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2011년 하반기부터 하락을 거듭하던 유럽항로의 컨테이너선 운임이 작년 말 기준으로 20피트 컨테이너 당 500달러를 기록했다. 리먼 쇼크 후 2009년 상반기 수준까지 운임이 하락한 것이다. 그러던 유럽항로 운임이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2012년에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던 정기선사들의 흑자전환도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3월 1일자 일괄 운임인상(GRI)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머스크 라인 등 유럽항로에 배선하고 있는 거의 모든 선사들이 750달러 내외의 운임을 인상하였고, 이결과 3월 첫째 주 상하이에서 북유럽까지의 현물시장운임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1,300달러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운임이 이렇게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박수급이 크게 개선된 것도 아니고, 또한 유럽 국가들의 경기침체 등 항로환경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유럽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 시황 회복은 의외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Alphaliner)사에 따르면 2012년 컨테이너 선박량은 전년대비 8.3% (127만teu) 증가하지만 수요는 6.5% 증가에 그쳐, 지난해 보다 수급이 더욱 악화되어 공급 과잉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다.

특히 신조 인도되는 선박 중 절반에 해당되는 60척이상이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박들로 이들 초대형 선박들은 모두 아시아-유럽항로에 배선될 예정이어서 유럽항로의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여기에 금융위기 등으로 어려운 유럽 국가들의 경제사정을 고려하면, 2012년에 수급 환경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는 현실이었다. 따라서 선사들의 경영상태가 어렵다 해도 운임을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금년 들어 계선 선박이 늘고 있으며,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선박공급이 감소된 것이 시황 개선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으나, 운임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영국의 컨테이너리제이션 인터내셔널(CI)지에 따르면 2012년 2월 초 기준 세계 계선 컨테이너선은 277척, 44만 5,000teu로, 2011년 12월 초의 227척 29만 6,000teu에 비해​​ 5% 가까이 상승하였다. 그러나 계선되는 선박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세계 운항 선박량에 비하면 그 비중은 3%에 불과하며, 리먼 쇼크 이후 10% 이상의 컨테이너 선박이 계선된 것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머스크 라인이 지난 해 11월부터 1개(AE8) 노선을 임시로 중단하고 있으나, 수급개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세계 2위의 MSC사와 3위의 CMA CGM가 유럽항로에서 얼라이언스를 형성하면서 선박량은 축소하지 않았다. 또한 그랜드 얼라이언스와 뉴월드 얼라이언스의 6개사가 G6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면서 오히려 선박크기를 업그레이드 하여 실질 선박량은 늘릴 계획이다. 머스크 라인의 CEO인 소렌 스코우는 선박량 감축에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이들 새로운 얼라이언스 경쟁자들과 다시 시장점유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선박량 감축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이번 유럽항로에서의 운임상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선박 공급량이 대폭 삭감되고 물동량이 증가하여 수급 불균형이 개선된 경우 운임이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급에 관계없이 선사들의 의지만으로 운임이 상승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해사신문은 유럽계 선사들은 강한 의지로 운임인상에 주력하였고, 당초 관망자세를 보였던 아시아 선사들도 거의 모두 운임인상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운임인상이 대세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2012년 3월 기준으로 유럽항로의 선박량 점유율 43%를 차지하는 머스크 라인, MSC, CMA-CGM 얼라이언스가 운임인상에 동참한 것이 운임인상 성공의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다. 여기에 2011년말에 출범한 G6 얼라이언스와 CKYH와 에버그린 그룹 등 정기선사들의 유럽항로 그룹화 진전도 컨테이너 운임인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4개 선사 그룹이 차지하는 유럽항로 시장 점유율은 3월 기준으로 무려 81%에 달한다. 이것이 이번 운임인상의 배경인 셈이다.

벨기에 겐트대의 크리스타 시스(Christa Sys)교수는 2009년 논문에서 컨테이너 정기선 산업은 산업의 집중도로 볼 때 과점상태에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산업의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수중 CR4가 있는데, 이는 산업 내 상위 4개사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으면 시장의 경쟁이 낮아져 가격이나 품질을 공급자가 결정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하주단체에서는 유럽항로에서의 이들 상위 4개 그룹의 지배력이 너무 강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상위 선사들이 연합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운임을 인상할 수 있었다면 정기선 해운산업은 과점상태라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운임인상은 하주 입장에서 보면 경쟁시장에서 용납되지 않는 방식이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해운동맹을 완전히 폐지시킨 상황에서 유럽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여 비용경쟁력을 낮추고, 시장점유율을 제고하여 선사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길밖에 없다. 결국 유럽항로에서 선사들은 선사 그룹을 형성해 집중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고, 시장구조도 과점의 형태로 가게된 것이다. 즉 유럽의 하주위주 정책이 정기선 산업을 과점으로 몰고 갔다는 얘기이고, 이번같이 시장에서 가격을 공급자가 조정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유럽위원회(EC)는 이전처럼 하주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이번 운임인상이 선사들의 담합에 의한 것인가 여부를 놓고 곧 조사를 착수할 것이다. 그러나 하주들이 선사들의 경쟁을 압박하면 할수록, 선사들은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산업을 집중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U는 하주와 선사를 균등히 여기는 해운정책을 추진 해야 하주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