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부산항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물동량인 1,614만TEU를 처리하여, 세계에서 5번째로 1,500만 TEU를 넘어선 항만이 되었고, 세계 2위의 환적항만의 명성을 얻기도 하였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전 세계 항만공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글로벌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해 온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항과 광양항도 200만 TEU 규모의 컨테이너물동량을 처리하고 있어 부산에 이은 컨테이너 화물 교역항으로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항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임직원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그리고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도 선사의 광양항 기항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해 9월 「항만공사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부산항만공사 및 인천항만공사를 대상으로 항만공사 운영과 관련하여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항만공사들이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단순 업무인 항만기반시설관리 및 시설사용료 징수를 주요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항만공사 운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항만공사의 업무 및 운영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사업 성과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항만공사가 하는 일이 항만의 질적 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높이는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일 것이다. 항만공사가 해야 할 창의적인 일이란 항만이 초대형 선박에 의해 선택되는 허브항만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항만공사는 물동량을 유인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그리고 각종 인프라 투자가 뒤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만공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항만물류의 변화 추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항만이 내륙이나 배후지와 연계되는 관문의 역할만 해서는 선사나 화주에게 선택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해상운송, 항만비용, 내륙운송비, 전체 운송의 비용, 질, 신뢰성에 의해 항만이 선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만, 컨테이너터미널, 선박회사, 그리고 복합운송업체의 최종 고객은 화주이다. 결국 화주의 물류체인(Logistic Chain)상 총비용과 운송시간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항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북유럽의 경우 내륙운송을 화주가 지정하는 ‘화주 내륙운송’(merchant haulage)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0%의 해상운송인이 수행하는 ‘운송인 내륙운송’(carrier haulage)의 대부분도 항만선택과 관련해서는 화주가 결정하는 ‘화주의 요구로 수행하는 운송인 내륙운송’(merchant inspired carrier haulage)방식이다. 항만과 터미널 선택을 선사가 아닌 화주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화주의 항만선택에 대한 영향이 커지면서 항만정책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항만이 화주의 요구에 부응하기위해 내륙연계운송 항만 정책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항만의 서비스 수준을 평가할 때 주로 해측(sea-side)에 중점을 두었다. 선박의 기항빈도, 선박의 대기시간, 접안시간 등이 서비스 수준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그러나 고객(화주)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 수준은 해측 보다는 육측(land-side)에 의해 결정되며, 터미널에서의 내륙연계운송관리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항만이나 터미널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추가적인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사보다는 화주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배후부지전략은 항만 및 터미널과 배후부지와의 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항만공사는 화주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개발하는 배후부지전략을 발전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첫 단계는 항만이 항만배후부지의 화주, 운송주선인들과의 관계를 맺는 일이며, 이를 통해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동시에 항만으로 유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잠재 물동량 규모를 파악하는 일이다. 화주나 화주의 대리인들에 대해 항만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향상시키는 등의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잠재 고객을 발견하고 잠재적인 복합운송업자와의 접촉을 해 나가게 된다.

네트워크전략은 항만이 자신의 고객을 스스로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와 같이 형성된 네트워크는 궁극적으로 다른 항만에 대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물론 항만이 항만배후부지의 화주, 철도운송, 피더운송과 같은 복합운송업체, 항만배후터미널, 트럭운송업체, 공급체인 상 서비스제공 협력업체 등을 포함한 육측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를 통해 화주나 화주를 대리하는 운송주선인 등 최종고객에게 항만, 터미널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항만이 물동량 확보 측면에서 어느 정도 지속가능한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배후부지 터미널이나 복합운송업과의 합작투자까지도 제3단계 전략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단계는 항만공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항만이 진정한 육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철도나 도로, 피더운송, 내륙컨테이너 터미널 등 연계운송 시설투자에 직접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항만공사는 그동안 바다 쪽만 응시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시야를 육지 쪽으로 돌려야 한다. 화주에게 비용과 운송시간이 절감시켜 줄 수 있도록, 배후지 공단이나, 소비지 인근에 내륙터미널(inland terminal)을 설치하고 여기서부터 항만까지 전용 화물철도를 연결시키고, 화물트럭 전용레인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최근 항만배후지의 개념이 피더운송 대상지역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피더운송을 위한 피더부두 및 피더망에도 투자를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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