 견지해왔다.

홍보측면에서도 대부분의 선사들이 자사의 홍보를 위해 다소 과장된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면 머스크는 비교적 사실에 근거한 실용위주의 언론관계를 유지해왔다. 금융위기 직후 한때 동사의 선박들이 계선돼 있는 정박지가 안전, 환경 등을 이유로 문제화되자 머스크는 대책을 마련해 관련 매체들을 직접 현장으로 안내해 현장을 공개하고 실상을 설명하며 언론을 설득시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던 예에서 보듯이 언론과의 소통 측면에서도 알맹이 없는 홍보보다는 이슈 그 자체에 접근하는 정공법을 택하였을 만큼 실용위주의 정책을 취해왔다.

그런 과정에서도 대외 홍보 활동면에서는 비교적 발표를 최소화하는 등 흔히 하는 말로 숫기가 좀 없는 회사라고 해도 될 만큼 말을 아껴왔었다. 그런 머스크가 금번 T-E의 발주를 발표할 때에는 과거의 전통을 깨면서 거창한 행사와 함께 경쟁자들에게, 하주들에게, 대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1) 선두주자로서의 자신감과 함께 경쟁선사들에게 머스크가 시장의 리더로 건재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머스크는 명실공히 해운계의 파이오니어였지만 그동안 내실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ULCs의 신규발주를 최소화하다보니 2위 선사인 MSC와의 격차가 점차 좁혀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2005년 당시 컨테이너 정기선분야에서 머스크의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은 18%로 Capacity는 MSC보다 약 41% 더 많았으나, 2011년 3월 현재는 M/S는 14.5%로 감소했고 Capacity 차이도 20%로 줄어들었다.(표-2 참조)

<표-2> 세계 10대 컨테이너선사 선복량 현황

선사 운항(teu) 척수 발주량(teu) 발주척수
MSC 1,858,732 430 271,952 26
Maersk 1,837,484 414 344,480 52
CMA CGM 1,048,679 270 264,159 28
Evergreen 581,475 158 160,000 20
APL 579,274 137 186,400 21
Coscon 571,102 149 313,526 38
Hapag-Lloyd 565,555 126 79,200 6
Hanjin 478,862 108 185,030 16
China ship 471,534 120 127,100 15
CSAV 389,821 119 6,316 1

※자료 : CI-online

그 동안 그룹이 소유하고 있었던 덴마크 조선소(Odense)에서 최초로 6000teu급을, 이어 2006년에는 세계 최대형인 1만 5500teu급을 취항시키는 과정에서 머스크는 선체의 사양, 설계 등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알리기를 꺼려해 왔었지만 머스크의 대형화 모델은 그 후 경쟁사인 MSC나 CMA-CGM 등이 1만 4000teu급을 발주하는데 활용돼 왔었다.

이번 T-E의 경우 머스크는 초기단계부터 설계에 깊숙이 개입하였음에도 지적재산권이나 특허권 등을 주장하거나 소유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경쟁선사를 포함한 제 3자들이 친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T-E의 개념을 복제해도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2) 하주들에게 머스크의 경쟁력을 알리는 것이다. 머스크는 1만 5500~1만 8000teu급을 주력으로 한 간선항로와 보조 항로격인 남북항로의 선대구상을 마치고 이를 시장에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하주의 선택기준은 고객서비스와 신뢰도가 우선이지만 지금과 같이 서비스의 내용이 대동 소이한 컨테이너 분야에서는 압도적으로 가격(운임)이다. 운송 코스트면에서 경쟁선사에 비해 26%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월한 운임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머스크가 시장에서 운임의 차별화정책을 취할 경우 그 차이는 경쟁선사들이 단 시일내에 극복하기 힘든 수준이다. 머스크가 우월한 자사의 코스트 경쟁력을 시장에 공개하였다는 것은 사실상 하주들에게 운임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3) 해운산업이 지구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을 지저분하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자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분야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정치인, 규제 당국 및 환경보호자들에게 해운업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움직임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해운이 세간의 일방적인 편견과 같은 그런 산업이 아니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있다. 머스크가 출사표로 내놓은 변은 우선 규모의 경제, 에너지 효율 그리고 기존선박보다 우월한 친환경 등 이른바 ‘Triple E’를 내세웠고, 즉 척당 3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예상되는 친환경 규제에 대비함과 동시에 경쟁선사들에게도 친환경선박의 건조를 권장하고 있다.

4. 간선항로 선대현황

(1) 선대현황 : 주요 컨테이너 항로에 2011년 1월 1일 기준으로 7400teu급 이상의 선박만 339척이 취항하고 있으며 그 중 216척이 아시아-유럽항로에 취항하고 있다. 이에 더해 245척이 지금부터 2015년까지 인도 예정으로 건조되고 있으며 주로 2011~2013년에 인도가 집중되어 있다. 현재 건조중인 선박은 1만 1000teu급이 압도적이며 7,400teu급 이상도 계속 증가하는데 비해 6000teu급의 인도는 2014년부터는 끊어진다. 2015년 인도 예정은 4척에 불과하나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발주 동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본다.(표-3 참조)

<표-3>Post-panamax 선대(2011. 1. 1현재)

취항중
단위-teu/척 3,718-6,099 6,100-7,399 7,400-10,999 11,000이상 합계
255 206 292 47 800
발주ㆍ인도예정
2011 34 31 37 56 158
2012 32 17 25 48 122
2013 4 6 30 24 64
2014 0 0 15 6 21
2015 0 0 1 3 4
발주 총량 70 54 108 137 369

※자료: Boxfile Containership Database

상위 10대 선사중 100 만teu 이상의 선단은 유럽 3개사 뿐이고 나머지 7개사는 50 만teu 전후로 규모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 통계에는 머스크 산하인 Safmarine(남아프리카)과 MCC Transport(Intra-Asia)의 선단이 제외 되어있으나 2011년 초 현재 기준 양사를 합하면 머스크 선대가 MSC보다 약 9% 크다. 대체적으로 Asia 권 선사들은 10,000teu 이하를, 유럽선사들은 13,000 teu급 이상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표-4>주요 대형선사 주력선대

선사명 주력선대 선사명 주력선대
Maersk 15,500 teu MSC 14,000 teu
CMA CGM  13,800 teu  Zodiac 13,000 teu
Hapag 13,000 teu  NOL 10,700 teu 
OOCL 8,800 teu EMC 8,000 teu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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