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이번 호에는 중재와 관련하여 이용될 수 있는 anti-suit injunction에 대하여 보기로 하자. 영국에서는 영국 법원의 관할 또는 영국에서의 중재합의에 위반하여 상대방 당사자가 외국에 [EU 또는 EFTA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국가1)가 아닌 외국)] 소송이나 중재가 제기한 경우 또는 소송이나 중재를 제기할 것이라고 위협을 하는 경우, 그리고 그로 인하여 일방 당사자가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 적정한 구제수단이 아닐 경우, 그 일방 당사자가 신청을 하는 경우, 영국 법원은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 소송이나 중재를 금지하는 injuction(소송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2)

이 injunction은 the Supreme Court Act 1981 Section 31(1)3)에 의거한다. 이러한 injuction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당사자가 그대로 소송 혹은 중재를 제기·유지하거나 또는 계속하여 소송 혹은 중재를 제기하겠다고 위협하는 경우에는 이 injuction을 위반하는 것이 되어4), 그 상대방 당사자에 대하여 contempt of court(법정모독)의 제재가 가하여진다. 구체적으로는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물론 위반 상대방이 영국 내에 있지 않거나 그 재산이 영국에 있지 않을 경우에는 이러한 제재는 실효적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제재가 상대방 개인에게 가하여지는 것이므로 외국의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외국 당사자(혹은 상대방)는 매일 부과되는 벌금에 대하여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고 끝내 항복하고 외국에서 제기하려는 소송 계획을 포기하거나 또는 이미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게 되므로, 간접적인 방법의 사법 주권의 침해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영국의 anti-suit injunction은 공정한 제도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반면, 비록 영국법원을 전속적 합의관할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경우라도, EU나 EFTA 소속 국가 소속 법원에 상대방 당사자(“B”)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European Union Council Regulation (EC) 44/2001, Article 27 (1)5) 에 의하여 해당 국가의 법원이 우선하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므로6), 일방 당사자(“A”)는 관할합의 조항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European Court of Justice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7). 그리고 나아가 위와 같은 경우 전속적 관할합의 조항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영국법원으로부터 anti-suit injunction을 받아 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European Court of Justice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8).

위 경우들은 분쟁을 영국법원에서 해결하기로 하는 전속적 관할합의 조항을 위반하여 외국에서 제기된 소송의 경우에 대한 것인데, 런던 중재조항을 위반하여 EU나 EFTA 소속 국가 소속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경우, 영국법원에 anti-suit injunction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하여 2009년 European Court of Justice는 소위 “FRONT COMOR” 사건에서 그 경우 anti-suit injunction이 이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회원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상호의 신뢰 즉, “mutual trust”에 두고 있다.

영국 법원이 anti-suit injunction을 발부할 것인지는 재량 사항이며, 발부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여러 가지 사항을 감안하게 된다. 단순히 중재합의에 위반하였다 하여 injuction이 발령되는 것은 아니고, 금전배상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 영국 판례의 표현으로는 위반 당사자의 행위가 ‘vexatious, oppressive or unconscionable’한 경우에 한정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 중재나 국제 소송에 휘말리게 된 우리나라 회사로서 상대방이 영국법원에 anti-suit injunction을 신청함으로써 압박을 가하여 올 가능성이 항시 대비하여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회사가 기존 런던 중재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 중재에서는 우리나라 회사에게 불리하게 판정이 내려질 것임 염려되어 상대방 선박을 우리나라에서 압류하고, 해방하여 주는 조건으로 새로운 관할 합의를 하자고 요구할 수 있을텐데, 이러한 접근 방법에 대하여, 상대방은 anti-suit injunction을 들고 나올 수 있으므로 극히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주석>

1) Iceland, Lichtenstein, Norway and Switzerland의 4개국으로서 EU 소속 국가가 아니다.
2) Arbitration Act 1996 section 44, 48(5)(a)
3) The High Court may by order (whether interlocutory or final) grant an injunction or appoint a receiver in all cases in which it appears to the court to be just and convenient to do so.
4) 주로 외국에서의 소송에 대하여 anti-suit jnjunction이 고려되며, 외국에서 제기된 중재에 대하여는 발부 가능성이 더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법원은 중재인의 권한에 대하여 포괄적 성격의 감독을 자제하여야 한다는 원칙에서 비롯된다.
5)"Where proceedings involving the same cause of action and between the same parties are brought in the courts of different Member States, any court other than the court first seised shall of its own motion stay its proceedings until such time as the jurisdiction of the court first seised is established."
6) EFTA 국가에서의 소송에 대하여는 Lugano Convention Article 21이 규정하고 있다.
7) Gasser v. Misat([2003]AER148)
8) Turner v. Grovit([2004]AER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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