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 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보고픈 다슬아!

네가 보고플 땐 너의 이메일을 읽는다. 너는 영어로, 할아버지는 한글로 이메일을 매일 했다. 너와 내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프린트하여 둔 파일북이 여섯 권 째다. 읽고 베껴 쓴다. 왤까?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소복이 담겨있는 네 이메일을 읽고 베껴 쓰면 즐겁고 기운이 나기 때문이다.

다슬아! 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Dear Grandpa
Yeah, You must stay healthy until I go to Harvard. Okay? I made some rules for us to follow.
Rules for Grandpa
1) Eat only healthy foods- no alcohol, no junk foods.
2) Try, if possible, not to get sick.
3) Always take the medicine the doctors give you.
Rules for me
1) Work hard to achieve my goal-go to Harvard.
2) Try not to get sick and eat only healthy foods.
3) Lose weight.
If we follow these rules, we might be to achieve our goals.

다슬아! 겨우 열 살인 네가 이런 지혜를 가졌다니 놀랍다. 이 룰은 너와 나와의 약속이다. 내가 약속을 지켰더니 건강해졌다. 너도 약속을 지켜 중1에서 최우등을 했다. 축구와 수영, 합창과 성당복사도 하는 네가 자랑스럽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 ‘하버드대학 입학결심’을 프린트해서 나에게 주었다. ‘하버드가 세계최고명문이니까 그런 꿈을 꾸겠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름방학에 Reading&Writing Camp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Language Arts 학교수업이 재미있다고 했다. 네가 쓴 시와 수필이 감동적이었다. 미국에 가서 처음에는 영어를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했던 네가!

신경숙의<엄마를 부탁해>란 소설이 미국에서<Please Look After Mom>으로 번역되어 큰 돌풍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가 ‘오늘의 책’으로 선정했다. 문학전문출판사가 10만부를 인쇄하고도 2판, 3판을 출판할 계회이란다.

유명 서점체인이 네가 사는 필라델피아를 비롯하여 미국 7개 도시와 유럽 8개 국가에 북 투어를 기획하고 있단다. 24개국과 번역출판계약도 맸고. 지금까지 한국문학이 외국에서 이처럼 선풍을 일으킨 일이 없었다.

한국의 시골 ‘엄마’가 세계 최대문화도시 뉴욕에서 부활했다. 신경숙이 ‘엄마’를 잘 묘사했지만 그 보다 김지영의 번역이 출중했기 때문이란다.

다슬아! 나는 ‘엄마’를 읽으면서 목이 메었다. 나의 어머니, 그리니까 너의 증조할머니가 생각나서였다. 증조할머님께서는 소설의 ‘엄마’보다 더 혹독하게 더 처절하게 사셨다. 그러나 나는 효도 한 번 못했고, ‘어머니를 부탁합니다.’란 말 한 마디도 못 했다.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실 줄 몰랐다.

다슬아! 너는 엄마를 많이많이 사랑해야한다. 건강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두 동생을 잘 돌보는 것이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다. 엄마가 처음 배 아파 너를 낳았기 때문에 세상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 아빠 뒷바라지와 너희들 딸 셋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다. 살림살이에 보태려고 한국에선 영어를, 미국에선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다슬아! 할아버지 소원이 하나있다. 너는 Language Arts 수업을 통해 문학에 대한 취미와 재능이 돋보였다. 하아버드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원은 서울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면 어떻겠니? 한국문학을 세계로 퍼내기 위해선 한국문학과 영문학이 모두 능통해야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압제와 침략을 당했다.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한반도가 두 동강 나 피비린내나는 세계의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반만년의 수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문화민족이다.

해서, 엄청난 문학소재가 있겠으나 아직 노벨문학상이 없다. 이는 어문소통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네가 한국문학과 영문학에 능통하면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한 김지영보다 차원을 높여 한국고전도 세계로 퍼 낼 수 있다.

우리 다슬이가 이 할아버지 소원을 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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