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2003년 중반부터 급등하던 세계 건화물선(dry bulk) 해상운임은 2008년 5월 20일을 정점으로 만 5년간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시황 폭등을 맞이하였다. 소위 슈퍼 싸이클(super-cycle)이라 불리는 5년 동안의 운임 수준은 가히 혼란 그 자체였다. 2008년 5월에는 17만 dwt급 케이프사이즈의 현물운임이 하루 28만 5천 달러까지 치 솟았고, 1년 정기 용선료도 분기 평균 16만 5천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1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이었다.

세계 유수의 해운 컨설팅 기관이든 선사든 이와 같은 해운시황 폭등을 예상한 곳은 없었다. 건화물선 시장의 미래를 전망할 때 용선담당자가 항상 직면하는 문제는 불확실성의 문제이다. 불확실성은 불완전한 지식과 불완전한 데이터에서 생겨난다. 당시 최대 불확실성 요인은 역시 중국경제이었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 증가로 2002년 이전에는 세계 철광석 물동량의 25%를 차지하던 중국의 수입량이 2005년에는 40%, 그리고 2009년에는 70%를 차지하게 되면서 전세계 철광석 수요의 블랙홀 역할을 하게 되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주택 및 각종 건설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라 해도, 이 같은 규모로 철광석 수요가 증가하리라는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러한 중국의 수요가 세계 건화물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메커니즘을 충분히 분석하기 전에 해운시장의 폭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즉 "인식의 지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후에 이와 같은 영향이 중국경제 성장에 의해 기인된 것을 분석하여 학자들이 후에 이를 ‘중국효과(China Effect)'로 부른 것이다.

선박의 공급과 수요 관계에 의존하는 재래적인 분석 예측방법으로는 이와 같은 시황 폭등을 전망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시 업계나 연구기관에서 시황 폭등을 예측하고 그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은 재래적인 시장 구조 개념을 그대로 두고, 현실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는 결과이었기 때문이었다. 건화물선 시장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시장 전체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전제를 갖고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어야 미래 시황판단의 오류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안트워프 대학의 노테붐(Notteboom)교수는 컨테이너 화의 미래를 논하는 한 논문에서 미래 물동량을 전망할 때 대부분 과거의 추세에 따른 선형예측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는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오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이를 보완해줄 수 있도록 비 선형(non-linear) 예측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수치적인 함수 도출이야 전문가 들이 하면 될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대부분은 미래를 바라보는데 있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건화물선 해운경기의 상승세를 예측할 때 경제나 소비의 패러다임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달리, 하락국면을 예측 못하는 것은 이 같은 어려운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선주 자신의 심리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황시 대량의 선박발주는 해운경기를 쫒아가는 군중심리적인 판단이다. 이성적 판단은 반 순환적(anti-cyclical)의사결정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화물선 해운경기의 역사는 시황고점에서 선박과잉 투자가 가져온 선박공급과잉, 그리고 이어 나타나는 급격한 하락국면이라는 해운 싸이클의 반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당시 5월 20일에 벌크선 종합운임지수(BDI)지수가 11,793까지 치솟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불과 6개월 후인 12월 5일에 지수가 663까지 94%나 곤두박질 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세계 건화물선 해운경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 된 슈퍼 싸이클이 실종된 이후 지금까지 시황이 최하위 바닥권을 헤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금년 2월 3일에는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지수가 647포인트를 기록하였다. 이는 2008년의 금융위기 당시 최저치인 12월 5일의 663보다 보다 낮은 것으로, 지수 산정이후 26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것이다. 금년 1월부터 5월까지 BDI 평균치는 945포인트로 1,000이하를 기록하고 있으며, 케이프사이즈 1일 용선료도 평균 6-7,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장기침체의 근본 원인은 5년간 지속되어 온 슈퍼 싸이클로 인해 건화물선 선박발주는 과거의 해운 싸이클에서 보다 대량으로 이루어 졌기 때문이다. 2008년 총 1억 710만 dwt에 달하는 신조물량이 발주되었고, 리먼사태 이후에도 1억 8,200만 dwt가 추가로 발주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공급과잉 상태를 겪고 나서도,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2010년에 또 다시 대량의 신조선이 발주된 것이다. 이들 신조선들이 대부분 올해 시장에 투입되면서 해운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기별 건화물선 신조선 인도량 규모를 보면 공급과잉 실태를 더욱 극명하게 볼 수 있다. 2009년 이전에는 약 500만 dwt로 수요증가를 감내할 수준이었으나, 2009년 2분기에 두 배나 늘어난 960만 dwt, 그리고 2010년에는 신조선 인도량이 분기별 약 2,000만 dwt에 달하면서 선박공급이 크게 과잉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공급과잉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Arctic Securities사에 의하면 2011년 12월까지 실제 인도량은 9,500만 dwt로 추정하여, 분기별로 평균 2,375만 dwt가 인도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분기당 약 2,800만 dwt 수준으로 인도될 예정이며, 2013년에도 분기별로 1,400만 dwt가 인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2014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Platou사 등은 이러한 신조선의 인도량 증가로 세계 건화물선 해운은 올해 최악의 침체를 겪게 될 것으로 보면서, 2014년경에나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있다. 세계 건화물선 시장이 슈퍼 싸이클에 이은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이나 학계에서 수출 물류와 직결되어 있는 컨테이너선 해운, 항만 연구이외에도 건화물선 등 부정기선 분야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건화물선 업계도 이제는 선주의 심리적 요인이라는 군중심리에서 벗어나 더 이상 시황하락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선박과잉에 다른 시황하락을 경고하는 연구 등을 중시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존중하는 경영마인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업계, 연구원, 학계가 함께 노력해서 건화물선 시황에 대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탐구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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