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올해의 인물➄ 한국선급(KR) 오공균 회장

 

지난 10월 한국조선협회가 실시하는 선급 평가에서 세계 유수의 선급들을 제치고 한국선급이 최우수 선급으로 선정됐다. 지난 1988년 국제선급연합회(IACS) 정회원으로 가입하며 세계 시장에 진출한지 20여년 만에 이룬 쾌거이다. 2020년까지 등록톤수 1억톤, 수입 1조원을 달성해 세계 5대 선급으로 도약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KR은 ‘한국선급’을 넘어 세계적인 해양 코디네이터인 ‘KR’이 되기 위한 토대를 닦아나가고 있다.
한국해운신문은 조선부문 올해의 인물로 세계 속에 한국선급의 위상을 정립하고 있는 뚝심 있는 선장에게 주목했다. 세계일류선급이 되기 위해 연구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조선ㆍ해운시장을 뒤덮은 세계적인 불황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국선급 오공균 회장을 2011년 한국해운신문 조선부문 올해의 인물 수상자로 선정했다.

 
2011 조선부문 올해의 인물 수상자 한국선급(KR) 오공균 회장

“생존, 기반조성, 도약의 3단계로 나눠서 본다면, KR은 이제 도약을 위한 기반조성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눈앞의 이익이 아닌 상생을 위해 신뢰와 의리, 즉 信義를 쌓으며 전진해 간다면 2020년 세계 5대 선급 진입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선급 오공균 회장은 현재와 미래의 KR을 그려달란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자신감은 자존감에서 나온다. KR이라는 브랜드, KR이 가진 기술력과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KR에 대한 오 회장의 자신감이 하루아침에 쌓인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 시작하기에 앞서 오 회장은 IACS 의장 시절의 에피소드를 상기했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IACS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 잡은 오 회장의 당당함은 IACS 사무국의 마음을 얻어냈다.

“의장 수락 당시 사무국의 견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했습니다. 사무국에 굴복했다면 저는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았고, 관성에 젖어있었던 IACS의 개혁은 힘들었을 것입니다. 합리적이고 옳다고 생각한다면 묵묵히 그 길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저 자신에게 정당성이 있다면 그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 당당하게 ‘노’라고 외칠 수 있었던 소신과 업계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는 KR의 오공균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국제해사조선컨퍼런스(SIMS)를 정착시키며 세계적인 국제행사로 키워냈고, 작년 아시아선급연합회(ACS)를 출범시키며 국제적인 협력과 상생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 것은 ‘오공균’이라는 가치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위상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시적인 위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은 숱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욕심이 있었다면, 국제사회는 저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을 위해, 업계 전체의 이익을 위해, 더 나아가 인류사회의 공영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간의 어려움을 이겨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오공균 회장은 한국선급을 이끄는 수장의 본문을 잊지 않았다. 그는 KR이 세계일류선급을 넘어 세계적인 해양 코디네이터로 자리 잡을 수 있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선박 검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KR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해양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초에 출범할 ‘경영전략연구소’가 KR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현 상황은 KR이 로컬에 안주하느냐, 인터내셔널로 진화하느냐의 갈림길이라고 생각합니다. KR이 세계적인 일류선급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과 마케팅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경영전략연구소’를 준비했습니다. KR성장의 전략 수립이 일차적인 설립 목적이지만, 장차 해사 문제 전체를 점검하고 조망하는 권위 있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키울 계획입니다.”

오공균 회장은 불황이라는 현재의 위기가 후발주자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축경영이 화두로 떠올랐을 때에도 오 회장은 우수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KR을 키워갔다. 선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는 해양플랜트와 그린십, 에너지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술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0개의 프로젝트 중 8~9개가 실패할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총 수입의 10%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도 단기간에 성과를 낼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KR이 흐름을 쫓아가지 않고 흐름을 주도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때 기회를 생각하고, 호황일 때 불황을 생각하는 오공균 회장의 경영철학은 3년 연속 수입 1000억원 초과 달성과 등록톤수 5000만톤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KR의 성적표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오 회장은 KR의 규모를 1000명 정도로 늘리고, 사업 전문화와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KR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T 융복합’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KR은 ‘스마트 KR’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IT뿐 아니라 해양산업 전반에 대해 ‘스마트 무브먼트’를 주도할 생각합니다. 우선적으로 강점이 있는 IT를 적극 활용한 기술개발에 매진할 것입니다. 또한 전후방 산업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해양산업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해양분야의 인재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를 선발해, 융복합 시대에 역동적이고 스마트한 리더로 키워야 합니다.”

오공균 회장이 넓고 긴 시각으로 KR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통해 산업생태계 조성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융복합에 나서고 ‘스마트 KR’을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상생에 대한 일관된 강조는 자연히 중소조선사 문제로 넘어갔다. 오 회장은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소조선사 문제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업계가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조선 산업은 전후방 산업 파급력이 굉장히 큽니다. 중소조선사들이 무너지면 조선뿐 아니라, 해운ㆍ기자재ㆍ선급ㆍ금융ㆍ보험ㆍ대학ㆍ연구소까지도 흔들리게 됩니다. 한번 무너진 시스템은 쉽게 복원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골몰하고 있는데, 기존 일자리 지키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중소조선사 문제 중 가장 큰 부문은 RG 발행이 안 되는 것인데, 정부와 금융권이 넓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공균 회장은 KR이 중소조선 위기 극복을 위한 역할이 많지 않지만, 업계 전체의 공존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사ㆍ해운사 사장단 모임이랄지, 임원 간담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현안을 진단하고 대안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것은 오 회장과 KR이 해운과 조선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해양문제를 조정하는 코디네이터가 되겠다는 꿈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수익이 아닌, 업계 상생과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해양산업생태계가 풍성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헌신할 생각입니다. 물론 KR의 2020비전 실현을 위해서도 적극 뛸 것입니다.”

2013년이면 임기가 끝나는 오공균 회장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KR을 벗어나서도 그가 가진 역량을 조선해양분야에 쏟아 붓기를 바라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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