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포드 자동차 생산방식의 대량 생산은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는 전기 산업사회인 포디즘(Fordism)시대의 가치이었다. 그러나 수요가 다양화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효율성, 다양성을 중시한 생산방식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를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m)이라 한다. 포디즘 시대에서 모든 것이 수직적 통합을 통한 대량생산이었다면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으로 표현되는 포스트 포디즘에는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대비 효율성, 전문성의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즉 포스트 포디즘의 시장환경에서는 글로벌기업, 아웃소싱, 네트워크 구축, 탈규제, 기술혁신 등이 특징적 요소로 표현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의 원천, 제품의 성격, 환경, 조직 등에 있어 포디즘 시대와 구별된다.

포스트 포디즘시대의 세계해운산업의 방향은 화주들의 요구에 부응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즉 화주들은 생산과 판매의 국제화로 생산, 유통 등 공급체인 기능들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하는데 이 공급체인을 통해 창출하는 가치의 대부분이 물류 서비스 제공자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선사들은 운송서비스를 포함한 넓은 범위의 물류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하여 화주들이 요구하는 부가가치물류(value-added logistics)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존의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 경쟁력 확보의 전략에서 벗어나 공급사슬간의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서비스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고객에 대한 물류 서비스의 차별화가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유독 세계해운산업은 아직도 선사의 초대형화, 선박의 초대형화라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추구하고 있다.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인 포스트 포디즘의 형태로 파라다임이 전환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후진적 산업 내 경쟁은 해상운송 수요자의 요구와 동떨어진 투자가 될 수 있고 이는 세계 정기선 해운의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머스크 라인은 2011년 초 18,000 teu 급의 세계 최대형의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였다. 초대형선 투입에 의한 비용경쟁을 종결시키고, 초대형선 투입경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다는 결의가 보인다. 타 글로벌 선사가 머스크 라인처럼 막대한 투자를 하는데 다른 위험을 ‘머스크 리스크’라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진정한 ‘머스크 리스크’는 머스크 라인을 필두로 한 글로벌 선사들의 포디즘 시대에서나 통할 법한 규모의 경제에 의한 비용경쟁을 벌이는 리스크라 말하고 싶다. 만약 현재와 같은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공급과잉에 의한 운임하락이 1-2년만 지속된다면 선대규모면에서 시장점유율이 높고, 그중에서도 자본비 부담이 높은 초대형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 라인 같은 선사가 가장 먼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이 높다.

화주 역시 선박의 초대형선화로 당장의 운임하락으로 얻는 것보다, 추후 시장의 독과점화에 따른 운임상승 가능성, 그리고 초대형선으로 인한 항만기항의 경직성으로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잃을 것이 더 많아 질 수도 있다. 화주들이 요구하는 것은 세계 정기선 해운이 동맹이라는 가격카르텔에서 벗어나 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화주들의 공급체인 전략에 부응하는 양질의 운송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계 정기선 해운산업에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경쟁구조로 내몰리게 되어, 초대형 선사로, 그리고 초대형 선박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화주위주의 자유경쟁시장 정책으로 선사 간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으로 운임이 더욱 하락하고 있고, 수익성이 악화되어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아니면 흡수합병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화주의 경쟁시장정책이 세계해운산업 구조를 독과점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화주들은 최근 발표한 MSC와 CMA CGM사의 제휴로 인해 경쟁이 제한되어 운임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세계 2위와 3위의 선사가 제휴를 하는 것은 경제위기로 물동량이 줄어들어 선복운용의 어려움이 가중되었고, 또한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사의 ‘Daily Service'에 경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화주위원회는 이러한 제휴가 결과적으로는 화주에게 서비스나 가격의 차별화 경쟁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하고 있다. 즉 시장경쟁을 과도하게 유도한 결과로 나타난 제휴 및 흡수합병이 해운산업의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오히려 화주에게 불리한 여건이 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인 것이다.

최근 세계화주포럼(Global Shippers’ Forum)이 해운동맹의 완전한 금지를 재차 요구하였다.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나 세계선사협회의(World Shipping Council)등 선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때문에 해운동맹의 완전한 금지가 이루어지고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정기선 선사들의 ‘치킨게임’은 선사는 물론 화주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미국과 유럽의 화주단체들은 선사들의 파멸적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현안조율을 위한 컨퍼런스의 허용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해상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전한 SCM 상 파트너를 유지시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선사들도 산업 내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리스크뿐이라는 점을 인식하여 시장 선도 기업들이 나서 시장점유율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