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계약에서 운송 중 발생한 손상 및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할 주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운송인을 확정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운송인의 확정에 대하여 법적성질, 선하증권 그리고 디마이즈약관에 대하여 알아보고 관련된 판례를 연구한다.

I. 법적성질에 따른 운송인의 확정

용선계약의 법적성질을 검토하는 실익은 대외적 책임을 논할 경우,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중에 누가 피해를 입은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이다.

해상기업의 주체는 선박소유자이며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운송을 청구할 수 있는 운송의뢰인에 불과하다는 운송계약설에 의하면 정기용선자는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고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진다. 그러나 선박임대차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혼합계약설 또는 특수계약설에 의하면 정기용선자가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이러한 견해는 정기용선계약의 법적성질을 먼저 규명하고 나서 그 논리적인 귀결로 운송인을 확정하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누가 운송계약상 책임의 주체인가 하는 점은 누가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는가 하는 점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별로 개별적으로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에서 발행된 선하증권상 책임의 주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하증권에 표시된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의 의사가 불명확하다면 그 단계에서 거래의 안전이나 관행 등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운송인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1)

II. 선하증권과 운송인
선박소유자로부터 선박을 정기용선한 정기용선자는 제3자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여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때 관련 용선계약서 외에 선하증권이 발행된다. 선하증권은 운송인이 운송을 위하여 화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약정한 장소까지 운송하여 목적지에서 그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는 증권, 환언하면 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의 운송급부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다.2)

이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항해용선자에 대하여는 관리선박소유자(disponent owners)의 지위에서 제3자인 항해용선자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항해용선계약상의 운송인(선박소유자)란에는 정기용선자가 실제 선박소유자가 아님을 명시하기 위하여 용선자의 명칭 뒤에 관리선박소유자(disponent owners) 또는 용선선박소유자(chartered owners)라고 기재하기도 한다.

운송인을 확정하는데 있어 선하증권에 서명한 자,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 중 누구의 권한으로 선하증권을 발행했는지 등을 참작할 수 있다. 현행 상법상 선하증권의 원칙적인 발행의무자는 운송인 및 선장 기타의 대리인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상법 제852조), 선장의 선하증권 발행의무와 발행권이 명문으로 인정되어 있다.

정기용선계약에서 선장이 선하증권에 서명하는 경우로는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으로서 서명하는 경우와, 정기용선자를 대리하여 서명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우선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으로 서명하는 경우에 관해 보면, 상법상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지위에 있고 그 대리권 범위 내에서의 행위의 효과는 선박소유자에게 귀속되며, 특히 선하증권의 발행에 대한 대리권은 명시되어 있다(상법 제749조 내지 제751조). 따라서 선장이 선박소유자를 위해 서명한 선하증권에 선박소유자가 구속되는 것은 현행 상법규정에 비추어 당연한 것이다.

상법규정은 용선계약에 대한 규제를 예상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 계약 하에서도 선장은 선박소유자를 위해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가가 문제될 것이다. 재운송계약의 이행에 관해서 선박소유자의 책임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법 제809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경우에 굳이 선장의 선박소유자를 위한 선하증권 서명권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용선계약에서도 선장은 선박소유자를 위해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으며, 재운송계약에 기하여 선장이 선박소유자를 위해 서명한 선하증권에 관한 채무는 선박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할 것이다.3) 다만 정기용선자를 대리하여 서명하는 경우에 관해서 보면, 정기용선자는 운송인으로서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가가 문제로 된다. 이를 부인하는 한, 선장이 정기용선자의 대리인으로 선하증권에 서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상 선하증권의 발행권자는 운송인, 선장 또는 기타의 대리인(상법 제852조)이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도 운송인이 될 수 있으므로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선장이 누구를 대리하여 서명한 것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선장은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이 될 수도 있고 정기용선자의 대리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장이 선하증권에다 서명하였다고 하여 선박소유자를 대리하였다고 할 수 없다.

해상운송계약은 선박을 점유하지 않은 경우에도 선박의 점유자를 자기의 이행보조자로 이용할 방법이 있는 한 누구라도 이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선박을 점유하지 않는 정기용선자도 자기의 명의로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상법 제809조 참조). 따라서 정기용선자가 선하증권에 서명을 하였을 경우에는 서명한 정기용선자는 운송인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

III. 디마이즈약관과 운송인
정기용선계약 하에 발행되는 선하증권에는 “정기용선계약 하에 체결되는 화물운송계약에서 운송인은 정기용선자가 아니고 선박소유자이므로 운송물의 손해에 대하여는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진다.”라는 취지의 “디마이즈약관”4) 또는 “운송인특정약관(identity of carrier clause)”이 삽입된다.

정기용선자가 용선한 선박으로 다른 사람의 화물을 자신의 선하증권을 사용하여 운송하는 경우, 그가 실제의 운송인임에도 불구하고, 선하증권을 발행할 때 자기나 그의 대리인이 “선장을 대리하여(for the master)”라는 문언 아래에 서명하여, 정기용선자가 운송인인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으로 행위함으로써 운송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기하는 경우가 있다. 선하증권에 그 발행회사가 정기용선으로 빌린 다른 사람의 선박으로 적하이해관계인의 물품을 운송할 경우, 운송계약상의 운송인은 선박소유자이지 정기용선자가 아님을 나타낸다. 이러한 약관을 디마이즈약관 또는 운송인특정약관(identity of carrier clause)이라고 한다.

정기용선자가 이러한 약관을 운송계약에 기하여 발행하는 선하증권에 삽입시키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선박소유자에게 인정되는 책임제한의 이익을 자기도 간접적으로 누리고자 함이고, 그밖에 적하이해관계인으로부터의 청구를 방어하는 증거의 이용 등에 관하여 선박소유자의 협조를 구할 수 있으며, 동일한 사안에 관한 소송의 중복을 피하고 실물손해에 대한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 사이의 부담부분을 분별하여 그 내부 구상관계를 간략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실익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디마이즈약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선박이 정기용선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선하증권소지인이나, 선하증권에 이 조항이 삽입되는데 동의하지 않는 선박소유자도 구속되느냐의 여부이다. 디마이즈약관은 운송주체를 불분명하게 하므로 선하증권소지인에게 예기치 않은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운송인의 면책특약을 금지하고 있는 상법 제799조의 규정에 비추어 본다면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하증권의 유통성을 고려할 때 선하증권에 기재되어 있는 디마이즈약관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약관은 많은 나라에서 법적으로 무효라고 보았으나,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경우에 이 약관은 기본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았다.   <다음호에 계속>

주---

1) 최종현, “정기용선계약의 대외적 법률관계” ⌜상사판례연구[VI]⌟, (서울 : 박영사, 2006), 456쪽. 
2) 엄윤대, ⌜선하증권론⌟, (서울 : 한국해사문제연구소, 2006), 3-4쪽.
3) 김동훈, “정기용선계약 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선주와 용선자의 책임관계”, ⌜한국해법학회지⌟ 제11권 제1호, 한국해법학회, 1990. 4, 219쪽.
4) 해운․물류 큰사전 편찬위원회, ⌜해운․물류 큰사전⌟, (서울 : 한국해사문제연구소, 2002),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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