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현 박사
1. 머리말

12지간중 하나인 용(Dragon)은 에너지가 충만하며 용맹하고 강한 리더십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로 천둥번개와 비바람을 수반하는 동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해 초부터 호화여객선 Costa Concordia호 좌초(1월 13일), 1월 16일에는 인천 근해에서 10여명의 인명손실을 초래한 두라 3호의 선내폭발에 이어 1월 26일 파푸아 뉴기니 근해에서 침몰해 100여명이 실종 또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Rabaul Queen호 사고 등 대형 해난사고들로 임진년 벽두를 장식하고 있다. 이중 호화여객선의 사고는 섬 근처에 비스듬하게 누운 상태로 국내언론까지 포함해서 전 세계 미디어의 집중된 관심 속에 한동안 거의 매일 신문과 TV 화면을 장식했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100년전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Titanic호와 비교하면서 Concordia호 사고를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이라도 하는 것처럼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흥미 위주의 미확인 추측 보도까지 하고 있다. 우리국민 대다수가 한 두번쯤은 관람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영화 ‘타이타닉’하면 청년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과 이미 다른 남자와 약혼한 로스(케이트 윈슬렛 분)사이의 로맨스, 그리고 로스의 눈앞에서 두 동강난 선미와 함께 대서양 깊은 바다 속으로 쓸려 들어가는 잭을 떠올리며 애틋한 장면을 연상하는 사람은 많지만 선수가 유빙과 충돌하면서 거대 여객선이 침몰하게 된 원인들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 밖이다.

콩크르디아호 사고는 암초와 충돌해 32명의 인명손해와 함께 4000여명을 죽음의 공포로 밀어 넣었던 대사고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진상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한국인 여객과 승무원이 사고 선박에 탑승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도서간, 아시아 역내 간 페리, 여객선 또는 유람선 산업의 문턱에 이미 들어선 관련 업계와 당국에서도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하에 사고 발생 후 그 동안 들어난 사실 관계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해 앞으로 예상되는 원인 규명 등을 포함한 진상조사, 사고처리 방향, 손해배상과 관련 여러 국가에서 제기될 청구소송과 기타고 문제점들에 대해 살펴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본선, 본선의 선주인 Costa Cruises, 모기업인 Carnival Corp., 그리고 Titanic호 사고 개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1) Carnival Corporation : 1972년 Panama에 설립된 회사로 마이애미에 본사를 두고 북미지역을 취항하는 4개 자회사(60척, 총 승선정원 12만 640명)와, 유럽과 호주, 아시아를 취항하는 6개 자회사(39척, 정원 7만 5232명)등 10개 여객선사에 총 99척에 19만 5872명의 승선정원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로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Queen Elizabeth호, Queen Mary 2호, Queen Victoria(자회사 Cunard 소속)호 등 호화 유람선단을 운항하고 있다. 이외에도 3개 조선소에서 10척이 건조 중에 있다.

(2) Costa Cruises : 유럽시장을 겨냥하고 Carnival이 이탈리아에 설립한 자회사로 6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 최대의 크루즈 선사다. 제노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스타는 130여종의 크루스 일정(Itineraries)으로 전 세계 250개항에 취항하고 있으며 평균 7~11일의 여행 일정으로 운항되고 있다. 현재 14척의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2척이 건조 중에 있다

(3) Costa Concordia(114,000 톤)호 : Costa Cruises 소속 선박으로 2006년 이탈리아 조선소(Fincantieri's Sestri)에서 건조됐다. 길이 290m(타이타닉 269m)에 13층으로 이루어진 선박으로 10여 개국의 여객과 승무원 등 4229명(여객 3216명+승무원 1013명)이 승선하고 있었으며 당시 본선에는 선원 2명을 포함해 한국인 34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4) 타이타닉호 사건 : 당시 불침선박으로 설계됐다며 안전을 호언장담하던 본선이 처녀 항해시 1912년 4월 15일 북대서양 심해에서 유빙과 충돌해 침몰, 승선자 2224명 중 1514명(68%)이 사망 또는 실종된 사고로 여객선의 안전설비에 관한 국제적인 협약을 태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타이나닉호 선장 Edward John Smith씨는 퇴선명령(선박포기)을 내린 후 선박이 심해로 침몰하기 직전 조타실로 되돌아가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침몰 2년 후 1914년 첫 국제회의가 개최된 이후 진전이 없다가 1932년에 이르러 주요 해운국가들 사이에 안전에 관한 주요사항들의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2. 사고개황

2012년 1월 13일 이탈리아 라치오 주 치비타베키아항을 출항해 북부 사보나로 항해한 지 세시간 후, 티레니아 해 토스카나(Tuscany) 제도의 질리오(Giglio)섬 근처에서 본선의 좌현 후미쪽이 암초와 충돌한 후 곧 바로 육지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다가 좌초됐다. 진행 방향으로 오른쪽은 Monte Argentario, 왼쪽은 질리오섬으로 배들은 통상 그 중간지점을 통과하나(본선도 사고 전 항차에서는 중간지점을 통과) 이번 사고는 왼쪽 섬으로 과도하게 근접 항해한 결과로 보여진다. 본선은 충돌 20분후부터 기울기 시작해 세시간만에 우현으로 거의 90도 가깝게 경사된 체 멈췄다. 본선은 좌현 후미에 발생한 파공으로 침수됐으나 사고 후 넘어진 방향은 좌현이 아닌 우현쪽이어서 그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며 본선은 암초와 충돌한 뒤 얹혔던 위치에서 50~90m 가량 미끌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피해 규모

사고로 인한 피해는 선체 손상, 여객과 선원의 사상, 해상오염, 구조 또는 잔해선의 제거비용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명 사상은 2월 6일 현재 사망 17명, 실종 15명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본선의 건조 선가는 대략 5억 70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본선이 보유하고 있던 연료 약 2400톤은 현재 이송 중으로 동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오염 손해의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본선의 구조가 불가능하다거나 손상 크기가 경제적 수리의 범위를 초과해 추정 전손으로 처리될 경우에는 잔해물 제거 비용도 예상된다.

본선은 파공으로 인해 선내 대부분이 침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상선과 달리 크루즈선은 거주구역, 인테리어 등이 해수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일단 침수되면 인테리어, 거주구역을 전면 교체해야 하며 통상 크루즈선 건조비의 약 70%가 내장, 실내 설비 비용이란 점을 감안하면 본선의 손상규모를 대략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본 사고로 인한 피해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시간을 요하는 부분은 ⓐ 사망보상 ⓑ 상병과 후유증 보상 ⓒ 개인소지품 보상 등 인명 사상과 관련한 손해 배상으로 그중 생존자들 전원이 제기할 수 있는 후유증(traumatic stress) 클레임이 사망과 실종 클레임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선체손상의 정도, 오염 가능성, 구조의 난이도, 인적손해배상 청구지(특히 미국의 소송 가능성) 등이 변수가 되겠지만 전체 클레임의 규모는 어림잡아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 사고의 원인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상황을 종합해보면 일차적으로 선장의 항해과실에 의한 좌초로 보이지만 그외 해도의 정확성 여부도 거론되고 있다. 만일 당시 본선에서 사용했던 해도상 문제의 암초가 표시돼 있지 않았다면 선장의 항해과실 부분은 상당히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본선이 암초와 충돌한 사실이 자명한 만큼 선장의 항해과실부분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겠지만 사고의 원인이 단순한 선장의 과실 또는 실수가 아닌 그 이상의 요인이 개입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상당히 심층 조사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이며 최근까지의 추이로 미루어 볼 때 대략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진상조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Inchino' 또는 ‘Tourist navigation’ 논란
호화 유람선이 연안을 항해할 경우에는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해안선 수백 미터까지 접근 항해하면서 육지를 향해 길게 고동을 울리는 관행(이탈리아어로 Inchino)들이 종종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이러한 관행들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Inchino 항해와 관련 본사의 경영진과 선장이 다소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2) Costa 본사의 주장
ⓐ 선장은 출항시 사전에 Computer에 입력된 항로를 따라야 하나 ⓑ 선장이 입력된 항로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근접 항해를 했다. ⓒ 악천후나 항해상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침로를 벗어날 수(이로)있으나 이로시에 본사의 사전 승인을 득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장의 독단으로 예정 침로를 벗어났다. 요약하자면 ‘Unauthorised, unapproved, unknown to Costa’ Inchino였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본사 고위 인사는 평소 선장이 성실하지 못했고 회사의 지시도 잘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 선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사고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선장의 변호사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선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선장의 과실로 몰고 가려는 인상을 보였다.

(3) 선장의 주장
사고 직후 선장은 항해상 과실이라고 주장하며 사고의 원인을 자신의 과실로 묶어두려는 인상이었으나 본사 측에서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비난하며 전적으로 선장의 탓으로 돌리려 하자 얼마 후 태도를 바꾸어 조사당국에게 회사로부터 ⓐ Please passenger ⓑ Attract publicity하라는 지침 즉 Inchino 항해를 자신에게 지시했기 때문에 근접항해했다고 주장하며 통화기록을 공개했고 회사 측에서는 그런 지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500m 이상 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각종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 회사의 홍보 ⓑ 선원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선장도 인정했듯이 Inchino 항해가 행해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본선의 과거 항적(航跡)을 조사해본 바 지난해 8월 14일에도 230m까지 근접 항해했던 것으로 확인돼 본사측이 주장하는 500m 거리 단서 운운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사의 지시가 좌초의 일인이 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이는 회사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4) 해도(Chart)의 부실 여부
보통 서방의 호화여객선들이 사용하고 있는 해도는 영국 수로국(UKHO)이 발행한 해도가 대부분(약 85%로 알려짐)이나 본선이 사고 당시 사용했던 해도가 전자 해도였는지 아니면 일반 해도(Paper version)였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수로국이 발행한 해도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UKHO에서 해도를 제작할 경우에도 이탈리아 수로국의 자료를 토대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UKHO측에 의하면 자신들이 제작한 해도(GB1999-30만분의 1 축적)에는 문제의 암초가 나타나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해도를 취급하는 전문업자들도 해도 상 해당 지역은 수심이 가장 얕은 곳이 24.5m이고(본선은 현재 수면하 약 8.5m 암초에 얹혀 있음) 그 외 대부분이 100m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고 선장 또한 암초가 해도상에 나타나 있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 해도의 부실 여부가 향후 논란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만일 문제의 암초가 표시된 최신판 해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본선이 사용했던 해도가 낡은 해도여서 암초가 표시돼 있지 않았다면 감항성 불비(Unseaworthiness)로 이어져 손해배상책임 소송에서 선주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수로국의 태만으로 동 암초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표기하지 못했을 경우는 정부의 책임론도 거론될 수 있다.

2004년 노르웨이의 Bergen항 근처에서 2만 7000톤급 벌크선이 천소(shallow)에 걸려 전복, 선원 18명이 사망하고 본선은 거액의 수리비를 지출했다. 문제의 천소는 1995년에 확인됐으나 정부 당국(Norweigian Mapping Authority)이 관련해도에 표기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업계에도 알리지 않아 2008년 선박보험자와 P&I클럽은 보험금을 지급한 후 노르웨이 법원에 84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 설계상의 문제
엄격한 의미에서 자매선은 아니지만 본선의 설계를 약간 변경해 동일한 조선소에서 이른바 Concordia class로 건조된 Carnival Splendor호(2008년, 11만 2000톤, Rina선급)가 2010년 동력이 나가버리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었는데 그때도 설계상의 문제점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 본선의 설계 하자 여부는 현 단계에서 단지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도일 뿐이지만 승객들은 사고 직전 Blackout 현상이 있었고 전기고장이라는 안내방송도 있었으며 폭발음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만일 전기고장→본선의 조선(操船) 능력상실→좌초사고로 이어졌다면 이는 선사에게는 치명적인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여객선의 특성을 고려해 추진동력원과 선실의 동력을 전적으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본 사고가 동력배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관건이다.

5. 구조 가능성

사고 후 초기에는 수리가능성도 거론되었지만 본선 외판에 대형 파공이 있고 기관실마져 완전 침수됐기 때문에 구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며 추정전손 처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본선의 상태로 미루어 자산가치 회수 차원보다는 잔해물 철거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 같으며 현재는 부양, 이동, 해체 방식보다는 현장에서 절단 제거하는 방식이 더 유력하고 비용이 절약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구조계약도 전통적인 무성공 무보수(No-cure, No-pay)가 아닌 정액제로 이루어질 것 같다 네델란드의 Smit, Svitzer, Mammoet. Fukada, Nippon 등 세계 유수의 구조업자 10개사의 참여하에 경쟁 입찰이 끝나면 선체이동(제거)작업이 4월경 개시되어 약 10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6. 보험측면

본사고와 관련될 보험은 선박보험, 인명과 오염손해 등 배상책임을 인수한 P&I보험으로 양분될 수 있다. 선박보험에 가입한 금액은 3억 9500만 유로이며(2011. 12. 31일 환율기준 5억 1000만 달러 상당) Deductible은 사고 당 3000만 달러이고 불가동 손해(Loss of use)에 대해서는 자가보험(무보험)상태였다. P&I보험은 모회사인 Carnival과 함께 영국의 Standard와 SSM에 Deductible 1000만 달러로 가입해 있다. P&I 대상손해는 Carnival 자체에서 1000만 달러를 부담하고 초과하는 부분은 두 클럽이 800만 달러를, 그 이후 6000만 달러는 13개 그룹 클럽들이 분담하며(Hydra 포함) 나머지 초과액은 로이드 등 일반 상업보험시장에서 부담하도록 계약돼 있다. 후유증 손해와 선박잔해 철거비용의 규모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P&I시장이 부담해야 할 손해액이 최소 3억 50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사고로 인한 피해액(선박은 추정전손 전제, 약 10억 달러) 전액은 전 세계 보험소비자들의 부담이 될 것이며 선박보험업계나 P&I 시장은 금번사고 한건으로 인해 금년 보험성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다. 선박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벌써 대형 여객선의 보험 인수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P&I 클럽에서도 이미 일부 클럽들(Britannia, North of England. London Club 등)이 호화여객선의 인수를 기피하고 있다. 현재 여객선에 대해 P&I클럽이 인수하고 있는 여객에 대한 책임은 20.6억 달러, 여객과 승무원을 합 한 리스크는 30.6억 달러를 한도로 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재의 보상 책임한도인상 여부를 두고 다시 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7. 대형 여객선의 안전

아무리 설계를 잘하더라도 불침선박을 만들 수는 없다. 상선과 달리 여객선은 그 자체가 배 이자 호텔이다. 최근의 대형 호화유람선의 경우 수천명이 상당기간을 선상에서 숙식을 함께 하게 되므로 문자 그대로 떠다니는 소도시라 할 수 있다. 선박사고의 대부분이 인적 과실(Human error)에 의해 발생하고 있지만 아무리 제도를 보강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인적과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여객선의 경우에는 설사 인적과실이 발생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수천 명의 생명이 일시에 위협에 처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하에 여객선의 안전에 관한 규정은 타이타닉호 사고를 계기로 탄생한 1974년 해상인명안전협약(Safety of Life at Sea ; SOLAS) 이후로 끊임없이 보강돼 왔다.

SOLAS에는 선박의 설계, 구조, 건조, 구명정, 안전관리, 보안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SOLAS에 포함된 ISM 코드는 선박의 안전관리, 운항 및 오염방지 등을 위한 국제적 표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ISM 코드의 준수는 여객선운항 선사의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ISM에 대한 심사가 서류상으로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을 뿐 만 아니라 본선의 경우에도 벌써 ISM 코드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객선의 안전규정은 크게 나누어서 ⓐ 선박이 침수되더라도 일정기간이상 선박이 부상하여 있어야 할 것 ⓑ 구명정 훈련 및 퇴선 관련 절차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규칙은 2007년 7월에 개정, 2010년 7월에 발효된 것으로 이번 콩코르디아호 사건은 개정안전규칙이 발효한지 19개월만의 사고라 할 수 있다.

개정판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여객선은 ⓐ 두 개의 구획(Compartment)이 침수되더라도 선박은 침몰하지 않아야 하며 ⓑ 침수로 인해 본선의 동력이 일시에 상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두 개의 기관실을 설비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선박이 침몰 위기에 처하더라도 여객들이 곧 바로 구명정으로 퇴선해 해상에서 표류토록 하는 것보다 선내 안전구역에 대피한 상태로 인근의 가까운 항구까지 본선이 항해할 수 있도록 최소기간(3시간)동안 부력을 유지 할 것(여객선 그자체가 가장 안전한 구명정 기능을 수행-Probabilistic damage stability basis라 함)과 퇴선 시 준수해야 할 절차(Evacuation procedure & Lifeboat boarding)와 함께 발항 후 24시간 이내에 구명정훈련을 실시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8. 비상탈출(Abandonment ; 퇴선)

상선의 경우 퇴선 절차에 대해서는 여객선에 비해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다. 이는 우선 상선의 경우 선원의 수가 소수인데다가 현재 선박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선내 지리에 익숙할 뿐 아니라 바다의 위험에 대해서도 충분한 상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여객선의 경우 여객들이 선내구조에 생소하기 때문에 비상 사태시 신속 안전하게 탈출하는 방법, 특히 구명정까지 안전하게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객선의 승무원은 정해진 안전수칙에 따라 유사시 정위치에서 여객의 퇴선을 안내 지원해야 하며 선장으로부터 별도 퇴선명령 있어야만 비로소 퇴선 하도록 되어있다. 항공기의 경우 이륙 직전에 여승무원들이 비상 탈출안내 시범(Demo)을 하듯이 여객선도 출항 후 24시간 이내에 여객 전원이 참여한 비상탈출 훈련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 모든 승객이 각자의 객실에서 나와 실제 구명정 승선 등 탈출 훈련에 참여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유람선의 경우 출항 후 24시간 이내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 바다가 잔잔하고 선박을 멈춘 상태(또는 저속항해)에서 구명정이 장착되어 있는 장소에 승객을 집결토록 하여 비상시 승선할 구명정을 지정하여 주는 정도에 그치며 실제 구명정에 탑승하여 해상으로 하강하는 등의 훈련은 생략하고 그 대신 각자 거실에서 이른바 Safety Video를 보는 것으로 대치하는 경우가 많다. 낭만과 설레임으로 잔뜩 고무되어 있는 여객을 상대로 안전문제를 강조하다보면 자칫 흔히 하는 말로 ‘손님 떨어지는 행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정도의 훈련으로 과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다. 본선과 같은 대형여객선의 경우 13층 구조에, 수많은 계단과 통로, 엘리베이터 등이 있어 처음 승선한 여객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 하에서 승객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퇴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대형 여객선의 사고는 그렇게 흔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 이유가 안전에 관한 시스템이나 승무원의 훈련이 잘 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상선과 달리 날씨가 좋지 않으면 여객의 편안함을 위해 가능하면 피항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TV나 신문에 나타난 본선의 모양을 보면 선박의 양측에 길이 방향으로 다수의 구명정들이일렬로 장착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구명정은 전기 또는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일단 침수되면 추진기능이 먹통이 될 수밖에 없다. 오른쪽 구명정들은 이미 물속에 잠겨진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사용불가 상태이고 반대편 구명정 역시 배위에 얹혀진 형상인지라 역시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고로 놀란 여객들이 ⓐ 승조원들이 여객들의 퇴선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고 사관들도 보이지 않았다. ⓑ 선장이 저녁에 선내 바에서 브론드 여인과 술을 마셨다. ⓒ 사고직 후 본선 측에서 사실데로 이야기 하지 않고 훈련이라고 했다 등등의 비난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전사태, 70도로 경사된 선박, 선체 오른쪽 대부분이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배가 침몰하려고 합니다. 위험하니 즉시 구명정을 이용해서 탈출해 주시기 바랍니다’하고 방송하였더라면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까? 선내 이곳 저곳에 산재해 있는 3000여명의 승객들이 패닉 상태에서 일시에 퇴선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고 아비규환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사실대로 방송하지 않았던 점을 매도만 할 일도 아니다. 당시 본선이 처해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육지에 근접해있다는 점 때문에 과도한 혼란이 제2의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

1990년 선내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손실을 초래했던 여객선 Scandinavian Star호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모국어로 비상상황을 알리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원들까지도 패닉 상태에 빠져들어 우왕좌왕했다는 기록이 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인간의 반응, 자신의 생존이 최우선 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선상의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과 상호작용을 알지 못하는 일반 승객들이 쏟아내는 비판들이 모두 사실인지 여부를 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겠는가?

사고 직후부터 퇴선 완료에 이르기까지 시간대별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어두움 속에서 70도 가까이 심하게 기울인 선박으로 부터 4000여명을 무사히 퇴선시켰다는 점은 평가해야 할 사실이다. 서방의 해운 관련 권위지가 4000여명이 무사히 탈출한 것을 두고 거의 기적적 탈출이라고 표현했다(near miraculous evacuation). 불과 육지에서 150m 떨어져 바다가 잔잔한 날씨에 발생한 사고임에도 인명손실이 있었는데 만일 원양에서 황천시 또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상해보자(인명손실비율 : 콩코르디아 0.75% vs 타이태닉 68%). 좌현 후부에 큰 파공이 발생한 직후 선장은 배를 긴급히 조선해 섬에 가깝게 이동시키는 한편 침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왼쪽 파공부위가 수면위로 나오도록 하며(하늘로 처들도록) 본선을 오른쪽으로 경사토록 한 것은 현명한 조치였으며 많은 인명을 구조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안전수칙이나 비상사태에 대비한 행동 규범들이 법으로 규정돼 있고 정부를 대리해 선급의 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어 일견하면 안전문제에 관한 한 걱정할 것이 없는 것으로 오해 할 수도 있으나 문제는 법적 의무의 준수가 최소 수준 또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거실에서 Safety Video를 보는 것만으로 안전문제와 비상탈출의 요령이 여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까? 규범상으로는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를 먼저 탈출시키게 되어있다. 아무리 여객선의 안전수칙에 관한 법을 잘 준비했더라도 위기상황에서 인간의 본능을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법 만능주의 아닌가? 지켜지지 않는 법이라면 아무리 법을 개정하고 보강해도 무의미한 것이다.

9. 진상조사와 형사처벌

조사는 이탈리아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형사적 측면의 수사(Criminal investigation)와 이와는 별개로 추진될 사고 전반에 관한 진상조사로 나누어 질 것이며 진상조사에는 전문가들의 참여해 사실관계와 기술적 측면, 그리고 후일 형사 및 손해배상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사고 원인에 관한 복합적 요인들에 대한 심층조사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1) 이탈리아 당국의 조사
검찰은 선장이 150m 이내로 근접항해하며 암초와 충돌했고 그로 인해 승객의 사망을 초래한 사실(과실치사) 및 여객과 승무원 전원이 퇴선하기 전에 퇴선(abandon)한 죄로 기소하면서 이례적으로 좌초 후 이탈리아 Coastguard와 본선 선장간의 통화기록을 공개했다. 과실치사 부분이 유죄로 판명될 경우 이탈리아법으로 12년 징역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사고 직후 본선으로부터 비행기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기록(VDR)과 AIS를 수거해 갔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주무부처의 주도하에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가 행해진다고 하나 진상이 밝혀지게 되면 정부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부처 주도의 조사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본건의 경우 이탈리아 정부가 이탈리아 국적선, 이탈리아 선급, 이탈리아 사관, 사고지가 이탈리아라는 점을 정부 주도 조사의 명분으로 하고 있으나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조사보다는 독립된 제3의 기관(영국의 Maritime Accident Investigation Branch 같은)이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제3국, 국제기구의 조사
과거의 예를 보면 대형사고 이후에는 민형사 측면과 별개로 사고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국제기구 또는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객관적인 진상조사가 행해졌다. 금번사고와 관련해 우선 Costa의 모회사인 Carnival의 국적인 미국 의회가 Cruise분야 전반의 안전에 관한 조사를 시행하고 2월 중에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시 450여명의 자국인이 승선해 있었던 프랑스를 포함(4명 사망, 2명 실종), EC도 진상조사 후 장래 해상안전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IMO 역시 SLF(Stability on Load Lines and Fishing Vessels) 소위원회 주도로 사고전반에 관한 조사보고서(Full accident report)를 2~3개월 내 완료할 예정이다.

민간기구로 선박의 안전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노르웨이의 Skagerrak Foundation도 사고 직후 회사 측이 공개리에 선장을 비난하며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하는 한편 IMO와 Paris MOU에게 회사 측이 안전관련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해 PSC가 조사(SOLAS 및 ISM 준수여부)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당국에 의한 조사에 앞서 회사 측은 책임을 먼저 인정하고 ISM에 의거 회사는 할 일을 충실히 했는지에 대해서도 되돌아 볼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조사를 주관하는 국가나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보면 대략 다음사항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ㄱ. 기술적 부문
ⓐ 단 시간내 전복한 원인과 Survivability rule이 유지되지 못한 이유
ⓑ 좌현 후미에 파공이 생겼는데 왜 본선은 우현 쪽으로 기울었는가?
ⓒ 실제 Black-out 현상이 있었는가?
ⓓ 본선의 동력공급시스템과 그 Back-up 장치상 문제가 있었는지
ⓔ 당시 선내 Watertight door들의 개패상태와 수밀구역이 기능을 상실한 이유
ⓕ 선장이 퇴선명령을 발한 시기가 적절하였는지

ㄴ. 인적/상사적 과실부문(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
ⓐ 사고의 원인이 전적으로 선장의 항해과실인가? Inchino 탓도 있는 가?
ⓑ Inchino 항해에 대한 육상 메니지먼트의 사전 인지, 종용, 또는 묵인여부
ⓒ 당시 사용했던 해도의 발행처와 해도상 암초 존재 표기 여부
ⓓ 본선의 설계상 하자 부분 유무, 특히 구명정 시스템
ⓔ 당시 본선에는 어떤 위기관리 대응책이 있었으며 실제 퇴선시 적용되었는가?
ⓕ 본선은 SOLAS, ISM 등 안전규칙을 제대로 준수하였는가?

10. 손해배상과 법적 측면

예상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손해 중 인적손해(Loss of life and personal injury)에 대한 여객선사의 배상책임은 소송을 통해 해결될 것이지만 배상책임의 내용은 어느 나라의 법률 또는 어느 국제협약이 적용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현재 여객 및 수하물의 손해배상에 관한 국제협약으로는 2002년에 개정된 아테네 협약이 있으나 Costa의 국적인 이탈리아나 모기업 Carnival이 위치한 미국은 동 협약의 가입국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2013년에 ‘아테네 협약 2002’를 원용한 유럽연합규칙(European Union Passenger Liability Regulation)을 발효할 계획이지만 발효이전이라도 본 사고에 동 규칙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어 그 적용 여부는 간단히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요약컨대 인적손해에 관한 한 현재로서는 청구자가 어느 곳에서 소송을 제기하느냐에 따라 이탈리아, 미국, 아테네 협약에 준한 유럽연합 관련법 중 하나가 적용대상이 될 것 같다. 배상원칙이나 책임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선주는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상수위가 낮은 이탈리아 법을, 청구자는 미국 아니면 이탈리아보다는 배상규정이 엄격한 국가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1) 이탈리아 법
본선이 이탈리아 국적선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이탈리아 법(Code of Navigation)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 법에서 선주의 책임은 선가+운임+기타 해당 항해의 수익금을 한도로 한다(Code 제 27조)고 규정해 사실상 선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 경우 선주의 배상책임 한도는 책임제한 신청 당시의 시가가 될 것이며 그 시가는 발항시 선가의 1/5 또는 2/5로 한다. 현재 침몰직전상태에 있는 본선의 선가는 발항시 선가의 1/5을 초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제할 때 최고한도는 1/5(1억 달러)정도 될 것 같다. 이 한도에서 인적손해, 오염손해, 잔해물 제거비 등을 처리해야 한다면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것 같지 않다.

IMO의 벙커협약(Bunker Convention)은 2011년 2월부로 이탈리아에서 발효됐기 때문에 연료유로 인한 오염이 발생할 경우 동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며 잔해물 제거에 관한 한 이탈리아 법은 매우 엄격해 선주와 보험사는 기름 등 오염물질을 본선으로부터 먼저 제거한 후 잔해물을 현 위치에서 제 3의 장소로 이동(제거)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가 산출방식은 항해종료 시점이 아닌 책임제한을 신청한 시점의 선가로 하며 그 선가가 발항 시점 선가의 1/5이하이면 1/5을, 그 이상이면 2/5를 한도로 한다.

(2) 재판관할 문제
손해배상 청구에서 어느 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갖느냐는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재판관할 문제는 이해당사자의 국적, 계약장소(Ticket 발권 장소), 그리고 Ticket상 규정된 관할 재판지 및 타 관할의 배제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양측이 상호 합의가 없는 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재판지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Costa가 발권한 승선표상에는 미국을 기항하지 않은 선박과 관련된 청구는 이탈리아 제노아 법정이 관할권을 갖는다고 명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본선에 탑승한 여객 및 승무원의 국적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미국, 한국 등 최소 10개국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청구자들은 비교적 선주에게 유리한 이탈리아 법원보다는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 등 타국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집단소송(Class action)
사건의 성격상 여러 가지 편리함 때문에 개별 소송보다는 집단 소송이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 자국인 4명이 사망한 프랑스에서 약 100여명이 참가한 집단소송 절차가 개시됐으며 ⓑ 독일에서 19명이 ⓒ 미국에서도 Carnival, Costa, Carnival plc를 공동피고로 아테네 협약 위반을 들어 4억 60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손해 배상청구 소송이 1월 26일자로 일리노이주 북부지원에 접수됐다. 사건을 담당한 법률사무소 측은 약 500여명이 참가할 것이며 여기에는 이탈리아인 70명을 포함, 여러 국의 여객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4) 선급협회 상대 소송
본선의 이탈리아 선급(Rina)도 집단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Rina는 Costa Cruise 선단이 가입해 있는 선급이자 이탈리아 정부를 대신해 ISM 코드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약 6년 전 홍해에서 화재사고로 인해 980명의 인명을 희생시켰던 'Al Salam Boccaccio 98'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이집트, 스페인의 다국적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Rina가 ISM 코드에 대한 감사업무를 태만히 하여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며 희생자 전원을 대리하여 1억 유로(1억 3천만달러)에 상당하는 민사소송을 제노아 법원에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동 소송을 주도했던 Nigel Taylor 변호사(80년대까지 한국 해운계에도 잘 알려진 인사로 필자가 KP&I 설립을 추진할 때 법적자문을 해 주었던 영국 변호사다.)가 이번 콩코르디아호 사건에서도 동일한 변호인단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고 직후 Rina의 회장이 갑자기 사임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5) 합의처리 추진
본선의 승무원에 대해서는 2개월 실업급여, 휴대품 손해(3570달러/인) 지급 및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약속했으며 사망(3명)과 실종(2명)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에 준해 배상을 하고 추가로 노조의 복지기금에서 1인당 6만 유로(7만 9000달러)를 지급하기로 노사간 합의됐다.

Costa는 일반승객(신체적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합의금을 수령하고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포기할 것을 조건으로 1인당 1만 1000유로(약 1만 4460달러)의 보상금 지불을 제안했으나 미국 측 변호사는 여객 당 16만 달러를 주장하며 일반승객들에게 Costa측의 제안을 거부토록 종용하고 있다. 양측이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합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으나 협상과 소송이 병행돼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11. 맺음말

사고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 또한 중요하다. 특히 사고 후 1~2일 사이에 사후 처리 방향의 윤곽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향후 일어날 여러 가지 후속 사항들에 대해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진 해운사들을 보면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비상 T/F를 구성하고 관련자들의 보안유지, 관련 자료의 무단 유출 통제와 함께 당국을 포함한 각종 조사와 언론대책 등을 수립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Costa의 사후관리는 한마디로 중구난방이고 여과되지 않은 발언 등으로 대외적으로 회사의 치부를 들어냈을 뿐 만 아니라 향후 법정싸움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취약점을 스스로 노출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선주를 대리해 5억 달러를 초과하는 재산(선박)과 수천명의 인명을 책임지고 있는 선장과 선주간의 다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치졸한 이전투구 양상을 보고 해운인의 한 사람으로서 측은한 생각마저 들 정도다. 회장이나 고위 임원은 선장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선장으로 하여금 회사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선박이 충돌, 화재, 대형오염이나 인명손실 사고 등을 일으키면 사고에 대한 책임관리자가 앞장서서 서둘러 해당 선장이나 사관을 해임 등 징계를 서두르다 보니 후일의 법적다툼에서는 전혀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해난사고가 해기적인 실수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구체적으로 조사해보면 육상 관리자가 개입되었거나 관리책임을 소홀히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사고가 항해상의 과실(Error in Navigation)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어차피 선장은 책임을 면할 수 없겠지만, 사고가 선상의 해기적 과실과 육상의 상사적 판단과 개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을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특히 인명, 재산, 환경 등의 피해가 있을 경우 법정에서는 해기적 과실보다는 육상 관리직들의 상사적 개입 여부로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배상을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선장의 해기적 과실보다는 육상 관리직의 상사적 과실이 훨씬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장은 대형사고가 나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 마련이다. 여론은 선장의 과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사례들을 보면 사고의 원인이 불운의 탓이었든 개인적 판단착오였든 간에 결국 마녀사냥식 매도로 살아남은 선장을 구제불능상태로 몰아가기 십상이다. 1968년 영불해협에서 대형 오염사고를 일으킨 유조선 Torrey Canyon호의 Capt. Rugiati씨, Amoco Cadiz호 Capt. Bardari씨 등이 좋은 예이며 Herald of Free Enterprises호의 Capt. Kirby씨는 본선이 Zeebrugge항에서 전복될 당시 선상에 있지도 않았는데 선장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시달림과 함께 결국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이번 사고의 선장 역시 적절한 교육과정과 경험을 갖춘 신세대 선장임에 틀림없지만 선장이 퇴선절차를 효과적으로 주도하지 못했다거나, 당연히 선내에 남아있어야 할 시기에 배를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장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장도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회사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이며, 그도 자신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되면 공포를 느끼고 위기로부터 탈출하려는 본능을 지닌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2차 대전시 교전상대로부터 피격돼 애함(愛艦)과 함께 심해로 사라져야 했던 해군지휘관도 아니고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다. 상황판단 착오나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선장이 배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도덕한 사람으로, 비겁자로 매도되어서도 안된다. 사고 직후 선장을 구속 수사하려했던 검찰에 대해 이탈리아 재판부가 선장으로 하여금 가택연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도록 한 것은 합당한 조치로 보인다.

여객선이든 화물선이든 해운계는 안전항해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선박이 크면 클수록 더 안전하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구조작업이 큰 만큼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떠다니는 호텔’이라고 하지만 안전에 관한 한 철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선박위에 놓여있는 호텔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던가? 해운사를 돌이켜 보면 Scandinavian Star호, Erika호 등 대형사고 후에는 항상 후속조치로 규칙제정 또는 보강이 있었다. 타이타닉호 사건은 SOLAS를, Herald of Free Enterprise호 전복사고(1987년)는 SOLAS 개정과 Ferry의 복원력 기준 강화를,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유조선 Exxon Valdez호 오염사고(1989년)는 US Oil Pollution Act-1990의 제정을, 1999년 프랑스 근해에서 발생한 Erika호 사고는 Single-hull tanker의 조기 퇴출을 초래했다.

대부분의 대형 해난사고를 보면 원인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고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중 해기적 측면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다 보면 사고의 실상이나 복합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없다. 선내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들이 갖고 있는 항해관련 제반 정보, 사실관계, 판단 근거, 행동패턴 등 모두가 귀중한 자료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Key다.

과거 우리주변에서 발생한 대형사고의 경우 철저한 진상조사는 제쳐두고 비등하는 여론 때문에 선장이나 책임사관들을 서둘러 처벌하고 여론이 가라앉으면 유야무야된 적은 없는지… 해기사의 과실은 교육, 훈련 그리고 적절한 인사 관리를 통해서 개선할 수 있지만, 설계상의 하자, 상사적 측면의 잘못(이윤추구와 직결되는 결정이나 판단, 지시등) 등은 해기적 판단(예컨대 해양심판 등) 만으로 확인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조상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좀처럼 수면상으로 떠오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같은 이른바 ‘상사과실’은 통상 중간 관리층 이상에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형조직이 아닌 중소 규모의 조직에서는 그보다 훨씬 고위층에서 상사과실에 개재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콩코르디아호 좌초사고가 전적으로 선장의 항해과실의 탓만은 아니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문가들에 의한 진상조사가 나오게 되면 사고의 복합적인 원인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굳이 십여 만 톤급의 호화 유람선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 주변에는 한일, 한중을 연결하는 1~2만 톤급의 여객선들이 다수 취항하고 있다. 3년 전 부산-제주를 연결하는 여객선 S호의 선내 화재사고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간 취항 여객선은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 선령이 적지 않은 중고선들로 질적 측면에서 그렇게 우수하다고 할 수 없는 선박들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금번 유람선 사고를 계기로 우리도 유사시 선박 탈출, 구조 등 여객의 안전을 위한 비상대응책과 안전수칙은 어느 정도인지 한번 더 확인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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