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현 박사
1. 서언
임진년 새해 첫 달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세계 도처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빌딩에서 터지는 불꽃놀이와 함께 새해에는 좀 더 밝은 한해가 되게 하소서 하고 모두들 기원했지만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미국의 침체, 유럽 7개국의 신용등급 하락, 무언가 터질 것 같은 중동의 불안한 사태 등을 보면 임진년 흑룡의 해도 조용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특히 1월 17일 현재 BDI가 2008년 금융위기로 폭락했던 2009년 1월 이후 최저점인 974 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추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각종 운임지수에다가 호르무즈 봉쇄 운운하는 뉴스까지 덧 씌워지면서 고유가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해운계로 하여금 다시 한번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저녁파티가 질펀하고 오래가다보면 뒷날 오는 두통도 길어지게 마련인가? 5년여에 걸친 파티가 2008년 하반기의 리먼사태로 파장을 고하며 비틀거렸던 해운시장이 2010년 초부터 반등하자 다시 신조선 발주에 나선 탓인지 파티의 후유증은 1~2년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운임하락과 장기침체의 주범이 공급과잉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해운계의 최우선 과제는 공급조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면 지금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추락하는 해운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선주들이 보여주었던 일치단결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절박한 시기에 작년 9월 머스크라인의 이른바 ‘Daily Conveyor Belt’의 발표이후 이어진 2위, 3위 선사간의 제휴, 양대 Alliance(New World/Grand Alliance) 선사들이 헤쳐모여 형식으로 이루어진 약칭 ‘G-6’의 발족 그리고 가장 뒤늦게 아시아권 선사들로 구성된 EMC와 CYKH의 협력체제를 끝으로 사실상 상위 20대 선사 가운데 15개 선사가 참여한 Major-4가 출발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4대 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유럽항로의 경우 90% 수준에 이를 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 패턴에 따라 시장이 회복될 수도, 더 깊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과연 그룹화의 목적이 시장회복을 위한 상생의 전략인지 아니면 채산성을 도외시하고 체력전을 통한 경쟁사의 축출을 목표로 한 각자도생의 길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 시장 환경
① 운임시장
전세계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지난 3년간 실적을 보면 2009년 194억 달러 적자, 2010년 170억 달러 흑자, 2011년 52억 달러 적자를 시현하여(Drewry) 문자 그대로 들쑥날쑥했던 3년이었다. 2011년의 경우 연초에만 하더라도 흑자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방심한 선사들이 운임 안정 대신 시장 점유율(Market share) 싸움으로 전환하면서 간선항로의 운임이 5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기대했던 연말 성수기 효과는 요율전쟁, 공급과잉, 운항비 등으로 무산 되었고 더욱이 심각한 현상은 물량증가가 6.5% 수준으로 무난한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시아-유럽항로의 Spot시장 운임이 작년 초 teu당 1400달러에서 500달러까지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② 일부 시장 철수
최근 머스크, MSC, CMA CGM 등이 연이어 대형선 확보에 나선 이후 말레이시아의 국영석유회사 Petronas가 대주주이자 국영선사인 MISC가 컨테이너 정기선분야에서 철수하기로 했고(2012년 6월까지) Israel Corp.이 소유한 이스라엘 국영선사 Zim 역시 타 선사와의 조건 없는 합병을 제안한 바 있다. 이들은 이미 누적된 공급과잉으로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선사들이 계속해 대형선을 발주함에 따라 고민 끝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선사외에도 The Containership Co, PIL, Wanhai, Horizon, Matson, 국내 Y선사 등이 철수 내지는 서비스를 감축했다.

③ 수급 현황
OECD, IMF 등의 세계 경제에 관한 전망은 대체적으로 비관적이다. OECD는 올해 무역 성장율을 2011년의 6.7%에도 못 미치는 4.8%로,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8.5%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Eurozone의 위기 해결이 선결과제로 만일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 OECD 전체가 침체에 빠질 것이며 신흥국가들도 후폭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최근 3년 사이에 상위 20개 선사 대부분이 신조선 인수로 보유선복이 증가했으며 선복량이 이 감소한 선사는 CSAV, Zim, 한진해운 등 3개사 뿐이었다. 특히 칠레의 CSAV는 전년대비 35%가 감소해 전년도 7위에서 14위로 밀려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급감하였던 신조선 발주가 2011년부터는 대폭 둔화되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2009년에 11억 달러, 2010년에 74억 달러, 2011년에 110억 달러에 달했다. 알파라이너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발주된 컨테이너선은 총 225척(180만teu), 인도된 선박은 120만teu정도이며 올해에도 140만teu가 인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발주량은 2009년 이후 급증했고 시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었던 2011년의 발주량이 2010년 발주량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말 기준으로 전체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1590만teu이며 현재 건조중인 총 선복량은 약 430만teu로 기존 선대의 30%에 달한다. 현 발주량을 기준으로 보면 669척이 2014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며 현 발주총량의 1/2이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임을 감안할 때 향후 간선항로의 선복증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DVB Bank 발표).

<표-1> 2012년도 수급전망
연 도 수요증가 공급증가
2011년 7.70% 7.90%
2012년 6.50% 8.20%

앞에서 언급했듯이 물량의 증가량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표-1에서처럼 수요를 앞서가는 공급의 증가 때문에 수급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선량을 살펴보면 2009년 한때 전체 선대의 12%에 상당하는 다수의 선복이 계선돼 운임회복에 일조했지만 지난해말 기준으로 계선량은 246척, 59만 5000teu로 3.9%에 불과하다. 선형별로 보면 3000teu급 이하 소형선이 압도적이었다. 최근에 계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현 수급상황하에서 계선을 통해 운임이 회복되려면 8%(110만teu) 이상은 돼야 할 것이다.

④ 금융권의 시각
유럽은행들을 중심으로 선박금융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부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대출금 총액이 5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에 더해 유동성 고갈로 선박매매시장까지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가는 계속 하락해 선종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작년 여름대비 약 30% 정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속되는 자산가치의 하락은 결국 금융약정 위반으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유동성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선사들에게 새로운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의 전반적인 시각은 ⓐ 금년이 2011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고 ⓑ 금년 상반기에 도산하는 해운사가 발생할 것이며 ⓒ 금융권이 주도하는 선박 투매현상이 나타나면서 선가 하락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영국의 Financial Times가 선박금융은행 및 금융전문가들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요약하면 ⓐ 금년에도 금융 창구는 더욱 좁아질 것이며 선주들은 현금과 자금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 ⓑ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해운계 모두가 다 어렵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못해보고 사라지는 회사가 생길 것 ⓒ 대출은 기존 우량고객으로 제한될 것이며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데에만 주력할 것 등이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할 때 가까운 시일내에 여건이 호전되지 않는 한(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금융권이 권고한 것처럼 선주 자신이 선행적(proactive)으로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이런 저런 기대 속에 늦장 부리다 보면 은행 주도로 끌려갈 수밖에 없으며 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할 경우 해운에 대해 비전문가인 은행 측의 결정에 따라 회사의 장래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처하게 된다.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일단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과거의 친숙했던 유대관계는 전적으로 무시되는 것이 상례였다. 즉 선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먼저 문제를 들춰내 은행과 협의해야 한다. 은행이 어느 시점에 구조조정 카드를 들고 나서면 주도권은 커녕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3. Major-4의 출현
① 해운시장의 제휴

전략적 제휴란 둘 이상의 기업이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경영자원을 공유하거나 제휴하는 형태를 말한다. 제휴의 형태가 해운산업에 나타난 것은 1960년대 중반 영국 OCL(Overseas Container Lines)과 ACT(Associated Container Transporation)가 결성한 컨소시아(Consortia)로 당시에는 기존의 재래정기선 수송체제가 컨테이너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엄청난 투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두 회사간 제휴는 25년간 계속되다가 1991년에 해체됐다. 그러나 OCL/ACT의 제휴는 참여선사나 서비스의 영역으로 볼 때 지역선사간 제휴였으며 이른바 범세계적 제휴, 즉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결성된 것은 1972년에 결성된 Trio와 Scandutch로 Trio는 OCL·BLC·Hapag Lloyd·MOL·NYK가, Scandutch에는 East Asiatic Co·Transatlantic and Wilhelmsen(the Scan)·Nedlloyd(the Dutch)·CGM의 5개사가 참여했다.

이 양대 얼라이언스는 1991년에 해체되면서 Grand Alliance(NYK, NOL, Hapag, P&O, MISC)와 Global Alliance(MOL, Nedlloyd, APL, OOCL)로 다시 재편됐다. 그후 P&O와 Nedlloyd의 합병, 그리고 뒤이어 머스크로의 흡수, NOL의 APL 매입 등에 따른 시장구도의 변화와 함께 Global Alliance가 New World Alliance로 명칭이 바뀌면서 작년 말 현재 유럽항로의 구도는 머스크라인, MSC/CMA CGM, Grand, New World, CYKH그룹과 독자노선의 EMC로 구성된 전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후 작년 말 장래의 행보를 두고 업계의 관심을 끌어왔던 EMC가 CYKH와의 운항제휴(Operational Alliance)를 발표함으로써 유럽항로는 상위 15개선사가 참여한 이른바 Major-4가 주도하는 시장이 되었다.

<표-2> Major-4의 개관
그룹 선사 선형(teu) 척수 개시 지배구조 국적
A 그룹 머스크 7000~1만5000 70 2011년 11월 Family-own 유럽
(Mc-kinney)
B 그룹 MSC CMA 1만 3000~1만 4000 53 금년 3월 Family-own 유럽
(Aponte/Saade)
C 그룹 G6(6개사) 1만 3000 전후 90 금년 4월 법인+가족+정부공사 유럽+아시아
D 그룹 CKYH/EMC5~6개사  8000~1만 3000 ? 금년 2분기 Controlled carrier+가족 아시아


 

② 그룹별 특성
(1) A그룹 : 머스크라인

머스크라인은 명실상부한 세계 제 1위의 선사로서 여러 면에서 해운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 동안 6000teu급 Regina Maersk호에서 1만 5000teu급의 Emma Maersk호의 건조에 이르기까지 대형화를 주도하였는가 하면 타 경쟁선사들이 호황의 꿀맛에 빠져들고 있을 즈음인 2007년부터 이미 시장의 침체에 대비, 자산의 매각과 정비, 용선선박의 조기반선, 인력구조 조정 등 자체 정비를 마친 후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T-E급의 발주에 나서면서 ULCS 시대로의 진입을 공개 선언한 회사이기도 하다.

2011년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T-E급 20척 발주를 공개하면서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임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며 경쟁사들을 상대로 체력전 돌입을 주도한 선사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는 Customer service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가 하면 작년 9월, 70척을 동원한 ‘Daily service’를 발표할 때 머스크는 “(자기들을) 따라오든지 아니면 항로에서 떠나라( Match us or drop it!)”라고 공개 선언할 정도로 대형화 경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한 바 있어 일부 경쟁선사들로부터 운임전쟁을 가속화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 B그룹 : MSC-CMA CGM
1970년대에 육지로 둘러 쌓여있는(land-locked) 스위스에 이탈리아 태생의 Aponte씨가 창업한 세계 제2위 선사인 MSC와 레바논 출신 Saade씨가 1978년에 창업한 제3위 선사 CMA CGM간의 운항제휴(Operating Alliance)로 양사 공히 70대 초반의 총수와 현재 2세 경영체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2세들의 주도하에(발표에 의하면) 이루어진 제휴라는 점에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양사 총수의 개성은 매우 대조적이다. 한쪽(MSC)은 입이 무겁기로 정평이 나 있는 내향적 성격이라고 한다면 다른 쪽은 공적인 자리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외향적이라 할 수 있다. 제휴이후에도 마케팅, 세일스, 가격정책 등은 철저하게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하나 선복교환을 통한 공동배선인 만큼 양사간 조정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총수 양측 모두 이번 제휴가 합병의 전단계는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장기적 측면에서 파트너십(Partnership)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양사 모두 철저한 가족 중심회사라는 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

CMA CGM은 현재 건조중인 1만 3000~1만 4000teu 6척을 1만 6000teu로 변경했고 MSC는 2014년에 인도예정인 1만 6000teu 수척을 Zodiac으로부터 장기 용선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므로 선대 구성은 초기에는 1만 3000teu 중심이 되겠지만 2014년이후에는 1만 6000teu급이 그룹의 주력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 C그룹 : G6 Alliances
G6 Alliances는 Grand Alliances와 New World Alliance 소속 선사 가운데 NYK, Hapag, OOCL(Grand), MOL, APL, HMM(New World)등 6개사로 구성돼 있다. G6의 결성문제는 머스크의 Daily service 발표 직후인 지난 9월부터 논의를 시작하다가 MSC/CMA CGM의 제휴에 이어 바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참여선사들의 선복 운영계획을 보면 6개 선사 모두 1만 3000teu급 선박을 2014년 상반기까지 확보(발주+용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G6 회원사 가운데 일본의 양대 선사들을 1만 3000teu급 대형선을 발주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용선해서 사용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선대 확장보다는 전반적인 Downsizing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4) D그룹 : EMC-CYKH
CYKH 4개사 가운데 1만 3000teu급 이상의 선박을 발주한 선사는 한진해운뿐이며 대만의 양망라인이나 일본의 K-line은 재정 상황 때문에 ULCS 건조계획을 접었다. D그룹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Cosco(4위)에 이어 8위의 CSCL이 불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CSCL은 이미 그룹에 참여를 결정한 EMC와 Slot sharing을 하고 있으며 Cosco는 작년 10월에 1만teu 8척을 발주한 바 있다. Cosco나 CSCL이 아직은 1만 3000teu급을 발주하고 있지 않지만 초대형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Controlled carrier인 이들이 발주에 나서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결성 합의가 이뤄졌고 서비스는 금년 2/4분기에 개시할 것이라는 발표로 미루어 볼 때 내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D그룹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선사는 EMC다. 주지하듯이 EMC는 1984년 세계 최초로 세계 일주 항로(Round the World-RTW)를 개설했던 선사이며 한때 세계 제1위의 컨테이너 선사로 철저하게 가족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이다. 경영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함인지 EMC는 과거 해운동맹시대에도 비동맹선사로 활동하였으며 얼라이언스와는 거리를 둔 독자운항 체제를 고수해왔던 선사이다. 특히 창업자이자 현재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85세의 노해운인 장(Young-Fa Chang) 회장의 지침에 따라 아직도 ULCS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현재 사선 중 최대형은 7000teu급이며 용선형태로 1만teu(1척)와 8100teu 8척을 운항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발주한 컨테이너 선사들 가운데 1만teu급 이상을 단 한척도 발주하지 않았을 정도로 총수(장영발 회장)의 초대형선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모든 선사들이 2006년부터 앞 다투어 대형선 발주에 나서고 있었지만 EMC는 발주를 억제하고 있다가 작년에 8800teu 30척(20척-삼성, 10척- CSBC)을 일시에 발주했다.

한때 발주중인 선박의 Upgrade(1만 4000teu급으로)도 검토했지만 총수의 신념 때문에 보류됐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초대형선 발주에 나서지 않을 경우 프리미어리그에서 밀려나 2급 선사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 하에서 CYKH와 협력관계를 구축 해 우회적으로 ULCS를 인정한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시장의 전개 방향에 따라 85세 노해운인의 신념에 변화가 있을 경우 EMC의 능력으로 볼 때 ULCS의 발주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5) 그룹별 시장점유율
2011년말 기준으로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서 상위 컨테이너 20개사의 시장점유율은 전년보다 약간 증가한 84% 수준이나 간선항로 특히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는 이들이 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2011년에 7% 증가해 1590만teu로 이미 공급과잉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선박이 건조 중에 있다. 현재 건조 중인 1만teu급 이상을 보면 G6 그룹이 1만~1만 3000teu급 18척, MSC-CMA CGM그룹이 1만 3000~1만 6000teu급 20척을 건조 중이다. A와 B그룹은 1만 8000teu와 1만 6000teu를, C와 D그룹은 1만 3000teu를 주력으로 하는 선대 구축이 2014년이 되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1만 3000teu급 이상의 ULCS가 향후 1~2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인도될 예정으로 있고 일부 그룹에 참여하지 않은 선사들도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지 않는 한 어떤 형태로든 그룹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지분율은 계속해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상위 15개사가 참여한 헤쳐모여 형식의 기본 윤곽이 겨우 들어났을 뿐이며 이중 일부는 제휴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그룹화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참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는 선사에 대해 참여가 예상되는 그룹에 포함시켜 비교해 보고자 한다.

현재 약 1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CKYH에 EMC(5%)와 CSCL(6%)이 참여할 경우 점유율은 26%에 달해 최대 점유율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뒤를 이어 MSC-CMA CGM과 G6가 대략 24%로 공동 2위, 머스크가 4위가 될 것으로 보이나 이미 발주해둔 선복량 인도가 끝나는 2014년 중반이 되면 그룹단위 발주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G6의 지분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4. 얼라이언스의 효과
① 목적

선사들이 대형화를 지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물동량의 증가와 하주의 물류비 절감 요구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형화에는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경영자원의 공유를 통해 최소의 투자만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선사들은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컨테이너 해운분야에서 나타났던 제휴의 배경에는 시장 경쟁의 심화와 운임하락에 대한 선사들의 합리화 노력이 있었지만 최근의 4대 그룹도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

② 제휴의 단계
복수의 선사가 제휴를 통해 실질적인 준통합 형태를 취할 경우 이는 회사의 경영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회사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대부분의 경우 서두르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다단계를 거쳐 제휴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합에 이르게 된다.

복수의 해운사로 결성된 제휴가 진전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 Joint scheduling⟶ⓑ Slot chartering⟶ⓒ Vessel sharing⟶ⓓ Rationalisation⟶ⓔ Cost pooling⟶ⓕ Joint venture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까지는 선박의 Space 일부만을 교환하는 정도이지만 ⓓ이후의 단계는 컨테이너 Box등 Equipment를 공동 사용(ⓓ)한다거나 연료비 등의 직접비를 공동으로 분담하고(ⓔ) 마지막 단계는 마케팅이나 세일스를 통합하는 것이다.

③ 요건
제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대나 선형의 규모가 비슷해야 하며 경영측면에서도 크게 다른 점이 없이 문자 그대로 대동소이해야 한다. 성공적인 제휴가 되기 위해 일반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요건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 목적이 상호 일치하여야 한다. 즉 상호 도움이 되어야 한다.
ⓑ 제휴에 따른 이해가 상반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 제휴를 실시하는 사업영역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 기업문화가 유사하거나 그 차이를 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④ 효과
제휴를 통해서 기대하는 효과는 제휴의 기본목적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자본비 부담의 경감/보완, 컨테이너 기기의 공동이용, Cost 삭감과 서비스의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선복의 공동 사용을 통해 개별선사 당 동원 선박의 척수를 최소화하고 터미널의 공동사용으로 터미널 개발비용 등을 절감하며 Chassis pool이나 Van pool, 선박 관리(Ship Management) 창구 단일화, 선박 및 기기의 보수 유지(M&R), Feeder의 공동사용 등을 통한 원가절감 및 서비스 질 향상 등이 실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제휴의 효과라 할 수 있다.

⑤ 협력과 조정
해운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장에 대한 판단과 이에 대처하는 순발력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가족경영체제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해운산업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Top-3는 유럽계 선사로 모두 가족 중심으로 경영되는 회사이다. 유일체제인 머스크를 제외한 3개 그룹 구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회원들간의 상호 경쟁과 협력 자세에 달려있다.

2세 경영을 위한 과도기 단계에 있는 2개사(MSC와 CMA CGM)간의 의견조율도 어려운데 하물며 6개사간의 조정과 조율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는 경쟁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ULCS 중심의 규모의 경제 필요성 때문에 다소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 하에서 그룹화가 이루어졌지만 내부에서 협동과 조율이 원만하지 못할 경우 그룹의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한 우려 때문에 일각에서는 G6의 경우 결국 일본 2개사는 탈퇴하고 Hapag Lloyd, APL, OOCL, 현대상선 등 4사 체제로 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5. Major-4 체제의 명과 암
① 서비스 강화

Alliance의 내용을 보면 4대 그룹 모두 사실상 일반적인 VSA(Vessel sharing agreement) 또는 Slot exchange agreement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낮은 수준의 운항제휴(Operating alliance)이지만 개별 선사들은 제휴를 통해 아시아-유럽 간선항로를 1만 1000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Terminal과 Feeder 서비스의 공동 사용, Daily Service에 준한 기항 빈도, 직기항과 수송시간의 단축을 통해 그룹 소속선사 모두가 한 단계 Upgrade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4대 그룹이 계획하고 있는 척수, 크기 등 선대의 규모나 서비스의 내용을 보면 대동소이하고 질적 측면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4대 그룹은 과거 동맹시대와 달리 각사가 별도로 Pricing, Sales & Marketing을 할 것이기 때문에 하주의 입장에서는 운임협상력면에서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오히려 협상력 여하에 따라 하주는 선사에게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고도 과거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하주단체인 GSF(Global Shipper's Forum), ESC 등 하주단체를 비롯해 대형하주들이 4대 그룹의 출현을 반기는 이유도 하주들에게는 불리할 게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결국 제휴를 통한 원가경쟁과 서비스 질 위주의 경쟁이 전개될 경우 하주들에게는 Happy한 한해가 될 것이다.

② 체력전의 효과
금년 상반기 중에 4대 그룹이 모두 서비스를 개시하게 되면 곧 바로 서비스 경쟁의 1단계에 진입함과 더불어 현재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신조선들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제휴과정을 거쳐 항로가 통합되면 곧 이어 항로 합리화를 통해 감축된 일부 선복은 수급균형의 회복을 위해 계선하거나 해체되는 것이 순서였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 나타난 조짐으로 비추어 볼 때 금번 제휴의 기본목표는 그룹단위의 경쟁력 강화 차원일 뿐 시장의 공급과잉 개선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상위 선사간의 전쟁선포이지 평화의 신호가 아니므로 새로운 Alliance의 출현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간선항로에서 1만teu급 이상으로 무장한 4대 그룹 간, 그룹 내부 선사간에 벌어지는 다면 경쟁이 전개될 것이고 간선항로에서 밀려난 8000teu급 이하의 중형선은 남북항로로 무대를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동-서, 남-북항로 전반에 걸쳐 풍선처럼 점차 부풀어 가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Slot cost의 경쟁력이 판도를 좌우하는 소모전이 지속될 경우 결국 저원가 체제를 갖춘 대형선박이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지만 저 운임상태와 체력전이 얼마동안 지속되느냐에 따라 탈락하는 취약선사의 개체수와 선복량이 결정될 것이다.

일각에서 금년 중 소형선사(Small player)들이 다수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거나 늦어도 3년 이내에는 확실히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쩌면 건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체력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주력선사들이 겨냥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③ 중화권 선사의 위상
작년 한해 동안 선복을 20%이상 증가시켜 상위선사로 부각한 Cosco(4위)와 CSCL(8위)이 유럽항로에서 선복을 함께 사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Controlled carrier의 특성상 정부의 지침만 있으면 전략적 제휴 그 이상도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말 EMC가 CKYH와 운항협력에 합의함으로써 Cosco, CSCL, EMC, YM 등 중화권 선사들의 공동 협력체가 구축됐다.

재정난을 이유로 ULCS 발주를 미루고 있는 YM과 K-line을 제외하면 1만 3000teu급 이상의 선대로 Upgrade 하는데 문제가 없는 선사들이다. EMC의 경우도 그간의 내부 움직임에 비추어볼 때 당장은 아니지만 불원간 1만 3000teu급 선박 확보에 나설 수 있는 선사다. K-line의 사정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제4군은 사실상 중화권 선사그룹 가운데 한진해운이 끼어있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

④ 유럽선사들의 주도권 강화
조선, 해운의 축이 유럽에서 아시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차제에 불원 해운도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권 선사들이 정기선 시장을 주도할 것이며 미국의 Sea-Land나 APL, 그리고 유럽의 P&O Nedlloyd 등이 그랬던 것처럼 한 때 미국 해운사에 이어 유럽선사들도 생존차원에서 전전긍긍하게 될 시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세계 제1위 선사는 북구의 조그마한 섬나라, 2위는 항구와 바다와는 거리가 먼 육지로 둘러 쌓여 있는 스위스의 선사이고 3위 역시 유럽권의 프랑스 선사다. 바다로 둘러 쌓여야만 해운산업에 유리하다거나 조선업이 융성한 국가라고 해서 해운분야에서도 강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개별선사의 역사와 체력, 시장의 구도 그리고 전망을 종합할 때 당분간은 현재의 순위가 더 확고해 질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해운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삼면이 육지로 운운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⑤ EC의 경쟁법 규제
2008년 10월, 150여 년간 시장을 지배해 왔던 해운동맹을 폐지했던 EC가 2010년 12월에는 항공분야의 가격 담합 의혹을 두고 대대적인 조사를 시행하더니 작년 5월에는 유럽회원국에 위치하고 있는 주요 정기선 해운선사의 사무실을 급습(Dawn raid라 표현)한 적이 있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정기선사들이 담합해 운임과 선복량(Capacity)을 인위적으로 조절했다는 ‘믿을 만한 이유(reason to believe)’가 있었기 때문에 조사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정기해운에 대한 EU의 경쟁법 적용 면제(Block Exemption Regulation)가 폐지된 이후 정기선 해운계는 EC의 감시를 의식한 나머지 선사간의 모임이나 협의가 운임담합 내지는 인위적인 공급조절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몸을 사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항로의 재편과 관련 EC가 허용하는 Consortia는 원가절감(Reduce cost)과 그로 인한 혜택을 고객과 함께 나누어야 하며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Market efficiency와 Economies of scale이 제휴의 대 전제이며 넘어서는 안 될 활동 영역의 경계선이다.

동시에 시장의 과점으로 인한 병폐를 차단하기 위해 특정 Consortia의 시장지분이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EC 경쟁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선사들은(유럽에 기항하는 모든 선사) 운임인상에 관한 한 독자적으로 행동하되 흔히 하는 말로 시장에서 하주로부터 왕따 당하지 않도록 경쟁사들의 동향을 곁눈질을 해가며 조심스럽게 인상카드를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없던 일로 하기 쉽고 공급조절 역시 독자적인 결정과 부담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시장 점유율의 상한선 문제는 4대 그룹 가운데 현 4위의 머스크가 현재 건조중인 T-E 20척이 선대에 가세하고 B그룹의 1만 6000teu가 전량 인도되더라도 시장 점유율은 그룹 단위로 대략 22~25% 정도로 안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EC 경쟁법상의 상한선은 그룹의 활동에 장애가 될 것 같지 않다.

⑥ 그룹화의 파장
금년상반기에 4대 그룹 모두가 그룹차원의 공동운항을 개시해 2014년 상반기까지 계획한 선대 구축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장 상황과 금융상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아직 발주하지 않은 그룹 선사들이 불원 ULCS를 발주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설사 그룹의 타회원사들과 협의를 거쳐 금년 상반기에 발주하더라도 인수는 2014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발주하지 않은 선사들은 사실상 발주 기회를 실기한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일단 4대 그룹으로 재편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기본 구도가 상당기간에 걸쳐 시장의 근간으로 정착될 것인가 아니면 과도기적 현상이 될 것인지는 향후 나타날 경쟁의 심도와 선사들 간의 협력 여하에 달려있다. 4대 그룹이 제휴의 도착점이 될 수도 있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차세대 흡수 통합을 향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3년간의 실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극과 극(Boom to burst)을 왕복하고 있는 시장의 불안정을 바로잡고 해운업계, 금융권 모두가 안정적인 투자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시장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통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6. 전망
전제적으로 수급관계는 작년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고 실제 2012년 평균운임이 2011년 대비 6.8%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이 전 세계 해상 하동량의 22%를 차지할 만큼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국은 WTO 가입이후 전 세계의 도움으로 급성장한 수출주도형(export-led economy)국가다. 그동안 매년 두자리 숫자의 GDP 성장을 이루며 해운시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금년에는 성장이 8.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 자체도 크게 둔화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 상품의 대형 소비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위축되면 중국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금년에도 구정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수출물량으로 인해 모든 항로에서 화물이 폭주해 며칠 사이에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구정휴가가 지나고 나면 2~3주에 걸쳐 조달하지 못했던 누적 수요로 인해 운임이 강세를 유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간선항로는 연간 계약을 앞두고 운임인상을 시도할 것이고 하주 역시 협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운임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 할 것이다.

그룹 간 제휴와 경쟁을 통해 서비스는 갈수록 개선될 것이지만 하주의 양해 없이 선사들만의 노력으로 운임을 인상할 수 없는 처지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시장의 수급의 기조(Fundamental)가 선주들이 한목소리로 운임 인상을 밀어부칠 만큼 견고한지 여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가지 조짐으로 볼 때 정기선 업계가 합심해 운임인상을 밀어붙일 동력을 창출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 같다. 향후 출시될 대형선을 의식한 나머지 운임의 안정보다는 선복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모든 선사들이 방어적 모드를 취하며 화물을 지키기 위해 운임을 양보하고 있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행동 패턴이 달라지지 않는 한 시장은 전례없는 운임경쟁의 회오리에 휘말리며 강자만이 생존할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시장을 지배 할지도 모른다.

7. 맺음말
2011년에는 일본의 쓰나미와 원전사고, 호주 홍수사태 그리고 수에즈 운하 주변국들의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인한 혼란 등 해운외적 요인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면 2012년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의 정정불안과 브라질의 홍수, 서호주 지방의 싸이클론 타격 등 악재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선박사고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침체가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7개국의 신용등급이 한두단계 하락하는 등 유로존의 위기는 어디까지 확대될 지 오리무중이다. 유럽의 침체는 단 기간내 회복할 것 같지는 않고 기대처럼 중국의 수요가 활성화 되더라도 8.5% 대의 경제성장만으로는 해운시장이 침체로부터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년이 작년보다 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침체가 2013년 또는 그 이후까지 갈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2012년을 무사히 넘기는 선사가 2013년의 승자로 항로에 남아 있을 것이며 앞으로는 자산의 규모, 선박의 척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를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요인이다.

금융권에서는 금년상반기에 대부분의 선사들이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선사들의 대응자세 여하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도산이나 항로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체력전에 몰두하며 경쟁사의 탈락을 유도하려 할 경우 해운계는 유례없는 희생과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지만 운항원가를 밑도는 침체에 대해 정기선 해운계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감할 경우 2009년과 같은 단결을 통해 운임인상을 시도하는 한편 계선과 해체를 통해 공급과잉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기선 업계가 신년에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자 생존전략은 Slim down다. 난관이 있더라도 ① 노령선, 비경제선, 비효율선박은 처분해서 선복을 감축해라. ② 선박이 필요하면 발주 대신 신형 중고선을 매입해라. ③ 주요 항로에서 합병, 제휴 등을 진전시켜 체력전을 방지해라. ④ 1등을 하려 하기보다는 협력해서 공급과잉이라는 고질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생존의 Key는 혹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체력(자금)과 하주를 유치할 수 있는 서비스 곧 (싼)가격이다. 어느 선사가 살아남고 어느 선사가 사라지느냐하는 것은 하주들의 관심 밖이다. 왜냐하면 하주들은 자신들이 우려할 정도로 모두가 다 함께 사라질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간에 향후 12개월 후에는 컨테이너 해운계가 상당히 달라져 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상위 선사 간 제휴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하주들인 반면 최대 희생자는 취약한 선사 또는 중위권 선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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