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해운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유가는 3월 말 기준 배럴당 122.24달러로, 2008년 7월의 사상 최고가인 배럴 당 141.3달러에 근접해 있다. 원유가격 변동은 2004년 이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배럴당 22달러에서 26달러 사이에서 거래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에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2005년에는 두 배가 오른 평균 50달러를 기록하였고, 이후 유가 상승이 계속되어 2010년과 2011년에는 평균 71달러와 90달러까지 올랐다.

이렇게 유가가 급등하게 된 주된 이유는 2003년부터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직접적인 이유이지만, 이외에도 여러 요인이 작용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원유상품을 투기 대상으로 본 자본 때문이다. 선물 가격이 올라야 투기자본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유가를 계속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1년 한 분석에 의하면 유가의 40%는 투기세력에 의해 오른 것이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급등은 수요증가, 원유투기 때문 이라기보다는 공급충격(Supply Shock) 가능성 때문에 오르는 것으로, 새로운 유가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공급충격은 원유의 생산이나 수출에 차질이 생기는 것으로, 1973년과 79년 석유파동 모두 공급충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핵 개발을 이유로 이란 석유수출 봉쇄를 추진하고, 이란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강경대책을 언급한 후 공급 충격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

유가급등으로 해운산업에서도 선박 연료유인 벙커C유 가격이 연동하여 상승하였고, 이제는 선박비용 중 벙커C유 비용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선박용 벙커C유(380cst 기준) 가격이 2010년에는 톤당 465 달러이었으나 2011년에는 30%정도 오른 600 달러 선이 되었고, 금년 들어 740 달러까지 상승하였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위협이 불거진 작년 12월 톤 당 640 달러이었던 벙커C유가가, 금년 3월에는 톤 당 740 달러까지 3개월 동안 약 100달러나 상승하였다. 연료유가가 톤당 100달러 오르면 하루 벙커C유 260톤을 소비하는 13,000teu 선박의 운항비가 1일 2만 6천 달러씩 올라가게 된다.

선주들은 벙커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BAF)로 부과해 수입업자의 비용으로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류할증료를 부과해도 유가상승분의 많은 부분은 선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시황이 하락국면에 있거나, 공급과잉으로 인해 운임이 낮은 상태에서는 유가할증료를 부과해도 100% 화주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류할증료로 전가하는 노력 이외에도 선박회사들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 첫째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사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선박을 건조하는 일이다. 머스크 라인이 발주한 18,000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사상 최대 선형이지만 운항 중 연료 소모량은 현존선박에 비해 50%나 절감되도록 설계되었다. 척당 건조가격이 1억 9천만 달러로 고가이나, 연료효율이 높아 투자회수기간은 오히려 짧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벙커C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 한다면 연료 효율성이 낮은 선박의 경쟁력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가 상승이 오래 지속되면 선주들은 연료 효율성이 우수한 신규선박으로의 대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두 번째는 선박의 감속운항(slow steaming)이다. 실제로 컨테이너 선사들은 선박운항속도를 낮추는 감속운항으로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유가가 높지 않은 경우 일반적으로 정요일 서비스 스케줄을 맞추는 기준 운항속도는 23-25노트이다. 그러나 유가가 급등하면서 선사들은 18노트, 혹은 그 이하로 감속운항을 하기도 한다. 이 같은 감속운항 추세는 유가 상승에 따라 더욱 심화하여 RS Platou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2012년 2월 세계 2,119척의 컨테이너선의 평균 운항속도는 14.9노트로 작년 동월대비 13%가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컨테이너 선사들은 감속운항을 통해 많은 벙커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세 번째는 감속운항의 결과 지연되는 스케줄을 보충하기 위해 한 선단에 투입하는 선박을 늘리는 등 운항속도 및 배선 최적화를 하는 일이다. 2008년 1분기에 뉴월드 얼라이언스는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감속운항을 시행하면서 통상 아시아-유럽항로에 8척을 투입하는 대신 9척을 투입한 바 있다. 9,500teu를 기준으로 할 때 24노트로 운항하면 왕복항해에 52일이 소요되지만 20노트로 감속운항을 하면 이 기간이 60일로 늘어나게 된다. 8척으로 정요일 서비스를 하기 위한 최대 운항일수는 56일박에 되지 않아 60일의 운항기간을 맞출 수 없다. 1척을 추가 배선하여 총 9척으로 운항할 경우 최대 운항가능일수는 63일이 되어 감속운항을 하더라도 주간 정요일 서비스 운항시간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초대형선을 건조하여 수송 컨테이너 당 연료비를 절감해나가는 일이다. 클락슨 자료에 의하면 teu 당 연료사용량은 8,400teu 선박의 경우 28kg이나, 13,000teu 선박의 경우 17kg으로 줄어들어 초대형선화에 의해 약 40%정도 벙커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있다. 실제로 흥미로운 점은 2009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가 위축되었지만, 유가 급등으로 초대형선을 많이 건조하였다는 사실이다. 2007년 이전에는 7,500teu 급 이상 선박이 147척이었으나 2011년에는 399척으로 늘어났다. 특히 10,000teu 이상 선박은 2007년 이전에는 불과 2척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는 91척까지 늘어났다.

2005년부터 시작된 유가 고공행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중기적으로 이란사태가 잘 마무리 된다 해도, 배럴당 100 달러 내외의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벙커C유 가격도 톤당 600 달러 내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 선사들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선박으로 대체하거나, 운항속도 및 배선을 최적화하고, 초대형선을 건조하는 등 고유가 시대에 적응 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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