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지난 6월 11일에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주최한 조찬간담회가 열렸다. 인천지역구 19대 국회의원 11명과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그리고 강범구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 김수곤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 그리고 인천지역 민간 관련 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그야말로 인천항 발전에 관심이 있는 민,관은 물론 정부관계자. 관련단체가 모두 모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인천항 발전을 위한 주요 현안으로 인천신항의 항로, 배후단지, 부두시설 등에 대한 현안을 제시하였는데, 그중에서도 2012년 개장 예정인 인천신항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항로수심의 제약을 꼽았다고 언론매체는 전하고 있다. 인천신항의 시설과 장비는 대형선이 입항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나, 항로 수심이 문제가 되어 대형선 입항을 가로막고 있다는 말이다.

인천신항은 1-1단계로 4,000 teu급 1선석과 2,000 teu 급 5선석 등 총 6선석이 2013년에 개장될 예정이다. 그리고 1-2단계로 4,000 teu 급 2선석과 2,000 teu 급 4선석을 이어서 개장할 예정으로 있다. 인천 신항의 안벽전면 수심은 16-18미터로 8,000-10,000 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입항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건설중인 1단계 인천신항의 항로 수심은 14미터로 계획되어 있어 초대형 컨테이너선 입항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실제 건설되고 있는 인천신항의 항로수심은 12미터로 계획수심 14미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다. 이 수심으로는 인천신항에 북미항로나 유럽항로 등 원양항로의 개설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오션쉬핑 컨설턴트(Ocean Shipping Consultants)사의 자료에 따르면 4,500 teu 급 컨테이너선의 수심은 13미터가 요구되며, 8,000 teu-10,500 teu 급 선박의 수심은 15.8미터가 요구된다. 즉 건설 중인 인천신항 1-1단계 부두에는 항로 수심제약으로 초대형선은 물론 4,500 teu 급 선박조차도 입항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고시된 ‘제3차 전국 항만개발계획(2011∼2020)’에 따르면 인천신항 진입항로는 1단계에서는 4,000teu 급 선박에 적합하도록 건설하고, 물동량 추이를 보아 2단계로 초대형선이 입항할 수 있도록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이 회장은 ‘우선 수심을 확보해야 선사를 유치할 수 있다. 길이 만들어져야 사람이 몰리는 것이 이치인데, 개장 후 상황을 봐서 수심을 증설하겠다는 정부계획은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한다.
북중국 항만이 초대형 항만으로 개발돼 8천-1만 teu 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입항되기 전까지 인천항은 미주, 구주 및 원양항로를 운항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기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간항만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기에는 1.5일 이상의 항해시간이 더 소요되고 연료소모량 또한 증가해 채산성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간선항로로 북중국항만에 기항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기항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

인천 신항개발은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서 우리나라 전체의 항만물류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그 잠재력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인천항이 북중국 항만의 환적의 유리한 근거리 항만이라는 위치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고, 혹은 서해 항로를 통해 북중국까지 들어가고 나가는 초대형선 중간 기항지의 잠재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인천신항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수출입물량 및 환적물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1만 teu 이상 초대형선이 기항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해상물류가 크게 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12,000 teu 초대형선이 입항할 경우 약 2,000개 이상의 피더운송물량을 양적하해야 한다. 환적비용은 대부분 피더운송비용이며, 피더운송비용은 피더선 운송거리의 함수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초대형선의 기항이 보편화 될 경우, 초대형선들이 부산항 기항 대신에 북중국의 청도항, 천진항, 대련항, 위해항, 연태항 등과 더욱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항만으로 이전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중국과 유럽/지중해방면의 화물흐름에서는 부산/광양항은 주 간선항로상에서 벗어나 있어, 우리의 구주항로 화물이 중국항만에서 역 환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에 놓일 수도 있다. 이미 일본의 경우는 중국/구주항로상에서 주간선항로에서 제외되어 있고, 일본/유럽 화물의 많은 부분이 홍콩, 부산, 싱가포르에서 역 환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항만에 초대형선이 기항하지 않는다면 우리항만 배후지에서 제조, 조립하던 공장들이 다른 나라 항만을 경유해 화물을 받고 보내야 한다. 이 불편 때문에 기업들이 선박이 직접 들어오는 상해항 등 배후지로 옮겨갈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물류중심화하여 고용을 창출하기는 커녕, 오히려 고용기회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다.

1994년 전국항만기본계획 수립 이후 현재까지 중심항 정책의 근간이 이어져 내려와, 일본도 우리의 항만정책을 벤치마킹 할 만큼 현재까지 허브항 육성정책이 훌륭하게 계획되고 실행되어 왔다. 이결과 부산항이 동북아 최고의 환적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항만정책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를 맞이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국내항만기항을 더욱 유도할 수 있는 정책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부산항과 광양항 이외에, 북중국 항만에 기항하는 초대형선 항로상에 있는 인천항 등의 환적기지 가능성, 원양 수출입항만의 잠재력이 있는 지를 살펴볼 때가 된 것이다. 이번 인천신항 항로수심 현안제기가 단순한 증심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항만정책이 미래 지향적 해운항만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더욱 고도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인천신항의 16미터 항로 증심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인천시나 인천항만공사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인천신항을 초대형 컨테이너선 전용항만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초대형 선사(mega-carrier)나 글로벌 터미널 운영업체(GTO)를 유치하는 일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천신항에 초대형선 전용부두를 운영할 선사나 운영업체가 있다면 정부의 정책도 변화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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