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중국 교통운수부는 1월 31일자 웹사이트 성명으로, 항만 처리능력을 초과하는 초대형선박의 기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운수부의 초대형선 입항금지 성명에 대해 초대형선박의 크기가 30만 중량톤(dwt)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중국선주협회는 벌크선은 35만dwt이상, 그리고 유조선은 45만dwt이상의 초대형선이 대상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중국 교통운수부의 이러한 성명으로 브라질 발레(Vale)사의 40만dwt급 초대형 광석선(VLOC)의 중국항만 입항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명은 발레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38만 8000dwt Berge Everest호가 대련항에서 하역을 한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다. 물론 중국선주협회가 강한 반발을 보이며 발레사의 초대형 광석선을 입항을 금지시켜달라는 베이징에 대한 로비의 결과라고 보여 진다.

대련항에 초대형 광석선이 입항한 것은 지방정부의 승인 하에 이루어진 우연한 예외적 사안이라는 것이다. 중국 교통부는 이와 같은 초대형 광석선의 입항금지는 해운산업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감안한 것이고, 또한 선석 하역작업의 안전에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는 표면상의 이유이고 실제로는 철광석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철광석 화물운송을 주도해야 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중국정부가 이와 같이 초대형 광석선의 중국항만 입항을 거부를 재차 천명함에 따라, 발레사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40만dwt 선박의 철광석을 환적하여 수송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첫째 대안으로 말레이시아 말라카 해협의 서쪽에 위치하고 테루크·루비아에 철광석 저장 야드를 건설 중이며 연 3000만 톤의 철광석 처리 능력을 계획하고 있다. 40만dwt 선박으로 운송한 후, 그곳에서 각 배송 지역에 따라 케이프사이즈와 파나막스선으로 운송하는 것이다. 제1기 건설 공사는 2011년 7월에 시작하여 2014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필리핀 루손 수빅(Subic) 만에도 철광석 중계 기지를 운영할 계획이다. VLCC (대형 유조선)를 개조한 해상 저장시설을 설치하여, 철광석을 환적하게 되는데, 2월 중에 Vale Brazil과 Vale China호의 첫 번째 환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중국, 대만, 일본, 한국으로 환적 수송하게 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선주협회와 중국 철강제조업체들은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업체인 발레사가 초대형 광석선까지 대량으로 운항한다는 것은 세계 철광석시장과 해상운송을 독점하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곧 중국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는 트로이 목마 같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중국선주협회는 브라질의 발레사가 자사의 40만dwt 초대형 광석선으로 철광석을 수송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철광석 환적허브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 선주에 대한 독점적이고 불공정한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선주협회의 입장에서 보면 화주가 운송권을 갖는 FOB로 사오면 되겠지만, 발레사가 C&F(운임, 보험료 포함)조건으로도 더 싸게 공급하겠다고 나서, 중국 벌크선 해운에게 문제가 되고 있다. 발레사는 2011년 기준으로 연간 3억 2,000만 톤의 철광석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수출이 약 2억 7,000만 톤이고, 수출 판매 중 전체의 70%가 FOB 계약이고, 30%가 발레사가 운송권을 갖는 C&F 계약이다.

발레사는 철광석 생산량의 약 40%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BHP Billiton, Rio Tinto 등 호주의 경쟁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2008년부터 40만dwt VLOC 건조해 투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호주산 철광석에 비해 높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호주보다 톤마일이 멀어 경쟁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레사는 2014년까지 40만dwt VLOC 35척을 신조 발주해 브라질-중국 항로에 투입키로 결정하였다. 중국 롱셍중공업에 12척,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에 7척의 VLOC를 발주하는 등 총 19척의 VLOC를 직접 발주했다. 또한 STX팬오션과 VLOC 8척에 대해 25년간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고, Berge Bulk사와도 VLOC 4척에 대한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35척 건조계획에서 단지 향후 4척의 해운회사 용선계획만 남겨 둔 셈이다.

현존 세계 최대 벌크선으로 발레막스(Valemax)급이라는 이름이 붙은 40만dwt VLOC는2010년 6월 첫 선박인 발레 브라질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6척이 인도됐지만 중국 항만당국의 입항 불허조치로 이탈리아 등 유럽항로에 투입 되어왔다. 현재 40만dwt 철광석 선박이 만재 입항 가능한 항만은 폰타 데 마데이라(브라질), 달란트(이탈리아), 소하루(오만), 로테르담(네델란드)정도이다. 이런 어려움으로 발레사는 초대형 광석선들을 중국 선주에게 재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상선박은 발레가 직접 발주해 건조하고 있는 19척이다. 이들 중국 선주에게 재매각하고 이들과 다시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인데, 문제는 최근 선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발레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자가 자기화물을 직접 해상운송을 하는 것은 일종의 자가운송사(industrial carrier)가 되는 것이다. 광산업자인 발레사가 직접 화물운송을 한다는 것은 해상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선사에게는 위협이 될 뿐 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운송의 비효율성을 높여, 결국 수입화주에게 그 비효율이 비용부담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비단 중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세계 케이프사이즈 운송시장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중국 교통운수부의 이와 같은 결정은 비록 자국 벌크선 해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겠으나, 결과적으로는 대형 industrial carrier의 활동에 제약을 주는 조치로 세계 벌크선 해운산업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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