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부와 캐나다 여행②

5월 3일에는 오랜만에 여유 있게 일어나 빵 한 조각과 차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시카고 시내로 들어갔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미시간 호(Michigan L.) 연안인 부둣가로 가 조망 바퀴를 타고 식사를 했다. 스프와 음료수(맥주), 연어샌드위치 등을 시켰다. 3인 식대가 49.28달러에 팁 5달러를 합해 54.28달러였다.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紙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손자 손녀들 선물을 골랐다.

시카고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96층)에 올라가 차 한 잔을 마시며 끝없이 펼쳐진 시가지와 지평선을 조망했다. 우주항공박물관과 공원을 돌아 인디애나(Indiana)로 향했다. 120~130km/h 속력으로 약 5시간을 달려 인디애나 주립대학에 도착하였는데, 가는 길은 산 하나 없는 농장과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의 연속이었다. 마치 큰 마을 같은 대학 구내를 돌아보고 쇼핑센터에서 먹거리를 사가지고 준구의 임차아파트로 갔다. 소고기 등심 1덩어리(약 200g)에 1.51달러였다. 우리나라 소고기 값의 1/5도 안 되는 것 같다. 야채, 고기, 과일 등의 물건 값이 모두 저렴했다. 집에서 고기를 굽고 상추를 곁들여 준구가 학교에서 상으로 탔다는 포도주로 식사를 했는데 준구는 이렇게 푸짐한 식단은 처음이라고 했다.

다음 날 준구의 찌든 빨래(이불 등) 몇 보따리를 싸가지고 차에 싣고 세탁실로 갔다. 코인 4개씩을 넣고 3개의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쇼핑을 갔다. 물가는 한국에 비해 싼 편이었으며, 특히 맛 좋은 소고기 값은 천지 차이였다(T본스테이크는 600g에 13,000원, 비프스테이크는 600g에 13,000원, 목살은 600g에 2,600원이었다).

집에 쇼핑한 물건을 두고 세탁소에 들러 건조실에 옮겨놓고 준구 학교에 구경하러 갔다. 강의실, 분임실, 도서관, 학부 등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다. 특히 축구장의 규모는 대단했다. 약 2시간 동안 둘러본 후 다시 세탁실에 가서 건조된 빨래를 찾아가지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5월 5일, 준구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9시 반에 학교에 가니 벌써 졸업생과 가족들이 교정에서 인사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10시 조금 지나 졸업식이 시작되어 11시 반까지 진행되었다. 경영대학장의 주관으로 간소하면서도 성대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진행되었다. “준구 리(Junku Lee)!” 하는 호명과 함께 준구가 단상에서 학장과 MBA 학장의 환영을 받으며 졸업장을 받았다.

우리 둘은 장하고 대견스러운 아들의 졸업식 장면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졸업식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마친 후 가운을 반납하고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간소한 뷔페식이었는데 1인당 17,000원이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우유 한 잔을 마시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약 30분 동안 달려서 찾아간 곳은 이글포인트(Eagle Point)라는 골프장이었다. 간단히 수속을 마쳤는데 3명의 그린피와 2대의 전동차 사용료 합계가 145달러였다. 아내와 나, 준구 셋이서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골프를 즐겼다. 핫도그와 콜라로 허기를 채우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18홀을 돌았다. 돌아오는 길에 포도주공장(Oliver Winery)에 들러 제조과정을 보며 설명을 들었다. 이제껏 마셔본 포도주 중 가장 맛있었다. 값이 저렴해 포도주 2병을 사가지고 연못가에서 긴 빵을 안주하여 마시면서 오리와 금붕어를 구경하고 돌아왔다.

5월 7일 조식 후 약 2시간을 달려 컬럼버스에 위치한 프리미엄 아웃렛(Polo Factory Store)에 가서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19시경 월마트(WAL-MART)에 가서 귀국 준비로 여행용 가방 1개를 34.86달러에 사고 티셔츠 등 78달러 어치를 구입했다. 저녁은 칡냉면을 해먹고 오랜만에 노트북으로 KBS TV 9시 뉴스와 동아일보 뉴스를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아제르 바이잔·아랍 에미리트를 방문한다는 것과 서울시장 선거 등의 뉴스가 있었다.

5월 8일 귀국을 앞두고 준구와 함께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학생 두 사람과 저녁 약속을 하였다. 아비로서 객지에서 함께 고생하고 있는 이웃 학생들에게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한 학생은 준구와 옆방에서 지내는 룸메이트 김종학 학생이고 다른 한 학생은 서울 이원구 변호사의 자제분으로서 준구의 대학 후배 이희승이었다. 희승이는 활발하고 달변이었고, 종학이는 얌전한 편이었다. 부근에 있는 T.G.I. Friday라는 식당이었는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좋아, 맥주도 한 잔 하며 고국 소식과 이곳 생활이야기도 나누면서 기념촬영도 하였다.

5월 9일 7시 준구의 차로 집을 나섰다. 광활한 평야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5시간에 걸친 질주 끝에 시카고에 도착하였다. 뭉클해지는 마음을 달래며 준구와 작별하고 미국 국내선 여객기에 몸을 싣고 오헤어공항을 떠나 뉴욕 JF케네디공항을 거쳐 서울행 대한항공 편으로 귀국(5월 11일 4시)하게 되었다.

주마간산 격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역시 거대한 국토와 무한한 자원을 보유한 자유로운 국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복장이나 식생활은 물론 주거시설, 학교생활 등에서도 매우 실용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귀국 후 광우병으로 온 나라가 들썩일 때는 짧은 여정에서 얻은 단견일지도 모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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