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벌크선 종합운임지수(BDI)가 지난 1월 17일 974로 마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1,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새해 들어 1,624로 시작한 BDI지수가 26일에는 753까지 떨어져, 1월 한 달 동안 BDI는 1/2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12월12일 지수 1,930 이후 하루도 오르지 못한 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불룸버그(Bloomberg)사에 따르면 운임이 급락하자 이미 체결되어있던 석탄 수송계약들도 운항연기 또는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계약 공백이 발생해 운임이 하락하다가 2월부터 반등하는 것이라 해도, 그 하락 폭이 너무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리먼사태 당시 600선까지 추락한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2008년 당시 5월 20일에 BDI지수가 11,793까지 치솟아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불과 6개월 후인 12월 5일에 지수가 663까지 급락한 적이 있었다. 최근 지수 753은 리먼사태 파급이 가장 정점이었던 2008년 12월 초 이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운임지수 급락 이유는 우선 세계 주요 철광석 및 석탄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홍수가, 서호주에서 사이클론(태풍)이 발생해 철광석 및 석탄 선적이 중단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이 작년 말로 철광석 수입계약을 일단락지어 년 초에 철광석 수입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날(춘절) 휴가로 용선 성약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신조선이 잇따라 공급되면서 선박 과잉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영국 클락슨 사에 따르면 올해 벌크선 신조선 인도량은 8,000만톤(dw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노후선 해체량은 3,000만톤(dwt)에 이를 것으로 보여, 결국 5,000만톤 규모의 선박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 선박량 증가 2,420만톤의 2배가 넘으며 현존 벌크선 선박량 6억400만DWT의 8%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건화물선 선박수요는 2월 이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악천후에 따른 광산지역 피해는 1분기중 영향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금년 수송수요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르웨이 선박브로커회사인 RS Platou사는 건화물 물동량은 2011년 5% 증가하였으나 2012년에는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에도 벌크선 해운경기는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의 수급불균형에 의해 침체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화물선 해운경기는 업 다운을 반복하는 변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해운경기가 하나의 싸인 커브를 이루면서 변동하는 것은 아주 오랜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패턴이다. 그러나 선주의 용선 및 선박매매에 대한 의사결정은 이 해운경기변동과 그 괘적을 같이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해운경기가 호황국면에 들어서면 선박을 고가로 발주하고 그 선박은 해운경기가 한 풀 꺾여 있을 때 인도되는 경우나, 해운경기가 불황국면에 들어서면 매입가나 건조선가에 비해 형편없는 거의 해체선가 수준으로 선박을 매각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시황고점에서 유동성을 만들고 시황저점에서 선박을 매입하는 해운경기변동과 반대(Anti-Cyclical)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시황저점을 판단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다. 해상운임이 변동비에 접근할 때, 그리고 금융기관이 선박금융을 기피할 때, 그리고 신조선 발주량이 급감할 때, 마지막으로 해체시장이 활성화 될 때이다. 그렇다면 현재 건화물선 시황을 바닥이라고 볼 수 있는가?

지난해 벌크선 시장은 상반기에 시황이 침체했지만 년 후반은 중국의 철광석 수입 증가로 강세로 돌아서 2011년 월 평균은 하루 2만 6,000 달러이었으며, 12월에도 평균 3만 달러수준이었다. 그러던 케이프사이즈 용선료가 새해 들어 1월 23일 기준으로 6,630 달러까지 떨어졌다. 케이프사이즈선의 손익분기점은 선박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5,000-20,000달러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이 운임수준은 손익분기점의 1/3수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선원을 모두 내리게 하고 선박을 묶어 두는 계선까지는 아니지만, 닻을 내리고 항만에 정박해 있는 선박이 케이프사이즈선 기준으로 80여척에 달해, 운항을 정지하고 있는 정선(停船)사태는 이미 시작된 상태이다. 특히 싱가포르 벙커 가격이 톤 당 740달러로 지난해 11월말의 650달러보다 크게 상승한 상태라 선박운항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1년 말 기준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선가가 3,61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0% 하락하여, 이중선체 유조선의 35% 선가하락에 이은 가장 큰 선가하락 선종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에서 신조 벌크선에 대한 선박금융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고, 운항 선사, 선주 모두 선박 신조발주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영국 클락슨사에 따르면 2011년 신조선 수주잔량은 2010년에 비해 26.4% 감소해,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수주잔량은 재화중량톤수 기준으로 4억 8,630만 dwt를 기록한 2010년보다 26.4% 급감한 3억 5,760만 dwt에 불과했다. 그리고 2011년 벌크선 해체량은 전년 대비 3.9배 증가한 2,215만 dwt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벌크선 시황 침체의 영향으로 선주가 케이프사이즈, 파나막스선을 중심으로 고선령의 노후선 해체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임수준, 선박금융, 신조선 발주량 및 해체량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최근의 벌크선 해운시황은 시황저점(Trough Stage)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유동성만 있다면 선박을 매각할 때가 아니라 매입할 때 인 셈이다. 해운기업들은 용선이나 선박매매(S&P) 모두 해운경기 변동 싸이클 1회전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으로 운영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정부도 해운기업이 이러한 장기적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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