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박사
2011년 4월 알파라이너(Alphaliner)사 보고서에서 2010년 세계 컨테이너 해운선사들의 영업이익이 140억 달러에 달해, 세계 정기선 산업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좋았던 한 해이었다고 기술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불과 30주가 지난 2011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1개사의 적자 규모가 16억 달러로 보고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중국 상하이 항를 출발하는 15개 항로의 현물운임을 계산한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 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가 12월 초 855.5 포인트를 기록하여, 상하이~유럽 항로의 teu 당 현물시장 운임이 490달러까지 하락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500달러 선과 비교했을 때 3분의 1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20피트 컨테이너 당 평균 유가할증료(BAF)가 755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할증료를 제하면 teu당 265달러의 적자운임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계선점 이하의 운임수준인 것이다.

이렇게 시장상황이 어렵게 된 것은 시장 점유율인 높은 글로벌 선사들이 1만 teu 이상 급의 선박을 통해 원가경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동량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공급과잉에 의한 운임하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1 만 teu이상 초대형 선박이 60척 이상 인도될 예정이다.

문제는 선박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이 기존 공급량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9년 총 30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던 컨테이너 선사들이 지난해 출혈 경쟁을 중단하고, 150만 teu에 달하는 컨테이너선을 계선시키며 적자폭을 해소한 바 있으나, 2011년 운임하락기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라인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아시아~유럽항로에만 70여척의 선박을 투입하고 Daily Service를 출범시켰다. 이에 다른 글로벌 선사들도 머스크 등 대형선사와의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폭의 선박량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결과 15개 선사를 대상으로 할 때 영업이익이 금년 3분기 중 하팍로이드(Hapag-Lloyd)사만 적자를 면했고, 나머지 14개사는 모두 영업이익률이 3%에서 25%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알파라이너 사는 수요부진과 낮은 운임으로 금년 4분기 세계 컨테이너 선사들의 실적이 3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경기침체가 2012년에도 몇 분기 더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세계 정기선사들은 추가 현금유입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스라엘 짐 라인(Zim Line)사는 재무상태 타계를 위해 피합병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3분기 6,6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 후 대주주인 오퍼 그룹(Ofer Group)은 1억 달러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나, 이에 앞서 채권단들에게 채무이행을 향후 12개월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에 있다. 칠레 정기선사인 CSAV사는 컨테이너부문의 실적악화로 인해 투자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3분기 손실이 3억 4,300만 달러로 작년 동기의 1억 5,180만 달러 흑자에서 크게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손실규모 축소를 위해 4개 노선을 운항중단 한 상황이며, 정기선 부문을 함께 운영할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다. 또한 말레이시아 MISC사는 지난 3년간 컨테이너부문 누적적자 7억 8,900만 달러 및 막대한 투자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컨테이너 비즈니스에서 철수를 결정 하였다. MISC는 LNG 선 등 자원 에너지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특히 지난 10년간 운항 선박량을 증가시키지 않은 결과 정기선 시장에서 용이하게 퇴출을 결정할 수 있었다. 중국의 CHINA Shipping도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고 있어, 중국 2대 컨테이너선사간 합병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미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 하팍로이드 사의 모회사인 독일 TUI 컨소시엄이 2012년 1월까지 하팍로이드지분 38.4%를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금융기관들의 신용경색과 어려운 자본시장 하에서 대규모의 흡수 합병이 발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컨테이너 운임침체가 지속된다면 유동성 부족으로 일부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부문 매각이 부득이한 선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운임시황은 침체하는 가운데, 정기선사간의 경쟁이 내년에도 더욱 격화된다면 이제 정기선 업계는 완전히 체력승부의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업계 수위인 머스크 라인과 최근 새롭게 얼라이언스를 형성하겠다고 발표한 MSC/CMA CGM, 그리고 그랜드 얼라이언스와 뉴월드 얼라이언스가 합친 새로운 G6 얼라이언스 등 세 개 그룹의 총 선박 시장 점유율은 55.2%에 달해 유럽항로에서 과점상태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들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되고 다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 이 결과 초대형 얼라이언스에 포함되지 못한 선사들이나, 중소규모의 선박을 운항하는 선사의 경우 화주에 대한 특색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퇴출될 수밖에 없는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기선사들도 새해에는 유동성 확보와 특색 있는 서비스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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