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현 박사
1. 머리말

세계적인 해운업계 엑스포인 포시도니아는 1965년부터 2년 간격(짝수년도)으로 그리스에서6월 첫번째 월요일부터 5일간 개최되고 있다. ‘포시도니아2012’는 지난 6월 4일부터 8일까지 개최됐다. 시장에 대한 어두운 전망 때문에 당초 조용한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92개국에서 해운, 조선, 금융, 보험 및 유관업계 인사 등 1만 9000여명이 참가해 관련분야 현안문제 등을 논의하고 상담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기회의 장이 됐다. 특히 전년대비 신조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조선소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선박금융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투자은행들도 대거 참여했다.

포시도니아2012에는 해운을 비롯한 관련업계 유력인사들이 회의나 세미나 등에 참석해 현안 문제들에 대해 나름의 의견과 전망을 내놓았다. 주제 발표에 나섰던 연사나 패널리스트들은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시황분석이나 전망 등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물론 연사 대부분이 현업에 종사하거나 관계를 맺고 있어 그들의 주장이 조금은 자기중심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란제재, 아덴만의 해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선주들에 대한 정책지원 등 정치적 이슈들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은 특기할만 하다.

본고는 포시도니아2012에서 논의된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고 당사자보다는 국외자(Outsider 혹은 Observer) 입장에서 ‘토’를 달아보고자 한다.

2. 그리스 해운 약사

그리스는 인구 약 1100만명으로 발칸반도 남단에 위치한 반도 국가이지만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의 해운대국이다. 우리나라의 약 1/4정도 인구를 가진 소국가임에도 거대한 해운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리스 해운은 18세기 초부터 지중해에서 영국, 프랑스와 경쟁하면서 기초를 닦아왔고 1825년 영국 선주들의 반발을 감내하며 템즈강까지 진출했다. 19세기 후반 그리스 선주들은 약 2500여척에 이르는 대규모 범선선단을 발판으로 흑해, 에게해, 이오니아해는 물론 지중해 서부와 북유럽까지 진출, 곡물 등을 주로 운송했다.

산업혁명과 함께 범선에서 강선(鋼船)으로 전환하면서 그리스는 세계 1차대전 발발 직전 이미 800여척의 대선단을 보유했으며 전쟁기간동안 일시 중립국의 지위를 바탕으로 엄청난 해운수익을 취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독일에 점령당하면서 그리스 선단은 영국정부의 처분 아래 놓였고 1차대전후 침체기를 맞은 영국으로부터 10년 전후의 중고선을 헐값에 대량 매입, 다시 세계 제1의 해운대국으로 부상한다.

1차대전후 막강한 선대를 발판으로 당시 런던에 위치해 있던 Baltic Exchange, Lloyds 등에 그리스 선주들이 대량 진출했다. 영국은 해운산업의 발전과 해운관련 법(규제)들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리스 선주들의 견해를 경청하기에 이르렀고 그후 양국 선주단체의 공조체제는 국제해운산업의 발전과 해사관련법의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2차대전 발발 직전 그리스는 영국, 노르웨이에 이어 유럽 3위의 해운국이었으나 전쟁도중 선단의 약 2/3가 유실됐다. 다행히 모든 선박이 보험에 들어 있어 전후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그리스 선주들은 전표선 리버티형과 Tanker를 대량 매입해 해운강국으로 복귀했다.

가장 대표적인 그리스 선주는 Aristotle Onassis와 Stayros Niarchos, Antonis Angelicoussis 등이다. 이들은 50~70년대 걸쳐 이루어진 유럽제국 산업개발 시기에 원자재, 석유, Dry cargo 등을 대량 수송하며 Bulker와 Tanker를 주력으로 하는 전문해운회사로 도약한다.

2차대전이 종료되자 많은 그리스 선주들은 선박금융이 용이한 뉴욕으로 대거 이주했으나 1960년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선주들에게 불리한 세법을 도입하자 다시 런던으로 옮겨갔다. 당시 영국 상선대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어 런던의 해운관련 기반구조(Infrastructure)를 지탱하는데 그리스 선주들의 역할이 거의 절대적이었다. 이어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던 IMO 등에 그리스 선주들이 핵심요직에 진출하면서 그리스 선주들의 역할은 전세계 해운산업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3. 그리스 해운 현황

그리스 경제는 전통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하며 관광과 해운 등 3차 산업 중심의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중 해운은 2004년도에 관광산업을 제치고 매출규모 기준으로 그리스 제1의 산업이 됐다. 공식 통계상으로 해운은 2009년 기준 그리스 전체 GDP 5%를 차지했으나 일각에서는 35%를 점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해운산업이 그리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2012년 3월 기준으로 그리스 선주들이 지배선단은 2억 6400만톤(dwt), 3760척으로 세계 선복량의 14.8%를 차지,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위다. 2010년 지배선단 규모가 약간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해운호황기를 중심으로 대폭적인 선대 교체작업의 결과, 전체 선단의 평균 선령은 2000년 20.3년에서 2010년 11.6년으로 대폭 개선됐다.

그리스 선주들은 2차대전 이후 사업본부를 대부분 런던, 뉴욕으로 옮겨 국제비즈니스에 치중하고 있으며(의존도 98%) 운임과 용선료도 달러로 결제한다. 대출 은행들도 해외은행들인 관계로 최근 그리스 사태로 인한 Country risk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2010년 기준 그리스 선주들의 지배선단중 약 25% 정도만 그리스 국적이며 Liberia, Panama, Malta 순으로 편의치적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스 선주들이 해외 편의치적을 선호한 이유에 대해 그리스선주협회(UGS) 회장(2003~2009)을 역임했던 Nicos Efthymiou회장은 “not for tax reasons as is often referred, but to gain freedom”이라고 설명했다. 세금문제 뿐만 아니라 해운에 관한 규제가 적고 기업하기가 자유롭기 때문에 치적(置籍)국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반면 그리스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관료주의(Bureaucracy)와 불확실성(Uncertainty)을 들고 있다.

최근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그리스 선주들은 그리스 재정위기와 무관하지만 국가위기를 극복하는데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eorge Livanos, Nikolaos Lemos 등 일부선주들이 참여해 구제기금 2000만 유로를 조성했다. 과거에도 그리스 선주들은 앰뷸런스, 소방차 등을 구입해 관련기관에 전달했고 재정난으로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Hellenic Coast Guard 선박 65척의 수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스 선사 가운데 100만톤(dwt) 이상의 선단을 운항하는 선사가 20년전 20개사에서 최근 65개사로 늘어났다. 그리스 제1의 선사는 Tanker, bulker, LNG, LPG 등 약 91척, 1760만톤을 운영하는 John Angelicoussis Group으로 산하에 Maran Tankers, Maran Gas Maritime, Anangel Maritime Services 등이 있다. 2위는 100여척, 1200만톤을 보유하고 있는 George Economou씨의 Dryships, 3위는 107척, 1030만톤을 보유한 Greek-American Peter Georgiopoulous, 4위는 84척, 943만톤을 보유한 Angeliki Frangou씨의 Navios group이다.

① 그리스 해운의 메카 Chios섬
그리스는 1400년대부터 1800년에 이르기까지 400여년간 터키의 지배를 받다가 1821년부터 독립전쟁을 거쳐 1822년에 독립했다. 독립전쟁중 터키에서 10km 떨어진 Chios섬에서는 터키인들의 대량 학살이 자행돼 다수의 Chios인들이 그리스 본토로 이주했다.

Chios섬은 에게해의 작은 섬이지만 그리스 해운의 발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수의 해운인들을 배출했다.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Tradewinds가 선정한 전세계 해운업계 유력인사 50인 가운데 2위이자 그리스 최대 선사를 경영하고 있는 John Angelicoussis, 4위인 Navios group의 Angeliki Frangou, 최근까지 그리스 선주협회장과 영국의 London Steamship 클럽 회장을 역임한 John Lyras, 유명한 선박왕 Livanos 등을 포함해 6월 17일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당 내각에서 해운장관으로 내정된 Kostas Mousouroulis 역시 Chios 출신이다.

② Family business
그리스 해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Family business 성격이 강하고 해운업을 대를 이어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거대 자본과 대규모의 조직을 필요로 하는 컨테이너 정기선 보다는 진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Dry bulker나 Tanker 부문에 강했고 신조선보다는 중고선 위주로 해운을 영위해 왔다. 그리스에는 5~7척 정도를 운영하는 소규모 선주들이 많고 이들 대부분은 젊어서부터 해운에 진출해 선전수전을 겪으며 부를 축척한 선주들이다.

해운경제학자 Martin Stopford씨에 의하면 현재 세계선단을 자산가치로 평가해서 7000억 달러로, 그중 43%에 달하는 2930억 달러 상당이 상장회사 소유이며 4000억 달러(57%)분이 개인회사 소유로 현재 선박회사당 평균 7척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고 한다. 과반수 이상이 개인회사 또는 가족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란 이야기다.

해운은 오랜 거래관계, 신뢰와 세대로 이어지는 투자전략을 요하는 것이며 일관성과 계속성(Continuity)이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직도 가족 경영체제가 세계 해운업계를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중대사들에 대해 이른바 산전수전을 거쳐 터득한 경륜과 교훈을 경영에 녹아들게 할 수 있으며 주주나 이사진들을 설득시켜야 되는 부담도 없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한 배당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정책을 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해운에서는 책, 자료나 기록 등을 통해서 보다는 회사 안에서 보아야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가족경영의 승계가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비즈니스 기법은 유전적인 것은 아니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승계는 그러한 기본 재능과 경륜을 구비한 사람이 가계안에 있는가 여부에 달려있다.

기업경영이 한 세대에서 다음세대로 넘어갈 때 가장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2세들은 대부분 신지식, 첨단기술, 신선한 사고방식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경영이 그렇게 녹녹치 만은 않아서 많은 기업들이 세대교체와 함께 쇠잔의 길로 접어드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에서 약 70% 정도가 2세대 경영체제로 안착하는데 실패하며 3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리스 해운 1세대들은 2세대로 하여금 일정교육과정을 마친 후 자신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도록 하여 세습의 준비를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는 부모가 운영하는 선대(Fleet)에서 한분야를 특화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해운회사를 창업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Angelicoussis Shipping Group의 창업자 Anthony Angelicoussis씨는 창업자로서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그의 아들인 John Angelicoussis씨는 Tanker, dry bulker, LNG 선단 등을 확충해 그리스 제1의 선사로 키웠고 3세대인 30대 딸인 Maria Angelicoussis를 경영 전면에 세우고 있다.

③ 그리스 선주들의 재테크
그리스 선주들이 세계 제2의 해운대국이지만 컨테이너 정기선 분야에서 그리스 선주들의 활동은 미미하다. 일본에 이어 세계 최대 해운국이면서도 대형 컨테이너선사가 없다. 다만 그들은 적기에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자신이 운항하기 보다는 신뢰할 만한 타 선사에 장기용선해주는 형태가 많다. 매입하는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 주로 Feeder, 중형에서 Panamax였으나 최근에는 1만 3000teu급까지 발주해 상위 20대 컨테이너 선사에 대선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을 자체 운항하는 것보다 대선형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Operator 자신이 자체 선단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에 걸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Counterparty risk 측면에서 Bulker나 Tanker 분야보다는 컨테이너선 분야가 훨씬 낮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운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두고 그리스 한 선주는 △장기용선 상태의 선박을 매입한 후 효율적인 선박관리에 우선을 두고 본선을 운항하며 △최신형 중고선을 신조선보다 훨씬 싸게 사서 잘 보수 유지해 수명을 연장, 해체시까지 운영하되 △이런 과정에서 적절한 수준의 부채는 감수한다고 밝혔다. 이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거대선단, 거대조직 보다는 집중관리와 밀착관리가 가능한 적정 규모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Family business 체제가 더 적합할지 모른다.

그런 경영의 결과인지 그리스 선주들은 과거 해운시장 침체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며 선주들의 선험적 조치의 결과로 2008~2009 위기시에도 거액의 유동성을 비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사태 이후 극심한 시장의 혼란 속에서도 35억 달러 이상의 신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Dryship의 A. Frangou씨는 최근 “해운호황기에 대부분의 선주들이 운항원가에 무관심하기 십상이지만 우리는 꾸준히 원가를 개선해 왔고 현재에도 타 선사들의 평균치보다 자사의 원가가 30% 정도는 낮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실제 대부분의 그리스 선주들은 대체적으로 재정상태가 양호하고 은행부채도 많지 않으며 현금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선주들 가운데 비축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매물(fire sale)로 나오는 선박을 헐값이다 싶으면 매입해 되파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선주들도 많다. 가까운 예로 2006년 이란의 국영선사 IRISL이 국내 모조선소에 척당 9900만 달러에 6540teu급 3척을 발주하고 공정에 따라 선가의 60%를 지불하였으나 리먼사태의 영향으로 잔액 4000만 달러에 대해 금융사가 추가 대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선박은 완성됐으나 잔금 미납으로 한동안 부산 남 외항에 계선상태로 있다가 결국 조선소에 의해 매각된 선박이 있었다.

2010년초 당시만 해도 어려운 시황에서 값의 고하를 불문하고 과연 그런 선박을 사갈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지만 그리스 한선주가 척당 4500만 달러에 매입해 그해 연말에 척당 7500만 달러에 되팔아 막대한 매각 차익을 시현했다.

1995년산 4943teu급 선박을 2009년에 척당 965만 달러에 매입, 2010년 10월 2900만 달러에 재매각한 예도 있다. 최근 선가가 급격히 하락하자 중고선·신조선 매입에 나서고 있으며 그리스 선주들이 거액의 자금을 확보해두고 시황이 바닥을 쳤다 싶으면 헐값에 선박을 매입하려고 대기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④ 그리스 선주들의 신규 투자
전통적으로 그리스 선주들은 Tanker와 Bulker 분야에 강했으나 최근에는 이들 분야를 축소하고 컨테이너 신조(투자액의 23%)와 LNG분야(34%)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LNG선단은 약 370척 정도인데 그리스 선주들은 2011년 7월까지 94억 달러를 투입해 LNG선 91척을 신조 발주할 정도로 LNG선 시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선주들의 발빠른 LNG선 대량 발주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2011년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거부감 △날로 강화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인한 대체 연료유 전망 △2015년 완공을 예상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의 확장으로 인한 미동안-아시아간 LNG 수송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하나 최근 세계 선박금융시장을 고려할 때 자금동원 능력이 절대적인 요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선사들은 선가 상환은 고사하고 운항비 조달에 급급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 선박금융은행들이 해운시장에서 철수를 하고 있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그리스 선주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낮은 선가로 신형 선박들을 대량 발주하기에 이른 것이다.

4. 포시도니아의 시각

포시도니아의 회의와 세미나 등에서 행한 주요 인사들의 발언 요지를 분야별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시황과 전망>
① 80년대 위기 당시 화물이 없었으나 지금은 화물이 아닌 과잉선복이 문제다.
② 모든 것이 변하고 있으며 시장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
③ 시황은 운항비 보전에 급급해 이자 부담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④ 2009~2010년 사이에 합의된 채무조정은 이제 기한이 거의 만료돼 가고 있다.
⑤ 신규 대출은 무망한 가운데 디폴트 사태가 증가할 것이다.
⑥ 금융이 생존의 Key다.
⑦ 선박압류와 집행이 가시화되면 그때가 바로 시황이 바닥에 도달한 시기다.
⑧ 2014년부터 선복 증가량이 급속히 둔화될 것인 바 전분야 회복이 시작할 것이다.
⑨ Tanker시장은 회복패턴이 타부문 대비 조금 다른 형태를 취할 것이다.

이상은 Angeliki Frangou(Navios Group 회장), Norweigian Investment bank RS Platou, Harry Theochari(Norton Rose의 해운부문 변호사)등의 발언요지다. 지적한 것처럼 지금의 시장은 화물수요가 아니라 선박공급이 문제이므로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며 상당부분은 해운 경영의 범주밖에 위치해 있다.

이 말대로라면 다수의 선사들이 도산했거나 도산상태에 직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선박 처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채무재조정을 거쳐 은행이 매각하려고 내놓은 선박은 현재 15~20척 정도에 불과하다. 왜 그런가?. 선주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기회를 한번 더 주자는 것인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들도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선주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해운에 대해 비전문가이기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더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들이 선주가 되어 운항해 본들 뾰쪽한 수가 나올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의 이러한 엉거주춤한 자세가 취약한 선사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고 결국 이는 불황의 장기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장래 전망에 대해 미국의 장기침체, 유로존의 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 등 해운외적 요인들이 있지만 중국 등의 도시화, 공업화는 지속될 것인 바 수급 그 자체만으로 보면 2014년 하반기부터는 시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한국, 중국 등의 조선업계 동향과 조선업계의 적극적 공세에 대처하는 선주들의 행동 패턴 여하에 따라 호전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중고선의 향배>
① 해운업계의 가장 큰 위협은 자산가치의 하락이다.
② 정점에서 건조한 선박들, 이미 비경제선이 되어버렸다.
③ 선령 7~10년짜리도 이미 한물 간 선박이다.
④ 중고선에 대한 금융 고갈은 선주, 은행 양측에 부담이다.
⑤ 중고선들이 시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매각되고 있으며 더 하락할 가능성 있다.

이상은 Betram Rickmers(Rickmer 그룹회장), Roberto Giorgi(V.Ship 사장), Paul Slater ( First International 회장)의 발언 요지다. 과거 해운 불황과 호황의 주기를 살펴보면 전쟁등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선주들이 앞장 서서 신조를 억제하고 해체, 계선 등을 통해 공급을 통제할 수 있었을 때 비로소 시장이 반등했다.

최근 들어 계선 선박들의 재가동이 늘고 있지만 다행히 신조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취항하고 있는 선박들의 향배다. 개별 선사단위로 보면 경쟁력이 없거나 비경제선은 과감히 처분해야 하며 근본적으로 공급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매선보다는 해체가 마땅하겠으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이 또 한 쉽지 않다.

현재 취항하고 있는 선박들의 평균 선령은 10년 전후의 비교적 젊은 선박들이기 때문에 적어도 10년 이상은 더 운항할 수 있는 선박들이지만 문제는 경쟁력이다. 컨테이너선단의 경우 해운호황기였던 2003~2008년 사이에 발주된 선박들이 주력으로 이들을 발주할 당시에는 유가가 불과 30~50달러/bbl 했던 시기로 당시에는 각종 Express란 이름으로 유가에 신경 쓰지 않고 25knots 이상으로 달리던 고속선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톤당 600달러 대를 오르내리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생존전략의 하나로 연료절감과 저속 항해가 보편화돼 있다.

선령 10년짜리는 고사하고 2~3년전에 발주해 최근에 인도되는 선박들도 운항원가구조 차이 때문에 나오자마자 애물단지로 전락할 만큼 지금은 연비효율이 높고 장시간 저속항해가 가능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친환경 선박이 아니면 천대받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지금 선주들은 값이 싼 노후선을 매입하는 것보다는 다소 비싸더라도 연료효율이 높은 선박을 신조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9000teu급 widebeam형에 최적항속 18knots로 설계된 연료절감형 선박이 시판되고 있다. 3년 전에 발주돼 지금 인도되는 선박과 이 선형을 비교시 하루 70톤의 연료가 절감된다고 하니 절감액만 어림잡아 하루 4만달러다.

지금 인도되는 선박조차도 이미 경쟁력이 없는 배가 되어버린 마당에 10년 이하의 선대라고 해서 찾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선주의 Cash flow 압박이 크면 클수록 상대 Buyer는 더 느긋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선가는 계속 하락하고 그나마 거래도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지난해말부터 사선의 매각에 나선 Sanko가 7월 2일부로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니 중고선 시장에 악재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장기 COA와 같은 기본물량을 확보하지 못하여 Spot시장에 의존하는 선박, 신개념의 선박과 제2의 경쟁라운드를 앞두고 구조적, 태생적으로 원가 경쟁력면에서 열세인 이들 중고선의 처분문제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누가 불황의 주범인가?>
① 변종선주(Hybrid banker-shipowner)들의 출현으로 전통선주들이 지금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조선소들은 모두 선주들의 적이다.
② 은행들의 부주의한 대출과 투기자본들이야 말로 오늘의 해운위기를 만든 주범들이다. 그들은 수많은 해운회사들을 마비시키고 이제는 다른 시장으로 떠났다.
③ 이미 엄청난 공급과잉상태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도 Bulker의 대량 발주로 인해 Bulker 시장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해운시장을 망치는데 서로가 일조를 했다.
④ 헷지펀드와 민간 자본들이 위기에 처한 선사들을 사들이고 있지만 그들은 길게 보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단기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이상 Betram Rickmers, Jorn Steen Nielsen(머스크 브로커 대표),Paul Slater 씨의 발언이다. 포시도니아에서 생뚱맞게도 오늘의 해운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이 누구냐를 두고 때 아닌 네탓 시비가 나왔다. 공급과잉의 주범이라고 선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호황시기에 문자 그대로 ‘뜰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배선해라’라거나 ‘Get me a ship at any price’하면서 발주하고 선복을 늘리던 시기에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손을 잡았던 파트너들이고 보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런가? 금융권에서는 넘쳐나는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대출하려 하는 것은 은행으로서는 당연하고 조선업계 역시 선주들이 원하는데 수주를 사양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오히려 수요가 넘치다 보니 조선소의 편의와 일정에 따르는 것은 물론 조선소가 요구대로 선가를 지불하면서도 신조선 건조를 열망했던 사람들은 바로 선주 자신들이 아닌가? 제 욕심에 배 지어놓고 나서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나빠지니 조선소와 은행 탓 한다는 소리가 틀린 말인가?

<Eco-ship의 발주>
① 지금과 같은 공급과잉의 시기에 Eco-ship이라는 이유로 발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② 연료를 20% 절감할 수 있다는데 과거에는 왜 그런 선박을 건조하지 않았나?
③ 중국조선소들은 대부분 Echo-ship 설계 능력이 없다. 단지 기존 모델에 몇가지 더 추가하고 Eco-ship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④ Eco-ship이란 조선업계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 좀 더 관망해야 한다.
⑤ Eco-ship도 금융문제에 관한 한 예외가 될 수 없다.
➅ Eco-ship 발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며 수급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상은 John Coustas(Danaos Corp 대표), Angeliki Frangou(Navios Group 회장), Fontini Karamanlis( Hellenic Carriers CEO )씨 등의 발언이다. 불원 수주 일감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업계가 연료소비량이 적고 온실가스 배출 정도가 기존선박에 비해 양호한 선박, 이른바 Eco-ship을 신상품으로 해운시장에 내놓았다.

연비도 좋고 친환경 선박에다가 선가도 과거에 비해 30% 이상 낮은데 선주들이 외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조선업계 일부에서는 금융문제까지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는데 마다할 선주가 어디 있겠는가? 자금문제만, 금융문제만 해결된다면 기존선박에 비해 경쟁우위에 있는 선박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는데도 선주들의 태도는 예상과 달리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의 경우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업자들은 타이밍을 조절하며 기성품을 할인 판매해 재고를 정리하고 적기에 신상품을 출시, 그 효용을 극대화한다. 설사 재고품 정리에 다소의 손해가 있더라도 신상품 가격에 그 손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 정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선박은 어떤가? 선박을 해체하지 않는 한 재고정리란 불가능하다. 문제는 나 혼자만 재고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선사들이 엄청난 재고를, 그것도 가장 비쌀 때 사들인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보다 경쟁력있는 Eco-ship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재고를 정리하지 못하면 공급과잉의 정도만 더욱 심화될 뿐이다.

그렇다고 공급과잉의 심화를 우려해 기성 선주들이 단합해서 Eco-ship을 발주하지 않기로 하면 문제가 해결 되는가? 기성 선주들과 달리 ‘재고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신흥선주, 풍부한 유동성을 비축하고 있는 투기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야 말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해운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신흥선주들이나 회사의 지배를 노리고 있는 민간자본들에게는 수주에 목말라 하고 있는 조선업계와 Counterparty risk 때문에 대출을 주저하고 있는 금융권을 등에 업고, Eco-ship을 확보해 해운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새로 진출한다면 전통선주들은 저원가선으로 무장한 그들을 상대로 체력전의 제2라운드를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포시도니아에 참석했던 기성 선주들은 한 목소리로 신규수주를 유인하고 있는 조선업계와 Eco-ship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데 앞장을 섰다. 조선업계가 그들의 조업연장을 위한 술수에 말려들어 발주하지 말고 기존선박의 최적 활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현재 취항하고 있는 선박의 대부분, 특히 2000년대에 발주, 건조된 선박들은 과도한 선가에 연료소모량이 높은 비경제선이다. 때문에 운항비 절감 내지는 공급조절 차원에서 감속운항을 하고 있지만 태생적으로 비효율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연비가 우월한 신개념의 선박이 빠른 속력으로 항해하고 있는데 이와 경쟁하는 기성선박은 연료 절감을 위해 계속해서 감속운항할 수 있겠는가? 주력선대가 비효율선으로 구성돼 있는 선주는 일거에 선대를 신개념 선박으로 교체할 수 없는 한 기존선대를 이끌고 경쟁에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편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선주 또는 해운사업에 진출하려는 신흥선주는 중고선의 매입보다는 신개념 선박을 발주할 것이고 결국 경쟁열위에 처한 기성선박은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익히 예견하고 있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기성선주들이 Echo-ship의 출현에 대해 경계와 함께 비판의 각을 세우는 것은 아닌지….

Eco-ship의 출현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었던 Navios Group의 Angeliki Frangou회장은 “해운시장에서 기회는 오늘과 같이 문제(problem)가 있을 때이며 기회는 바로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현찰이 왕이다. 돈만 있으면 20억 달러짜리 회사를 5000만 달러로 살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Eco-ship을 확보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려하는 돈 많은 선주(cash rich owner)들의 선택 또한 문제로부터 기회를 포착하려는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머스크라인의 T-E급 선박을 위시한 상위 10대 선사들의 ULCS들이 내년부터 인도되지만 추가적인 발주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이며, Drybulker의 경우 취항선대(Global fleet) 6억 5000만톤 대비 Eco-ship으로 발주한 선박은 약 1000만톤(dwt)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아직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료사용량이 많고 규제가 심한 미국과 유럽을 주항로로 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Eco-ship으로의 전환은 시간문제일 뿐 불가피한 추세인지 모른다.

다만 IMO, 미국, EU 등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이 아직 불투명하며 특히 범세계적 적용을 목표로 추진해온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관한 IMO의 제안 역시 개도국의 심한 반발에 부딛혀 규제의 구체적 내용이나 발효시기 또한 미확정 상태이고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유가 동향도 무관하지 않으므로 Eco-ship 발주 문제는 여러 가지 변수를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5. 해운과 조선은 상생할 수 있는가?

오래전 이야기다. 1980년대 후반 당시 해운은 호황이고 조선은 어려울 때 어느 높으신 분이 조선이 어려울 때는 해운이 도와야 한다며 (계열사에)발주하는 선박의 선가를 너무 깍지 말라는 당부(?)를 했고 실제 그 당부 때문에 외부의 타 조선소에 발주했을 때보다 약 10% 이상 높은 선가로 계약했다. 그러면 해운이 어려울 때 조선소는 어떤 방법으로 해운을 도울 수 있을까? 해운산업은 주지하듯이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벗어나지 못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해운불황을 타개하는 데에는 비경제선을 해체하고 계선함과 동시에 발주 억제를 통해 공급을 줄이는 것 이외에는 묘책이 없었다. 2010년의 반짝 경기가 그랬고 최근 정기선 업계의 운임반등 역시 선사들의 합심하에 이루어진 공급축소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비록 해운업계가 과도한 공급과잉상태에 있고 그 때문에 장래의 잠재고객인 선주들이 도산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급을 억제한다는 차원에서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자신들의 조선 설비를 휴면상태로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조선업계는 국가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2014년 상반기 이후의 일감이 거의 소진 상태라고 한다. 과거 해운계가 이른바 ‘적자용선(minus charter)’을 했던 것처럼 조선업계도 원가만 나온다면 다행이고 원가에 다소 미달하더라도 휴면하는 것보다 낮다 싶으면 그들의 도크를 가동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6. 문제는 조선업계, 특히 중국이다.

현재 약 1600개의 조선소에서 4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는 수주량 급감으로 고전중이며 금년 하반기에는 중소 조선소 대부분의 수주 잔고가 소진될 것이라고 한다.

Clarkson Research에 의하면 2009년 이후 중국 조선소의 28%가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으며 Zhejiang Province 주변 조선소의 80%가 조업단축 또는 가동 중단상태로, 중국측(China State Shipbuilding Corp.)의 발표에 의하면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향후 2~3년내 1600개 조선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도산 또는 흡수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15년까지 중국 조선 capacity의 70%를 10대 대형조선소가 점하도록 하며, 세계 10대 조선소에 중국의 5개사가 진입하도록 한다는 원대한 조선정책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신규 발주가 고갈되고 있는 현 시장에서 전 세계의 약 절반에 상당하는 초과잉상태의 조선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향후 수습대책이다. 중국은 이미 조선산업의 고용유지+조선대국 실천+자국화 자국선 주의+선/하주간 전략적 제휴+중국 건조선박에 대한 자금지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선소의 도산을 최소화할 것임을 천명한바 있으며 이를 위해 중소조선소들을 10대 대형조선소 산하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다수가 국영조선소 산하로 흡수돼 조선소 숫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기존의 조선설비는 그대로 유지돼 국영조선소의 지방공장으로 남아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 당국에서는 외국선박의 건조 유치 등 이들의 full 가동을 위해 금융 등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에 나설 것임은 불문가지다.

중국의 지준율 완화가 대출 증가로, 신조선 발주로 이어질 경우 이는 무역량 증가와는 별개로 수급관계를 더 악화시켜 해운시장의 불황을 2015년 이후로 더 연장하는 효과를 초래 할 것인 바 중국 조선산업의 부흥은 상생효과보다는 해운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만의 현실인가? 생존을 위한 가격덤핑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내 모 상위 조선소가 척당 4500만 달러에 51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는데 동급 선박의 가격은 2008년 8000만 달러, 2010년 6000만 달러였으며 불과 몇 개월전에 4,800teu급을 5400만 달러에 중국이 수주한 바 있다. 4년전 대비 43%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조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7. 맺음말

향후의 해운 시황에 대해서는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다가 2014년을 반환점으로 해서 2015년부터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전망도 있다. 리먼사태 이후 대부분의 선사들이 고유가, 저운임 등의 여파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불원 예상되는 구조조정을 거쳐 해운 시황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대로 그동안 비축해둔 충분한 자금을 동원해 저선가 고효율 선박을 확보해 제2의 체력전을 치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회사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2008년 이전 호황기에 ‘배를 찍어내듯 발주하려면 하고 아니면 말라(take it or leave)’고 했던 조선소들, 당시에는 그렇지 않아도 발주 물량이 넘쳐나는데 신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이 달라졌다. 중국 등 조선소들은 생존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자세이며 그런 그들을 해운계가 비난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선두주자들의 부침을 살펴보면 불황시보다 호황시 행동패턴에 의해 영고성쇄가 갈라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선주들이 시장의 흐름에 대처하는 행동 패턴이 동일할 수는 없으며 행동 패턴여하에 따라 사라지는 선주가 있는가 하면 일취월장하는 선주들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금융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조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재편을 촉진하여 해운시장의 안정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차원에서 오히려 후일 그것이 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황을 반드시 나쁜 것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불황과 호황은 선주들의 행동패턴을 바꾸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관망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는 고언도 있다.

지금부터 30년전 20대 상위 회사 리스트를 만들고 지금과 비교해보면 분명히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해운은 주기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에외인가? 30년전인 80년대초와 지금의 한국 해운계의 구도를 비교해보면 어떤가? 상위 10대 선사를 기준으로 보면 30년 전의 10대 선사중 아직까지 사명과 주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선사가 몇개나 되는가를 살펴보면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한국해운계의 변화와 흐름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선주들이 해운산업이 주기적으로 변동한다는 사실을 이해는 하면서도 막상 자신은 이를 믿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는 지적이 타당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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