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교수
2012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교통운송 및 물류부문의 정책공약이 어떤 것들이 제시될지 궁금하다. 지난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선거에서 이 분야 핵심공약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이었고, 국민의 정부에서 제시된 ‘교통기간시설을 확충해 물류비 대폭감축’정도가 구체성을 띤 공약이었다. 고용효과, 기업경쟁력 원천 등 물류산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공약이 나와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의 물류효율 향상과 물류비 절감을 위해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해야 할 교통물류 인프라가 무엇일까? 아마도 화물을 효율적이고도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투자일 것이다.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우리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또한 국내 소비자에게 싸면서 가치 있는 제품을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교통물류 인프라 구축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12월 초에 인천시 물류연구회 등이 주관한 ‘항만물류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토연구원 등이 연구한 ‘수도권 물류시스템 개선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5개 기본 방향과 12개 필요 시책, 그리고 5대 추진전략을 제시하였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대안제시로 향후 수도권 물류시스템의 인프라구축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제안은 수도권 항만, 공항과 도심간의 새로운 화물 연계운송수단의 구상이다. 수도권의 공항 및 항만시설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으나 배후 연계 교통망과 거점간 연결성이 미흡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물류실태 애로사항’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2.5%가 ‘도로 정체로 인한 적기수송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인고속도로가 인천항과 수도권을 잇는 화물전용 고속 교통로(corridor)로 건설되었지만 이제는 모두 승용차로 넘쳐나는 도로가 되었다. 화물수송의 정시성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경부고속도로나 외곽순환고속도로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에서는 화물운송의 정시성 확보가 물류비 절감, CO2 저감 등에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일찍부터 깨닫고 화물전용철도 건설에 힘써왔다.

네델란드의 로테르담 항만은 독일국경의 벤로(Venlo)지역까지 약 160Km를 철도와 도로 그리고 내륙바지운송으로 연결된 화물셔틀 전용 교통로(corridor)를 3중으로 연결해 놓고 있어, 로테르담 항을 거쳐 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화물을 연계시키는 물류거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대부분의 항만과 배후도시간에는 화물철도가 연결되어 화물운송 셔틀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물전용 전용레인이나 무인철도 같은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남 캘리포니아의 롱비치항에서 LA간 고속도로(I-710)를 14차선으로 확충한 후 이중 4차로를 트럭전용차선으로 그리고 나머지 10차선을 통과차량에 제한이 없는 일반차선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도 동경항에서 하쵸지 시까지 지하로 물류전용 자동화 무인철도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네델란드에서는 도로변을 활용하여 화물전용 무인철도를 지상, 고가도로, 혹은 지하로 운송하는 스마트 로드 시스템을 시험설치 한 바 있다. 컨테이너 등 화물운송을 기존 고속도로로 운송하는 대신 별도의 무인철도로 운송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기존 고속도로는 승용차 위주의 쾌적한 도로가 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수도권 관문 인천항에서 동북아 최대 소비도시의 하나인 서울까지 화물전용 철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화물전용차선 하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바다 쪽 만 바라보고 항만을 개발을 해 온 결과이다. 항만을 이용하는 실제적 이용자인 화주에게 보다 싸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화물전용철도나 화물전용도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컨테이너, 일반화물의 트럭운송 편중상황을 해소하고 물류비 절감, 정시운행, 도로체증 완화 및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는 화물전용 첨단운송망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화물전용철도는 화물운송의 정시성을 보장하면서도 트럭운송 감소에 따른 CO2 배출 감소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철도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Railroads, AAR)에 의하면 화물 철도를 이용할 경우 화물열차 1대로 고속도로의 1,100대 자동차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화물열차는 고속도로 정체를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고 있다. 자동차위주 고속도로 운송시대를 지나 ‘친환경 철도 셔틀운송시대’ 도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2020년까지 수송부문 탄소배출 감축 목표 34%를 달성하기 위해 화물을 트럭운송에서 철도운송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형화물차가 운송하던 화물을 화물전용 첨단 무인철도가 운송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정책공약이 발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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