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크루즈 모항 기회 왜 못잡나"

▲ 백현 롯데관광개발 부사장
지난 3월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사태는 세계 메이저 크루즈선사들의 진출로 초고속 성장을 해오던 한중일 크루즈 시장의 판도를 새롭게 짜게 만들었다.

그동안 한중일 크루즈는 중국 관광객들을 주요 타겟으로 부산항과 제주항을 모항 내지 중간 기점으로 삼아 중국-한국-일본을 연결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일본 원전사태이후 북중국-인천-제주-남중국을 연결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인천항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국내 최초로 크루즈 전세선 서비스를 선보인 롯데관광개발도  당초 부산항을 출항해 일본 주요항만을 돌아 북해도까지 올라갔다가 독도를 돌아오는 서비스를 기획했다가 일본 원전사태로 인천-제주-상해로 급변경했다.

롯데관광개발의 백현 부사장은 "일본 사태로 인해 급하게 서비스를 변경했지만 한국 크루즈 시장이 생각보다 많이 성숙해진 덕분에 내국인 2500명, 중국인 1800명 등 약 4300명의 여객을 모집하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 부사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인천항과 상해항을 준모항으로 삼아 서비스했지만 인천항의 항만시설과 서비스 마인드가 생각보다 너무 떨어져 대단히 고전을 했다. 내년에 또다시 인천항을 모항으로 하는 전세선 서비스를 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롯데관광이 용선한 코스타크루즈의 5만 3000톤급 크루즈선 코스트 클래시카호는 인천 내항 갑문을 통과하면서 선체일부가 찢기는 사고를 두번씩이나 당했고 내항에 마련된 제2국제여객터미널이 협소하고 화물과 쓰레기 더미 때문에 관광객 승하선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백 부사장은 "외국 크루즈선사를 비롯해 외국관광객들이 국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가 서울이고 크루즈를 통해 서울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인천항이다. 그러나 이렇게 열악한 시설을 가지고는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유치는 어림도 없다. 정부차원에서 인천항에 10만톤급 이상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크루즈 전용부두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인천항은 이번에 그 첫번째 기회를 상실했다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기회를 잡은 부산항과 제주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즈선 기항에 대비해 영도에 크루즈 전용부두와 터미널을 만들었던 부산항은 지난 2009년부터 본격화된 로열캐러비안, 코스타 등 세계 크루즈선사들이 한중일 크루즈의 모항으로 선택하면서 큰 재미를 봤다. 제주항도 제주외항에 크루즈전용부두를 건설해 최근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서 크루즈선 유치를 위한 아주 단단한 준비를 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외국선사들이 국내 항만중 가장 선호하고 있는 인천항은 대형크루즈선을 맞이할 준비가 전혀 안돼있다는 것이 백 부사장의 지적이다.

우선 인천항에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석이 마련된 곳은 인천 남항의 제1국제여객부두와 인천 내항의 제2국제여객부두 단 2곳. 그러나 제1국제여객부두는 전면수심이 불과 7m 정도에 불과해 대형 크루즈선의 접안이 아예 불가능하고 제2국제여객부두는 갑문을 통과 해야하기 때문에 최대 5만톤급까지만 통항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천항에는 10만톤급 이상 초대형 크루즈선의 기항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 단1곳도 없는 셈이다.

부두시설뿐만 아니라 터미널시설도 인천항은 대단히 열악하다. 10만톤급 대형 크루즈선의 탑승객수는 3천명이 넘고 최근 인천항에 기항한 5만톤급 크루즈선인 코스타클래시카호 역시 약 1800명정도의 승객이 탑승한다. 그러나 인천항에는 한꺼번에 최소 1000명이상 대규모 크루즈 관광객을 빠르게 통관시켜줄 수 있는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없다.

또한 크루즈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기항지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 버스 30~50대 정도가 필요한데 인천항 여객터미널에는 대형버스 30~50대가 한꺼번에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

3~4년전부터 크루즈 전세선 서비스를 준배해온 백 부사장은 "인천항은 남항에 새로운 크루즈 전용터미널을 짓겠다는 계획만 발표해놓고 지금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하면서 이번에 찾아온 첫번째 기회를 상실했다. 앞으로 인천항에 몇번의 기회가 더 찾아올지는 모르나 중앙정부차원에서 보다 확실한 대책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인천항은 영원히 기회를 상실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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