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 인천대 양창호 교수
국토해양부는 12월 7일자로 부산항의 컨테이너 화물처리량이 1,500만teu를 넘어섰다고 하며, 연말까지 1,620만teu까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리고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도 2011년 11월까지 1,810만teu를 처리하면서 2천만teu를 앞두고 있으며 년말까지 2,150만teu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부산에서 1,500만teu 돌파 기념식이 국토해양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산항의 1,500만teu 기념식이 열린 그날 저녁 부산에서 지인들과 함께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2003년에 1,000만teu를 달성했고 8년 만에 1,500만teu를 달성했는데 과연 이것이 빠른 성장인가? 그리고 부산항이 계속 2,000만, 2,500만teu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부산항이 500만teu를 넘어선 것은 1997년이다 이후 6년 만에 1,000만teu를 넘어섰고, 이후 8년 만에 다시 1,500만teu를 넘어선 것이다. 1997년 이후 2003년까지는 주로 환적물동량 증가에 의해 이루어 졌다. 1997년 환적물동량 110만teu가 2003년 425만teu로 315만teu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2003년 이후 2010년까지 증가된 물동량 420만teu 중에 수출입물동량이 185만teu, 환적물동량이 200만teu로 거의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2003-2010년간의 환적물동량이 그전 6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총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환적물동량비중이 1997년에 20.7%에서 2003년에 40.8%로 두 배 가까이 증가 했으나, 2010년에도 환적물동량 비중은 44.2%로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2003년 처음으로 부산항 환적물동량이 400만teu를 넘어선 이후 2009년까지 6년 동안 500만teu 수준에 머물고 있다가 2010년에 들어서야 600만teu를 넘어섰다. 부산항에서 환적물동량은 주로 중국의 수출입 물동량이나, 이 7년 동안 중국 주요항만의 물동량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중국화물 환적물동량은 거의 정체 상태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중국을 제외한 세계 어떤 항만에 비해서도 부산항의 항만물동량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른 것이다. 예를 들어 로테르담항만의 경우 부산항과 같은 1997년에 500만teu를 넘어섰지만 우리는 6년 만에 1,000만teu를 넘어섰지만, 로테르담항은 10년 후인 2007년에야 1,000만teu를 넘어섰다.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500만teu 이상을 처리한 항만은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센젠 등 4개 항만에 불과하다. 2011년에 부산항 이외 1,500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항만으로 닝보항이 있으나, 아직은 부산항에 비해 물동량 규모가 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은 세계에서 5번째로 1,500만TEU를 넘어선 항만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부산항은 1,500만teu를 넘어서 2,000만, 그리고 10년 후에는 2,500만teu를 처리하는 항만으로 성장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올해 2,000만teu를 넘어서고 전국항만기본계획상 2020년에는 3,600만teu 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부산항이 향후 10년 동안 1,000만teu 물동량을 어떻게 늘려나갈 것인가? 그리고 전국적으로 1,500만teu 이상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부산항의 경우 수출입물동량은 지난 8년간의 증가율 3.8%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2010년의 784만teu에서 2020년에는 1,138만teu로 354만teu가 늘어날 수 있다. 결국 나머지 650만teu는 환적물동량으로 채워져야 한다. 이럴 경우 2020년의 부산항 환적물동량은 총 1,280만teu 까지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환적물동량을 이같이 계속 늘려 나가기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해운항만환경이 매우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동북아 지역에 전 세계 모든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들어오고 있으나 이들 선박들은 환적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기항, 또는 피더운송거리가 가까운 곳에서 환적을 하기위해, 북중국 환적시 부산항 대신 상해항, 혹은 그 보다 더 북쪽의 항만에 기항하려 할 것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속도로 중국항만이 개발된다면 머지않아 중국항만에도 환적화물 처리를 위한 여유능력이 생길 수 있는 점도 불리한 여건이다.

항만당국은 부산항 1,500만teu, 전국항만 2,000만teu 물동량 처리라는 잔치를 빨리 끝내고, 바로 중국 환적화물 유치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단순한 포트세일즈로는 한계가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더 많이 기항할 수 있도록 고생산성 항만, 초대형선 전용항만, 환적전용항만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하고, 효율적 피더연계운송 네트워크 구축에도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즉 경제적으로 초대형선이 기항할 수 있는 질적인 항만개발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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