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신문 2011 올해의 인물 여객선부문 / ㈜한중훼리 박원경 사장

 

지난 2000년 인천-연태간 카페리항로가 개설될 당시만 하더라도 인천-연태항로가 지금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인천-연태 카페리항로의 전신이랄 수 있는 부산-연태, 군산-연태항로가 고전 끝에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 박원경 해운선원국장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던 인천-연태항로의 성공 가능성을 봤고 25년간 일해왔던 공직을 미련없이 벗어버렸다. 안정적인 공직을 버리고 ㈜한중훼리라는 성공여부가 매우 불투명했던 민간 카페리회사 대표이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인천-연태항로의 문을 연지 올해로 11년째, 박원경 사장은 불투명할 것 같았던 한중훼리를 한중카페리항로중 가장 치열하다는 중국 산동성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안정적인 카페리선사 중 하나로 키워냈다. 이것이 박원경 사장이 2011 올해의 인물 여객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다.

▲ 박원경 한중훼리 사장
매년 10만명의 여객과 5만teu 내외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는 한중훼리는 올해 벙커유가 앙등 등 원가 요인이 크게 인상된 반면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아 지난해 수준에 약간 미치 못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타 선사들이 대부분 유가 앙등과 물량 감소 등으로 적자 전환하거나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나는 성적표다.

불황기에 한중훼리가 이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박원경 사장은 사업 초기부터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방식의 사업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에 불황기에 안정적인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초기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 당장의 회사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한중 카페리는 양국간 인적, 물적 교류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것이 본연의 의무이기 때문에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교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터전을 잡을 수 있도로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고 저희들의 노력에 고객들이 전적인 신뢰를 보내주시면서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철저히 고객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한 한중훼리는 연태세관, 관련 부대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입항 당일 통관체제를 구축하고 통관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중국 본사에서 직접 통관을 대행해 주는 등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한중훼리의 이러한 고객서비스 덕분에 한중훼리가 싣고 있는 화물의 80% 이상이 사업 초기 한중훼리와 함께 어려움을 이겨왔던 대기업 하주들의 장기화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는 사업 초기 고객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수익창출에만 골몰했다면 결코 한중훼리가 실을 수 없는 화물들이다. 특히나 최근 산동성내 신규항로 개설로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출혈적 운임경쟁 구도하에서도 한중훼리가 취항 3년째인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중훼리가 꾸준히 흑자경영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고객중심의 서비스체제 구축과 함께 한중훼리의 승승장구 비결중 하나가 한중합작사라는 경영의 핸디캡을 최대 강점중 하나로 바꿔놨다는 점이다. 한중훼리는 선광, 국보, 임광토건 등 한국 측 주주가 50%, 청도COSCO, 연태페나비코 등 중국 측 주주가 50%로 참여해 만든 한중합작선사다.

적지않은 양국 기업들이 주주들로 참여하기 때문에 주주 상호간 이견이나 양국 주주간 이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할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20여년간 공직에서 닦아온 경험과 원만한 성품을 갖고 있는 박원경 사장은 양국 주주간의 관계를 최적의 상태로 조율하고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한중훼리 대표와 중국 본사인 연태중화윤도유한공사의 총경리를 겸임하고 있는 박원경 사장은 "주주들께서 현 경영진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주신 덕분에 빠르게 변화하는 한중카페리시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좋은 경영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공을 주주에게 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불황의 어려움속에서도 고객들과 주주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중훼리 박원경 사장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위기와 도전에 맞서기 위해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최근 중국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개편으로 새롭고 능동적인 조직으로 거듭나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조직개편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것인데 박 사장은 향후 한중훼리에 닥칠 위기를 3가지 정도로 꼽는다. 우선 올해 한중해운회담에서 합의된 평택-연태 카페리항로의 2013년 상반기 개설이다.

"현재 산동성 6개 항만에 8개 카페리항로가 개설돼 이미 과밀포화상태입니다. 이 지역은 사실 한두시간 거리에 불과해 신규선사가 진입할 경우 기존 수요를 잠식하는 영업이 이루어지고 필연적으로 운임하락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평택-연태항로가 개설된다면 어쩔수 없이 경쟁과 일부화물의 이탈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저희는 지난 10여년간 축적해온 고객과의 강한 신뢰와 경영노하우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력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업지역, 영역의 확대와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이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신규항로 개설과 함께 또 하나의 위기는 한중카페리의 주요 이용객이었던 소상공인의 이용률저감이다. 최근 세관의 엄격한 통관 규정이 적용되면서 점차 이용율이 떨어지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앞으로 한중FTA가 체결되면 완전히 설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에 한중카페리선사들로서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장래에 찾아올 이러한 위기에 대해 박원경 사장은 이미 몇 년전부터 소상공인들의 비중을 줄이고 일반 여객과 단체 관광객 모객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를 해왔다. 모객 범위도 기존 상동성에서 확대해 북경, 상해, 남경, 서안, 정주 등으로 확대해 이들 지역에서 많은 단체 관광들을 모객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과거 60~70%에 달했던 소상공인 비율은 지난해 약 절반이하인 40%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약 35%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양국정부의 엄격한 통제하에 관리됐던 한중카페리항로의 가장 큰 위협은 언젠가는 찾아올 완전개방이다. 이 문제에 대해 박 사장은 완전개방은 한중카페리 존폐를 넘어 해운산업 전체를 놓고 봐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카페리는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처럼 단순히 화물만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여객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완전개방에 따라 항로 개설과 폐쇄가 시장논리에 따라 업계 자율로 풀릴 경우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 카페리는 그동안 양국의 인적, 물적 교류의 첨병이었고 앞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입니다. 이러한 한중 카페리의 특수성을 감안해 시장이 더욱 확대돼 추가 선복 투입 수요가 생길때까지 완전개방은 최대한 유예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개방되더라도 시장상황과 물동량 증가 추이를 면밀히 검토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개방이 되도록 유도해야할 것입니다."

10여년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가려하지 않았던 길을 갔던 박원경 사장. 그는 피할 수 없는 위기라면 즐기라고 이야기한다. 위기를 즐기고 극복하면 기회가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한중카페리에 닥쳐올 새로운 위기를 그가 어떻게 극복하는지 주목해보자.

<한중훼리 박원경 사장 약력>

△1952년 출생 △1970년 경기고 졸업 △1975년 한국외국어대학 무역학과 졸업 △1984년 영국 런던대학교 경제학 석사 △1975년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1976년 해운항만청 발령, 해항청 항무과장, 내항과장, 진흥과장 △1996년 해양수산부 공보관, 해양심의관 △1998년 해운선원국장 △2000년∼현재 (주)한중훼리 대표이사 △2007년 한중객화선사협회 회장 △2009년~현재 연태중화윤도유한공사 총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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