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금융당국 차원의 선박해체 지원대책 필요"

▲ 윤민현 박사
1. 서언
호주 Queensland의 홍수사태로 시작한 2011년은 일본 대지진ㆍ쓰나미에 이어 중동사태의 불안속에 상반기가 지나갔지만 기대했던 미국의 경기회복은 요원해보이고 유럽은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유로사태, 미국의 재정위기, 중국의 경착륙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고 있으며 그 시작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생산 공장이자 원자재 등의 최대 수입국이다. 그래서 2003년 이후 중국은 세계 해운의 견인차적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해운계는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철광석 수입량의 증가율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미국, 유럽 등 소비 시장의 침체로 중국의 상품 수출량은 감소하고 있다.

연간 인플레이션이 5.5%에 이르는가 하면 제조 분야에서의 임금 상승률이 연간 30%에 달하며 에너지 관련 비용도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값은 2008년 10월 이후 최근까지 가파르게 오르다가 금년초부터 상승세가 꺽이고 있다.

6월 중순 해운에 대한 전망을 현재의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한 바 있었던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Moodys가 7월 5일에는 중국 시중은행들의 부실 자산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발표하는가 하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를 두고 버블 붕괴의 징조가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이상 조짐이 생긴다면 이는 대출의 부실화와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고 해운분야에서는 중국의 수입 물동량, 특히 철광석에 결정적인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이와 같은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특히 선주 자신과 선박을 전문적으로 빌려주고 있는 해운투자자들 역시 Moodys의 전망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라고 할지 모른다. 장래 시황을 예측한다는 것이 점쟁이가 사주팔자를 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나 현재 취항중인 선복량과 발주량, 그리고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 등은 과거의 예로 보아 전쟁 등의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오차 범위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2. 선대 현황
6월 현재 전체 벌크 선대는 7,750척이며 톤수 기준으로 41%가 케이프사이즈다. 금년도 인수예상 선박 1,700척을 포함해서 2014년까지 인도될 벌크선은 약 2,600여척으로 척수뿐만 아니라 크기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6월 현재 10만톤급 이상 케이프사이즈 선대는 1,248척(Simpson Spence & Young)인데 향후 4년 안에 570척이 추가로 인도될 예정이다. 향후 인도될 선복량이 수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히 짐작이 갈 것 같다.

2003년 2,700여척에 700만teu였던 컨테이너 선단은 지금 거의 6,000척에 약 1,500만teu를 초과해 8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 100만teu가 증가하는데 17개월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10개월이면 족하다. 지금도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현재 7,500teu급 이상만 254척(290만teu)이 건조 중에 있으며 2012년에 230척, 155만teu가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단위 연도의 증가량 가운데 최고 기록이었던 2007년 152만teu를 초과하는 새로운 기록이다.

3. 해운시장
최근 New World Alliance, CSAV, CYKH, Wanhai/Pil 등이 노선을 축소했지만 결국 이들 선박이 다시 용선 시장에 나오자 요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주력 선대가 이미 1만teu급으로 전환하고 있는 유럽 항로는 이익률보다는 선복을 채우는데 급급하지만 소석률은 80%~85%를 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태라면 당분간 요율회복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최근 8월 1일부로 시행하려했던 태평양, 유럽항로의 GRI 실패가 이를 뒷밭침하는 것이다.

Dry Bulker를 대표하는 케이프사이즈는 현 선대의 평균 선령이 9년 정도의 비교적 신예 선대인데 현 선대의 50% 에 달하는 신조선이 출시하게되면 1~2년 후의 선대는 더욱 더 젊어진다는 이야기다. 향후 운임시장에서 공급 과잉도 문제이지만 과연 새파란 신예 선대와 90년 이전에 건조된 25년의 노령선이 어떤 각축전을 벌일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공급부문이다. 현재에도 과잉 선복으로 인해 케이프사이즈 선주의 약 30%가 마이너스 용선을 해주기 보다는 차라리 잠정 계선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벌크선 분야에서 일시 반등조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상반기의 용선료는 일일 1만 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원리금 상환은 제쳐두고 겨우 운항비를 커버할 정도이며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중국의 수입 하동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표준형 케이프 선주들간의 물량 확보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며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은 유한한데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자명하다

유조선 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취항중인 전세계 VLCC는 7월초 현재 559척이며 150척이 건조 중에 있고 금년 선복증가율을 5.6%로 예상하고 있다. 그 동안 저유용(storage)으로 전용됐던 30여척의 VLCC가 저유를 통한 차익 실현이 어려워지자 최근 다시 시장으로 나오고 있어 수급이 더욱 악화돼 VLCC의 일일 운항비가 $10,000~11,000 정도인데 용선료는 $3,000/day 이다. 사실상 선주가 용선자에게 화물을 실으라고 돈을 대주고 있는 격이다.

4. 차별화 동향
이처럼 해운 외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는데 해운시장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컨테이너와 Dry Bulker 분야에서는 'Bigger is Better' 멘털(mental)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머스크라인이 올해 상반기에 Tripple-E급 20척을 확정 발주했는가 하면 그동안 1만teu급 이상에 대해 머스크와 CGM CMA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위 10대 선사들이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 오다가 금년 상반기에 대부분 발주 혹은 용선 형태로 1만 3000teu급 선대 확보에 나섰다.

벌크선도 전 세계 철광석 해상 하동량 10억톤 가운데 2.5억톤 이상을 취급하는 브라질의 광산업체 Vale가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해 40만톤급 Valemax를 주축으로 하는 50여척의 대형 벌크 선단을 구축중에 있으며 Valemax만의 규모가 전체 1,240만톤으로 이는 18만톤급 케이프사이즈 60척에 상당한다. 브라질의 Tubarao↔Qingdao간 왕복 항차 72일을 기준할 때 연간 약 1억 2,000만톤의 수송능력을 갖는 초대형 Industrial Carrier가 시장에 출현하는 것이다.

현재는 Vale사의 최대 고객이자 전 세계 철광석 수출량의 70%를 수입하는 중국과의 마찰로 인해 그 성공여부는 두고 봐야 겠지만 브라질-중국간 셔틀 서비스에 투입되든 또는 제1호선의 경우처럼 다른 항로에 투입되든 시장의 판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임은 분명하다. 바야흐로 정기, 부정기 양측에서 신 Jumbo World와 함께 Mega-competition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밖에서는 해운, 조선, 금융권 모두가 2008년 하반기 리먼사태를 계기로 비싼 학습비를 들여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리먼사태 직후 해운시장에는 피의 대 숙청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랐다. 속마음이야 어찌 되었든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은행들의 자비(?)에 힘입어 2009년, 2010년에 이르기까지 도산한 선사들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에 불과했다.

2010년 일시 반짝했던 경기로 인해 오히려 리먼사태 이후 거의 ‘Zero' 수준에 머물렀던 선박 발주가 다시 되살아 났고 계선 선박들은 앞 다투어 재취항했다. 2010년부터 해운계는 Buyer's market으로 전환된 조선시장에서 낮은 선가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대량 발주에 나섰는가 하면 중국,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Cash buyer들은 유동성에 목을 메고 있는 중고선 선주들을 상대로 대량 매입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흐름 가운데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리먼사태 이전까지는 너나 할 것 없이 곁눈질 할 틈도 없이 하동량만 쳐다보고 선박을 확보하려 했다면 지금은 자국선 적취율 제고, 수송권 장악을 위한 Industrial carrier의 출현과 함께 시장에서 경쟁자를 퇴출시키기 위한 체력전을 위한 발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항원가를 낮추기 위한 목적인 바 이는 곧 원가경쟁→체력전(cut-throat competition)→시장의 재편(M&A를 통한)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원가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Moodys의 경우 국제무역의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해운은 공급과잉으로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은 시장이 더 악화될 것이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회사 특히 Dry bulker는 생존을 위한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공급과잉+연료비 등 운항비 상승+낮은 운임률+타이트한 금융조건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머지 않아 시장에서 사라지는 선사들 늘어날 수 밖에 없다.

5. 시장 전망
선주든, 해운투자자든, 선박금융권이든 현재 불황의 주범이 선박의 공급과잉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특단의 조치가 없이 그대로 방치할 경우 현재의 불황이 2015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계론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해상 하동량에 대한 전망치의 차이에 따라 시황이 잠시 하락했다가 불원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선주들도 있다.

다만 2003년 하반기부터 해운경기를 일거에 뒤바꾸어 놓았던 Chinese boom과 같은 상황이 가까운 시일내 재현될 것 같지는 않다. 과거 수년간 해운시장은 문자 그대로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하는 Rollercoaster 장세였다고 할 만큼 예측불허의 장세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특수’나 돌발적인 변수보다는 수급의 균형과 원가가 승패를 좌우하는 전통적인 해운시장구조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해운계 일각에서는 금년부터는 시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해서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선주들은 과거부터 기대(expectation) 보다는 희망(hope)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의 실적발표를 보면 머스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위 컨테이너선사들이 1/4분기에 적자를 기록했고 지금은 요율이 연초보다 더 떨어졌으니 그 결과는 불문가지다.

6. 한ㆍ중ㆍ일의 사정
유럽의 상위 3개사들은 이미 대형화를 통한 체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해운계의 위기를 체력이 약한 선사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그들은 공급을 줄이려는 노력보다는 원가를 낮추어 하위 선사들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힘겹게 선두주자를 뒤따라 가고 있는 한ㆍ중ㆍ일 선사들이지만 이들 3국의 사정은 각각 다르다.

(1) 일본 : 우선 일본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며 리스크 관리에 충실해온 덕택에 리먼사태 이후에도 우리와 같은 대혼란은 없었다. 객관적으로 그들은 사업의 다각화, 투기적 발주의 억제, 장기 계약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와 고객과의 오랜 유대 관계 등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후 최근의 침체에 이르기까지 다소의 기복은 있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왔다. 상반기 대지진과 쓰나미 영향으로 일시 부진했지만 그 여파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3/4분기가 되면 지진사태 이전수준으로 물량이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 중국 : 금융위기 이후 조선분야에서도 일본(22%)과 한국(19%)은 이미 숨고르기 단계에 들어갔지만 중국조선소는 전체발주량의 49%를 점할 만큼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조선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선복증대를 통한 자국선 적취율 제고+조선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하에 중국은 조선대국과 해운대국의 꿈을 동시에 이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자국 선주는 물론 중국에 발주하는 해외 선주에게까지 금융을 제공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등에 업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는 건조가 비교적 쉬운 Bulker 등의 수주 전략은 해운시장의 호ㆍ불황과 무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운항 원가면에서 중국은 서방 해운국에 비해 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국의 철광석, 석탄의 수입량은 Bulker의 시황을 좌우하고 있는 핵심이다. 자국선대가 많더라도 적취율 제고 차원에서 자국선에 우선 배정하면 된다. 선복과잉으로 운임이 떨어지면 중국 해운계도 그 만큼 운임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시장의 운임률이 낮아지면 수입원자재의 수송비가 그 만큼 절감되게 된다. 중국해운계의 운임수입 감소보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자재와 수출상품의 수송코스트 절감액이 크다면 중국은 공급과잉을 조장하는 것이 국익차원에서 도움이 될지 모른다.

낮은 신조선가를 무기로 Bulker 등 저부가 가치선박의 건조를 늘리다 보면 3,000여개에 달하는 중국내 조선소들이 문을 닫지 않아도 되고 해고로 인한 사회적 불안요인도 제거할 수 있는데 굳이 공급과잉을 이유로 수주를 억제하고 해체를 조장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의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공급과잉에 대해 크게 우려할 이유가 없다.

(3) 한국 : 문제는 한국이다. 최근 모회사가 9번째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금융위기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전 세계가 모두 겼었던 혹한이었다. 과연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많은 해운기업들이 법원행을 택하였는가? 법정관리의 불가피한 면이 있겠지만 혹시 한국에 특히 많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7. 해체가 대안이다
장래의 하동량 증가가 어찌될지는 미지수이지만 현재의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않으면 불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데는 선주나 용선주, 누구도 이의가 없다. 문제는 해소방안이다. 공급과잉의 주범이야말로 통제영역을 벗어난 과잉 발주이지만 이미 건조 중에 있는 물량이 과거처럼 취소, 연기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감속항해는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Bulker, Tanker 등 전 분야에서 이미 시행중에 있기 때문에 현재의 과잉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계선과 해체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반선된 선박이나 항로에서 철수된 선박이 바로 계선장으로 가는 경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계선도 증가하겠지만 과거의 예로 볼때 2009년도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10~15% 수준까지 계선이 증가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고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쏟아져 나오는 ULCS의 효과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 Bulker의 경우도 현재의 요율이 대폭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운항비와 원리금 상환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선령이 20년에 가까운 선박을 Cold lay-up하는 것이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

2008년 이후 Cosco, Hosco 등 중국의 국영선사 대표들이 "Scrap&Build, 20년 이상 선박 S&P시장에서 퇴출시키자, 23년 이상 해체 의무화" 등을 외치며 공급과잉으로 인한 충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과연 그러한 외침이 중국 내부에서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낮은 선가에 이끌려 중고선을 대량 매입했던 사람들이 바로 중국이며 중국과 그리스에 노후선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8. 해체시장과 동향
현재 해체 시장은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서남아 국가들로 이 분야에 약 50만명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 효과면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비교적 친환경 방식이라 할 수 있는 Quayside demolition을 택하고 있지만 서남아쪽은 환경문제가 있지만 투자의 한계로 인해 Beach scrapping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해체선 매각 조건도 해체장소까지 끌고 가야하는 'Delivery'이 아니면 현재위치에서 양수도하는 'As is' 조건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85%가 Delivery 조건이고 불과 15%가 As is 조건이다.

리먼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해체물량은 전무했고 동 사태 직후 쏟아져 나오는 매물로 인해 불과 4개월 동안에 1,300만톤 이상이 해체됐다. 해체 가격은 2008년 3월 한때 톤당 $772까지 올라갔다가 리먼사태 직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그해 말에는 $250까지 하락했다. 그 여파로 2009년에는 예상치(1,000여척)를 초과한 1,240척이 해체됐고 2010년에도 2009년보다 훨씬 많은 2,000여척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반짝경기로 오히려 해체실적(1,141척)이 침체되자 그 영향으로 금년 3월 $470→4월 $485→5월 $500~$530 수준을 유지하며 해체시장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하락하고 있다.

Cash buyer나 해체업자들은 상반기에 이미 충분한 일감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몬슨 시즌(5~10월)에 진입하다보니 가격은 당분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글라데시가 자국의 해체산업에 대해 어떤 제약을 가할지(수입금지, 과세, Beaching금지 등) 향방에 따라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는 서남아와 중국간의 가격 차이가 약 $50정도이지만 해체가격이 더 하락하면 할수록 선박의 이동비용을 감안해 아시아권 선주들은 친환경방식을 택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더 선호할 수 있다.

2011년 상반기에 해체된 422척을 기준으로 정리해보면 해체 선박이 2009년 1,240척→2010년 1,141척→2011년 844척(추정)으로 해체실적은 2009년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신조선의 인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 Dry bulker의 경우 20년 이상의 노후선이 1억 2,200만 톤으로 전 선단의 22%에 달하며 컨테이너선은 25년 이상이 약 2,000척에 100만teu로 현선단의 7%에 상당한다.

이들 노령선만 해체될 수 있다면 2011년도의 공급증가분은 상쇄될 수 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의 경우 2010년 한해 동안 140만teu가 인도됐는데 해체는 13만teu에 불과했다. 금년 상반기의 선복동향을 보면 인도는 3일 간격으로 6.6척인데 해체는 1척에 그쳤으며 금년도 발주량은 2억 2,300만톤인데 해체량은 발주량의 10.98%에 불과하다(Morgan Stanley).

86~87년에 건조된 Capesize가 아직도 34척이 취항 중인가 하면 Single Hull을 개조한 20년이 훌쩍 넘은 VLOC가 아직도 취항중이다. VLCC 개조선이 더 경쟁력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재고해야 한다. 시장이 호황일 때에는 이런 노후선들이 원가가 낮기 때문에 더 유리할지도 모르나 지금은 선령에 무관하게 바닥세 요율로도 젊은 선박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리스크를 감수해 가면서 낡은 배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90년 이전에 건조된 선박들은 이제 4차 내지 5차 Special survey를 수검해야 한다. 검사를 필하기 위해서는 대형선의 경우 척당 300만달러에 가까운 수리를 시행해야 하는데 Cash flow가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수명이 늘어나지도 않는데 수백만 달러를 들여 과연 수리를 하겠는가?

어차피 비경제선은 틀어쥐고 있는다고 해서 경제선이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20년이 넘는 노후선을 3~4백만달러를 들여서 수리한다는 것도 무의미하다. 궁지에 몰리다 보면 수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겉치례 수리만하고 계속 운항할 경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70년대 후반 1차 해운산업합리화 직전 한국 선대의 전손율이 세계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이유는 이곳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문제는 선주들의 의지다.

9. 운항보다 Scrap을 택한 와카쓰루 마루호
지금부터 약 25년전 일본 YS Line(山下新日本)이 소유했던 와카쓰루(若鶴) 마루호는 1972년 하주(新日本製鐵)의 적하보증으로 건조된 16만 2,480 중량톤의 대형 광유선(OBO)이었다. 본선은 인수 후 때 마침 73~74년 탱커 호황에 힘입어 사익에 큰 도움이 되었고 탱커 붐이 끝나자 광석전용선으로 복귀해 10년 적하보증기간을 종료 한 후에는 원가 절감차원에서 탱커로서 필요했던 장치나 기능을 철거하고 광석선으로 취항하다가 1986년 3월 전체 보증기간이 종료됐다.

YS라인은 과거 보증기간이 종료되는 선박들을 여러차례 운항선으로 시장에 매각했지만 Scrap으로 매각한 적은 한척도 없었다. 동사는 당연히 초기에는 15년된 본선도 운항선으로 매각하려고 시장에 내 놓았으나 당시의 해운시황 때문에 살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원매자의 최종제안은 380만달러였다. 당시 Scrap선으로 매각시 가격을 조사해보니 톤당(ldt) 123달러로 표면상 총선가는 381만달러였다(본선은 3만 920ldt). 그러나 해체의 경우 Scrap yard까지 회항비용과 OBO시절에 쌓여있는 Sludge 처리비용 등은 매도자(YS)가 부담해야 하므로 순선가도 높고 해체시의 절차와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운항선으로 매각하는 것이 이익이었다.

그러나 YS 라인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해체매각을 택했다. △운항선가와 해체선가의 차이가 크지 않다. △380만달러로 매각시 매수자의 코스트를 계산하면 H/B에서 1달러 이상 차이가 있어 경쟁력면에서 매우 유리해지며 동선박의 취항 노선이 어차피 태평양 연안국발 일본, 대만, 한국향이 될 것인 바 결국 경쟁사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시장요율을 떨어트려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결단을 내려 본선을 해체하므로서 사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내의 금액으로 과잉선복의 해소에 일조하겠다.

10. 유럽의 해체정책 성공사례
1980년대 유럽에는 약 2만여척의 내수용 바지(Inland barge)가 운항 중이었다. 담수를 운항하는 관계로 외항선에 비해 부식이나 마모도가 현저히 낮아 그 수명은 거의 외항선의 2배에 가까웠기 때문에 선주들은 변동비(화물비, 항비, 연료비)만 커버할 수 있으면 운항을 하다보니 운임 수준은 문자 그대로 바닥세이었다.

공급과잉의 정도가 수습불가 사태에 임박하자 유럽위원회(EC) 주도하에 오스트리아, 벨지움, 독일, 프랑스, 네델란드, 스위스 등 6개국 선주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Scrap&Build' 프로그램을 입안해 1990년 1월 1일부로 발효시켰다. 배를 신조하려는 선주는 신조선의 크기(capacity)와 동일한 규모의 기존 선박을 해체해야하며 선주가 해체 신청을 하면 EC, 내수해운업계와 6개국이 함께 조성한 해체기금(scrapping fund)에서 비교적 후한 가격(generous price)으로 이를 매입한다.

해체기금 3억 3800만 유로($476.9m)는 내수해운 1억 5700만 유로, EC 2500만 유로, 관련국가 1억 5600만 유로씩 분담했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1990년부터 1998년까지 4,109척이 성공적으로 해체됐다.

11. 비경제선은 비경제선일뿐
지금은 사라진 한국 대표선사의 경우 1986년 경영악화로 인해 주거래은행의 이른바 '은행관리'라는 것을 받아야 했다. 당시 해운불황과 고유가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던 시기에 사선 36척 가운데는 1/3정도가 노후선이거나 터빈선으로 채산성이 없는 이른바 비경제선이었지만 당시의 선주는 회사의 이미지(?),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경쟁력을 이미 상실한 비경제선을 계속 운항토록 하였다.

물론 그 이유중 하나는 이미 담보로 제공돼 있는 선박을 처분하려면 대체 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그것이 불가할 경우 주거래 은행은 선박의 처분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차입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경영개선을 하겠다고 주거래 은행에서 나온 이른 바 은행 관리단이 진주해 취한 첫 번째 조치는 결국 비경제선의 처분이었다. 역시 묘책이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선주가 해체 등을 통해 비경제선을 처분하려 할 때는 형식 논리에 억매여 반대를 하더니 '은행관리의 경영개선대책'이란 명분(excuse)으로 처분을 합리화 할 수 있었다. 당시 관리이사였던 필자는 은행 측의 동의하에 거의 1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비경제선 10여척을 처분하고 회사는 경제선을 중심으로 저원가체제로 전환한 후 더 이상의 경영악화를 막을 수 있었다.

12. 맺음말
지난 5월 이태리 Sorrento에서 개최된 Mare Forum에서 참가자들 200여명을 상대로 여론을 조사해 본바 해운계 인사들의 시각은 다음과 같았다.
⒜ 과잉발주가 초래한 아픔과 그 교훈을 선주들이 잊고 있다.85%
⒝ 중국의 수요 증가만으로 과잉선복을 흡수 할 수 없다.91%
⒞ 해체를 늘린다고 해서 수급 조절에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85%
⒟ 노후선 금지(억제)를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47%

Dry Bulk는 물론 컨테이너선시장에 위기가 닥아오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밀려나기 마련이고 그 경쟁의 본 막은 대형 벌크선이, ULCS들이 쏟아져 나올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추세로 보아 해체 선가는 시장이 악화되면 될 수록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채택된 홍콩협약의 영향으로 해체와 관련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용선시장이 더 하락하면 해체물량 쏟아져 나올 것이다. 어느 시기가 되면 해체매각을 원하는 선주들은 많은데 해체시장은 이들을 수용하지 못 하거나 사양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매각, 계선, 아니면 해체(?) 그것도 아니면 막바지에 법정으로 가는 길 이외에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닌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20년 이상 된 노후선에 대해 해체, 계선, 운항문제를 두고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한다. 비경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 금융권에서도 담보부족, 대체담보 부족 등의 이유로 족쇄를 채워서는 안된다. 오늘의 공급과잉을 초래한 이면에는 선주뿐만 아니라 조선업계는 물론 금융권 역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으며 시장의 안정화가 곧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비경제선을 계속 운항한다는 것은 당사자, 거래은행뿐만 아니라 해운계 전체에게도 백해무익이지만 Scrap&Build 같은 프로그램은 금융권과 당국이 동참한 정책적 지원이 없이는 비경제선의 처분이나 해체를 통한 공급조절은 기대하기 어렵다.

무릇 모든 구조조정이나 변혁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그 고통은 구조조정이 성공했을 때 그 성과를 향수할 개개 수익자가 먼저 솔선수범하여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 결국 선주나 Carrier 모두 이제는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제도적인 scrap 촉진책의 실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선주는 공급조절을 위해 사기업으로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고통을 감내해야하며 정부와 관련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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