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해운회사들이 캐피탈 회사(이를 O 캐피탈이라 하자)로부터 선박리스를 받아 선박을 운영하다가, 그 선박의 운영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해운회사(이를 A 해운회사라 하자)가 그 선박(이를 V 선박이라 하자)을 이용하여, 운송인으로서, 운송하던 화물이 운송 중 보관의 잘못으로 인하여 오염이 되어, 화물손상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건이 발생한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그 채권자(즉, 화주)가 V 선박을 가압류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선박가압류를 하려면 채무자와 선박의 소유자가 동일하여야 하는데, 위 사안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은 이점에 관하여 우리와 입장이 크게 다르다. 중국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 V 선박은 압류될 수 있다. 이는 다름아닌 중국이 1999년 Arrest Convention의 내용을 해사소송특별절차법에 받아 들인 결과이다(제23조 제2항)1). 다르게 말하면 중국은 이점에 관하여 영미법, 즉 common law 개념을 받아 들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sister vessel에 대하여는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부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필자로서는 “본래 그와 관련된 선박이 압류 되어야 할 채무자가 소유하는 다른 선박들”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중국에서 역시 sister vessel의 개념을 인정하면서, 책임질 당사자가 소유자, 나용선자, 정기용선자 또는 항해용선자가 소유하는 기타의 선박들(소유하고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압류 당시 기준)에 대하여도 같은 손해배상청구로써 압류하는 것이 허용된다(해사소송특별절차법 제23조 제2문)2). 이렇게 놓고 보면, sister vessel의 압류는 우리나라 법 체제 아래에서는 당연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ster vessel이란 개념을 특별하게 취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 보기로 하겠다.

처음으로 선박압류에 관하여 탄생된 국제조약은 1952년 Arrest Convention이었는데, 이 조약은 압류에 관하여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사이의 큰 차이를 적절히 조화롭게 조문화시킨 것이다. 본래 영미법계 국가의 법 아래에서는 압류되는 선박은 해당 사건(영어로 표현한다면 claim)과 관련된 선박에 한정되게 되어 있으며, 채무자 소유의 다른 선박에 대한 압류가 허용되지 않았다3). 반면,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압류되는 선박과 해당 사건(즉, claim)의 관련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채무자 소유의 선박이나 재산인 한, 제한 없이 압류가 허용되게 되어 있었다4). 그런데 1952년 Arrest Convention에 있어서는 양쪽이 서로 양보하여, 첫째, 압류할 수 있는 사건(즉, claim)은 해사사건(혹은 maritime claim)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게 되었으며, 둘째, 압류 대상 선박이 채무자 소유의 다른 선박들에 대하여도 가능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채무자 소유의 다른 선박이 바로 “sister vessel”이 되는 것이다. 이 sister vessel의 압류는 종래 영미법계에서는 압류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1952년 Arrest Convention의 가입 또는 도입으로 인하여 가능하게 된 것으로서, 영미법계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특별한 것이다. 이후 1999년 Arrest Convention이 성안되었는데, 1952년 Arrest Convention과 이점들에 관한 한 큰 차이는 없으며, 금년에 발효되었으나 가입국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모두 빠져 있는 등 아직 그 효용도는 높지 않다.

중국은 해사소송특별절차법에서 1999년 Arrest Convention을 받아 들인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유념하여야 할 것은, 대륙법계와 가장 큰 차이인 리스 선박 혹은 나용선 선박(V선박)을 운항하는 해운회사가 동일하게 리스 혹은 나용선 중인 V선박을 가지고 중국에 입항하는 경우, 종전에 발생하였던 cargo claim 등 maritime claim에 의하여 중국에서 불의의 압류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선박압류의 해제를 차례로 보도록 하자.

<주석>

1) 정확하게 말한다면 압류할 시점에서도 A가 계속 리스로 이용하고 있어야 하며, 그 시점에서 리스가 종료되어 더 이상 해당 선박에 대한 지배 혹은 점유가 없다면 압류는 허용되지 않는다.

2) 이 선박들은 소위 sister vessel과 다른 것으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나, 필자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3) 물론 영국은 1952년 Arrest Convention에 가입하면서 국내입법, 즉 Supreme Court Act 1981을 제정하여 조약과 매우 흡사한 내용으로 국내입법화 하였다.

4) 이것이 우리나라 현행 법의 입장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