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1월 25일부터 닷새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이 29일 마무리됐다. ‎WEF에서 고위 정부관계자들과 산업계에서 공급체인의 붕괴에 의한 경제적 피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공급체인리스크가 한 의제로 다루어졌다. Accenture사가 제시한 '공급망 및 운송 리스크를 해결하기위한 새로운 모델(New Models for Addressing Supply Chain and Transport Risks)' 보고서에서 리스크 관리의 관행을 시급히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Ti사의 CEO인 John Manners-Bell씨도 글로벌 공급체인의 활성화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이익을 주었지만, 결국은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도 함께 증가시켰다고 말하였다. 원거리 해외생산을 통한 공급체인이 일본의 지진해일과 원전사고나 태국의 홍수에 의해, 그리고 수에즈운하나 말라카해협의 수송방해에 의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체인과 수송네트워크는 교역을 촉진하고, 소비와 경제성장을 증진시키는 글로벌 경제의 근간이다. 동 보고서에서는 공급체인과 수송네트워크를 위협하는 리스크를 외적요인과 네트워크 취약점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공급체인을 붕괴시키는 외적요인으로는 자연재해, 갈등과 정치적 불안, 급격한 수요변동, 수출입제한조치, 그리고 테러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네트워크 취약점으로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 정보공유, 가치사슬의 세분화, 광범위한 하도급 등에 높은 응답을 보였다.

공급체인과 수송네트워크는 글로벌화, 전문화, 복잡성, 린(lean)기반 경영 등 같은 추세에 맞추어, 수송능력, 수송시간, 효율성 및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진화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체인의 발전 추세로 인해 내재하는 리스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외부아웃소싱과 원거리 생산으로 대표되는 글로벌화(Globalization)추세에 따라, 자국내 리스크가 범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여러 참여자들이 관여하는 리스크로 확대되었다. 지역적으로 생산이 집중되는 전문화(Specialization)현상에 의해, 현지 사건 사고 때문에 효율적인 생산공정이 쉽게 중단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그리고 생산과 네트워크의 복잡성(Complexity) 추세로 인해, 여러 국가에 다양한 부품이나 체인 참여자들에게 의존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리스크를 모두 파악해 내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군살없는 생산(Lean Manufacturing)‘ 전략을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삼는 추세에 따라, 고객이 주문한 이후 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Lean Process‘를 채택하는데, 효율성이 높아지고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지만 공급체인이 붕괴될 경우 이를 보완할 대안이 없다는 리스크가 문제가 된다. 이밖에 공급체인 시스템이 과다하게 정보에 의존해야하는 리스크, 그리고 정부의 여러 물류보안시책 때문에 효율적인 공급체인 수송네트워크 구축에 지장을 초래하는 리스크 등이 있다.

그러나 미래 공급체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해상운송비용을 꼽았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해운경기의 변동성이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또한 유가상승에 따른 해상운송비의 증가 등으로 원거리 해외생산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이와 같은 공급체인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장에 근접해 있는 곳에서 생산하고 공급하는 전략으로 바뀌어 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전 세계 물류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3PL 시장 현황과 전망을 분석한 ‘2012 Annual Third Party Logistics Study’ 보고서에서도 불확실성의 증대 및 소비자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 경쟁 심화 등에 따라 수요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신속대응(Quick Response)유형의 공급체인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를 받쳐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저렴하고 효율적인 해상운송이었다. 해상운송은 화주들의 다국적 조달, 생산, 판매와 같은 글로벌 SCM 활동에서 그 경쟁력을 유지시켜 주는 핵심요인인 것이다. 중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이나 유럽의 시장으로 판매하는 원거리 운송을 가능케 한 것이 저렴한 해상운송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소비자 니즈의 고도화, 그리고 해상운송산업의 불안정화 등의 이유로, SCM에 있어 원거리 생산은 운송비용도 더 들고 서비스 수준도 향상시키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시각으로 바뀌어 지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가 글로벌 교역의 핵심적 역할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화주들의 공급체인 운송리스크 관리에 부응하는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머스크 라인(Maersk Line)이 작년 10월부터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도입한 ‘데일리 머스크(Daily Maersk)’ 서비스가 대표적인 화주의 리스크 관리에 부응하는 운송서비스라 할 수 있다. 선적항 컨테이너 야드 반입에서 양하항 컨테이너 야드 인도까지 운송기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화주에게 100%의 정시 인도를 가능하게 하는 운송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새로운 정시 인도 운송서비스를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서비스를 신뢰성 있게 유지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송네트워크를 위협하는 외적요인과 네트워크 취약점들을 미리 감지하고, 또한 공급체인 붕괴시 신속히 복구할 수 있는 예비 시스템을 세워 놓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