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연말 국회에서 통과된 ‘선박관리산업 발전법’과, 4월 초에 입법 예고된 ‘선박관리산업 발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의해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선주의 선박관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근거를 갖게 되었다. 즉 이법이 제정되어 선박관리전문가의 양성과 인증, 선박관리정보시스템 구축, 각종 인센티브 도입이 가능 해져 국내 선박관리업계의 제도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선박관리산업 발전법이 독립법안으로 제정되면서 지금까지 선사 업무에 포함되어 있던 선박관리업을 해운산업의 한 전문사업 분야로서 인정하고, 독립적인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선원의 해외송출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던 선박관리업무가 선주에 대한 종합 선박관리서비스로 업무 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 점도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선박관리업계도 최근 한진, 현대, STX 등 주요 대형선사들이 선박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선박의 소유와 관리를 분리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여기에 우수한 해기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 그리고 일본 시장에 인접해 있는 이점을 이용하여 선박관리산업을 활성화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관리업계는 2011년 말 기준으로 1941척의 국내외 선박을 관리하고 있으나, 이를 2020년까지 약 3000여척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목표가 달성될 경우 매출액은 1조 5천억원에서 6조 1천억원으로 증가되고 선박수리, 선용품 공급, 연료유 공급업체 등 관련 업계를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2만 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선박관리업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 키프러스, 함브르크, 홍콩, 싱가포르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나라에서의 선박관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선박관리업 육성을 통한 부가가치창출과 고용창출일 것이다. 독일의 경우 톤 세제(tonnage tax)의 혜택을 받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자국의 회사에 선박관리를 맡기도록 하고 있다. 이는 톤 세제로 정부로부터 세제혜택을 받는 대가로 선박관리를 자국 내에서 하도록 하여 고용창출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독일은 자국 내 선박관리를 유치하기 위해, 독일선적으로 등록한 톤 세제의 혜택을 받는 선박에 대해 해외 치적까지 허용해주고 있다. KG펀드 하에서 많은 선박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톤 세제의 이점을 받으면서 동시에 해외치적을 하기 위해 건조되고 있다. 이점에 대해 그리스계 선주들은 독일선적으로 등록된 선박이 다시 해외 치적될 수는 없는 것으로 이와 같은 독일선적법의 톤 세제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은 톤 세제 선박의 선박관리를 통해 얻는 자국 내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외면하고 있다. 외국국적선이 선박관리를 위해 국내 부두에 기항할 경우 수리를 위한 부품이나 관련 기자재, 지역 내 식품 등 소비재, 그리고 선박보험이나 기타 관련 사업들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또 다른 선박관리산업의 육성 목적이 있다. 즉 선박관리업의 발전을 통해 해운산업의 분업화와 전문화를 유도하여, 해운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선박관리가 전문화되는 경우, 선주는 선박투자에 전념할 수 있으며, 해운회사는 해상운송의 기획과 마케팅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박관리업은 단순한 해운 부대 서비스가 아니라 해운산업의 발전 및 도약을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KG 펀드 등 민간투자 자본과 금융기관의 선박 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운 및 선박관리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고 동시에 선박관리회사에게 관리를 위탁하는 등 선박관리 시장의 파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선박관리업 서비스는 기술적 관리와 상업적 관리로 나뉜다. 기술적 관리(Technical Management)는 선원의 배승, 선용품 및 연료 등의 조달, 선박의 정비, 수리, 보험, 클레임처리, 선박에 관한 각종 감독 등을 포함하고, 상업적 관리(Commercial Management)는 선박의 수배, 협상, 용선계약서의 완성 등 중계기능을 포함하는 용선서비스, 운송계약의 성립, 선박의 매매, 각종 컨설턴트를 포함한 업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고용을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또한 해운산업의 새로운 발전을 제공할 수 있는 선박관리업을 육성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총 선박량 기준 세계 8위의 해운국이지만 고용창출과 외화획득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선박관리업은 낙후돼 있다. 몇몇 대형 회사를 제외하고는 선원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선박관리회사가 그동안 선박관리업체가 선원관리, 선박수리, 선용품 공급 등 기술적 관리 업무만을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용선, 매매 등 컨설팅 서비스와, 선주를 대신한 하역업체·검정업체 선정 등 상업적 관리 업무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선박관리업 관련 전문인력 양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학을 겸비한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선박관리 공인해무사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국적 선사들이 선박관리회사를 독립시켜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해외 업체들에 비해서는 영세하고 전문화되어 있지 않다. 세계최대 선박관리회사인 이탈리아의 V-Ship 그룹은 1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 전 세계 900여 척의 선박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회사의 관리선박 규모는 해양수산연수원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 당 평균 9척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대형 선박관리회사로 육성시켜야 할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도 독일처럼 톤 세제 혜택을 받는 선박에 대한 선박관리를 우리나라 선박관리회사에 위탁함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톤 세제가 한시적인 것으로 현재 2014년까지 일몰이 유예된 상태이지만, 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황이 호전 될 경우 자국 상선대 육성을 위해 지속되어야 할 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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