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현 박사
Ⅳ. 강경대응과 풍선효과
(1) 확장된 군사작전
해적행위가 갈수록 폭력화해가고 몸값 역시 개별회사의 유동성을 위협할 정도에 이르자 해적들에 대한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경우에 따라 전시에 준한 군사작전까지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전개된 확장된 군사작전을 살펴보자.

① 2011년 1월 15일 : 한국해군의 삼호 쥬얼리호 구출작전.
② 2011년 2월 : 미구축함이 작전을 전개했던 Quest호 사건. 3월 미특수요원들이 소말리아 해안에 상륙해 해적 피의자를 추적 체포. Quest호 사건 당시 체포된 14명의 소말리아 해적들과 함께 미본토로 이송, 미국 법정에 세워질 예정. 그는 Quest호 사건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Quest호 선원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인질 가족들의 인적사항까지 파악해 몸값 협상차 가족들과 접촉. 이 사건은 그 동안 다소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던 미정부로 하여금 강경자세로 전환토록 하는 계기가 됐음.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미국의 대응수위가 해상의 해적은 물론 육상의 지휘부와 전진기지를 겨냥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이자 그들도 미국 정보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상기.
③ 2011년 3월 : 인도가 함정을 동원해 해적들이 모선으로 사용하고 있던 원양어선 Vega 5호를 공격. 10만명에 달하는 인도선원들이 외국선박에 취업하고 있어 해적들의 행위를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정책적 결단이 작용.
④ 2011년 3월 : 인도네시아 Sinar Kudus 구출 작전.
⑤ 2011년 5월 중순 : 미구축함 USS Bulkeley호가 30만 6000dwt급 VLCC Artemis Glory호를 납치하려던 해적 4명을 ‘확장된 자위조치(extended unit self-defence)' 원칙에 따라 전원사살. Artemis Glory호는 사우디에서 중국 Caofedian항으로 가는 원유를 적재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며칠 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아세안 국방장관회의에서 중국 군 고위책임자가 해상 타깃보다는 육상기지를 공격해야 한다는 제안을 할 만큼 중국을 강경자세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됨.
⑥ 2011년 5월 중순 : 3차례에 걸쳐 다국적 함대소속 덴마크(Esbern Snare호), 포르투칼(Vasco da Gama호), 프랑스(Nivose호)의 함정이 모선을 공격했고 Esbern Snare함은 모선에 억류중인 이란인 인질 16명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해적 4명이 사살되고 10명이 부상을 입어 함상에서 치료중이나 이들에 대한 기소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음.

(2) 사태악화
그동안 해적들은 납치선원들에게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 선원들을 학대, 고문, 살해하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또한 몸값이 급등하고 납치기간도 평균 8개월로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 연초에 전개된 삼호 쥬얼리호에 대한 한국 해군의 작전 직후 사태악화를 우려하는 소리가 일시 있었지만 곧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전개된 인도 해군의 군사작전을 계기로 미국 등 일각에서는 인도 해군의 강경진압을 두고 자국이기주의적 조치이며 단기적 측면에서 인도해군의 강경책이 도움이 될지 모르나 그 영향으로 해적들이 다국적 함정들이 활동하고 있는 IRTC 주변을 벗어나 납치한 모선을 전진기지로 삼아 먼 곳으로 그 무대를 옮길 경우 말라카 해협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군사작전이 강공으로 전환되자 6개월 전부터 해적들도 납치한 선박을 전진기지로 점차 먼 곳으로 진출하고 있는가 하면 군사작전 또한 해상의 전진기지와 육상의 지휘부를 타깃으로 하는 등 점차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국,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해군의 연이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보복행위를 취하지 않았던 해적들은 지난해 9월 탄자니아 근처에서 납치한 노르웨이 Asphalt Venture(3,884 톤)호를 지난 4월 중순 몸값($3.6m)을 받고 7개월만에 선박은 풀어주었지만 “인도정부가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대원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단원들을 풀어주면 우리도 인도선원을 풀어주겠다”며 15명의 선원 중 7명의 인도 선원들은 계속 억류하고 있다. 이어 2010년 8월 IRTC상에서 납치되었던 이집트 선박 Suez(17,000 톤)호가 일주일 전인 지난 5월 21일 몸값을 낙하산으로 투하한 후 불원 선박과 선원 23명이 풀려날 것으로 희망하고 있지만 인도선원 11명을 풀어줄지 여부에 대해 인도당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해적들이 인도선원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는 배경에는 최근 격상되고 있는 정부당국의 강공책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과 함께 해적단들의 협상방식이 점차 국제테러집단의 방식을 모방해가고 있는가 하면, 그 동안 해적행위가 해적과 선주들의 문제로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해적단들과 정부간 대치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 전개된 군사작전의 내용이나 군 지휘부의 발언들을 보면 불원 군사작전이 해상의 해적은 물론 배후 지휘부와 전진기지를 겨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데 대해 인도선원에 대한 의존도가 큰 유럽계 선사나 대형 유조 선사들은 인도정부의 강공책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사태가 점차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는 약 100명에 이르는 해적들이 체포 구금돼 있다.

(3) 외부세력의 개입
최근 해적활동은 해적산업이라 칭할 정도로 점차 대형화되고, 무장도 강화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 투기꾼들과 이슬람 극우파그룹(radical Islamist group), 알-샤바브(Al-Shabaab) 등 테러집단이 가세하면서 테러집단들은 해적행위에는 가담하지 않지만 몸값에서 그들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개입으로 해적 활동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해적단들은 이들 테러집단들과의 충돌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만일의 경우 육지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이들과의 충돌에 대비해 해적단의 인적자원을 육지와 해상으로 분산 배치해야하는 관계로 상선의 공격빈도와 몸값 요구가 커지고 협상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상우위를 점하기 위해 납치선원들을 살해하는 등 더욱 난폭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만일 점차 부를 축적해나가고 있는 그들이 공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헬기라도 확보해 해상에서 승선하기보다 공중 침투 형태로 전환할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4) 몸값과 비용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해적들이 받은 몸값가운데 2/3는 전진기지의 운영비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 1/3은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과 해적들의 몫으로 배분하공 있다. 보통 20세 전후의 해적단원들이 선박을 납치하기 위해 매회 출동할 때마다 $100를 받고 성공해서 돌아오면 $100를 추가로 받는다고 한다(소말리아 1인당 연간 소득-$900). 서방세계 기준으로 보면 문자 그대로 용돈에 불과한 금액을 댓가로 목숨을 걸 만큼 그들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최근에는 다국적 함대들의 순찰을 피해 인도양 먼 곳까지 진출하다보니 모선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무장의 강화, 리스크의 증가 때문에 몸값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몇 년전까지만 해도 척당 15만 달러에서 최고 백만 달러 수준이었던 몸값은 최근 2010년 11월 풀려난 싱가포르 선박 Golden Blessing($9.0m)호, 삼호드림($9.5m)호에서 보듯이 미화 1,000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편 대형선박이 납치됐을 경우 몸값을 $6.0m 기준으로 하고 여기에 변호사, 은행, 중간협상비, 불가동 손실 등을 감안하면 총 손실금은 대략 $25m에 이른다고 하니 납치를 확실히 예방할 수 있다면 1회 10만 달러정도를 들여 PAG를 고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Ⅴ. 현안 문제들
(1) 법적 인프라의 부재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한 해적행위가 소말리아 영해내에서 이루어 졌을 경우 소말리아법에 의해, 공해상일 경우 국제법에 따라 처리돼야하나 소말리아는 정정불안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여서 해적들을 체포하면 국제법(UN Convention on Law of the Sea ; Unclos)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Unclos상 해적행위는 ‘공해상에서 행하여진 선박, 인명 또는 선상의 재산에 대해 행해진 불법적인 폭력, 억류 또는 기타의 약탈행위(any illegal acts of violence or detention, or any act of depredation)’라고 정의(101조)하고 있어 소말리아 해적의 상선에 대한 공격은 ‘해적행위(Acts of piracy)’임이 분명하나 전문가에 의하면(전 CMI회장) 동 행위가 단순한 형사범 차원으로 밖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classified as criminal acts and not acts of war) 해적이 상선을 공격할 경우 해군이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방어적 조치밖에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해상의 선박은 전적으로 기국법 관할하에 속하며(제92조) 군함이나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박은 해적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이 있을 경우 국제법상 해당선박에 대해 정선요구, 승선, 수색, 나포할 권한이 있으며 국내법에 따라 이를 기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개별국가의 판단에 따라 해적들에 대해 치외법권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약 150여년 동안 해적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다수의 국가들이 해적들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해적이라 하더라도 국내법에 의거 이들을 기소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해당국가 검찰에 달려 있으나 대부분 자국내 형사사건이 많아 자국의 이해와는 거리가 먼 공해상의 해적행위까지 수용하려는 국가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설사 해적들을 법정에 세우려고 해도 서류상 또는 물리적 증거(documentary or physical evidence)가 있어야 하나 해적들의 경우 이러한 증거확보가 어렵고 이들을 체포, 유지, 이송 등에 필요한 복잡한 절차, 그리고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한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 그렇게 용이한 일이 아니다. 최근 핀란드 함정이 싱가포르 국적선을 공격한 해적들을 나포했으나 핀란드 당국은 이 사건에 핀란드 국민이나 회사가 관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 사건에 대해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한 것이 바로 그 예다.

실제 각 국가들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했을 경우 부수되는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강경한 조치를 피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2009년 IMO가 2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규정이 이렇다 보니 예컨대 A국가의 함정은 A국가의 해적이나 A국의 국기를 게양하고 있는 선박에 대해 해적행위가 이루어졌을 경우에 한해서만 체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2) 군사작전의 한계
해적행위를 전쟁행위로 간주할 수 있게 될 경우 일반 범법자를 체포하는 것과 전시에 준하여 적대행위자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적행위를 전쟁행위가 아닌 일반 형사범으로 분류하고 있어 함정이 지근거리에 있더라도 해적들의 공격(납치행위)이 진행 중이어야만 자위적 조치밖에 취할 수 없다면 이미 나포된 선박 또는 해적이 승선중인 선박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실제 이제까지 다국적 함대는 해적이 일단 타깃선박에 승선하고 나면 공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해운업계가 해군에게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해적은 물론 해적의 모선과 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전 BIMCO회장 및 영국 해운단체장)도 그 만큼 현실이 위급한 상황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해적들이 전진기지로 사용하고 있는 모선상에는 납치된 선원들도 있는 만큼 모선이나 기지 공격은 민간인의 생명과 관련된 리스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강력한 발본색원차원의 대책 없이는 현 난제를 풀 수 없다는 시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함정의 대폭 증강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30여척에 의존하고 있는 현지사정에 대해 ‘유럽보다 더 큰 지역을 불과 15~20대 남짓한 경찰 순찰차에 의존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한 현지 지휘관의 말처럼 함정의 절대적인 척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현지 함정들의 고유 임무는 해적이 아닌 중동 지역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순찰과 경계인만큼 해군 본연의 임무를 제쳐두고 해적퇴치를 위해 함정을 무한정 배치할 수도 없는 것이다. 최근의 중동 사태로 인해 해적관련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다국적 함대의 일부가 전배돼 해적퇴치 활동이 사실상 약화된 것도 그 실례이다.

이처럼 현행범에 한해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제약, 모선이나 기지 공격시 예상되는 인질의 안위와 관련된 리스크, 현실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함정의 한계 등의 사유로 군사작전을 통한 해적 퇴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3) 더딘 국제사회의 대응
해적들의 공격은 거의 일상사로 벌어지고 있고 수백명의 무고한 선원들이 죽음의 공포속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금 해운업계는 해적퇴치를 위한 국제법 체계 확립, 함정의 증파, 다국적 함대를 UN 산하의 단일 지휘체계로 개편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제 정치권의 움직임은 유감스럽게도 대단히 미온적이다.

지난 4월 개최된 Dubai회의에는 28개국의 외무장관을 포함 50여개 국가 대표들이 참석해 해적에 대한 대책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취급하겠다고 목소리들을 높였지만 막상 최소한 $2,000만 달러 정도가 당장 필요한 해적퇴치기금은 450만 달러가 겨우 조성됐을 정도로 말과 행동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칠레 광산 광부 매몰사건 때 그들의 무사구출을 기도하며 전 세계가 보여주었던 뜨거운 관심, 그리고 최근 리비아, 이집트 등 중동사태와 대테러 분야에서 국제사회가 보여주었던 과감한 대응조치와 군사작전의 강도와 비교하면 아직도 500여명의 무고한 선원을 인질로 잡고 있는 소말리아의 해적문제를 너무나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과연 유럽이나 미국 여행객 수백여명이 승선한 여객선이 해적들에게 납치돼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일부가 살해된다면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법 이론을 따지고 해적들의 인권을 논할지 의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선원들이 또는 소말리아 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Ⅵ.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관리
이처럼 해운단체나 국제사회가 함께 해적문제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해적위협에 노출돼 있는 당사자는 최일선에 있는 선원 자신들이며 후방에 있는 선주의 경우 유사시 경영상의 타격은 예상할 수 있겠으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는 선원들의 처지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다국적 함대의 지휘관이 현재는 PAG의 고용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고용이 오히려 해적과의 대치관계를 악화시켜 해적들의 중무장을 유도하고 불원 갑판상에 헬기를 탑재하고 선수, 선미 그리고 선교 양측에 기관포를 장착한 모선이 공격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가 하면, 최근 그리스에서 개최된 Intertanko 회의에 참석한 EU Navfors의 고위 지휘관도 인질 100명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10명 정도의 희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즉 인질로 잡혀있는 500여명의 선원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50명 가까운 선원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과연 선원가족, 선주는 물론 정치권 어느 누구도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우리는 삼호쥬얼리호 사례에서 본선의 선교 외벽에 촘촘히 박혀있는 총탄자국을 보았고 해적이든 우리선원이든 그로인한 인명 사상의 실태를 목격했다.

올해 1/4분기의 통계를 기준으로 통과선박 75척 중 1척이 타깃이 되었고 타깃선박 4척중 1척이 납치됐다. 즉 통과선박 300척 중 1척이 납치된다는 계산인 바 0.3%의 확률이고 납치 될 경우 선주가 부담하게 될 최대 금전적 피해규모는 척당 $25m 정도에 이른다. 납치될 확률 0.3%는 아주 낮아 보이고 PAG 고용, 보험료, 우회비용 등은 부담스러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고위험지역(High Risk Area ; HRA)을 항해하는 선원의 공포감, 유사시 군 또는 PAG가 해적과 대치할 경우 최악의 사태가 생길 수 있는 확률 10%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음을 리스크 관리자는 잊어서는 않된다.

① Crew risk : 실제 몇몇 사례에서 보았듯이 BMP나 Citadel 전략 역시 IRTC나 그 주변 해역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원거리 망망대해에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원들은 함정이 자신들을 호위하고 있고 무장 경비가 승선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해적을 상대로 한 교전 수칙 하나를 두고 끝도 없는 시시비비를 논하고 있는가 하면 엄청난 화력을 갖고 있는 최신예 함정도 겨우 자위책 정도 대응밖에 할 수 없고 PAG 역시 무기 휴대 또는 사용상 제약으로 유사시 효과적으로 대응을 할 수 없다면 선원들의 안위는 누가 지켜주는 것인가?

위험수당 얼마에 오늘도 해적이 출몰하는 해역을 항해하면서 갑판상에 설치된 철조망을 믿고 수평선 멀리 보이는 조그마한 점하나가 어떤 적대 행위를 할지 두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며 15명 내외의 소수인원으로 하루 24시간 당직을 수행하다가, 해적이 공격하면 Citadel로 우선 피신하겠지만 밖에서 Citadel을 절단, 폭파 또는 선박에 방화하겠다고 위협하는 해적들의 협박 속에 누군가의 구조를 기다리며 그 안에 움추리고 있어야 할 선원들이 겪게 되는 공포감은 상상의 범위를 초월하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② 선원단체의 움직임 : 선주와 국제사회의 대응방안과 수위에 대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며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여왔던 국제선원단체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도선원노조가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선원노조들에게 해적위험지역의 항해를 보이콧하는 방안을 두고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지하듯이 인도선원노조에 가입한 7만명의 회원은 전 세계 선원의 약 6%를 점하고 있고 필리핀은 세계 최대 선원 공급 국가이자 한국이 고용하고 있는 해외선원 중 가장 비중이 큰 선원 송출국가다.

지금과 같이 선원의 수급이 타이트 한 상황 하에서 승선생활이 불가피한 경우의 선원이라 할지라도 아덴만, 인도양 아닌 해적의 염려가 없는 다른 항로 선박을 택하면 그만이고 선원 가족들 입장에서 위험수당 얼마 때문에 남편이나 자식을 위험지역으로 보내려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원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항로를 보이콧하려 할 경우 HRA의 확장이나 위험수당의 인상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③ Global risk : 현재와 같은 교착상태가 계속될 경우 선주는 해당항로를 포기 또는 우회하거나 리스크 관련비용을 운항원가에 반영시켜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선원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승선거부 밖에 없다. 이미 업계에서는 해적할증료 부과(머스크라인) 또는 관련비용을 World Scale의 비용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Intertanko) 선원단체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해당항로 보이콧 움직임을 시사했다.

유럽의 유력선주가 말했듯이 사태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모든 선박이 우회항로를 택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일시 피난 대책은 될지 모르나 우회한다고 해서 해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우회항해로 인한 운항비 증가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EU-Navfor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 한해 해적관련 국제사회가 지출한 총비용은 무려 $238m에 이른다고 한다.

만일 우려했던 집단 보이콧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해운계의 혼란과 유가의 급등은 물론 전 세계 공급 체인상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한 역풍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국제사회의 대응수위를 일시에 격상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혼란으로 인한 후유증은 한번 발생하면 쉽사리 잦아들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리스크를 회피하는것이 어려우면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 그리고 선원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④ Shipowners' risk : 선주가 취하고 있는 조치는 현재 BMP 준수, 위험수당, Citadel 설치, K&R(Kidnap & Ransom) 등 관련보험에 가입하는 것들로 이들 모두는 재정적 부담이 있음에도 지난 사례들에 비춰볼 때 선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생명과 직결되는 리스크에 대한 관리 대책으로는 미흡하다. 침체의 늪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해운시황하에서 Citadel의 설치만으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Citadel의 강화와 함께 PAG의 고용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필요한 보험에 가입했다거나 위험수당 지급으로 선주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경우 선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명백하다. 선주들은 해적들의 위협을 그 지역을 통항하는 선원들이 항상 당면하게 되는 일상적인 리스크로 간주하고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비용을 이유로 PAG의 고용을 피하려 해서도 안된다. 선주가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는 채산성에 관한 부분이지만 선원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다보면 두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최근 일부정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화물이, 연료유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PAG의 고용을 거부하더라도 선주는 비즈니스 차원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되며 용선자도 후일 불상사가 생겼을 경우 선원 또는 선주에 의해 법정에 설수도 있음을 유념해 비록 선주가 고용한 선원이라 하더라도 인명 최우선 방침을 존중해야 한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선원들에게 안전한 작업장(safe working place)을 제공해야 할 의무는 어떤 이유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⑤ Legal risk : 해적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권이 있다. 자신들을 해치려한다고 해서 아무나 마음대로 해적을 처벌할 수는 없으며 선장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선내에 무기를 반입하거나 PAG의 고용은 엄격한 의미에서 그 자체가 선원과 여객의 인명을 위협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SOLAS나 ISPS 위반이 될 수도 있다. PAG를 고용하였더라도 일단 승선하게 되면 선장의 지휘하에 속하는 것이며 그들이 위법한 행동을 하였을 경우 선장이나 선주는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무기소지와 그 사용에 관한 법도 기국(flag state), 선원의 국적, 보험자, 기항지 항만에 따라 다르고 PAG의 고용에 대해서도 이를 허용하는 국가, 금지하는 국가, 묵인하는 국가가 병존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선원, 선박, 화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선장의 책무인 것은 사실이나 선원의 안전을 보호하고 정당방위를 하다보니 어느 날 갑자기 본인이 범법자로 처벌될 수 있다면 누가 감히 그러한 함정에 말려들기를 원하겠는가? 애매하고 불투명해 보이는 해적관련 법체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명쾌한 지침이 없으면 이현령, 비현령식의 법망 때문에 선원들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장이 그런 시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고 그 문제는 해운업계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개별국가와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법치의 최우선사항은 ISPS, SOLAS, Unclos 등의 관련 부분이 조화를 이루도록 개정하고 ‘해적’에 관해 현 상황에 맞게 명확히 정의해 광범위한 군사적, 선제적 조치를 통해 해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 선원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PAG가 응분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무기사용을 허가하고 그 결과에 대해 선장이나 회사가 법정에 서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

Ⅸ. 말보다 행동으로!
선원들의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지만 과연 대책이 무엇인가? “함정을 통해 해적들을 무력으로 제압한다, 모든 통과선박에 Citadel을 설치한다, 선원들은 유사시 BMP 및 Citadel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불가피한 경우 몸값을 지불한다” 이 정도가 현재 해운업계에서 구상하고 있는 대응책들이지만 문제는 이정도로 선원들의 안위가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우회항로 채택은 사실상 스웨즈 운하 봉쇄효과와 동일하며, 일단 선원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릴 가능성이 크다. 어느 경우든 그 결과가 전 세계 공급 체인상 미칠 파장에 대비해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소말리아의 경제개발, 정정불안 해소 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해적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수긍이 가지만 문제는 근본대책은 오랜 시간을 요하는 사항이고 그때까지 해적들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장기적 대책도 필요하지만 갈수록 악화돼가고 있는 해적들의 위협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이다.

선원 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지적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채산성보다 선원들의 안위를 더 중요시 하였는지, 간선항로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내 가족이 오늘도 전전긍긍하며 초긴장 속에 전후좌우를 경계하며 항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간의 사건 사고 등을 종합해 미흡하겠지만 정부와 업계에 대해 몇가지 제안을 올려본다.

(1) 민간차원(개별선주, 해운단체, 선원단체 등)
① BMP에 대한 교육과 훈련 : 7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으로 외부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보완되고 있는 바 그 내용을 육상에서 요약 정리해 선원들에게 전파시킨다. 가능하면 전담요원을 승선시켜 평상시에는 선원의 직무를, 비상시에는 9.11 테러이후 항공분야에서 채용하였던 무장 Air-marshall과 같은 임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도 검토한다.

② Citadel 설치 : 위험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설치를 의무화하되 Citadel의 질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설비를 갖춘 경우와 통신, 선박의 조종 기능까지를 구비한 격실로 구분하여 차별 관리한다. 당장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선원과 본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투자로 간주해야하며 가능하다면 조타실에 한해 방탄장치를 하거나 허가된 자 이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③ PAG의 적극 활용 : 다소 비용이 소요되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해적퇴치 수단이다.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본선 선장을 참여시키도록 해야 하며, 본선에서 PAG의 고용을 요청했을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에 응하거나 불응시 그 사유를 선장에게 전하도록 한다. 다행히 그동안 BMP+PAG의 고용을 통해 해적들의 납치기도를 4/5정도 퇴치할 수 있었다고 하니 현재 해운업계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④ 해적행위와 관련 당국의 요청이 있을시 형사처벌을 위한 채증(採證) 및 증언에 동참해야하고 관련비용의 지원 등을 포함한 지침을 수립한다. UN(Office of Drugs and Crime)에서 증언, 진술과 관련된 비용을 지원받는 방안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⑤ 불명확한 법적 이슈들 때문에 선원이나 선장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사전에 불확실성들을 내포하고 있는 쟁점들을 정비하되 최소한 선원이나 선장이 그러한 시험대에 들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한다.

➅ 선원들이 이른바 고위험지역으로 항해하는 선박을 기피 또는 하선을 원할 경우에는 선원들의 선택을 100% 존중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

⑦ 선원의 안전보장에 대해 자신이 없으면 채산성이 악화되더라도 차라리 우회항로를 택하고 그 비용보전을 위해 과거 있었던 정책보조 또는 항로보조형식을 강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2) 정부와 사회
사무실에서 지시하거나 여론을 의식해 강공책을 주문하기는 쉬울지 모르나 최전방에 나가 있는 선원들은 해적들의 타깃이 될 수 있고 구출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아군에 의해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관련 선사나 피랍 선원과 그 가족들에게는 생사가 좌우되는 모험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① BMP, Citadel 설치 등 민간차원에서 수행하여야 할 과제들이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독려하고 감독한다.

② 보안설비 및 PAG의 고용과 관련해 해당 지역의 리스크 정도에 따라 분류하고 고위험지역에 대해 PAG의 고용을 의무화한다.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는 함정파견보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무장경비원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③ ‘해적과의 전쟁’ 정부 기본백서 만들자 : 정부당국과 해운업계는 상선의 무장 또는 PAG의 고용, 해적단과의 몸값협상, 몸값 지불, PAG가 유사시 해적을 살상했을 경우 등에 대해 현행 국제법상 또는 국내법상 그 위법성 여부와 선장 또는 선주에게 미칠 영향 등을 현실에 입각해 검토하고 대안을 업계 또는 선원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④ PAG를 통한 상선의 무장, PAG에 의한 인명살상 등과 관련해 선장, 선주의 면책을 위한 법적 보완조치와 PAG와 선장의 지휘권, 발포권 등 상응하는 지침을 마련한다. 최근 영국, 덴마크 등이 PAG의 고용을 공인하는 법적장치를 입안중이다. 정부도 유사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방, 법무, 외교, 무역등과 관련된 중앙부처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⑤ 안정적인 수송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Sea-marshall, Citadel 설치, PAG의 고용, 우회항로시 추가비용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추가함정의 파견보다 더 경제적일지도 모른다.

⑥ UN이나 국제사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과제들은 시간을 요하는 것인 바 그 이전에 소말리 정국안정 등을 제외한 기술적인 내용들을 독자적으로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⑦ 풀려난 선원들에 대한 후유장애 치료 등을 포함 후속 관리대책을 수립한다

⑧ 함정증파와 함께 필요시 상선에 무장해군을 승선시키는 방안도 검토한다.

(3) 국제적 협력
① 모선에 대한 추적 및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모선 위치 등 리스크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반 정보를 군, 민과 관이 공유하도록 한다.

② 유럽 13개국으로 구성된 EU Navfor와 유사한 아시아 지역단위의 Combined Task Force 구성을 추진한다.

③ IMO 주관하에 PAG 고용에 관한 지침서 조기 확정 및 각국의 재판관할에 관한 문제 정비와 병행해 기소를 지원하기 위한 다국적 함대와 업계의 채증 활동체제 구축.

④ UN 주관하에 가칭 UN 소말리아 해안경비대 설치 추진하고 해적의 체포, 구금 및 기소에 관한 국제법 근거 마련과 해적행위를 단죄할 수 있는 단일 형사재판소 설립을 추진한다.

⑤ 근본적인 대책으로 Somalia에 합법정부 수립을 위한 정치, 경제적 지원책을 강구한다.

국제사회가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강경대응책을 두고 심사숙고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제사회는 강경대응 쪽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해적들도 군사작전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해적산업의 장래가 그렇게 길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해적들의 만행이 2012년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 안에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

인도양 계절풍 시즌(5~9월)이 가까워 온다. EU Navfor에 의하면 해적들이 납치한 선박과 선원은 몇 개월전 30척/700여명에서 최근 23척/518명으로 줄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몸값을 확보할 수 있는 근원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계절풍까지 도래하다보니 조그마한 보트로 상선을 납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해적들은 결국 모선을 이용, 계절풍이 덜한 곳, 즉 인도양 남측이나 동쪽으로 진출할 것이고 몬슨이 끝나는 10월부터는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인도양 전역에서 그들의 마지막 피치를 올릴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만선을 하여 Freeboard가 불과 8m 남짓하고 속도가 13knots 전후로 공격이 쉽고 고액의 몸값을 요구할 수 있는 VLCC 등 대형선이 타깃이 될 가능성 커진다.

삼호 쥬얼리호 이후, 한국선원들의 안전은 개선되었는가? 또 다른 납치사건이 발생하면 선원들의 안위상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삼호쥬얼리호에 준하는 강공책을 동원할 것인가? 피랍선박의 선주가 아니더라도 해운계는 그러한 강공책에 동의할 것인가? 아니면 답변을 유보할 것인지....

선원의 안위를 담보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선박을 운항해야 할 이유가 선주나 국가에게는 있는지 모르나 그렇다고 선원들에게 사선(射線-line of fire)에 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물자의 수송, 선박의 운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원의 안전이다. 어차피 완벽한 대책은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현실로 받아들이고 관련 당국, 선주, 선원 모두가 지금 당장 가능한 방안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진솔한 자세로 해적문제에 대처하여야 한다.

전 세계의 선복량의 1/2이상을 점하고 있는 아시아권 선주들은 과연 그 비중에 걸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봐야 한다. ‘해적을 퇴치합시다’라고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지금은 백마디 말보다는 조그마한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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