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미국과 각국의 여러 화주단체들과 선사들은 금년 7월 1일자로 100% 사전검색(100% scanning) 실시 일자가 다가옴에 따라, 미 의회가 100% 사전검색 조항을 영구적으로 삭제해 주기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6월 초에 있었던 Smart Port Security Act 법안통과를 위한 미 하원 표결에서 해상 컨테이너에 대한 100% 사전검색 조항을 그대로 두고, 다만 그 시행 일자만 2014년 7월로 2년 연기했다. 이 법안은 2007년에 제정된 이른바 항만보안법(SAFE Port Act)로 불리는 ‘Security and Accountability for Every Port Act’ 법안을 재인가 한 것이다.

‘SAFE Port Act’는 9/11위원회가 2012년 7월부터 모든 미국 향 컨테이너화물에 대해 사전검색을 하도록 한 권고 사항을 구현 한 것이다. 이 법률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자국의 보안 강화를 위해 수입 컨테이너 화물을 외국항만에서 사전에 검색하는 컨테이너 보안협정(CSI)으로써, 미국으로 대량살상무기(WMD) 등이 밀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외국항만에서 미국 세관원의 지원 하에 컨테이너 화물 검색기(X-ray)로 컨테이너 내부를 검색함으로써 위험화물을 사전에 탐지하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따지고 보면 전세계 항만에서 미국향 컨테이너에 대한 100% 사전검색 시행일을 2012년 7월 1일에서 2년 후로 연기하겠다는 것은 이미 법안에 명시되어 있는 미 국토안보부의 승인시 화물 검색장비 설치를 2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조항에 의해, 이미 시행시기 연장을 요구해 놓은 상태이므로, 실제 이번 투표에서는 선사나 화주들의 요구에 대해 아무것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06년부터 ‘전 미 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 등 여러 단체들은 미국 수출화물에 대한 외국 정부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는, 이와 같은 비현실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정책의 폐기를 주장해오고 있다. 그리고 외국 정부와 해운산업에서는 100% 사전검색의 실시에 대해 많은 압력을 행사하였다.

미 국토안보부 재닛 나폴리타노(Janet Napolitano) 장관은 5월 초에 SAFE Port Act의 허용 규정에 따라 100% 사전검색 연기 마감 기한을 2014년 7월까지 연장한다는 편지를 의회에 통보하였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미국 일부 해사단체에서 100% 사전검색 연기가 2016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나폴리타노 장관은 국토안보, 정부업무 상원위원회 조셉 리버만(Joseph Lieberman)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재 미국은 사전검색과 관련하여 외교적, 재무적, 그리고 물류부분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샘프턴, 포트카심(Qasim), 푸에르토 코르테스, 부산, 싱가포르와 홍콩 등 100% 사전검색 시범사업대상 6개 항만에 대한 화물안전대책 결과와 경험를 참조한 결과, 전 세계 700개 항만에서 미국에서 수출되는 모든 컨테이너 화물을 사전 검색하기 위해서는 약 160억 달러의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러한 100% 사전 검색 방식은 핵 테러로부터 미국과 글로벌 공급체인을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가장 효율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비용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2012년 7월 마감시한 연장이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첫 번째는 가용한 컨테이너 검색시스템의 한계로 교역규모와 화물의 흐름에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검색시스템을 설치할 명확한 물리적 특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항만에서 컨테이너 검색시스템을 구입하거나, 배치,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대변인도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은 결국 나폴리타노 장관이 한 조치와 다름없는, 100% 사전검색에 대해 아무것도 변경하지 않은 것이라고 폄하했다. 유럽 연합 (EU)은 컨테이너 보안에 다층 리스크 관리 솔루션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하면서, 미국 의회가 100% 사전검색 법안을 폐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U는 글로벌 공급망의 보안을 강화하고 원활한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공급망 보안을 위해 추진되던 화물 사전검색은 2007년 법안 통과 시 해상화물은 5년 후, 그리고 항공화물에 대해서는 3년 후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해상운송화물에 대한 100% 사전검색처럼 항공화물 100% 사전검색도 시행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당초 항공화물의 100% 사전검사는 2011년 말에 시작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많은 항공사들이 항공화물 공급체인의 심각한 장애가 예상된다고 반발함에 따라 시행시기를 2012년 말로 1년 더 연기한 바 있다. 이 역시 항공화물 처리비용의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항공화물 포워더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UPS, FedEx 등과 같은 화물전용기 운항 대형사들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될 전망이다.

컨테이너화물 100% 사전검색은 현재의 검색장비와 기술수준으로 볼 때 이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일방적인 자국 내 물류보안 강화조치로 인해 전 세계적인 컨테이너항만과 공항에서의 화물적체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향 수출물류에 혼란과 막대한 비용부담이 우려된다. 실제로 세계세관기구(WCO)가 르아브르(Le Havre) 대학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세관의 이같은 조치가 시행될 경우 전 세계 국제무역, 해운, 항만 및 관세행정 등의 분야에 실질적인 개혁조치가 필요하며, 막대한 물류비 상승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미국행 컨테이너를 100% 사전검색 하려면 대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엑스레이 검색기 수 십대를 설치해야 한다.

국제교역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100% 사전 검색 법안은 그 시행시기만 유예되었을 뿐, 계획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세계 항만물류업계가 100% 사전검색 조치를 감당하기에 벅찬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는 이 제도의 시행을 강행하고 있다. 준비를 제대로 못할 경우 최악의 경우 우리 상품을 적재한 미국행 컨테이너가 전수검사를 받지 못해 미국 내 반입이 거부되거나 몇 달씩 통관이 지연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동시에 아시아, 유럽 등 국제 하주업계와 공조해 이러한 미국의 일방적 조치의 수정을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향후 2년 동안 해운항만운영 전문가, 무역협회, 대학 및 연구기관 등의 활발한 논의과정을 거쳐 100% 사전검색을 대체할 수 있는 국제공조를 통한 다층적 물류보안 대안책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