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여 기존 선박을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대체하는 추세가 결국은 정기선사들의 합병을 가져올 것이고, 고객서비스 경쟁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고 있다. 3월 초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제 12차 범태평양 해운컨퍼런스(TPM Conference)에서 Seaintel Maritime Analysis사의 CEO인 젠슨(Lars Jensen)이 이와 같은 발표를 하면서 2020년에는 세계 컨테이너 산업이 10개의 선사, 혹은 이보다 적은 수의 선사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젠슨은 최근 주춤해지고 있는 선사통합이 2015년부터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의 발주와 선가상환을 위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Maersk) 등 주요 선사들이 이미 공급과잉인 컨테이너 시장에 초대형선을 신조발주를 늘려나감으로써 경쟁선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머스크 라인 같은 시장리더들이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초대형선을 확대해 나간다면 중소규모의 선사들은 경쟁에서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고, 초대형선을 같이 건조해 나가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는 곧 합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머스크 라인의 선대확장의 목적은 합병에 있다고 전 CEO인 닐 앤더슨(Nils Anderson)은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작년 가을 머스크 라인이 시작한 데일리 머스크(Daily Maersk) 서비스의 영향으로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운항하는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운항비 경쟁은 물론 서비스 경쟁에서도 뒤져, 항로에서 퇴출될 지도 모르는 위기감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사들은 작년 12월 이후 아시아-유럽항로에서의 선사간 서비스 통합을 시작했고, 서둘러 ULCS급 초대형선을 발주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던 MSC사와 CMA-CGM가 얼라이언스를 형성하였고, 그랜드 얼라이언스와 뉴월드 얼라이언스의 6개사가 합쳐 새로운 G6 얼라이언스를 구축하였고, CKHY도 에버그린(Evergreen)과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로 하였다.

일반적으로 신설되는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선형은 1만 2500teu 급으로 선폭 49미터, 선장 366미터까지이다. 이를 VLCS(very large container ships)라 부른다. 그리고 파나마운하를 확장해도 통과할 수 없는 컨테이너선을 ULCS(ultra large container ships)라 부르며 1만 3000~1만 8000teu급 선박이 이에 해당된다.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Alphaliner)사에 의하면 2011년 중에 1만teu 이상 초대형 선박이 약 50척 신조인도 되었으며, 2012년에도 약 60척정도 인도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금년에 1만 3000teu 이상의 ULCS를 기준으로해도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운항되는 선박이 100척에 이르게 된다.

VLCS나 ULCS 등 초대형컨테이너선 건조에 앞장서고 있는 선사는 머스크, MSC, CMA- CGM 등 세계 수위 선사들이다. 머스크사는 세계최대 컨테이너선인 1만 8000teu 선박을 20척을 발주했으며, 이들 선박은 2013~2014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세계 2위와 3위의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의 MSC사와 프랑스의 CMA-CGM사의 경우도 1만teu 이상 초대형선 선대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알파라이너사에 의하면 MSC사와 새로운 파트너 CMA-CGM사는 2012년에 1만 6000teu급 3척을 포함해 ULCS 급 선박을 21척 늘려 총 49척을 운항시킬 예정이다. MSC사의 경우 총 18척의 1만 3000~1만 4000teu급 ULCS 선박을 올해 인도 받을 예정이다. 한편 머스크사는 총 23척의 1만 3000teu급으로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해나가고 있지만, 금년에는 ULCS 선박의 추가 인도는 계획되어 있지 않다. 하여간 이들 유럽의 양대 선사 그룹이 2012년 말까지 유럽항로의 시장을 48%까지 점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갖게 되는데 1만 3000teu 선박은 단위당 비용은 8500teu 선박에 비해 teu당 150달러가 낮다. 특히 머스크사가 발주한 1만 8000teu 선박은 규모의 경제효과 및 높은 에너지 효율로 현존 최대 선박에 비해서도 컨테이너당 26%의 가격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양적하 소요시간, 항만시설, 말라카 해협의 통과 수심 등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는 이 선박보다 대형화 된 선박이 발주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시아 선사들은 몇 몇 대형 선사들만이 ULCS 발주대열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의 국영선사인 코스코(Cosco)가 금년에 4척의 1만 3090teu 선박을 인도 받을 예정이고, ULCS를 8척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또 다른 국영선사인 차이나쉬핑(CSCL)이 금년에 1만 4070teu 3척을 인도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진해운이 1만 3000teu급 5척을 인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대형선 발주와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것은 자사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동시에 서비스 통합으로 화주에게 보다 나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대형선 발주와 통합의 결과 나타나는 것은 해운산업 전체가 모두 초대형선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선박과잉만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이 되면 유럽항로는 현재의 8500~1만teu 이하의 선박을 대체해, 거의 모든 선박이 1만 3000teu급 이상 선형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얼라이언스들은 더 큰 공급과잉 상태에서 시장점유 및 운임전쟁을 계속 치루어야 할 판이다.

더구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높은 선가로 물동량이 하락하여 화물적재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비싼 선가의 선박운영에 대한 리스크를 항상 지니고 있다. 최근의 운임 상승에도 불구하고 드류리(Drewry Container Forecaster)는 금년에도 아시아-유럽항로의 연간 평균 운임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젠센의 경고는 아마도 이러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경쟁이 지속되면서 2015년 정도에 가서 선박금융의 사정이 호전되어 선사에 대한 M&A 용 대출이 풀리게 될 것이고, 여러 유수의 정기선사들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이때 쯤, 선사간 통합이 본격화될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중국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코스코와 차이나쉬핑 두 국영 해운회사에게 5년간 약 2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모양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우리 해운회사들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들도 중장기적인 전략적 차원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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