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우리나라의 선박이 외국에서 압류되고 경매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그 경매를 인정할 것인가? 이번에 다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1)

예를 들면 선주S는 우리나라 국적 선사이고, 채권자 C는 외국 회사로서 S와 용선계약을 체결한 바 있던 회사인데, S의 용선계약 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하여 승소의 중재 판정을 받았다. 채권자 C는 선주 S사 소유의 우리나라 국적 선박 V를 벨기에의 어느 항에서 압류하고 경매를 진행시켰다. 이 경매의 결과 P가 경락을 받았으며, P는 그 대금을 완납한 뒤, 선적을 자신이 원하는 파나마로 치적시키기 위하여 우리나라 선박 등기부로부터 말소시킬 것을 원하였다. 이런 것이 가능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은 최근 한 사례에서 선박 등기부 말소를 허용하여 주지 않았다.2) 이러한 태도가 일반적인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태도라면 선박금융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위 사례에서는 일반 채권자의 경매신청의 사례를 고려하였지만, 경우에 따라 선주 S에 대하여 자금을 대부하여 주고 저당권 설정을 받은 은행과 같은 저당권부 채권자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법원의 입장이 위와 같다면, 경매가 잘 되기도 어려워, 채권 담보 목적으로 선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이루어진 선박 경매에 대하여 선박의 등록국이 그 결과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전세계적으로 그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1993년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국제조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Maritime Lien and Mortgages)은 제12조 제5항은 경매가 완료된 경우, 경락자가 요청하면, 체약국의 해당 기관(주로 법원일 것임)은 해당 선박이 매매되어, 저당권 등 담보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라는 내용의 증명서를 발급하여 주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체약국이 등록국인 경우, 그 등록국은 그 증명서가 제시되면, 선박 상에 기재된 모든 저당권 등을 말소하여야 하며, 경락자가 원하면 등록말소증명(해당 선박 자체에 대한 등록이 등록국에서 말소되었다는 증명)을 발급하여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약은 10개국이 비준 가입하면서 2004년 9월 5일 발효되었으나, 체약국의 수가 2011년 5월 17일 현재 16개국에 불과하고 영국이나 일본, 미국과 같은 나라는 이 조약에 여전히 가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가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매 사안 마다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임은 충분히 이해된다.

요컨대 우리나라 법원에서 우리나라 선박이 외국에서 경매된 경우, 그 결과를 가지고 우리나라 선박 등기∙등록의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선뜻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조약에 신속히 가입함은 물론, 부수적으로 우리나라 법원 나름대로의 승인기준을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

1) 우리나라에서 외국선박을 경매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해사법률 75(2005. 5) '외국선박에 대한 저당권자'에서 다룬 바 있다. 게재된 내용은 졸저 사례별로 본 실무해상법·해상보험법165면 내지 168면에 나온다.

2) 일본 변호사 나까무라 테츠로(中村哲朗)는 외국 선박이 일본에서 경매 완료된 경우, 경락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고, 저당권 등이 소멸하였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발급하여 주는데, 파나마나, 리베리아 국적 선박에 대하여는 해당 정부에서 등기 변경을 인정하여 주는 데에 비하여,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국적의 선박에 대하여 그 등기 변경을 인정하여 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에서의 선박경매의 승인, 해법회지(일본해법회, 2010),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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