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도선사협회 나종팔 회장

▲ 한국도선사협회 나종팔 회장
도선료 중국의 20% 수준, 국부유출 심각
도선사 권익보호 및 복지향상에 총력"

"한국 도선료는 중국의 20%, 일본의 25%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해운업계와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4년간 도선료를 동결했으나 이제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도선료 현실화가 시급하다."

지난 2월말 제16대 한국도선사협회장에 취임한 나종팔 회장은 협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도선료 현실화 문제를 꼽았다. 국내 항만에 입항하는 선박의 약 70~80%가 외국적 선박이기 때문에 도선료 동결로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오히려 외국선사에게 과도하게 도선료를 깎아줌으로써 국부를 유출하고 있다는 것이 나 회장의 지적이다.

나 회장은 또 도선료와 마찬가지로 선박 및 화물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항만시설사용료나 항만하역료 등을 깎아주는 것 역시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국부유출로 볼 수 있다며 항만부대요율을 현실시키는 것이 한국 항만물류업계 상생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선료와 함께 지난 4년간 동결된 도선선료의 경우는 현실화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도선선료는 도선료와 마찬가지로 지난 4년간 동결 조치된 동안 유가가 2배 이상 상승하면서 원가의 1/3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적자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도선사는 해운항만물류산업의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물류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물류산업에 제공되는 각종 조세지원혜택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도선사가 개인사업자로 지정돼 있어 도선료는 일반 소득으로 분류되고 도선선료는 도선선 법인의 법인 소득으로 엄격히 분리돼 있음에도 국세청의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로 도선료와 도선선료가 합산 과세되는 상식밖의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나 회장은 이처럼 도선사들에 대한 무지와 오해들 때문에 도선사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운물류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도선사들의 권익보호와 복지향상 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및 관련법 개정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타 전문직종과 달리 도선사 소득이 공개돼 일부언론들이 고소득자라고 보하면서 진입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나 회장은 “악조건 속에서 도선용 사다리 하나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배에 올라 선박을 안전히 접안시켜야하는 매우 위험하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도선사다. 도선사는 선박과 항만에 대한 정확인 지식과 오랜 경험을 갖고 있어야만 안전한 선박 입출항을 보장할 수 있다. 오히려 진입규제를 더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진입규제와 궤를 같이해 나종팔 회장은 도선사 정년 연장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도선사법에 따라 도선사의 정년은 65세로 제한돼 있는데 앞으로 2020년을 전후해 도선사 부족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선사 정년 연장 내지 폐지를 검토해야한다는 것이 나 회장의 생각이다.

현재 도선사들은 평균 50세를 넘어서 도선사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데 현행법에 따라 도선사로서 꽃을 피우는 10여년후에 은퇴해야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아깝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막심한 손해임이 분명하다. 나 회장은 정기 신체검사를 통해 체력에 문제만 없다면 정년을 과거처럼 68세로 연장하거나 일본처럼 정년 조항을 아예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나종팔 회장은 도선사들의 권익보호, 복지향상, 정년연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핵심사업으로 도선서비스 품질 제고를 꼽았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도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도선사들이지만 도선 특성상 자칫 작은 실수 하나로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선업무 기량 향상과 사고 예방 등을 통한 도선서비스 품질제고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 회장은 5년에 걸친 노력 끝에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도선사용 선박조종 시뮬레이터’를 적극 활용해 도선사들의 업무 기량을 향상시키고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