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인 윤민현 박사
5. Mega-ship과 인프라

(1) 항만과 인프라

선박의 대형화는 자연히 항만의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컨테이너 분야에서는 최근 십년 동안 항만의 특화와 함께 근대화된 시설을 갖춘 신항만의 급 부상이 있는가 하면 Hub-port로서의 기능을 접어야 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대체적으로 간선항로에서 먼 곳에 위치하거나 내륙에 위치한 항만일수록 경쟁면에서 더욱 더 불리해지는 상황이다. 간선항로에 접한 Main port라 하더라도 대부분이 Post-panamax급 항만이기 때문에 이제는 더 길게, 더 깊게, 더 넓게 그리고 보다 대형화된 장비를 동원해서 ULCs들의 항만 체류 시간을 최소화시켜주지 못하면 비 인기항만으로 결국 외면 당하기 마련이다. 대형화와 관련하여 양대 간선항로의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운하의 사정을 살펴본다.

① Panama 운하 : 1914년에 완공된 파나마 운하는 현재 305m(L)☓33.5m(B)☓12.3m(D) 로 Panamax급 6만 5000dwt와 5000teu급을 한도로 하여 연간 1만 4000척의 선박이 통항하며 운하사용료가 연간 2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Capesize bulker, Suezmax tankers, 1만 2500teu 컨테이너선 등은 수용할 수 없지만 총 공사비 52.5억 달러를 투입한 확장공사가 2014년 완공되면 그 규모가 427m☓55m☓18.3m으로 업그레이드돼 1만 3000teu까지 50마일의 수로를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운하 통과상 제약은 없지만 이러한 ULCs가 Halifax, NY, Norfolk 등 북미 동안의 주요항구에 취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ESEC 화물의 40%를 취급하는 NY/NJ의 Bayonne Bridge의 Air draft 등 Infrastructure상의 제약이 있는가 하면 남부 Norfolk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수용이 가능하지만 NY 화물이 Norfolk 항으로 이동하지 않는 한(이송) 주간단위로 ULCs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② Suez 운하 : 10년의 공사 끝에 1869년 개통된 스웨즈 운하는 길이 약 100해리로 지리적 측면에서 특별한 제약은 없다. 2010년 기준 컨테이너선은 1만 4000teu급을 포함해 총 1만 7390척이 통과하였으며 유조선의 75~80%가 10만dwt 이하의 소형 탱커로 VLCC의 경우 공선 항해시는 운하를 이용 할 수 있으나 만선시에는 희망봉을 우회하여야 한다. 최근 이집트의 정정불안으로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1일 운하통과료 수입이 3천만 달러($30m)에 달해 이집트의 재정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정정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운하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말라카 해협 : Dover, Gibraltar 해협과 함께 세계 3대 요충지인 본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에너지 내지는 제품의 주요통로로 중국, 일본, 한국 등 원유수송의 핵심루트다. 2005~2008년 사이에는 한때 10만여척이 통항했으나 최근에 줄어들어 연간 약 9만여척이 통과하고 있으며 특기할 만한 것은 지난 2년 사이에 15만톤 이상의 대형선 통항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현재 수심 21m로 선형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선박이 통항할 수 있으나 만선한 VLCC의 경우는 안전과 운항상의 편의를 위해 Sunda나 Lombok 등 우회노선을 이용하고 있다. 좁은 해협에 과도한 통행량, 선박의 폭주와 지금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해적의 출몰 등 어떤 사유로 인해 해협내에서 침몰, 좌초 등의 사고가 있을 경우 해협의 운영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2) Mega port의 요건

Door-to-door를 전제로 하고 있는 컨테이너 복합운송분야의 경우 전체 Cost에서 육상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며 해송구간의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해송구간의 코스트는 항비, 화물비, 연료비 등으로 대부분이 해운외적 사정으로 결정되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래의 정기 컨테이너 시장의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송구간의 비용 절감을 바탕으로 육상운송망의 합리화와 함께 육상코스트의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ULCs를 건조하는 주목적은 Slot당 Cost를 줄이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항구를 직기항(multi-porting)하는 것보다는 집약된 Mega-hub & Spoke 체제가 도입되지 못하면 오히려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es of scale)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북유럽 상위 10개항이 취급한 물량을 보면 1980년대에 전체의 70%에서 2007년에 80%로 증가한 사례에서 보듯이 대형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그 만큼 Key port에 물량이 집중되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 이론의 성공키는 육ㆍ해상을 연결하는 Mega-hub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ULCs의 Mega-hub port가 되기 위해서는 수심요건을 충족하는 이외에 23열을 취급할 수 있는 Outreach 60m 이상의 초대형 크레인과 교각 등 전체 약 2400톤에 이르는 크레인을 지탱할 수 있는 안벽 등 시설이 구비해야한다. 또한 안정된 근로환경 하에서 중단없이 1년 365일 24시간 조업이 가능한 전천후 작업환경과 함께 제한된 시간에 대량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높은 생산성(Productivity), 신뢰성(Reliability), 유연성(Flexibility)을 갖춰야한다.

이러한 기본요건을 완비한 Mega-hub와 Mega-carrier 간의 협력관계는 △기존의 가격위주의 항만계약에서 탈피하여 실적보장과 가격이 연계되고 △선사가 항만운영자에게 제공하는 본선의 스케쥴, 취급물량, 접안 시각등에 관한 정보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선사의 책임하에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항만운영자는 생산성의 보장과 본선의 작업에 소요될 시간을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3) Mega port의 건설

대부분의 항만은 수심, 안벽, 야드 등 이른바 하부시설은 정부 또는 지자체가 담당하고 관리동, 크레인, 지상장비 등 상부시설은 선사 또는 부두를 임대한 전문 항만하역회사의 책임으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부산 북항과 신항, 광양항 등의 예에서 보듯이 정부 또는 지자체의 주도하에 대형항만을 구축하는데는 설계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 10~12년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와 거액의 자금조달 등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시에 최신 Mega-hub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기존 항구를 땜질 형식으로 업그레이드해 서둘러 Mega-carrier를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위험한 발상이다.

전업으로 터미널만 운영하는 민간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확보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10년 후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첨단항만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차피 Mega-hub port의 건설을 위한 투자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Mega-carrier 또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해돼 왔다.

결국 Mega-hub port는 Mega-carrier가 선택하는 것이며 사전에 준비된 항만이 아니고서는 Mega-ship을 유치하기 어렵다. 지금 전 세계 주요 항만은 8000teu급을 중심으로 그 이상의 대형선에 대해서는 Stowage나 물량조정 등을 통해 수용하고 있으며 제한없이 수용할 수 있는 항만은 10개 미만이다.

T-E급의 발주에 앞서 머스크는 Regina Maersk, Emma Maersk로 대형화가 추진되어온 지난 십여년 동안 미래의 터미널 구축에 노력해왔으며 T-E급의 발주에 앞서 전 세계 주요항구에 위치하고 있는 그룹사 APMT가 운영하는 터미널의 업그레이드를 착실히 추진하였고 T-E급의 인도에 맞추어 추가 갠트리 크레인을 투입할 준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교적 신세대 터미널을 구축하고 있는 항구라고 하더라도 차세대 Mega-hub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할 때 선박발주에 필요한 재원조달문제는 접어두고 T-E급 또는 그에 준하는 ULCs를 발주하는 선사가 나오더라도 항만운영에 관한한 당분간 머스크를 앞지를 선사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6. 전 망

⑴ 항로별 주력선대 및 Cascade effect

2010년 한해 동안 전체적으로 선박크기가 약 16% 대형화됐다. 현재 취항하고 있는 선대들은 대부분 선령이 10년 이하로 적어도 2020년 이전에는 항로에서 퇴역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간선항로의 주력선대가 ULCs로 대체, 개편되어감에 따라 기존선박은 차 하위 항로로 전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럽항로의 경우 말라카막스인 T-E급까지 수용하는데는 문제가 없으나 태평양 노선의 경우 파나마 운하가 확장되더라도 NY/NJ의 항만 및 내륙 인프라상의 제약 때문에 현재의 Land Bridge 물량이 전부 All Water 서비스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인 바 운하 확장이후에도 태평양 노선에 1만 1000teu급 이하, 그 이상의 선박은 유럽 간선항로로 집중 배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제하에 2013년을 기준으로 항로별 주력선대를 예상해보면(표-2 참조) △아시아-유럽 : 1만 1000teu 이상 현재 47척+인도예정 137척→184척 내외 △태평양 노선 : 7400~1만 1000teu 이하 현재 111척+인도예정 92척→200척 내외 △남북항로(극동-서아프리카/북미-남미/Intra-Asia) : 양대 간선항로의 선대개편과 당시의 시황이 변수가 되겠지만 7,400teu 이하의 선박은 전량 양대 간선항로에서 배제돼 간선항로를 보조하는 남북항로와 지선 서비스로 전배될 가능성이 높다.

Cascade 효과에 의해 전배되는 주 대상은 10년 전에는 2000~3000teu급 이었으나 지금은 5000~7000teu급으로 대폭 상향조정됐다. 그러다 보니 결국 Intra-Asia 항로에도 4500~6000teu급이 투입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Intra-Asia를 포함한 남북항로에 8000teu급이 출현할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지선항로의 대형화 추이는 Cascade 효과로 인한 것이지만 문제는 현재 건조중인 Post Panamax급 이상 369척이 인도되면 Intra Asia의 평균 선형도 대폭 상향될 것이며 이 경우 지역내 물량(regional end to end)규모와 Mega Carrier와의 전략적 제휴 여하에 따라 지선항로 선사들의 명암이 크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Feeder operator들도 Main line operator(MLO)들과 제휴하여 Hub-port와 Feeder-port 간을 취항하는 선사와 MLO들과 무관하게 Out port 또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을 취항하는 소형선사들로 양극화 되는 현상이 도래 할 수 있다.

이처럼 Cascade 효과는 갈 곳이 없어 밀려 내려오는 대형선사들의 선박과 경쟁해야하는 소형선사들에게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 소형선 선가와 소형선 Fund에 negative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2011년 3월 현재 계선되어 있는 컨테이너선 84척 가운데 4000teu급 이하가 93%이며 2000teu 이하가 전체의 58%를 점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간선항로에서 경쟁이 가열되면 될수록 종국에는 그 압박이 소형선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최근의 발주동향을 살펴보면 Cascade 효과를 우려해서 인지 3000teu급 이하 선박의 발주를 찾아보기 힘들고 항로재편의 구도가 가시화될 때까지 3000teu급 이하의 발주는 되살아 날 것 같지 않다.

⑵ 경쟁선사들 “Me-too!" 할 것인가

선박의 Capacity는 해당선사의 집하능력을 고려하여 결정되기 마련인 바 운송원가를 상회하는 운임으로 ULCs를 Full & down 시킨다는 것은 대형하주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 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경쟁선사들이 1만 4000teu급 이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뿐 만 아니라 선박금융시장마저 대폭 축소된 현재 추가발주에 필요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 건조 또는 취항중인 주력선대 위주로 항로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대형하주인 중국과 브라질 광산 간에 벌어진 수송권 주도싸움, 일본 철강회사(Nippon Steel, Sumitotmo Steel, Kobe Steel)의 합병추진과 합병회사의 물량수송을 전담할 해운회사 추진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Industrial carrier의 출현과 수송과 관련된 대형하주들의 영향력 강화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Iron Ore의 대량수송에 대비하여 VLOC를 건조 중이었던 NYK가 일본 철강업계의 동향을 감안하여 VLOC를 Capesize로 전환한 것은 대형 Industrial carrier의 출현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Industrial carrier의 출현가능성이 반드시 부정기시장에만 국한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정기선 분야에서도 대형하주가 상품의 수송비를 관리차원에서 해운업진출을 시도하거나 대량물량을 무기로 선사를 압박하는 일은 주변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T-E급에 준하는 ULCs 발주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간선항로가 주력 선사간 공동운항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현 시장여건으로 볼 때 아시아-유럽항로가 불원 1만 5500teu~1만 8000teu급이 주력으로 등장할 경우에 대비해 “Me-too!”는 안하더라도 현재 건조중인 선박의 Upsizing 현상은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독일선주 Claus-Peter Offen과 CMA-CGM이 한국 3개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1만 2800teu급을 최대 1만 6000teu급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일부 ULCs의 확대 움직임이 뒤 따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⑶ Intra-Asia 전망

며칠 전 Intra Asia 물량이 2200만teu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물량이 연간 5~6%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대동소이한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Intra-Asia는 대체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크고 마진(margin)이 간선항로에 비해 타이트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수급의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Intra Asia에 취항하는 선복량은 척수 기준으로 2009~2010년에 거의 증가가 없다가(989척→992척) 금년 들어 약 9% 증가(1080척)했다. 현재 Intra Asia의 평균 선형이 1200teu급이나 2006년 당시 불과 2% 수준이었던 2500teu급 이상이 지난해 16%로 증가했고 평균 선형도 올해 1500teu급으로 확대되는 등 대형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수급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⑷ 일본의 차세대 선박 개발

최근 외신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에 밀려 그동안 고전해 왔던 일본 조선업계가 조용히 차세대 ULCs의 설계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HI 조선소가 개발한 이른바 'eFuture 13,000 teu container'와 MHI의 ‘MALS-14,000 teu Container’가 그것이다. 이들은 T-E급에 준하는 연료절감 및 친환경 개념을 도입하였고 특히 MHI의 모델은 New Panamax로 USEC의 All Water 써비스가 가능한 선박으로 적재용량은 약간 적지만 아시아-유럽항로 밖에 취항할 수 없는 T-E보다는 유연성면에서 오히려 더 Upgrade 된 선형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의 주력선사들이 14,000 teu급 이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T-E 못지 않은 설비와 경쟁력있는 건조가를 제시할 수 있다면 가히 T-E급에 필적할 만한 대항마가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제까지 대형화와 거리를 두어왔던 일본 주력 3사가 일본인 특유의 ‘일본주식회사’의 정신으로 수주에 목말라있는 이들 조선사들과 제휴할 경우 신개념의 선박 발주가 뒤따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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