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2012년 5월 25일, 서해에서 한강까지 18킬로미터에 이르는 국내 최초 내륙수로인 경인 아라뱃길이 공식 개통되었다. 경인운하 건설사업이 민자 대상사업으로 시작된 이후 27년 만에 경인운하라 불리었던 경인 아라뱃길이 드디어 개통된 것이다. 아마도 국책 건설사업 중 가장 오래 걸린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과정이 길고 복잡해 모두를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회고 한다는 입장에서 주요 과정을 정리하고, 앞으로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1987년 굴포천 유역의 대홍수를 계기로 굴포천의 홍수량을 서해로 배수하는 방수로 사업이 기반이 된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서해와 서울을 해운으로 직접 연결, 물류 수송비용을 줄이고 내륙교통난을 완화할 목적으로 추진된 국책사업이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 공약에 포함돼 처음 거론됐으며 1995년 민간투자 대상사업으로 지정돼 1999년 현대건설 등 8개 민간기업과 정부가 출자, 시공사인 ㈜경인운하가 세워졌다. 경인운하는 당초 2000년 10월 착공해 2004년 말 1단계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착공이 지연되었다.

2002년 6월 경인운하 사업의 일부인 굴포천 유역 임시 방수로가 완공돼 개통되었으나, 경인운하건설은 2003년 1월 노무현 대통력직 인수위원회가 ‘추진 불가방침’을 결정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결국 건교부는 운하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홍수 방지를 위한 굴포천 방수로 사업만 추진키로 하고, 2004년 4월부터 경기 김포∼부천시∼인천의 굴포천 방수로 확장공사와 둑(제방)도로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경인운하 사업은 2005년에 사업 중단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경인운하사업은 2008년 12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사업 재추진을 확정하였고, 2009년 3월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이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고, 5월에는 사업명칭을 경인 아라뱃길로 변경하였다. 경제성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것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물류운송 및 친수공간 조성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목적으로 사업을 재개한 것이다. 주운수로는 운하 18km(폭 80m, 수심 6.3m)이며 이중 14.2km는 홍수시 방수로로 사용한다. 터미널은 인천에 245만㎡, 갑문 2기, 김포에 170만㎡, 갑문 1기로 구성되며, 이중 물류단지는 인천에 116만㎡, 김포에 87만㎡ 규모로 건설되었다.

경인운하의 새이름인 '경인 아라뱃길' 양단에 설치되는 항만인 경인항은 경인 아라뱃길을 이용하는 수출입 선박의 원활한 입출항 서비스 지원을 위해 인천, 김포지역 터미널을 포함해 지난 2011년 4월 항만법상 무역항으로 지정했고, 5월 경인항 항만기본계획이 수립, 고시되었다. 경인항 항만기본계획은 수도권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쟁력 있는 항만개발과 경인운하 건설에 따른 지원항만 개발, 연안해운과 연계한 내륙주운을 통해 수도권 물류체계를 개선한다는 기본방향 하에 수립, 고시됐다.

재 착공이후 2년 여간의 공사 및 운영준비를 거쳐 2011년 10월, 시범운영을 개시하였다. 2011년 12월에는 대한통운이 경인항 김포터미널 일반부두에 제주-김포 터미날간 다목적선 화물선을 처음으로 취항하였고, 2012년 5월에는 인천-중국 청도 간에 취항 중인 한진해운 한서호(215TEU급)가 첫 외항선으로 경인 아라뱃길 수로를 따라 내륙터미널인 김포터미널에 기항했다.

시범운영 개시 이후 약 6개월간 이용편의시설 보완, 선박운항 단계적 확대 등을 거쳐 2012년 5월에 경인 아라뱃길은 전면적으로 개통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첫 내륙수로(inland waterway)가 열린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국민적 정서가 내륙수로 운송에 대해 큰 거부감을 심어 준 것이 사실이나, 내륙수로 자체는 도로운송을 대체할 또 하나의 운송수단임은 틀림이 없다. 특히 경인 아라뱃길의 활용도를 높여, 내륙수로 운송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인항 인천터미널은 경인 아라뱃길의 외항으로 중국, 일본 등 외국으로부터, 그리고 부산 등 국내 연안항으로부터 선박이 도착하게 된다. 이들 선박이 인천터미널에 기항하는 이유는 서울이라는 동북아 최대 소비도시에 근접한 항만이라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김포터미널은 경인 아라뱃길을 통한 소형 선박의 컨테이너화물을 취급하게 된다. 인천터미널에 비해 물동량은 많지 않지만 서울에 가장 가까운 터미널이라는 장점으로 서울을 대상으로 하는 최종물류단지의 역할을 담당하는 항만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터미널은 중국이나, 일본과 서울 및 수도권 화물의 수출, 수입항만의 기능을, 그리고 김포터미널은 부산, 인천항으로부터의 컨테이너 반입항만으로의, 그리고 일부 중국항만으로부터의 수입항만의 기능으로 특화 될 수 있다. 이 두 터미널은 상호 보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김포터미널은 인천터미널의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 것이고, 인천터미널은 김포터미널의 해상터미널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도권의 가장 근접한 항만으로서의 물류 측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경인항을 이용한 연안해운 활성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동안은 부산 등지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연안운송을 해도 인천항 등에서 다시 한 번 트럭운송을 해야 하는 문제로 연안해운이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경인항의 개통으로 연안 운송된 화물이 경인항 배후지에서 보관되다가 바로 최종소비지까지 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는 연안해운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적합선형 개발, 경인항 터미널 사용 및 배후물류단지 이용에 있어 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조치가 뒤 따라야 한다.

그리고 경인운하의 선박운항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경인 아라뱃길에 있는 외곽순환도로의 귤현대교 높이, 그리고 경인 아라뱃길 수심이다. 귤현대교의 형하고가 15.5미터이기 때문에 선박높이가 낮은 선박이나 내륙주운 바지선, 그리고 소형컨테이너선만이 통과할 수 있다. 그리고 개통된 아라뱃길의 수심이 6.3미터로, 2,500톤 컨테이너선의 교행시 확보되어야 하는 수심 6.58미터보다 낮아, 만재 교행시 속도를 낮추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선박 대형화에 대비한 확장성을 고려해 귤현대교의 높이를 개선하고, 수심을 증심하는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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