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4월 말 싱가포르에서 18개 해운 선진 국가들의 정부 간 협의체인 ‘선진해운그룹(CSG, Consultative Shipping Group)총회'가 개최되었다. 회의에서는 세계경제와 국제해운산업 전망, 국가별 해운정책, 차별적 시장규제 정책폐지, 해적 문제, 선박 온실가스 감축, 파나마 운하 확장 및 통항 비용 문제, 밸러스트 규제 문제 이외에도 각국이 체결을 추진 자유 무역 협정(FTA)를 테마로 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북극항로 상업적 운영을 위한 활용방안을 포함하여, FTA가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 해적문제의 효과적인 대응방안, 선박온실가스 감축, 여수 엑스포 등 우리정부의 주요 정책을 발표하였다. 특히 2010년 부산 총회에 이어 다시 북극항로의 상업적 활용방안을 발표함으로써, 북극항로 상용화 이슈에 대한 의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북극해의 기후변화와 CSG의 전략’이라는 주제를 발표하여, 북극항로 개설로 물류비 절감, 자원개발 등 많은 경제적 편익이 기대됨에 따라 북극항로 상용화와 북극해의 환경보호에 대한 북극항로 관련 국가 간 공동연구, 워크숍 개최 등 지속적인 연구협력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총회에서는 ‘북극항로 상업적 운영을 위한 활용방안’을 발표하여 북극해빙과 유가상승으로 북극항로를 통한 아시아-유럽 간 화물수송 증가와 북극지역의 자원개발 및 수송권 등의 확보를 위해 노르웨이 등 북극해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자 하였다.

우리가 이와 같이 북극항로의 상업화 의제를 주도하려는 이유는, 부산항은 북극에서 제일 가까운 항만이어서,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면 환적 중심항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 등 허브 물류기능이 부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북극해를 이용할 경우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 해안 쪽으로 대서양-태평양을 연결하는 북동항로에서 부산항이 아시아-유럽 간 최단항로의 경유지가 될 수 있다. 즉 세계 물류중심을 우리나라로 가져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11년 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북극항로 개설에 다른 해운항만 여건 및 물동량 전망’ 보고서에서도 북극해 해빙으로 인해 국적 선사가 북극항로 상용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MI에 따르면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수에즈항로 대비 거리는 최대 40% 감축할 수 있으며, 운항기간 역시 최대 10일가량 단축할 수 있어, 컨테이너 화물운송 비용이 약 25%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북극항로를 이용해 독일의 브레멘 항으로 운항할 경우 상하이~브레멘 간 운항시간은 수에즈항로를 이용할 때 보다 6.1일 줄어들고, 부산~브레멘 간 운항시간도 7.8일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해운업계가 북극항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이유는 북극 연안지역에 묻혀 있는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미국 지질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자원매장량의 약 4분의1이 북극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유는 전체의 13%, 천연가스는 30%, 액상 천연가스는 20%나 된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현재 호주·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집중된 벌크화물 시장의 중심이 북극으로도 분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항로 단축과 자원매장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북극해 해빙속도를 감안할 때, 멀지않은 장래에 북극항로 운항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되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은 북극항로를 1년 내내 이용할 수 없다. 노르웨이 극지 연구소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하절기에는 얼음이 없는 항로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동안은 하절기라도 얼음을 깰 수 있는 쇄빙선이 배치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쇄빙선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걸림돌이 있다.

KMI 보고서에 의하면 북극항로 개설에 따라 중국, 한국, 일본, 대만,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과 유럽 간에 2015년 약 28만 teu, 2030년 2,832만 teu의 물동량이 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비용은 북극항로 이용시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라도 기존 항로보다 25%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북극항로 쇄빙선 이용료 현실화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LNG, 원유, 유연탄 등 대부분의 자원에서 기존 운송보다 북극항로 이용이 거리와 운항소요 시간에서 최소 28%에서 최대 200% 이상 단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운항비용에 있어서는, 기존 항로의 운송비용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가 북극항로 운항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통행료에 기인하는 것으로, 적정 통행료에 대한 국가 간 합의도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 가스, 석탄, 철광석 등 거의 대부분의 원자재 수입을 원거리 수송에 의존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북극연안지역이 그 대체지역으로 유력하다. 북극항로를 이용한 러시아 북극해지역의 자원을 확보할 경우 저렴한 물류비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 동 시베리아지역의 자원개발 및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해상 수송 전략과 북극항로의 상업적 운항을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접근 방식이 리스크 최소화, 국제공조 유도, 에너지자원 확보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전략으로 제시 되고 있다.

러시아는 하절기 자국영해를 통과하는 북극항로 이용을 각국에 홍보하고 있다. 로이즈 리스트지에 따르면 2011년에는 총 34항차가 북극항로를 이용하여 82만 톤의 화물이 통과하였고, 2012년에는 보다 큰 쇄빙선을 투입하여 북극항로 이용선박이 더 늘어나, 1백만 톤 이상의 화물이 수송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북극항로의 이용이 증대됨에 따라 러시아나 노르웨이 등 북극항로 관련국들과 정책 및 투자에 대한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의 시급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극항로 이용에 관한 의제를 주도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북극항로를 상업화에 필요한 구체적 연구개발 및 투자를 하고, 국가 간 협력전략도 세워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여기서 중장기 전략 및 실행 계획을 포함한 청사진을 마련할 뿐 만 아니라,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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